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산책 119 / 시산가액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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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 산책 119 / 시산가액 조정
  • 이용훈
  • 승인 2016.01.28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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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감정평가사

육상 혹은 수영 선수의 중장거리 레이스, 초중반 양상은 엇비슷하다. 군(群)을 이루며 질주한다. 선수는 선두권(圈)이나 2위 그룹 혹은 뒤쳐진 무리 어느 하나에 속해, 한 무리처럼 움직인다. 선수 간 보조를 맞추기는 3천m, 5천m 쇼트트랙 계주만한 게 없다. 톱니바퀴다. 30~50바퀴를 내달릴 동안 선두와 꼴찌는 두 어 보폭 차이에 불과하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이 달라지는 일을 종종 본다. 결승선 앞 스케이트 날을 미는 기술이 등장한 이유일 것이다. 

전자상가 내 매장마다 진열된 물품 가격은 대동소이하다. 현실적으로 혼자 튀는 가격에 팔 수 없다. 구획되지 않은 오픈 상가에서, 고객은 서너 걸음이면 다른 매장의 판매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격 경쟁을 할 수 없을 때, 공급자는 피곤하다. 괜히 오가는 손님의 옷자락을 끌어당기는 것이 아니다. 불쾌감을 표해도, 다른 마케팅 전략을 구사할 수 없는 특수성이 있다. 고객 입장은 어떨까. 최소한 천편일률적인 가격수준에 안도감이 들 수 있다. 여기저기 길을 막아서는 상인을 피해가는 게 싫지만, 모든 매장이 다른 판매가격을 내세운다면 그게 더 불안하다. 최저가는 하자가 있을 것 같고, 최고가는 품질 이상의 가격일까 두렵다. 차라리 고만고만한 가격인 게 든든하다. 독점과 과점으로 인한 가격 통제만 없다면. 

10여 개의 감정평가기관에 탁상감정을 의뢰한 경우, 회신 받는 ‘가격들’이 전자상가에서 동일한 상품의 매장별 가격분포와 같은 모습이라면 안심이다. 10여 개 평가사가 비슷한 견적가격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공급자가 제시한 균일한 가격 못지않게 각 평가방법의 결과물이 서로 엇비슷하다면, 감정평가사도 최종 평가액을 결정하기에 주저 없다. 감정평가업자가 감정평가를 수행할 때 마지막 단계로 ‘감정평가액의 결정 및 표시’를 하게 된다. 바로 앞선 단계인 ‘감정평가방법의 선정 및 적용’과 연관돼 있다. 

『감정평가에 관한 규칙』제 11조는 감정평가에 적용할 수 있는 평가방식을 열거하고 있다. 크게 원가방식, 비교방식, 수익방식으로 구분한다. 이들은 각각 비용성과 시장성, 수익성의 원리에 기초한 평가방식이다. 감정평가 최종 결과물이 가격인지 임대료인지에 따라 각 방식의 구체적 평가방법은 다시 세분된다. 원가방식에서는 원가법과 적산법으로, 비교방식에서는 거래사례비교법과 임대사례비교법, 수익방식은 수익환원법과 수익분석법이 그들이다. 

『감정평가에 관한 규칙』제 12조 1항은, 감정평가를 함에 있어 이 규칙에서 대상물건별로 정한 감정평가방법("주된 방법")을 적용하여 감정평가 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하나의 물건마다 하나의 주된 평가방법이 대응된다. 그러나 끝이 아니다. 2항에서 주된 평가방법의 결과물이 정말 합리적인 것인지 다른 방법으로 검토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1항에 따라 어느 하나의 감정평가방법을 적용하여 산정(算定)한 가액["시산가액(試算價額)"]을 제11조 각 호의 감정평가방식 중 다른 감정평가방식에 속하는 하나 이상의 감정평가방법으로 산출한 시산가액과 비교하여 합리성을 검토하여야 한다.’ 그래서 이 과정을 시산가액 조정이라 부른다. 물론 복수의 평가방법 적용을 회피할 길은 있다. 대상물건의 특수성 또는 자료 구입의 한계를 내세워, 시산가액 조정이 곤란하다고 핑계 댈 수 있다. 예외는 인정하지만 그래도 원칙은 ‘한 번 더 확인’이다. 

시산가액 조정 과정은 감정평가서에 적시될 사항이다. 『감정평가에 관한 규칙』제 13조 1항은 ‘감정평가서를 의뢰인과 이해관계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명확하고 일관성 있게 작성’하도록 하고 있다. 물론, 일반인들이 보고서 전체를 보고 납득할 수 있게 쉽게 쓰기는 어렵다. 이때의 일반인은 또 다른 전문가의 조력을 받는 이해관계인으로 봐야 할 것이다. 핵심은 ‘명확성’과 ‘일관성’이다. 그런 면에서, 보고서 내에 복수의 방법으로 검토해 내린 결론이 등장하는 것이 최선이다. 

시산가액을 조정하는 과정은 ‘감정평가액의 산출근거 및 결정 의견’에 등장한다. 『감정평가에 관한 규칙』제 13조 3항은 ‘적용한 감정평가방법 및 시산가액 조정 등 감정평가액 결정 과정’을 이곳에 반드시 기술하도록 했다. 시산가액 조정을 생략한 경우에는 그 사유를 기재해야 한다. 결국, 아무런 핑계도 없이 복수의 평가방법으로 산출된 시산가액이 등장하지 않으면, 해당 평가보고서는 가이드라인 미준수로 ‘부실한 평가보고서’로 취급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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