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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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49)
  • 신종범
  • 승인 2016.03.25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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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법률사무소 누림 변호사
전 군검찰관, 국방부 소송총괄
sjb629@hanmail.net
http://blog.naver.com/sjb629 

우리 지역구는 집권 여당 강세지역으로 분류된다. 그렇다보니 총선일 훨씬 이전부터 빨강색 현수막이 내 걸리고 수 명의 기호 1번 예비후보들이 아침, 저녁으로 명함을 돌렸다. 당연히 그 후보들 중 1명이 새누리당의 공천을 받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결과를 보니 전혀 모르는 사람이 새누리당 공천심사위원회에서 단수추천을 받았다. 다른 후보자들보다 경쟁력이 뛰어난가 생각했는데 우리 지역 여론조사에서 하위권이었다고 한다. 그동안 열심히 선거운동을 해 온 수 명의 예비후보와 경선도 치르지 않고, 여론조사에서 앞서는 후보들을 제치고 당선이 유력한 지역에 추천을 받은 이 사람을 언론에서는 ‘진박 후보’로 불렀다. 새누리당 대표는 우리 지역구에 대한 공천심사위원회의 결정이 상향식 공천을 규정하고 있는 당헌에 어긋난다며 지금까지 공천 확정을 보류하고 있다. 약세지역이지만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예비후보자들이 나왔고 열심히 선거운동을 했다. 그런데 이 당 역시 경선 없이 공천이 이루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의 공천을 받은 사람은 다른 지역구 경선에서 떨어진 사람이었다. 패자부활전에 참가하게 된 것이다. 예비후보자들은 반발했다. 

선거권을 가지고 나서부터 몇 번의 국회의원 공천 과정을 보아 왔지만 이번 공천 과정처럼 혼란스럽고 불편한 광경은 없었던 것 같다. 각 정당들은 공천 전에는 ‘상향식 공천’ 이니 ‘국민참여공천’이니 하면서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고 민주적 공천과정을 통해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것처럼 이야기 했다. 그러나, 결론은 ‘편가르기 공천’, ‘찍어내기 공천’, ‘밀어내기 공천’, ‘돌려막기 공천’, ‘패자부활공천’, ‘자객공천’, ‘폭탄돌리기 공천’ 등 차마 민주국가에서 공천이라고 볼 수 없는 ‘막장공천’이 이루어졌다. 공천에서 탈락한 후보들 중 어떤 사람들은 탈당하여 무소속 출마를 준비한다. 당에서 버려졌으니 국민들로부터 정치적 심판을 받아 보겠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지역별, 세대별 지지기반이 확실한 양당 구조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되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탈당하지 않고 잘못된 공천에 대하여 사법적 심판을 받아 보는 것은 어떨까? 

우선, 정당의 공천 과정에서 법령이나 당헌 위반을 이유로 공천의 효력을 법원에서 다툴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정당은 정치적 결사체로 자율성이 보장되고 정당의 공천행위는 정치적 행위이므로 사법심사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견해도 있을 수 있지만 우리 법원은 정당의 공천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 과정의 일부로 공적인 성격을 띠므로 정당의 공천이 헌법, 정당법, 공직선거법 등 법령이나 당헌 등에 위배되거나 그 절차가 현저히 불공정할 경우에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그 효력을 다툴 수 있을까 ? ‘공천무효확인의 소’를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이 소송을 제기하면 그 소송 계속 중에 이미 선거가 끝나 버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확인의 이익’이 없어 ‘각하’ 판결을 면하기 어렵다. 실제 판례도 “선거가 정당 등의 후보자 추천과 후보자 등록을 거쳐 실시된 뒤 당선자까지 확정되어 그 선거절차가 종료한 경우 선거 절차 중 하나인 정당의 후보자 공천 위법 여부는 과거의 법률관계에 불과하여 그 확인을 구할 소의 이익이 없다”고 하였다. 결국, 보전소송으로 ‘공천효력정지가처분’이 효과적인 수단일 수 있다. 실제로 공천의 효력을 다투는 대부분 소송은 ‘공천효력정지가처분’으로 이루어진다. ‘공천효력정지가처분’은 임시지위를 정하는 가처분으로 소명에 의하여 신속하게 결정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천에서 탈락한 사람이 정당을 상대로 정당의 공천과정이나 공천자 결정에 있어 공직선거법, 정당법 등 법령이나 당헌에 위배됨을 이유로 ‘공천효력정지가처분’을 신청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법원의 판단인데 우리 법원은 정당의 공천행위에 자율적 재량을 폭넓게 인정하여 신청이 인용된 예는 거의 없다. 실제 이번 공천에서도 논란이 된 ‘컷오프’와 관련하여 법원은 “공천배제를 할 현역 국회의원의 비율이나 숫자, 컷오프의 구체적인 심사요소 및 세부배점, 심사를 위한 조사방법, 심사과정에서의 개개인 지원자에게 면접 또는 소명기회를 부여할 것인지 여부, 심사자료 공개 등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당이 스스로 정할 수 있는 자율적 영역에 속한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 더군다나 공천이 늦어지면서 후보자등록일을 바로 앞두고 공천자가 결정된다면 아무리 서둘러 ‘공천효력정지가처분’을 신청하더라도 인용결정을 받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가처분결정 당시에 정당의 후보자가 이미 등록되었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통상의 후보자 추천절차로는 새로운 후보자를 결정할 수 없다면 가처분 결정이 무의미 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국회의원 공천에서는 최초로 ‘공천효력금지가처분’신청에 대한 인용결정이 있었다. 법원이 공천과정에서 절차 위반을 이유로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것이다. 그러나, 해당 정당은 공천결정자를 바꾸지 않았고, 가처분신청을 낸 사람은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법원이 그동안의 소극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인용결정을 한 것은 금번 공천과정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법원의 결정까지 무의미 하게 되어 버렸다. 

후보자등록일이 시작되면서 사실상 20대 국회의원 공천이 끝났다. 20대 국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많은 국민들은 실망하고 있다. 끝내 버림 받은 정치인이 당을 떠나면 인용한 헌법 제1조 제2항을 정치인이 가슴에 새겼으면 한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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