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20대 총선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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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20대 총선에 대한 단상
  • 오시영
  • 승인 2016.04.0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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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교수 / 변호사 / 시인

20대 총선의 막이 올랐다. 21세기 대한민국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결정될지도 모를 아주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 보수는 어떤 때 보면 참으로 기괴하다는 생각이 든다. 진보라고 해서 다를 바 없다. 진정한 보수는 “아름다운 옛것을 지키고, 낡은 옛것을 개량하는 것”이어야 한다. 아름다운 옛것이라 평가되기 위해서는 도덕적 우위성이 있어야 한다. 도덕적 우월성이 없다면 그것을 결코 아름다운 옛것이라고 부를 수 없다. 사람의 도리, 사람의 염치를 아는 정치인들이 애국애민의 정신에 바탕을 둘 때 그들을 선출해야 할 것이다.  

새누리당은 여태까지 자기들 정당의 정체성을 보수라고 자평해 왔다. 그러면서 진보적 야당을 향해 그냥 진보적이라고 하지 않고 경우에 따라서는 종북좌파라는 빨갱이 이미지를 덮어씌우는데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막상 빨간색을 자신들 정당의 이미지색으로 쓰면서 파란색을 정당 이미지색으로 쓰는 더불어민주당을 종북좌파라는 이름으로 매도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런데 적어도 보수라고 하기 위해서는 헌법을 수호해야 한다는 기본적 가치가 최우선적 가치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그런데 대한민국헌법은 모든 국민이 주권에게 있고, 국가는 국민의 행복추구권, 자유권, 평등권, 재산권, 복지권, 교육권 등을 보장해야 할 책무가 있음을 선언하고 있다. 따라서 진정한 보수정권이라고 하려면 위와 같이 대한민국헌법이 추구하는 국민기본권을 보편적 진리로, 평등한 가치로 보장해야겠다는 강한 의지와 실천력이 필요하다. 

유승민 의원의 새누리당 탈당은 그가 탈당의 변에서 주장했던 대한민국헌법 제1조 제2항처럼 모든 국가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과 측근 몇 사람에게서 나오는 독재 또는 과두적 권력행사였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정치사적 사건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다시 말해 대한민국헌법가치를 수호해야 할 보수정당에서 오히려 헌법가치를 유린하는 사태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고, 소위 친박, 진박, 진진박이라는 희극적 대명사가 칭하는 사신(私臣)의 비굴함이 민주정인 대한민국에서 도를 넘는 부끄러움이 되고 있다. 물론 당사자들은 사신의 비굴함이 특정지역에서 표를 얻는 유일(?)한 방법이다 보니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으니, 어찌 좌우가 보이고 전후가 보이겠는가? 하늘에서 내려다보고 땅에서 올려다보고 있는 그 부끄러움을 본인들은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그 부끄러움을 더 한층 끌어올리려 발버둥치고 있는 것이다.

미국 대선예비선거에서 민주당 버니 샌더스의 열풍은 여전하다. 국내언론에서는 크게 보도되고 있지 않지만, 아니 미국에서조차 크게 메이저언론들이 그의 당선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지 않지만, 버니 샌더스는 지난 27일 개표된 하와이주에서 70.6%, 워싱턴에서 73.7%, 알라스카에서 81.6%의 득표율을 각각 올려 클린턴 후보를 압도하였다. 현재까지 클린턴 후보가 확보한 대의원수는 1712명이며 샌더스 후보는 1004명이다. 확보된 대의원 중 지지자를 바꿀 수 있는 슈퍼대의원은 클린턴이 469명, 샌더스가 29명이다. 만일 앞으로 치러질 남은 주에서의 샌더스 선전이 이루어진다면 클린턴을 지지했던 469명의 수퍼대의원 중 상당수는 버니 샌더스 지지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버니 샌더스가 후보로 지명되지 말란 법이 없다. 물론 일부 정치평론가들은 수퍼대의원들이 지지자를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보기도 하지만, 수퍼대의원들 역시 해당 지역 주 유권자에 의해 다음 선거에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해당 지역 주민의 강력한 요구가 있게 되면 지지자를 바꿀 수밖에 없고, 실재 지난 대선에서 처음에는 클린턴을 지지했던 수퍼대의원들이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한 것으로 지지자를 바꾼 전례가 있다. 결국 민심이 제일 중요하다고 하겠다.

미국에서의 위와 같은 현상이 이번 20대 총선에서도 전개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보인다. 자칭 사회주의자임을 자처해 온 무소속의 버니 샌더스가 민주당에 입당한 후 극적인 대통령 후보 지지도가 꾸준히 높아지고 있는 현상을 예사로이 볼 일은 아니다. 미국 메이저 언론이나 국내 메이저 언론은 선거를 독려하는 것 같지만 “새로운 정치세력의 출현”을 막기 위해 소위 “무시전략”을 자주 쓴다. 새로운 정치집단이 세력화하려면 국민에게 많이 알려져야 하는데, 아예 거론조차 하지 않음으로써, 하더라도 아주 적은 분량만을 거론함으로써 국민의 관심을 받지 못하도록 원천봉쇄하는 방향을 종종 이용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현정권의 경제실패에 대한 경제심판을 선거이슈로 내세우고 있는 야당의 선거전략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해묵은 안보불안심리를 자극하는 기사를 티브조선 등을 비롯한 대부분의 종편에서, 케이비에스를 비롯한 지상파 방송에서조차도 계속하여 내보내며 국민의 안보불안심리를 가중시키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8년간 보수정권 새누리당의 국회다수당화에 의해 국가부채가 얼마나 늘었고, 국민들의 소득이 얼마나 감소하였으며, 가계부채가 얼마나 증가하였는지, 청년들의 실업률이 얼마나 높아졌으며, 비정규직 근로자가 얼마나 양산되었으며, 대학생들의 반값 등록금 공약이 지켜졌는지, 노인들에 대한 복지수당이 제대로 지급이 되고 있으며, 누리과정에서의 정부지원금이 약속한 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재벌 등 대기업의 소득증가율이 저소득 국민들의 소득증가율을 몇 배에 달하는 소득양극화현상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통신이용자들이 도감청을 당하고 통신기록이 조회되는 인권침해가 빈발하고 있는지, 부산영화제로 상징되는 문화예술계에 대한 정치적 간섭이 어느 정도 심해졌는지, 세월호사고로 상징되는 안전사고에 대한 국가의 신속한 구호체제가 작동하고 있는지, 메르스 사태로 상징되는 국가방역체계의 허점은 없는지 등 국가정보자료가 공개되어 이를 비교함으로써 국민들이 현 정권이나 다수당인 새누리당이 정치를 잘해 오고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해줄 의무가 언론방송사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심층보도는 전혀 하지 않은 채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을 놓고 존영이니 아니니 하며 돌려달라 돌려주지 못한다 하는 가십성 기사만 늘어놓거나, 정치를 희화화하는, 그리하여 정치불신을 조장하거나 정나미가 떨어져 무관심하게 만드는 비본질적 보도에 치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언론이 앞장서서 반성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지적에 어느 종편이나 어느 지상파나 귀 기울일 것 같지가 않다. 어찌 보면 현 정권에 잘 길들여진, 아니 현 정권을 비호하는데 앞장서는 듯한 친정부 성향의 인물들이 지상파나 종편의 결재권자로 포진하고 있으니, 현 정권의 실정을 감추고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일에 전념하려고 하지나 않으려는지 염려스러울 지경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SNS의 발달로 국민 상호간의 소통의 기회, 정보 교환 및 공유의 기회, 잘못된 언론보도에 대한 즉각적 반론을 제기할 수 있는 기회 등이 늘어난 것은 다행이라 하겠다. 하지만 이러한 기기를 이용하는 연령대가 상대적으로 젊은 층에 몰려 있고, 비극적인 것은 이러한 젊은 층의 투표참여율이 그렇지 않은 연령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는 사실이다. 이번 선거는 일여야다의 구조로 치러지는, 그리하여 수도권에서 박빙의 차이로 야당이 몰패하는 현상이 나타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될 경우 여당의 과반수 확보는 물론이고, 3분의 2 확보가 이루어질지도 모르는 지경이다. 그 한 중심에 새정치를 구호로 내세운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 당이 자리 잡고 있다. 현재의 지지율을 검토해 보면 수도권에서 국민의 당 의원이 당선될 확률은 안철수 의원을 제외하고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국민의 당 안철수 의원의 생각은 지역구에서는 호남지역에서 몇 석, 서울에서 몇 석을 얻고, 전국구에서 지지율을 확보하여 10여석 이상을 얻음으로써 20석 이상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그런 연유로 수도권 지역구 선거에서 전멸하더라도 후보들이 출마하여 표를 얻으면 전국구 의원들을 다수 당선시킬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수도권 후보들의 당 대 당, 후보 대 후보의 연대 등을 극구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구 후보자들을 팔아 전국구 의원을 사겠다는 치킨게임을 벌리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되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으면 제3당으로서 캐스팅보트를 행사하여 정치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참으로 어리석은 생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다시 말해 3당 중 어느 당도 과반수가 되지 못할 경우라면 제3당인 국민의 당이 캐스팅보트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새누리당이 과반수를 훌쩍 넘겨 현 상태라면 180석 이상도 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에 제1야당과 제2야당이 쪼그라질 대로 쪼그라든 상태가 되고 만다면 아예 캐스팅보트라는 말 자체가 나올 수 없는 국회 구성이 되지 않을까 심히 염려스러운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시대정신을 반영하겠다며 내세운 “새정치”가 “개정치”가 되고 마는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고 말 것이다. 안철수 의원은 선거결과에 전적으로 자신이 책임을 지겠다고 한다. 하지만 그 책임을 지겠다고 하는 그 말이 얼마나 무책임한 말인지는 삼척동자도 다 안다. 불가능한 것을 이르는 시중의 속된 말로 “죽은 자식 불알 만지기”라는 말이 있다. 죽은 뒤에는 아무리 뒷북을 친들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말이다. 야권이 지리멸렬하고, 여권이 대승을 거둔 후 “모든 것이 내 책임이오”하고 사표를 낸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다. 가장 멍청하고 어리석은 자가 쓰는 “벼랑 끝” 전략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안철수 의원은 역사적 죄인이 되거나 죽어서 사는 역사의 혜안을 가진 자 중 어느 길을 택할 것인지 오늘내일 당장 결정해야 한다. 아직은 정치가로서 겸손해야 할 때이다. 내가 운영하는 기업, 나 혼자 망하면 그만이지 하는 오기를 발동할 때가 아니다. 기업이야 자신이 투자하였으니 망해도 혼자 망하면 그만이겠지만, 정치는, 대한민국은, 불쌍한 국민은 안철수 의원이나 국민의 당 혼자만의 것이 아니고, 영원한 역사의 것이어야 한다. 

자존심을 접는 길이 역사에서 승리하는 길이다. 시기를 늦추지 않고 신속하게 결정하는 것이 역사의 죄인이 되지 않는 길이다.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자신의 목을 치는 것이, 자신이 사랑하는 국민의 당 후보들의 당 대 당, 혹은 후보 대 후보의 연대의 길을 모색하여 강력한 여당에 강력한 야당으로 1 대 1 구도를 만들어 국민의 심판을 받는 것이 올바른 역사의 길이다. 국민 역시 그 동안 새누리당 정권이 잘 했다고 판단되면 여전히 여당을, 그렇지 않다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야당을 투표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특히 경북ㆍ대구를 중심으로 한 영남패권주의에 사로잡히지 말고, 호남의 맹목적 특정정당지지에서 벗어나,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며,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으로 올바른 투표권이 행사되기를 바란다. 어리석은 듯 어리석지 않고, 현명한 듯 현명하지 못한 국민들의 총화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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