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게임의 법칙과 강경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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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게임의 법칙과 강경정책
  • 신희섭
  • 승인 2016.02.19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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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고려대학교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포커게임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이 게임의 묘미는 너무 많은 변수에 있다. 우선 패를 받는 것 자체가 운에 달려있다. 운에 의해 받게 된 몇 장의 카드를 가지고 상대방과 자신의 패를 보고 게임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운만이 이 게임을 지배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게임을 흥미롭게 만든다. 우선 상대방이 안보여주는 카드 패를 예상해야 한다. 상대방의 행동을 보고 예상을 해야 하기 때문에 게임의 참가자는 자신의 패가 무엇인지를 알려주기 위해 표정을 사용할 수도 있고 강하게 배팅을 할 수도 있다. 공갈을 사용해서 더 높은 패를 쥔 상대방을 포기하게 만들 수도 있다. 이런 공갈을 몇 번만 사용하면 상대방에게 공갈 자체가 읽히기도 한다. 운과 예측과 기술 등이 작동하기 때문에 변화무쌍한 것이 사람의 인생과 닮았다.

박근혜대통령이 2월 16일 국회에서 연설을 하였다. 그동안 사용했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실패하여 정책을 변화시키겠다는 취지의 내용이다. 대북정책을 강경정책으로 바꾸며 북한의 정권교체를 처음으로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북한에 대한 인식이 변화한 것이다. 박근혜대통령이 대선후보때부터 사용했던 신뢰프로세스를 기반으로 한 대북정책의 기조를 강경정책으로 바꾸는 것이다. 신뢰프로세스는 자유주의의 게임이론에 기반을 둔 것이다. 선의에는 선의로 악의에는 악의로 대응하겠다는 취지를 가지고 게임을 구성한 ‘상호주의’논리가 이론적 토대를 구축하고 있다. 협력을 장기적으로 한다면 배신전략의 유혹이 줄어들 것이고 상대방이 배신했을 때 맞대응을 한다면 협력이 가져오는 장점을 더욱 높게 평가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게임행위자간에 신뢰가 구축된다면 관계 자체가 변화할 것이다.

2013년 2월 25일 박근혜 대통령의 집권이후 북한의 행동은 이러한 자유주의 인식에 위반되어 왔다. 집권전인 2013년 2월 12일에 북한은 3차 핵실험을 시도 했다. 신임 대통령취임이전에 도발을 감행했다. 이후에도 개성공단가동을 중단했고 지속적으로 장사정포와 미사일 발사를 통해 무력시위를 해왔다. 최근에는 목함지뢰 도발까지 감행했다. 이런 상황에서 2016년 1월 6일 북한은 수소폭탄실험을 했다고 발표를 했다. 2월이 되자 북한은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다. 이 과정들에서 “협력에는 협력으로 악의에는 악의로”가 과연 작동할 수 있겠는가?

북한은 때때로 이산가족상봉과 같은 제스처를 통해서 협력할 수 있는 여지를 보여주었다. 이런 행동은 계산되어진 정책산물일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도발하고 여론이 나빠지면 북한은 마지막에 협력의 여지를 보임으로서 남한내의 강경파와 온건파를 분리시킨다. 북한에 대한 강경정책이 타당하지 않다는 국내여론을 등에 없고 북한은 조금의 협력으로 기대이상의 효과를 만든다. 이 과정이 길어지면서 북한에 대한 주변국가들의 외교 역시 분열되게 된다. 미국과 일본이 강경한 입장을 세우면 중국은 북한을 끌어안게 되면서 국제적 공조 역시 분열된다.

남한내에 북한에 대한 온건정책을 택하자고 하는 여러 가지 논리가 있다. 북한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논리는 조금만 더 기다리면 지금과 다른 남북관계를 만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다른 논리는 북한이 지금 위험상황이기 때문에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니 자꾸 배수의 진을 치게 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북한지도자와 군부가 현 상황을 최악으로 보고 더 밀려나느니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북한심리를 예측하여 미리 달래자는 것이다. 다른 논리는 평화를 위해서는 무력도발을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경정책은 무력도발을 자초하게 만들기 때문에 평화를 위한 평화의 논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역사는 북한의 일관성을 보여준다. 북한은 1967년 당포함을 격침시켰고 1968년에는 청와대를 습격했고 푸에블로호를 나포했다. 같은 해에 울진삼척에 무장병력을 보냈다. 1976년에는 판문점 도끼만행사건을 저질렀다. 1980년대 KAL기 폭파사건이나 1999년부터 시도한 서해에서의 해군 교전과 2010년 천안함 사건이나 연평도포격은 북한의 일관된 행동이었다. 북한은 남한과 미국에 대해 주기적으로 도발을 감행해왔고 상대방의 강경한 논리에만 머리를 숙였다.

역사 속에서 변화한 것은 남북한 경제격차와 사회적 이질성이다. 남북한의 경제적 격차가 커질수록 북한의 도발은 남한의 두려움을 키워왔다. 논리는 남한은 잃어버릴 것이 많이 있지만 북한은 도발을 통해 잃을 것이 없다는 것이다. 사회적 이질성이 커지면서 북한을 끌어않는 통일을 해야할 지에 대한 회의도 늘어났다. 변화는 남한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미국도 국제정치상황에 따라 북한에 대한 주의관심도 달랐다.

북한이 지속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북한의 전략적 일관성에 기인한다. 북한은 외교를 전쟁의 논리로 풀어간다. 모든 이슈에서 승리 아니면 패배밖에 없다. 그리고 이런 논리는 자전거의 원리와 같이 넘어지지 않기 위해 앞으로 앞으로 나간다. 그래서 기만전술을 사용하면서 강경노선을 가지고 남한을 상대해왔다.

앞서 본 포커 게임으로 비유하면 북한은 포커의 고수이다. 밀고 당기기를 하면서 속임수를 이용하여 얼마 안되는 비용을 들이면서 판에서 밀려나지 않는다. 이따금 핵과 미사일로 판을 뒤집을 수 있다고 게임 참가자들의 주의를 환기시킨다. 민주주의국가 한국은 패가 읽히는 게임을 한다. 민주주의 국가의 투명성은 남한 내의 시민들에게만 정보를 주는 것이 아니라 북한에게도 정보를 준다. 게다가 민주주의국가 지도자는 표명된 정책을 이행해야 하기에 예측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북한이 남북관계의 포커판을 쥐고 흔들 수 있는 것이다.

현재 남북관계는 2차 대전이후 이상주의를 밀어내고 현실주의이론이 정책을 지배하는 상황과 유사하다. 선의가 선의로 해석되지 않고 악용될 때, 악인에 대한 선의가 가져다주는 고통이 클 때, 도덕의 잣대가 통용되지 않는 이에게 도덕적 훈계와 수사학이 먹혀들지 않을 때, 그런 상황에서 일관된 자세가 중요하다는 것을 70년 전 서구 지도자들은 배웠다. 비슷한 교훈을 1950년에 전쟁이라는 큰 비용을 치루면서 우리도 배웠다.

기대가 커지면 환상이 된다. 라인홀드 니버가 말했던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는 변화가 없는 상대방에 대해 자신을 기만하게 만들 수 있다. 되고 싶은 것과 가능한 것 사이의 격차가 줄어드는 순간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나를 속이는 것이다. 복잡해지는 현실을 명확히 하려면 단순화가 필요하다. 단순하게 정리하면 선의는 선의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에게 사용되어야 한다.

카드게임에서 운이 잘 작동하지 않는다면 기술을 바꾸어야 한다. 게임의 판을 바꾸기로 했다면 일관성있게 밀고 가야 한다. 지금까지 게임에서 지불한 것에 연연할 것이 아니다. 게임을 바꿔 미래를 새롭게 구성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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