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목 중 한 과목은 전문과목 택해야
직무 전문성 강화 방침 일환 과목개편
[법률저널=이인아 기자]9급 공무원 시험 선택과목에서 전문과목을 1과목 이상 반드시 택하도록 시험과목이 개편된다.
지난달 26일 청와대에서 진행된 인사혁신처의 연두업무보고에 따르면 9급 공채 시험과목의 경우, 공무원의 실제 업무에 필요한 직무관련 전문과목(직무역량과목)을 최소 1~2과목 의무화하거나 반드시 선택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9급 세무직의 경우 현재 국어와 영어, 한국사 등 필수 3과목과 세법, 회계학, 사회, 수학, 과학, 행정학개론 등 선택과목에서 2과목을 택해 총 5과목을 치르고 있다.
필수과목은 반드시 치러야하지만, 선택과목은 지정된 과목 6~7개 과목 중 2과목을 수험생이 정해서 치르는 것이다. 선택과목에서 수험생이 2개 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자율권이 부여된 것. 그러나 향후에는 1과목은 반드시 전문과목을 택해서 치러야 한다.
즉 현행에서는 세무직을 치를 시, 선택과목에서 사회와 수학, 사회와 행정학개론, 수학과 과학 등 2개 과목을 조합, 전문과목을 제외하고도 치를 수 있었지만, 개편이 되면 세법, 회계학 등 직무와 연관성이 있는 전문과목을 반드시 1개는 선택해야 한다. 세법과 사회, 회계학과 사회 등의 조합으로 택해야 하는 것이다.
인사혁신처가 전문과목 2과목을 의무화하거나 반드시 선택하도록 하는 안을 추진한다면, 필수과목 개편 및 선택과목에서 선택할 수 있는 과목을 2개 이상으로 늘리는 등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변화 없이 현 선택과목에서 전문과목 2과목을 의무화하거나 선택하도록 한다면 선택과목은 폐지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인사혁신처 측은 “전문과목 2과목을 반드시 택하도록 하면 선택과목은 폐지돼야 하는 셈”이라며 “기존 선택과목 존치를 유지하고, 발표한 바와 같이 전문과목을 1개 이상 선택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검토될 것”이라고 전했다.
세무직의 경우, 2013년 공무원시험 과목 개편 전에는 국어, 영어, 한국사, 세법, 회계학 등 5과목을 필수로 치렀으나, 2013년 고졸자 공직 진출을 높인다는 취지에 따라 시험과목이 개편, 필수 3과목, 선택 2과목 등 5과목을 치르는 것으로 바뀌었다. 선택과목에는 고교과목이 도입됐다.
과목개편에 따라 필수과목은 국어, 영어, 한국사로 기존대로 유지됐으나, 이 외 필수과목이었던 세법, 회계학은 선택으로 개편됐고 사회, 수학, 과학 등 고교과목이 도입돼 6~7과목이 선택과목으로 정해졌다. 선택과목 도입으로 수험생들은 기존 필수과목이었던 세법, 회계학을 택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공부하기 쉬운 사회와 수학, 사회와 행정학 등을 택해 시험을 치르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경찰·소방…인사처와 논의될 듯
세무직 업무특성상 세법과 회계학 지식이 필요하지만, 이들 지식이 전무한 수험생들이 대거 합격함(75% 가량)에 따라 일선 업무 수행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전문성이 저하됐다는 게 그간 일선 공무원들의 평가였다.
국세청은 시험과목 개편에 따른 이같은 부작용을 토로, 인사혁신처 측에 꾸준히 세무직 시험에 세법과 회계학을 치르도록 시험과목 재개편을 요구해왔다. 이에 이번 9급 공채 과목 개편은 부처 간 검토를 충분한 논의와 검토를 거쳐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시험과목 개편안은 세무직 외 교육행정, 일반행정, 검찰 등 행정직군 전 직렬에 대해 적용될 것으로 보이며 국가직 외 지방직, 서울시도 기관 간 논의 후 인사혁신처 방침에 따라 과목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일반직 공무원시험 외 경찰, 소방 등 별도의 기관을 두고 실시되는 시험은 각자 권한이 있기 때문에, 시험과목 개편 적용여부를 인사혁신처와 논의 한 후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직렬별 전문과목은 2013년 이전 시험의 필수 5과목 중 국어, 영어, 한국사를 제외한 나머지 2과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현재 시험과목 개편 법령개정 작업 중에 있으며 연내 마무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언제부터 개편된 안이 시행될 지는 확정되지 않았으며, 단 수험생에게 충분한 유예기간을 두고 시행한다는 입장이다.
2013년 시험과목 개편이후 3년 만에 과목개편 안이 나왔고, 2018년 경 과목 개편안이 시행되면 5년 만에 시험과목이 다시 바뀐 형태로 치러지게 되는 것이다. 대부분 수험생들이 이번 개편안에 대해 볼멘소리를 하고 있지만, 사실상 고교과목을 도입했어도 고졸자 공직진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고교과목에 거리를 둔 형태로 개편되는 이번 안이 더 실용적이라는 긍정적인 시각도 많이 나오고 있는 모습이다.
한 수험 전문가는 “시험과목 개편과 관련해 수험생은 물론 강사들도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시행시기가 매우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7급도 시험과목 개편?
한편 인사혁신은 이번 발표에서 9급 공무원시험 전문과목 도입 개편안과 함께 7급 공채 시험도 직무역량 평가 적합성·타당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단계적으로 조정해 나간다고 밝혔다.
이에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7급은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으며 직무역량 평가를 높이는 방향으로 조정된다는 발표대로 방향성만 현재 나온 상황”이라고 전했다. 어떻게 조정될지 고민할 부분이라는 것이다.
수험가에서는 9급 헌법도입 및 필수과목 능력시험대체, 7급 PSAT 도입 등 시험과목 변경에 대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상황이지만, 인사처 측은 최근 발표된 이번 전문과목 의무화 검토 외 다른 시험과목 개편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