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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레일바이크와 오색별빛정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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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레일바이크와 오색별빛정원전
  • 신희섭
  • 승인 2016.02.26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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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고려대학교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아이들이 방학을 했다. 방학을 한 아이들에게 시간은 ‘선물’이다. 무엇인가 학교시간을 대체할 것이 필요하다. 반면에 부모에게 시간은 ‘숙제’다. 무엇인가 학교시간을 대체할 계획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점은 과거 부모들과 많이 다르다. 과거 부모들에게 방학은 그다지 어려운 숙제는 아니었다. 아이들끼리 놀면 그만이었다. 아침부터 학교에 안가도 되는 아이들은 친구네 집을 다니거나 시골에라도 가서 시간을 보냈다. 주변에 같이 놀 수 있는 아이들이 많았다. 잘 꾸며진 놀이시설도 별로 없었고 특별히 돈도 없었다. 그러니 몸을 사용하는 놀이들이 발전했다. 말뚝박기를 보라. 몸무게만 있으면 된다.

요즘은 아이들이 방학을 하면 부모가 고통을 받는다. 풀어놓고 같이 놀 수 있는 친구들이 없다. 예전보다 몸무게는 늘었지만 말뚝박이를 할 최소 인원인 3명조차 만들기 어렵다.

같이 놀 수 있는 친구들이 별로 없으니 놀 수 있는 친구들이 그나마 모일 수 있는 공간을 찾거나 친구를 대체해서 시간을 써줄 대상을 찾아야 한다. 이 상황은 돈을 요구한다. 뭐하나 하려고 해도 다 돈이다. 이런 게 싫어서 어학연수를 보내거나 방학특강을 등록해서 죽어라 공부를 시키는 부모도 있다. 이러면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고통이 시작된다. 방학인데 아이들에게 여유를 주려면 놀 수 있는 계획을 짜야 한다.

보낼 시골도 없다. 요즘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자식근처에서 손자들을 키운다. 그러니 마땅히 갈 시골도 없다.

시간을 써야 하는 부모. 돈을 지불하고라도 아이들에게 특별한 시간을 선물하고 싶은 것은 예나 지금이나 부모들의 같은 생각일 것이다. 그런데 한국부모만 그럴까? 그렇지 않다. 극성스러운 중국만 해도 우리와 비슷할 것이다.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불을 넘어서게 되면 아이에 대해 시간과 계획을 짜야 하는 중국부모들의 부담은 더 커질 것이다. 그러니 방학시간에 대한 시장의 수요는 크다고 할 수 있다.

맞벌이, 높은 교육열, 사교육시장의 확대, 아이들 공동체인 놀이터의 붕괴. 적어지는 자녀수. 특별하게 키우고 싶다는 열정. 이런 요인들이 겹치면서 아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주고 싶은 수요는 점차 더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부모는 시간이 없다. 직장을 다니는 부모는 아이와의 특별한 추억 만들기를 주말에 몰아서 한다. 그러니 어디를 가도 소위 박터지는 경쟁을 한다. 주차장과 같은 도로. 입장을 위한 줄서기. 비싼 요금. 짜증 섞인 부모들의 터지는 잔소리. 휴식은 이미 온데 간데 없고 이 곳을 다녀왔다는 사명감만이 지배하는 주말.

어제 방학을 한 아이들만 데리고 하루짜리 여행을 했다. 일정은 이랬다. 춘천에서 막국수를 먹고 소양강댐을 보고 김유정 역에서 이제는 달리지 않게 된 경춘선자락을 레일 바이크로 달렸다. 강촌에서 다음 목적지인 가평의 아침고요수목원으로 갔다. 겨울철 야간 행사인 오색별빛정원전을 보았다.

‘신가네 3총사’가 엄마 없이 오롯이 노는 데만 집중했다. 아이들은 간만에 ‘3무(無)’를 즐겼다. 잔소리 없고, 다음 스케줄 없고, 줄서기가 없는 하루가 된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참 재미있는 여행이었다. 그런데 여행을 하면서 느낀 아쉬움이 있다. 관광에 대한 제법 많은 수요가 있음에도 이에 대한 체계적인 준비가 안 되어 있다는 것이다. ‘레일바이크와 오색별빛정원전’의 제목처럼 연결이 안되는 것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춘천으로 가는 고속도로로 평일에는 춘천은 서울에서 40여분 정도 시간밖에 안 걸린다. 막히는 시내이동보다도 빠르다. 여행지로서 거리부담은 그만큼 적다. 이 도로를 평일에 지나보면 도로에 차가 별로 없다. 특히 대형트럭들이 안다닌다. 산업단지나 산업시설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지역경제에서 관광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어떻겠는가? 사활적으로 관광을 키워야 평일에도 이 지역 경제가 산다. “사활적”이어야 한다.

물론 이 지역만 그런 것은 아니다. 수도권 인근 관광지들은 모두 동일하다. 포천, 연천, 강화, 오이도. 모두 주말장사만을 바라보고 있다. 그나마 겨울에 인제와 화천은 빙어축제와 산천어축제라도 하여 소득을 올리지만 그것도 그때뿐이다. 그러니 관광산업을 키우겠다고 제 2 의 정선카지노를 만들겠다고 하는 것이다.

그럼 이 지역들의 현재 관광자원으로는 안 될까? 지금처럼 개별적인 관광상품구성으로는 시장을 키우기 어렵다. 레일바이크도 30분을 타고 종착지인 강촌에 가면 특별히 할 것이 없다. 소양강댐에 가도 청평사 들어가는 배를 타는 것이 아니라면 바람 부는 댐을 보면서 “아...크다!”하고 다음 목적지를 위해 차에 올라타야 한다. 아침고요수목원도 한 시간 반 정도 사진찍고 돌아다니면 끝이다.

관광지가 2-3시간 이상 관광객을 붙들지 못한다. 그러니 빨리 빨리 다음 장소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이동하기 전에 바쁘게 찍은 사진 몇 장이 전부다. 별로 감흥이 없으니 여행지라는 생각이 잘 안들고, 주말에 막히고 기대대비 실망이 크니 같은 값이면 해외 여행지를 찾게 되는 것이다.

한국의 관광이라는 것이 가지는 문제들을 전부 보여준다. 관광에 대한 수요는 있다. 하다못해 방학기간 아이들을 위한 수요라도 있다. 그런데 공급자들이 한 번 온 관광객들을 움켜쥐지 못한다. 영세하고 체계성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 관광산업의 고질적인 문제가 여기서 드러난다. 우선 ‘스토리’가 없다. 소양강댐에 대한 이야기나 경춘선에 추억을 이야기로 이어주는 것이 필요하지만 스토리텔링이 없다. 그러니 관광지는 그저 사진에 머물고 일회적인 것에 머문다. 기억할 수 있게 하고 상상할 수 있게 해주는 스토리가 없는 것이다. 두 번째는 다음 것과 연계가 없다. 레일바이크도 강촌역에 내려 셔틀버스 타는 곳 까지 걷게 해두었지만 다음에 무엇을 연결해서 하면 좋을지에 대한 안내는 어디에도 없다. 그저 사륜 오토바이 체험업체들이 나와서 관광객을 물끄러니 바라보는 것이 전부다. 더 아쉬운 점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있었다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보다 돈을 더 많이 쓰기위해 온 중국 사람들이 과연 무엇에 돈을 쓸 수 있겠는가!

관광에 대한 관광에 대한 의식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다. 관광을 산업이 아닌 몇 영세상인들의 것으로 여기는 구태의연함이 문제의 핵심에 있다. 아직 한국이 관광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없다는 것은 변명이 안된다. 우리만 해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춘천과 강촌 가평에 대한 기억이 있는가!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지역에서의 관광들은 그저 한 시간 남짓 보낼 수 있는 이벤트들에 불과하다. 지역관광시설들을 연계해 관광산업구조로 전환하려는 의지가 적은 것이다. 체계적 연계의 부족이 제법 잘 만들어진 관광 시설물들을 그저 몇 사람들의 아이디어에만 의존하게 한다.

평일의 한산한 춘천고속도로에 더 많은 사람들이 비용을 들일 준비가 되어있다. 어떻게 이들을 불러들일 것인지 관광 산업적 관점의 체계적 아이디어를 만들 때도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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