[칼럼] 인공지능과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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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공지능과 민주주의
  • 김현
  • 승인 2016.04.08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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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대한변협 변호사연수원장(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이세돌 9단은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세 판을 연달아 졌으나 네 번째 대국에서 알파고를 당황케 하며 멋지게 승리를 거두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알파고에게 패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세돌 9단과의 대국은 알파고에게도 시험무대였고 향후 대국과정에서 나타난 약점을 보완해 보다 강력한 알파고가 나타날 것이다.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 대결의 양상으로 첫 선을 보였기에 알파고의 등장은 인공지능과 사람과의 대립이란 측면을 부각시켰다. 그래서 호사가들은 알파고를 이길 수 있는 무엇인가를 찾아 나섰고, 스타크래프트 게임의 경우 전략뿐 아니라 정교한 컨트롤이 필요하므로 프로게이머가 알파고를 이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알파고가 보여준 것은 인간능력에 대한 우월함이다. 그 동안 인간만 가지고 있다고 믿었던 고도의 능력 특히 어려운 상황에 대처하는 판단력과 창의력을 인공지능이 넘어설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아직 그 능력이 연산능력을 넘어서는 것은 아니지만, 시기의 문제일 뿐 조만간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다른 고유의 능력에도 근접하는 인공지능이 출현할 것이다. 이미 일부 서비스 산업에서 로봇이 인간 대신 만족스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구글의 자율운행차도 시범주행을 계속하며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기술의 발전은 바람직한 것이다. 그러나 21세기의 우리 사회가 극도로 효율을 중시하는 사회이기에 탁월한 인공지능은 인공지능보다 뒤떨어진 영역의 인간을 배제하는 결과를 나을 가능성이 크다. 인간복제의 경우 그 이점이 아무리 크더라도 손쉽게 이를 허용할 수 없는 윤리적인 문제에 부딪히나, 인공지능의 대량복제는 윤리적 저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지 않기에 효율성의 이름으로 많은 노동영역에서 인간을 대체해 나갈 것이다. 법조직역의 경우에도 판사나 변호사의 일부 기능이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인공지능의 뒤에는 다른 어떤 것이 아닌 사람이 있다. 즉 인공지능으로 인한 문제도 결국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문제인 것이다. 인공지능은 법적으로는 단순히 물건에 불과하다. 효율성의 관점에서 보면 인공지능에 의한 노동의 대체는 정당화될 수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도 우리사회의 근본을 구성하는 이상과 사회적 가치에 구속되어야 하고 특히 헌법적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

인공지능의 우월성은 민주주의에 반하는 경향성을 가진다. 우월함이라는 기준에 의하여 그렇지 못한 것을 배제하고 대체하므로 굳이 다수의 존재가 필요하지 않다. 고도의 성능을 가진 하나의 능력체만 존재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고, 정보의 비대칭에 의해 그러한 경향성은 강화될 수 있다. 시스템에 의한 통치란 측면에서 보면 인공지능의 발달은 법적 안정성이라는 법치주의의 이념과 상응하는 면이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이념적 기초로 하고 있는 민주주의는 우월성과는 거리가 멀다. 비록 개개인은 능력면에서 차이가 있지만 인간 그 자체가 존엄성을 가진 소중한 존재이고, 비록 전체적인 의사가 어느 뛰어난 능력자의 판단보다 탁월하지 못하더라도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다수결로 도출된 결론은 존중된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보면 법조직역의 대체가능성에는 한계가 있다. 인공지능의 발달이 계산이나 수량화가 가능한 영역에서 도움을 줄 수는 있을 것이나 옳고 그름의 판단 자체를 인공지능에게 맡길 수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인공지능이 아니라 그 뒤에 있는 누군가에게 현대사회가 일궈온 모든 가치를 포기하고 넘겨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법조인이 법적 판단을 내릴 때 인공지능을 활용해 그 동안 축적된 판례와 법이론을 효과적으로 적용함으로써 판단의 오류를 줄일 수는 있을 것이다. 원래 인간은 100퍼센트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존재가 아니다. 인간의 비합리적이거나 감정적인 요소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슬기롭게 대처하는 것이 현명한 지도자가 할 일이다.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우리 지도자들이 인공지능과 민주주의의 미래에 대해 깊이 생각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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