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덕윤의 언어논리 이야기(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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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덕윤의 언어논리 이야기(24)
  • 문덕윤
  • 승인 2016.04.08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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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덕윤
베리타스 PSAT 언어논리 전임

올해 언어논리 문제 중에서 논증적 사고 훈련을 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문제를 풀어보려고 합니다. 논증적인 사고란 자신의 선호나 기존의 경험적 지식과 상관없이 상대방의 의도대로 정확하게 읽고 생각하는 능력입니다. 그리고 타인의 생각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기본 바탕이 되기도 합니다. 나아가 논증적인 사고에 능숙해지면 학문적인 텍스트를 정확하게 읽고 빠르게 정보를 처리하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2016년 언어논리 33번 문제입니다. 귀납논증에서 새로운 사례가 가설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 유형으로, 강화-약화-무관을 구분하는 연습을 하는 데 좋은 문제입니다.

 

문 33. 다음 글의 ㉠에 대한 평가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중생대의 마지막 시기인 백악기(K)와 신생대의 첫 시기인 제3기(T) 사이에 형성된, ‘K/T경계층’이라고 불리는 점토층이 있다. 이 지층보다 아래쪽에서는 공룡의 화석이 발견되지만 그 위에서는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 도대체 그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우리는 물리학자 앨버레즈가 1980년에 <사이언스>에 게재한 논문 덕분에 이 물음에 대한 유력한 답을 알게 되었다.

앨버레즈는 동료들과 함께 지층이 퇴적된 시간을 정확히 읽어내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지층의 두께는 퇴적 시간과 비례하지 않는다. 얇은 지층이 수백 년에 걸쳐 서서히 퇴적된 것일 수도 있고, 수십 미터가 넘는 두께의 지층이라도 며칠, 심지어 몇 시간의 격변에 의해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앨버레즈는 이 문제를 이리듐 측정을 통해 해결하려 했다. 이리듐은 아주 무거운 금속으로, 지구가 생성되던 때 핵 속으로 가라앉아 지구 표면에는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오늘날 지표면에서 미량이나마 검출되는 이리듐은 우주 먼지나 운석 등을 통해 오랜 시간에 걸쳐 지구 표면에 내려앉아 생긴 것이다. 앨버레즈는 이리듐 양의 이러한 증가 속도가 거의 일정하다고 보고, 이리듐이 지구 표면에 내려앉는 양을 기준으로 삼아 지층이 퇴적되는 데 걸린 시간을 측정하려 했다.

조사 결과 지표면의 평균 이리듐 농도는 0.3 ppb이었고 대체로 일정했다. 그런데 이탈리아 북부의 어느 지역을 조사했을 때 그곳의 K/T경계층에서 특이한 점이 발견되었다. 평균보다 무려 30배나 많은 이리듐이 검출된 것이다. 원래 이 경우 다른 지층이 형성될 때보다 K/T경계층의 퇴적이 30분의 1 정도의 속도로 아주 느리게 진행되었다고 결론을 내려야 했지만, 다른 증거들을 종합할 때 이 지층의 형성이 그렇게 오래 걸렸다고 볼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이들은 다른 결론을 선택했다. 이 시기에 지구 밖에서 한꺼번에 대량의 이리듐이 왔다는 것이었다. 이리듐의 농도를 가지고 역산한 결과, 앨버레즈는 ㉠6,500만 년 전 지름 10킬로미터 크기의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했고 이 충돌에서 생긴 소행성과 지각의 무수한 파편들이 대기를 떠돌며 지구 생태계를 교란함으로써 대멸종이 일어나 공룡이 멸종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공룡 멸종의 원인에 대한 이런 견해는 오늘날 과학계가 수용하고 있는 최선의 가설이다.

① 만일 신생대 제3기(T) 이후에 형성된 지층에서 공룡 화석이 대량으로 발견될 경우 약화된다.

② 고생대 페름기에 일어난 대멸종이 소행성 충돌과 무관하게 진행되었다는 사실이 입증되더라도 강화되지 않는다.

③ 동일한 시간 동안 우주먼지로 지구에 유입되는 이리듐의 양이 일정하지 않고 큰 변화폭을 지닌다는 사실이 입증되면 약화된다.

④ 앨버레즈가 조사한 이탈리아 북부의 지층이 K/T경계층이 아니라 다른 시기에 형성된 지층이었음이 밝혀질 경우 약화된다.

⑤ K/T경계층 형성 시기 이외에 공룡이 존재했던 다른 시기에도 지름 10킬로미터 규모의 소행성이 드물지 않게 지구에 충돌했음이 입증될 경우 강화된다.

공룡 멸종의 원인이 어떻게 되는지는 지금 시점에서는 관측으로 입증할 수 없는 주제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러 가지 가설 중에서 가장 그럴 듯하고 만족할 만한 설명을 찾고자 합니다. 그래서 경쟁하는 가설 중에서 가장 설명력이 뛰어난 가설이 옳다고 믿을 만하다는 판단을 하는 과정을 두고 최선의 설명에 의한 논증(Argument by the Best Explanation)이라고 합니다. 이 지문은 최선의 설명에 의한 논증을 구성하여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철수가 며칠간의 여행을 마치고 혼자 사는 집에 돌아왔을 때 현관문이 열려 있고 베란다 유리창이 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하자. 그리고 그는 집 안이 어지럽혀 있고 귀중품들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그도 곧바로 자기가 집을 비운 사이에 도둑이 든 것이라고 추정했다.”

도둑을 체포하기 전이라면, 철수의 추정은 확실한 사실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귀납적 사고입니다. 하지만 철수의 추정은 상당한 설득력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도둑이 들었을 때 관찰할 수 있는 증거들이 많이 보이고, 다른 설명에 비해 도둑이 들었다는 추정을 옳다고 믿을만한 설득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최선의 설명이 되는 데 필요한 요인들을 정리해 두었습니다. 공부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최선의 설명이 되는 데 필요한 요인들

① 최선의 설명은 참이 될 것 같지 않은 주장들을 포함하지 않아야 한다.

② 설명은 그 자체로 더 설명이 필요해서는 안 된다.

③ 같은 현상을 적절히 설명해 준다면, 단순한 설명이 탁월한 설명이다. 왜냐하면 단순한 설명이 이해하기 더 쉽고, 설명은 이해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④ 설명은 강력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어떤 설명이 탁월한 것인가의 표시는 같은 설명이 많은 경우들의 범위에 성공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⑤ 만약 설명이 이제까지 잘 정립된 다른 믿음들을 포기하도록 한다면, 그런 설명은 채택하지 않는 것이 좋다. 설명은 과거 믿음에 대해 보수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

⑥ 설명은 문제가 되는 현상들을 진정으로 설명해야 한다. 좋은 설명은 그것이 설명하고자 하는 것에 대해 진정으로 어떤 것을 밝혀주는 것이다.

사례가 가설에 미치는 힘 : 강화-약화-무관

귀납논증에서 사례는 가설의 설득력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 문제에서는 사례가 추가되었을 때 가설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해 보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강화-약화-무관 기준에 따라 선택지들을 분류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강화

약화

무관

사례가 가설을 지지

설득력 증가

사례가 가설을 반박

설득력 감소

관련 없음

설득력 불변

 

①③④⑤

따라서 정답은 ⑤번입니다. 선택지의 사례가 추가된다면 가설의 설득력이 약화됩니다. 따라서 강화된다는 진술은 적절하지 못합니다.

과학적 사고는 대표적인 귀납논증의 영역입니다. 그래서 논증 연습을 할 때, 기출문제에서 과학 지문들을 추려 사용하면 도움이 많이 됩니다. 다음 지문을 통해 과학자들의 사고 구조를 한번 배워보겠습니다. 제가 실제 수업 시간에 자주 사용하는 지문인데, 이 문제를 풀어나가는 여러분의 반응을 보면 자연계 학생들과 인문계 학생들의 반응 자체에서 확연한 차이를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자연계 학생들은 상관성을 갖고 있는 요인들을 추려낸 뒤 이론과 관측의 불일치를 해결하기 위해 보완 가설로 제시한 암흑물질이 제시된 요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추론을 쉽게 합니다. 반면에 인문계 학생들은 제시된 개념 자체가 무슨 뜻인지 와 닿지 않는다거나, 잘 모르는 내용이 나왔다는 자체에 당황해서 정보를 차근차근 처리하지 못하고 멈춰 버립니다. 추론 연습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지식이 무족하다는 생각이 앞서서 당황한 겁니다. 추론은 지문이 요구하는 방향대로 정보를 분류하고 배열하는 작업니다. 심적인 부담감에 매여 있지 말고, 차근차근 추론 연습을 해봅시다. 우선 지문을 읽고 하단의 선택지가 맞는 말일지 아닐지 생각해 보겠습니다.

1930년대에 암흑 물질의 존재가 예견되었는데, 이것은 나선 은하에서 나선 팔의 균일한 회전 속도를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뉴턴 역학에 따르면 은하 중심을 축으로 회전하는 별의 속도는 회전 운동 궤도 안에 존재하는 전체 질량과 별의 궤도 반경에 의해 결정된다. 은하 질량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알려진 별은 대부분 은하 중심에 모여 있다. 따라서 중심을 벗어난 영역에서는 반경에 상관없이 궤도 내의 전체 질량은 일정하다고 볼 수 있으므로 태양 주위를 도는 행성들처럼 궤도 반경이 클수록 별의 회전 속도는 줄어들어야 한다. 그러나 관측 결과 궤도 반경이 커져도 별의 속도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 이 현상을 설명하려면 은하 내부에 질량은 가지면서 보이지는 않는 미지의 암흑 물질이 있어야 한다.

선택지 : 은하 중심을 벗어난 영역에서 별과 별 사이에 암흑 물질이 지금보다 더 많다면 바깥 궤도를 돌고 있는 별의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다.

정답은 “맞다”입니다. 어떻게 선택지와 같은 판단이 나오는지 과학적 추론 과정을 짚어 보는 것은 추론 훈련에 상당한 도움이 됩니다. 그럼 암흑 물질의 존재 예견을 위한 사고 과정을 재구성해 보겠습니다.

 

질량

궤도 반경

회전하는 별의 속도

불일치

(문제점)

이론

 

 

 

관측

 

 

 

해결책

암흑물질

 

 

 

은하 질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별은 은하 중심에 모여 있습니다. 그렇다면 은하 중심을 벗어난 영역에서는 궤도 내의 질량이 작을 것입니다. 질량이 작으면, 행성의 궤도 반경이 클수록 별의 회전 속도가 줄어든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은하 내부에 질량은 가지면서 보이지는 않는 암흑 물질이 있으므로, 행성의 궤도 반경이 커져도 별의 회전 속도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이를 통해 은하 질량과 별의 회전 속도는 정비례 관계임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은하 중심을 벗어난 영역에서 암흑 물질이 지금보다 더 많다면 별의 회전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라고 추론할 수 있습니다.

 

질량

궤도 반경

회전하는 별의 속도

불일치

(문제점)

이론

일정

관측

 

일정

해결책

암흑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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