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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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47)
  • 신종범
  • 승인 2016.02.26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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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좋은 사무실
 

신종범
법률사무소 누림 변호사
전 군검찰관, 국방부 소송총괄
sjb629@hanmail.net
http://blog.naver.com/sjb629 

아침 출근을 위해 지하철역에 들어서면 은은한 커피향과 구수한 빵 냄새가 후각 뿐만 아니라 온 신경을 자극하는 것 같다. 그 때까지 아무런 감각이 없던 입안에 침이 고이고 허기가 느껴진다. 지하철역 안에 있는 커피전문점 때문이다. 이 커피전문점은 커피향과 빵 냄새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목을 붙잡는다. 유혹을 이기지 못한 사람들이 커피전문점에 줄을 선다. 나도 갈길 바쁜 출근시간임에도 달콤한 유혹에 빠져 발길을 붙잡힌 적이 몇 번 있다. 요즘 어딜 가나 널려 있는 것이 커피전문점인데 이 집은 참 자리를 잘 잡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커피전문점이 들어오기 전에는 쌀빵을 파는 곳이었다. 그 때는 지금처럼 사람들을 잡아 끌지는 못했다. 커피향도 없었고, 빵 냄새도 지금과 같지 않았다. 자리는 같은 곳인데 흥행에는 차이가 있었다. 어느 곳에서 어떤 사업을 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좌우될 수 있음을 이곳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목’. 자리가 좋아 장사가 잘 되는 곳이나 길을 말한다. 업종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보통 사람들이 많이 왕래하는 곳, 교통이 편한 곳, 찾기 쉬운 곳 등이 목 좋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창업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이 목 좋은 곳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사업의 성패가 달려 있기 때문에 비용을 지불하고 컨설팅을 받기도 한다. 당연히 목 좋은 곳을 얻기 위해서는 상당한 비용도 지불하여야 한다. 사람들은 특별히 알고서 찾아 가는 곳이 아니라면 주변에 있는 곳을 찾아가기 마련이기 때문에 목 좋은 곳은 그만한 가치를 지닌다. 사업의 종류에 따라 장소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사업도 있지만 일반인을 상대로 하는 사업에 있어서 목 좋은 곳은 상당한 잇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변호사 사무실은 어떨까? 변호사 사무실도 목 좋은 곳이 있을까? 변호사 사무실이 있는 곳을 보면 법원 주변이 압도적이다. 서울 교대역 부근에 가면 수 많은 변호사 사무실을 볼 수가 있다. 잠재적 의뢰인들이 많이 왕래하는 곳이니 법원 주변에 변호사 사무실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 법원 주변이 변호사업계에서는 일단 목 좋은 곳이다. 그런데, 목이 좋은 건물 1층에 자리 잡고 있는 변호사 사무실은 그리 많지 않다. 법원 주변 건물 1층에는 주로 법무사 사무실이 많다. 법무사 사무실은 법원 주변을 지나다니다 무작정 찾는 사람들이 많지만, 변호사 사무실은 거리를 오가며 그냥 찾아오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덜하기 때문이다. 변호사를 찾을 때는 아는 사람을 통해서 사무실의 위치를 확인하고 찾아 오거나 법원 주변의 변호사 사무실을 찾을 때라도 막연히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인터넷 등을 통해 변호사에 대한 정보를 얻고 찾아 오기에 굳이 변호사 사무실이 1층에 자리 잡을 필요는 없는 것이다. 이러한 점 때문에 보통의 업종에서 목 좋은 곳으로 불리는 건물 1층이나 지하철 역 출구 바로 앞 등의 장소적 의미가 변호사 사무실을 구할 때에는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게 미치는 편이긴 하다. 

그런데, 요즘 법원 주변을 떠나 사무실을 개업하는 변호사가 늘고 있다. 이제 구청 등 관공서 주변에서는 변호사 사무실을 쉽게 발견할 수 있고, 기업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은 물론 시장이나 상가 그리고 주택이 밀집해 있는 곳에서도 변호사 사무실을 발견할 수 있다. 변호사 수가 적었던 시절에는 변호사의 편의를 위해 법원 주변에 사무실이 있어도 의뢰인들이 찾아와 사건 수임에 어려움이 없었지만 변호사 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이제는 법률 수요자의 편의를 위해 그들이 있는 곳에 사무실을 여는 것이다. 사람들도 더 이상 변호사 사무실의 문턱이 높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변호사 사무실도 목 좋은 곳에 자리 잡는 것이 예전보다는 중요해졌다. 법률수요자가 많고, 그들이 편하고 쉽게 찾아올 수 있는 곳이 아무래도 유리할 것이다. 얼마 전 사무실을 이전했다. 변호사 개업 후 처음으로 사무실을 이전한 것이고 더욱이 직접 사무실을 분양 받아 개업한 것이기에 고민이 많았다. 그동안은 법률수요나 사무실의 위치 등에 대하여 별다른 고민이 없었지만 직접 사무실을 선택하고 이전 개업을 준비하다 보니 사무실의 위치도 무시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필자가 이전 개업한 곳은 서울동부지방법원이 이전하는 곳이다. 법원, 검찰청 등이 이전하고 주변에 지식산업센터 등이 건축 되면서 대규모 법조단지가 조성되고 있다. 사무실 위치는 법원 출입구 바로 맞은 편이다. 스스로 판단컨대 목이 좋은 곳이다. 그리고 이 곳에 들어선 첫 번째 변호사 사무실이다. 

출, 퇴근길 지하철역 같은 장소에서 쌀빵집과 커피전문점의 희비는 엇갈렸다. 같은 장소라도 그곳을 어떻게 활용하고 사업을 운영하여 사람들부터 신뢰를 얻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아무리 목이 좋은 곳에 있더라도 한번 찾은 사람들이 더 이상 찾지 않는다면 성공할 수 없다. 사무실의 위치도 무시할 수 없지만, 의뢰인들을 스스로 찾아오게 만드는 실력을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새로 이전한 목 좋은 사무실에서 실력과 신뢰도 쑥쑥 키워 나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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