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근욱의 'Radio Bebop (81)'-영화의 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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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근욱의 'Radio Bebop (81)'-영화의 미덕
  • 차근욱
  • 승인 2016.03.29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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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근욱 아모르이그잼 강사

쉬고 싶을 때 보통 떠올리는 것은 ‘영화라도 한편...’ 이다. 영화든 드라마든 소설이든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모두 다를 바 없는 환상임에도, 사람들은 영화라는 환상을 위해 시간과 돈을 들인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영화에 어떤 기대를 하는 것일까’, 에 대해서 나름 진지하게 고민해 보았던 적이 있었다.

영화에도 여러 가지 장르가 있는 법이어서 어려서는 무조건 액션이나 SF를 선호했었는데, 요즘은 영화를 볼 기회가 있다면 이상일 감독님의 ‘훌라걸스’같은 드라마 계열의 영화를 선택하게 된다. 그게 나이 먹는 증거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부지불식간에 삶에 대한 성찰을 기대한다는 점에서는 그 말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여튼 공감이 되는 영화가 좋은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 측면에서 새롭게 가치를 발견한 장르가 있다면 ‘코미디’영화가 아닐까 싶다. 예전에는 ‘영화’라면 기왕 볼 것 근사한 것, 멋있는 것이 좋아! 라면서 심각하고 진지한 영화를 보고 싶어 했다. 하지만 세상살이가 팍팍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 탓인지는 몰라도 이제는 차라리 가벼운 코미디 영화가 새삼 좋아진다. 물론 어거지를 부리는 억지개그를 한다거나 섹시 코미디라면서 저질개그를 선보이는 영화는 딱 질색이지만. 예전에는 코미디 영화에 대해 좋지 않은 편견도 있었던 적도 있었는데, 저런 시시한 영화는 왜 만드는 것일까 라며 코미디 영화의 존재가치를 이해하지 못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쉽지 않은 세상살이를 지내오면서, 가끔은 한 호흡을 쉬었다 가는 것도 인생에는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럴 때 쉬어갈 수 있도록 해 주는 코미디 영화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다. 좀 웃고 나면 인생사 시름 따위, 툴툴 털어버리고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는 그런 영화. 옛날 영화라면 ‘총알을 탄 사나이’가 그랬고 최근의 영화라면 ‘잭 블랙’의 코미디 영화가 그랬다. 보면서 실컷 웃을 수 있었으니까. ‘미스터 빈’ 시리즈는 문화차이인지는 몰라도 도무지 흥미를 느낄 수 없었지만, ‘총알을 탄 사나이’와 ‘잭 블랙’이라면 나름 전개가 꽤나 유쾌한 편이었다.

영화 중에는 ‘라스베가스를 떠나며’라던가 ‘그대를 사랑합니다’처럼 대놓고 잊혀지지 않는 영화가 있는가 하면 가끔은 이유를 알 수 없이 잊혀지지 않는 영화도 있기 마련인데, 내 경우에는 ‘클라우드 아틀라스’가 그랬다.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전직 워쇼스키 형제에서 이제는 워쇼스키 남매가 된 ‘앤디 워쇼스키’와 ‘라나 워쇼스키’ 감독의 작품인데, 우리나라에는 ‘배두나’씨가 헐리우드 영화의 주연급 역할을 맡은 것으로 유명해진 작품이다.

뭐 그리하여, 이 ‘클라우드 아틀라스’라는 영화에 대해서는 순전히 호기심 덕분에 보게 되었는데, 처음 보고 나서는 그야말로 ‘멍’했다. 6가지나 되는 이야기가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되어 각각의 에피소드가 이어진 영화였었는데 집중력이 약한 내가 보기에는 도무지 산만해서 내용을 알 수가 없었다. 뭐랄까... 종잡을 수 없는 영화랄까... 하지만 탁월한 OST와 배우들의 열연으로 알 수 없는 인상이 깊이 남았고 그 잔상의 실체는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다가 결국 한번 더 보기로 했다. 그래서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얼덜결에 한 자리에서 2번을 반복해서 본 영화가 되었다.

‘클라우드 아틀라스’를 두 번째 보았을 때, 나는 삶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다. SF의 색체도 강했지만, 이 영화는 드라마로서 시간과 인간, 그리고 삶에 대한 깊은 사색을 담고 있었다.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앞서 말한 것처럼, 500년의 시공간을 걸친 6개의 이야기가 하나의 주제로 이어져 있다. 재능을 펴지 못한 젊은 음악가의 이야기, 죽음의 문턱을 넘어 결국 인간애를 깨달아 인권변호사가 되는 한 남자의 이야기, 미래도시 클론으로 태어났지만, 존재의 가치에 대한 의미를 남기는 ‘선미’의 이야기, 핵발전소의 음모를 밝혀내는 열혈 여기자의 이야기, 강제로 요양원에 갇히게 된 출판업자의 탈출 로맨스, 모든 문명이 파괴된 미래에서 식인종으로부터 가족을 지키고자 하는 청년의 이야기.

이 모든 이야기는 장르와 내용은 다르지만 결국 ‘사랑’과 ‘용기’에 대한 이야기였다. 언제나 세상은 너무나 거대하고, 이 세상을 지배하는 권력 앞에 우리는 늘 나약한 겁쟁이가 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용기를 내어 앞으로 나아가야 하고 사랑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인간의 특권이자 의무이므로.

이것이 워쇼스키 남매가 의도했던 메시지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나는 영화를 보고 나서 사랑에 대해서, 그리고 용기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신의 나약함으로 인해, 마주한 현실에 포기를 고민하기 마련이다. 자신의 노력과 신념을 믿기보다는 무언가 더 의지 할 만 한 강한 존재를 찾기도 하고, 진실한 사랑보다는 계산을 먼저 앞세우기도 한다. 그러나 그리 대단한 존재가 아니더라도 진실한 마음으로 간절히 바란다면, 그리고 그 절박함으로 포기하지 않는다면 인생은 충분히 의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사람들은 왜 영화를 볼까? 짧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웃음도, 용기도, 그리고 성찰도 영화에는 모두 담겨 있기에 우리는 영화를 찾는지 모른다. 어쩌면 세상을 살아가는 힘을 얻고자 우리는 영화를 찾는 것일지도 모른다. 책은 아는 만큼 보인다. 사람도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기 마련이다.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 우리네 가슴에 담긴 질문이 온전히 살아있을 때, 그때 삶의 찬란한 순간들도 그 가슴에 답을 하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삶이라는 여행은 그 여정의 끝에서 모두의 가슴에 즐겁고 기쁘고 행복한 추억으로 남는 것이 아닐까.

영화의 미덕이란 그 장르에 있어 각각의 역할이 있기에 모든 영역이 소중하다. 우리 모두의 각자가 그렇게 소중하듯.

하지만 결론은 하나다. 영화야, 일단은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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