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말조심의 시대, 합종연횡은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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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말조심의 시대, 합종연횡은 어디로?
  • 오시영
  • 승인 2016.03.18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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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교수 / 변호사 / 시인

신약 야고보서는 성경이면서도 하나님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인간 윤리적 교훈을 많이 담고 있다. 구약의 잠언과 더불어 필자가 즐겨 읽는 성경이다. “우리가 다 실수가 많으니 만일 말에 실수가 없는 자라면 곧 온전한 사람이라 능히 온 몸도 굴레를 씌우리라(3:2).”라거나 “혀는 곧 불이요 불의의 세계라 혀는 우리 지체 중에서 온 몸을 더럽히고 삶의 수레바퀴를 불사르나니 그 사르는 것이 지옥불에서 나느니라(3:6).”라는 성경구절은 특히 사람의 말, 혀의 무서움을 우리에게 교훈하고 있다. 우리 옛 속담에도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거나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라는 등 말조심할 것을 경고하고 있다. 그 외에도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거나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등 말을 둘러싼 경구가 넘쳐 나는 것은 말의 중요성을 십분 강조하는 것이라 하겠다.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이 공천살생부를 둘러싸고 김무성 대표를 죽여 버려야 한다는 막말이 문제가 되어 승승장구하던 기세에 제동이 걸리고, 결국 공천탈락이라는 쓴 잔을 마시게 되었다. 워낙 박근혜 대통령의 총애(?)를 받고 있어서 공천을 탈락시킨 새누리당에서 윤상현 의원의 출마지역구에 후보를 내지 않는 정책을 써 윤상현 의원이 탈당 후 무소속 출마의 길을 열어주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이야기마저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 후보로 나오는 것과 무소속으로 나오는 것 사이에는 많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어느 정도 여야 간에 지역구 후보자가 특정되었다. 윤상현 의원은 자신이 전화로 누군가에게 그렇게 누군가를 죽여 버려야 한다는 막말을 늘어놓을 때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갈 줄 어찌 알았으며 낮말을 새가 듣고 밤말을 쥐가 듣는다는 사실을 어찌 인식했겠는가? 사람이 승승장구하며 세상천지가 자기 발 아래 보이거나 자기 말 한 마디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을 자주 보게 되면 교만해져서 우선 말투가 달라지기 마련이다. 자신 있는 말투가 자신의 소신과 용기를 돋보이게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적을 만들고 말의 상찬이 지나쳐 부메랑이 되어 자신의 목을 친다는 사실을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야당에서도 당대포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정청래 의원의 주승용 최고위원에 대한 공갈협박 막말이 발단이 되어 당내 징계를 받고 공천탈락이라는 결과가 된 것도 마찬가지라고 하겠다.
 
신약성경 야고보서는 예수의 동생인 야고보가 썼다고도 하고 다른 이가 썼다고도 하는 등 저자가 명확하지는 않지만, 무엇보다도 관념적인 믿음보다는 구체적인 행함의 결실을 더 중요시하는, 기독교인으로서는 일상생활 속에서 지켜나가야 할 구체적 행함의 중요성을 기록하고 있다. “혀는 곧 불이요 불의의 세계라”라는 표현 앞에서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다. 현대는 말의 시대이다. 말의 시대는 곧 글의 시대를 의미한다. SNS로 상징되는 언어의 성찬시대이고, 댓글로 상징되는 표현의 만개시대이다. 모두들 말을 못해 입이 근질근질하고, 모두들 글을 써 올리지 못해 손가락이 꼬물락거려 죽을 지경이다. 필자는 SNS를 하지 않는다. 말하기 좋아하는 나쁜 습성(?)을 잘 아는지라 순간적으로 써 올리는 SNS의 즉흥성으로 인해 말에 실수를 할까 봐 겁이 나기 때문이다. 수많은 팔러워를 거느리고 있고, 자신의 촌철살인 말 한 마디에 일희일비하는 수많은 추종자(?)들을 보면 아마 영향력 있는 트위터 등은 기분이 좋을지 모른다. 하지만 말이란 뱉으면 도로 주워 담을 수 없는 것이라 언젠가는 실수를 하게 마련이고, 깊은 나락으로 추락하는 것은 어찌할 수 없는 경험칙이라 하겠다.
 
바야흐로 선거철이다. 일여다야 구도로 선거판이 짜여져 수도권 등에서 야당이 지리멸렬할 것으로 예상되던 선거판이 새누리당의 무리한 공천으로 이탈자들이 “반박연대”를 구성할지도 모르는 형국이 되어가고 있고, 만일 이렇게 된다면 다여다야 구도의 선거판이 짜여질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이번 공천의 특징을 살펴보면 “여당은 친박 밀어주기, 비박 죽이기”라고 할 것이고 “야당은 친노 죽이기” 정도라고 할 것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여당은 유승민 의원 공천 여부만을 남겨 놓고 지역구가 대부분 결정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대놓고 항명한 죄(?)를 물어 그를 내칠 것인지, 아니면 수도권 선거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친유승민계 현역 의원들을 모두 공천탈락시켜 그의 수족을 자른 이상 그를 살려둔 채 고립무원의 외톨이로 만들 것인지를 놓고 계속해서 저울질하고 있는 모양이다. 아무래도 전자쪽으로 갈 확률이 높아 보인다. 특별한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것이 박근혜 대통령의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입바른 소리를 한 원내총무를 역임한 이재오 의원, 복지부장관을 지낸 진영 의원을 내치고, 대구 등에서 지역구 인기가 높은 유승민계를 모두 내친 결기를 보아서 그렇다는 것이다. 
 
다여다야 구도가 되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기원 전 4세기 경 중국 전국칠웅 당시의 합종연횡이 생각난다. 합종연횡의 두 주인공 소진(蘇秦)과 장의(張儀)는 제나라 출신 종횡가 귀곡자(鬼谷子) 문하에서 동문수학한 친구이다. 7웅 중 가장 서쪽에 위치한 강대국 진나라의 침략에 두려워하던 동쪽에 흩어져 있던 연(燕), 제(齊), 초(楚), 한(韓), 위(魏), 조(趙) 6개국이 종으로 길게 연합하여 진나라에 대항하자는 합종안을 성사시킨 이가 바로 달변가 소진이다. 연나라에 등용되어 6개국을 연합시켜 진나라에 대항하는 합종안을 성사시킨 후 이를 진나라에 보내 진나라의 경거망동을 사전에 차단시킨 이가 바로 소진이다. 소진보다 뒤늦게 자신을 발탁해 줄 제후를 찾아 나선 장의의 인물됨을 알고 있는 소진은 장의를 촉발시켜 진나라를 찾아가도록 하여 그가 진나라에 등용될 때까지 물심양면으로 도운 후 등용되자 이러한 사실을 알려 처음에는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해 소진에게 치욕을 당한 사실에 복수를 하겠다며 이를 갈던 장의를 감복시킨다. 그리하여 장의로 하여금 진나라가 당분간 전쟁을 일으키지 않도록 한다.
 
하지만 장의는 결국 연횡정책을 추진하여 합종 6개국의 연합을 깨뜨리니, 처음에는 가장 약소국인 위나라를 연합에서 이탈시키고, 이어서 초나라를 이탈시킨 뒤 한나라, 제나라, 연나라를 차례대로 합종에서 이탈시켜 일 대 일 국교를 체결한 후 결국은 이 모든 나라를 멸망시키고 진나라가 전국을 통일하게 된다. 결국 처음에는 소진의 합종책이 성공해 약소국인 6개국은 자국의 독립을 지킬 수 있었지만, 나중에는 장의의 연횡책이 성공하여 약소국들은 분열하였고 진나라에게 멸망당하는 비운을 겪게 된다. 물론 긴 중국 역사의 관점에서 보면 나중에 진시황으로 상징되는 진나라라는 통일국가가 성립되지만, 결국 진나라를 제외한 6개국은 장의의 세치 혀에 놀아나 소진의 합종책에서 이탈함으로써 스스로 멸망의 길로 나아간 어리석은 역사적 교훈을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다.
 
요즘 수업시간에 학생들과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을 가지고 토론 중에 있다. 17세기 루이 14세로 상징되는 절대왕정체제에서 “국가 권력의 삼권분립”이라는 현대적 발상을 한 몽테스키외는 아무리 계몽주의 시대라고 하지만 그 위대성을 높게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법의 정신 사상이 1948년 세계인권선언의 가장 중심적 가치로 현대화되고, 우리나라 헌법의 기본골격이 되었다는 것은 참으로 신비롭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이 선도한 국가권력의 3권분립은 형식적으로 완성되었을지 모르겠지만, 현대는 대기업 또는 재벌로 상징되는 자본가의 금권이 3권분립 위에 존재하는 이상형국에 처해 있음을 간과할 수가 없다. 
 
이제는 새로운 계몽주의가 필요한 세상이다. 국가권력을 셋으로 쪼개어 입법, 행정, 사법의 형식적 분리로 이 세상에 난무하고 있는 현안들을 해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음을 우리 모두는 인정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계몽주의, 국가 3권을 온전히 재벌들의 금권주의로부터 지켜내 세계인권선언이 추구하고 있는 진정한 인권의 보장, 자유와 평등, 행복추구권이 보장되는 올바른 자본으로부터의 자유를 추구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하겠다.
 
이번 4ㆍ13총선을 통해 어떠한 합종연횡이 이루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갈가리 찢어져 있는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권이 어떻게 합종연횡의 전체적 통합과 부분적 분열을 통해 21세기가 요구하는 진정한, 실질적 권력분립의 민주주의를 달성할 것인지는 향후 대한민국 역사를 바꾸는 출발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번 총선기간 동안 말의 품위를 정치인들로부터 보고 싶다. 일명 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한 필리버스터에서 보여주었던 정제되고 논리적이며 순화된 언어의 성찬을 이번 총선과정에서 보고 싶은 것이다.
 
그렇지 않고 윤상현 의원식 막말이 다시 남발된다면 국민은 또 절망할지도 모른다. 소진과 장의가 같은 스승 귀곡자 밑에서 동문수학하면서도 서로 걸어갔던 길이 달랐던 것처럼, 완전한 대한민국을 완성시키고자 하는 길은 동쪽과 서쪽이 서로 다를지 모른다. 전국칠웅은 강한 서쪽의 단일국가 진과 약한 동쪽의 여섯 개 약소국들이 합종상태에 있을 때 균형추가 맞았다. 우리나라의 지형과는 반대이다. 찢어진 서쪽의 야당과 뭉쳐 있는 동쪽의 여당이 버티고 있는 형국에서 서쪽의 야당이 소진의 지혜대로 합종을 하면 동쪽의 여당과 한판 승부가 가능하겠지만, 그렇지 못하고 여당의 알 수 없는 장의의 지혜가 발휘된다면 필패의 길을 걸을 것이다.  
 
칼에는 두 개의 날이 있지만, 사람의 입에는 백 개의 날이 있다는 베트남 속담이 떠오른다. 구약 잠언도 “입에 재갈을 물리면 목숨을 지키지만, 입을 함부로 놀리면 목숨을 잃는다(13:3)”거나 “슬기로운 사람의 혀는 바른 인생을 깨우쳐 주지만, 미련한 사람의 입은 어리석은 소리를 뱉는다(15:2).”고 기록하고 있다. 여당의 공천 내홍이 어느 정도 가라앉으면 그들은 끊임없이 장의의 연횡책을 내세워 야권의 분열을 공고화시켜 일여다야의 현체제를 강화시켜 자신들이 필승의 길로 나갈 것이다. 
 
이번 공천은 여야 가릴 것 없이 누군가의 복심이 강하게 작용한 사천, 사감의 징후가 아주 농후하다. 하지만 정치는 힘의 문제인 걸 어찌하겠나? 누구든지 두려워하지 마라. 그냥 부딪혀 죽겠다고 하면 산다. 살겠다고 도망하면 죽는다. 도망가다 죽을 것인가, 부딪혀 깨지더라도 살 것인가? 그것은 합종연횡 중 어느 선택을 할 것인지 그대의 지혜에 달렸다. 남 탓 하지 마라. 바로, 네 탓이다, 너 때문이다, 너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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