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경의 행정학 특강 (5) : 정책사례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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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경의 행정학 특강 (5) : 정책사례 활용
  • 최윤경
  • 승인 2016.02.05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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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사례의 행정학적 시사점(2)

지난 호에서는 메르스 사태를 통해 드러난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행정학적 관점에서 다음의 네 가지로 분석하였다.

1) 정보공개와 관련해서 정부의 비밀주의로 인한 정부 불신 초래

2) 기관 간 칸막이 행정으로 인한 협력 부족

3) 거버넌스 관점에서 민·관 협력의 부재

4) 공공의료시설의 부족

이번 호에서는 각각의 문제점에 대한 개선방안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2. 메르스 사태에서 드러난 문제점의 개선방안

1) 위험정보공개 및 위기관리 소통체계 개선

전염병이 발생할 경우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 정부는 무엇보다도 비상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적절한 매뉴얼과 전담 기구를 마련해야 하며, 상황 발생 시 관련 정보를 국민에게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투명하게 공개해서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서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능한 한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민간 전문가들을 의사 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시켜 함께 대책을 만들어가야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으며, 불확실성으로 인한 공포감과 유언비어의 확산을 막고 정부의 지침과 정책이 지방자치단체, 의료 기관, 국민에게 설득력을 갖고 이들의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게 된다.

메르스 사태에서 정부는 국민의 혼란 방지를 위한다는 명분하에 비밀주의를 고수하였으나 그 결과 오히려 막연한 불안감으로 인해 공포와 혼란을 확산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당시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조가 결과를 보면 지역과 연령을 막론하고 국민의 다수가 정부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정보 공개가 미흡하다고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19살 이상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메르스 정보가 신속하고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는지’에 대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부정적인 평가(88.6%)가 압도적이었다. 정보 공개가 ‘잘 안되고 있다’와 ‘미흡하다’는 응답이 각각 44.3%였다. ‘잘되고 있다’는 8.2%, ‘잘 모르겠다’는 3.2%였다. 또한 정부의 메르스 대책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도 68.8%나 됐다(한겨례, 2015년 6월 16일 기사). 이러한 여론조사 결과는 정부의 비밀주의가 정부와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전염병과 같은 비상 사태 대응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투명한 정보공개와 소통이다. 국민이 알고 싶어하는 것을 정확하고 신속하게 전달하고, 국민에게 솔직하게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것에서부터 위기 관리 소통은 시작한다. 미국에서 지난 에볼라 출혈열 위기 당시 질병관리통제센터(CDC)가 미국 내로 들어온 환자 발생 과정과 의료기관, 결과 등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한 것도 이러한 근거에 바탕을 둔 것이었다.

세계보건기구가 2005년에 발표한 감염병 발생시 소통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감염병 발생 시 조기에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여 신뢰를 얻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우리나라도 메르스 사태 이후 감염병법을 개정하여 제6조 제2항에서 “국민은 감염병 발생 상황, 감염병 예방 및 관리 등에 관한 정보와 대응방법을 알 권리가 있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신속하게 정보를 공개하여야 한다”고 정부의 정보공개를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이를 위반할 경우에 처벌 규정은 없다. 메르스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정보공개 의무에 대해 강력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조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2) 협력적 거버넌스 구축

협력적 거버넌스(collaborative governance)는 정부를 포함하는 공공부문과 민간 부문의 다양한 조직간의 협력을 통한 사회문제 해결을 의미한다(이명석, 2010). 협력적 거버넌스는 공식적이고 상호적인 집합적 정책결정 과정에 공공기관과 비공식적인 이해관계자들이 직접적으로 관여되어 있고(Ansell & Gash(2007), 다수의 이해관계자들이 공동목적 및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협력적 거버넌스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가 핵심요소이며, 행위자들간의 신뢰와 의존에 기반한 네트워크가 지속적이고 충분한 숙의 및 심의과정을 통해 서로 의견을 조정, 합의를 추구한다.

메르스와 같은 전염병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 정부의 부처간 협력은 물론 국가 전체적 차원에서 민·관을 포함하는 모든 분야, 즉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보건소, 민간의료기관 및 국민들 간의 유기적인 협조체제와 역할분담을 통한 협력적 거버넌스의 구축이 필수적이다. 감염환자의 진단과 치료 과정 전반에서 발생하는 감염원의 폐쇄, 차단, 격리, 소독, 오물의 수집과 처리 등의 과정에는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필수적으로 지방자치단체뿐만 아니라 민간과의 협력이 요구된다. 그러나 감염병에 대한 대처는 국민건강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일차적으로 정부의 책임이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감염병 방역의 주도자는 정부가 되어야 한다. 따라서 국가 차원에서 정부의 주도로 협력적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민간부문의 협력을 얻어 효율적인 방역 활동을 수행하려는 접근이 필요하다.

협력적 거버넌스의 핵심은 신뢰, 소통, 자율(자발성)을 기반으로 한 대안의 탐색이다. 따라서 정부는 신뢰를 바탕으로 당사자들과 소통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여 시행해야 한다. 이러한 전제하에서 협력적 거버넌스의 구축을 위해서는 효과적인 Control tower와 역할 분담이 전제되어야 한다. 우선 정부 차원에서 중앙정부의 부처 간 그리고 중앙과 지방 간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이 역할에 따라 중앙 또는 지방 차원에서 정부와 민간부문간의 역할 분담과 협력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역할 분담과 협력체계는 지역 등 각각의 상황을 반영하여 실질적으로 작동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구체적인 행동요령이 제시되어야 한다. 인력, 시설 및 장비 등의 조건과 작동 여부는 물론 이를 활용한 방역활동의 작동 여부를 상시적으로 점검하는 활동도 포함되어야 한다. 또한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홍보와 훈련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

정부와 민간부문의 협력이 원활하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부문간 관계 설정이 중요하다. 민간부문이 정부를 신뢰하고 협력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여야 한다. 우선은 정부와 민간부문간 역할 분담과 그에 따른 구체적인 행동 지침이 마련되어야 한다. 민간부문이 부담해야 할 물질적 행정적 요건은 물론, 민의 협력에 대한 적정한 보상이 전제되어야 한다. 메르스 사태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현재와 같이 민간부문의 보상이 전제되지 않는 상태에서 민간부문의 협력을 유도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보건의료기본법,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및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등에 규정된 민간의 협력을 위한 규제와 동시에 이에 대한 지원을 위한 예산의 확보 등 구체화 내지는 현실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3) 공공의료 확충 및 공중방역체계 개선

전문가들은 메르스 확산의 주요 원인으로 허술한 국가 방역망이외에도 보건의료계의 지나친 시장논리와 공공의료의 부족을 지적하고 있다.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와 2014년 에볼라 등 신종 전염병이 발생 했을 때마다 정부는 관련 예산을 늘리거나 공공의료시스템을 보완하겠다고 했지만 메르스 사태를 통해 드러난 우리나라의 공공 의료시스템은 십여 년 전과 다를 바 없는 수준이었다. 감염병 같은 국가 재난 시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 음압병실(병실 내 기압을 낮게 유지해 공기가 복도로 빠져나가지 않게 만든 병실)은 시설비와 유지비가 많이 들어 병원 수익에는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민간병원은 수익성 논리에 따라 음압병실을 설치하기 어렵다. 현재 우리나라는 국가지정 격리병원에 116개(158병상), 시·도별 거점병원에 48개(69병상)가 있을 뿐, 국내 최고 의료기관이라는 삼성서울병원에도 음압병상이 없다. 김윤 서울대 교수(의료관리학)는 “전쟁을 하지 않아도 군대를 양성하듯, 평상시 적당한 규모로 음압병상을 만들어야 국가 재난 시 대응할 수 있다”면서 “민간병원이 전체 병상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공중보건 위기상황에서 정부가 체계적·조직적으로 병원을 동원하기 어렵다는 것도 보건의료체계의 한계”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정부가 메르스 치료병원으로 지정·동원할 수 있었던 의료기관은 국립중앙의료원·서울보라매병원 등 정부·지자체가 운영하는 공공병원과 공공성이 큰 전국 대학병원뿐이었다. 이처럼 메르스 사태 대응에서 공공병원의 역할이 컸으나 현재 우리나라는 90%가 민간병원이고 공공병원의 병상이 9.5%에 불과하여 OECD 평균인 73%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며, 일부 지방의료원은 음압병상도 갖추지 못한 열악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강력한 정책수단을 동원해 의료 공공성을 강화하고 공중보건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한다. 감염병 확산에 대처하고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공공의료기관과 가용 가능한 격리병상 및 공공병상, 의료인력 등 공공자원을 확대 공급할 필요가 있다. 또한 감염병 질환 발생 시 실질적인 추적조사와 역학조사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기존 공공병원 및 지역 국공립병원 및 지역보건소의 역할과 기능을 합리적으로 재조정하고 충분한 전문 병실과 의료진이 확보되어야 한다.

※ 참고문헌

이명석(2010), 협력적거버넌스와 공공성, 「현대사회와 행정」, 20(2) : 23-53.

이평수(2015), 메르스 사태로 본 감염병 방역에 대한 민·관 협력체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지방행정」, 제64권 제743호.

참여연대사회복지위원회(2015), “메르스 사태 이후 시민사회단체가 요구하는 보건의료 8대 정책과제”, 월간 복지동향, 2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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