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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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27)
  • 박준연
  • 승인 2016.04.08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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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

로스쿨과 투명성

미국 법조계 관련 언론뿐만 아니라 뉴욕타임즈 등 미국 일반 언론에서도 많이들 주목했던Alaburda v. Thomas Jefferson School of Law 재판에 대해 조금 쓰고 싶었다. 애나 앨러버다는 2008년 토머스 제퍼슨 로스쿨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바 시험에 합격했지만 현재는 변호사로 일하고 있지 않는 상태라고 한다. 이런 애매한 표현을 사용한 것은 그녀에게 로펌 취업 기회가 아예 없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소비자 금융과 개인파산 등을 전문으로 하는 로펌에서 취직 제안을 받았지만 앨러버다는 결국 그 로펌에 취업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앨러버다는 토머스 제퍼슨 로스쿨이 과장된 졸업생의 취업 관련 통계를 제공하였고 그 잘못된 통계때문에 로스쿨에 진학할 결정을 내렸다는 이유로 로스쿨에 소송을 제기하여 등록금과 소득 상실분을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로스쿨 졸업 후의 취업 통계는 로스쿨 랭킹에 반영된다. 로스쿨 지원 학생들에게 로스쿨 랭킹은 중요한 정보이고, 사립 로스쿨의 입장에서 보면 이는 입학생의 수, 즉 영리추구와도 직결된다. 따라서 앨러버다가 주장한 통계의 투명성 문제, 법조 업무와는 무관한 취업 실적을 통계에 포함하는 문제는 토머스 제퍼슨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로스쿨을 대상으로 한 이러한 집단 소송은 수십 건 제기되었지만, 기각되지 않고 배심원 심리까지 진행된 것은 앨러버다 소송이 유일하다고 한다. 3월 하순, 배심원 12명 중 9명이 로스쿨측의 편에 서면서 앨러버다는 패소하게 되었다. 토머스 제퍼슨 로스쿨측은 물론 재학생들도 이 판결을 환영했다. 이 재판을 토머스 제퍼슨 로스쿨을 폄훼하는 것으로 본 재학생들은 토머스 제퍼슨 로스쿨은 성공적인 변호사를 많이 배출한 훌륭한 로스쿨이라고 강변했다. 참고로 이 로스쿨은 US 뉴스 월드 리포트 순위의 미국 로스쿨 145위까지의 순위 밖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재판에 관심을 가진 것은 이 재판이 로스쿨 전반의 투명성 문제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통계는 어디까지나 통계자료이다. 전년도의 졸업생 취업 자료가 나에게 적용된다는 보장이 없다. 내 경우 로스쿨 입학할 때 2, 3학년 선배들에게 로펌 취업이 얼마나 쉬운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 캠퍼스에서 진행되는 1차 인터뷰에서 최종 취업 제안 (job offer)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고 들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내가 2학년이 되었을 때, 서머 프로그램을 마치고 졸업 후 취업 오퍼를 받을 때에는 슬슬 미국 금융 위기의 영향을 체감할 수 있었다. 졸업이 가까워지면서 경기의 영향으로 취업 오퍼가 취소된 동기들도 꽤 있었다. 

하지만 로스쿨 랭킹이 로스쿨 진학 결정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생각하면 로스쿨 랭킹 결정에 반영되는 취업 관련 통계의 중요성을 새삼스럽게 느낄 수 있다. 변호사로 일할 수 있는 취업 기회를 찾지 못하여 포기하고 로스쿨 3년 공부와는 무관한 직업을 선택한 케이스까지 취업한 사례에 포함한다면 (앨러버다 소송에선 바리스타나 음식점 근무 등 요식업 근무까지 취업 통계에 포함되었다는 자료가 제시되었다) 이는 로스쿨 진학에 유의미한 정보와 무관하다. 실제 로스쿨 편에 선 9명의 배심원 중 한 명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배심원들의 결정은 판사가 제시한 좁은 의미의 평결 지시 (jury instruction)에 따른 것이지만, 자신은 로스쿨이 취업 통계를 작성하는 과정을 알고 충격을 받았으며, 원고 앨러버다측의 주장에 공감하는 부분도 많다고 설명하였다. 

앨러버다가 어떤 이유로 이 소송을 시작했는지 ? 단순히 개인 수준의 보상을 바란 것인지, 로스쿨의 투명성 문제와 관련된 문제제기를 위해서였는지, 아니면 둘 다인지 ? 는 모르겠다. 취업이 잘 안되니까 로스쿨을 고소하는 거냐는 냉소적인 시각이 없지도 않다. 하지만 재판의 결과와 별개로 그녀의 소송은 중요한 논의의 계기가 되었다. 그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 수석 합격한 재원이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로펌 중의 하나인 ‘Latham & Watkins’ 로펌의 도쿄 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l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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