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에 대한 단상, 버니 샌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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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에 대한 단상, 버니 샌더스
  • 오시영
  • 승인 2016.01.15 13:5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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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교수 / 변호사 / 시인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수요일 대국민담화를 발표하였다. 30분 정도의 담화문 읽기 후 한 시간 남짓 계획된 대로 기자들의 질문과 답변이 이어졌다. 청와대에서는 질문내용을 사전에 받지 않았다고 했으나, 담화 도중 언론에 유출된 질문지의 질문순서와 내용이 거의 동일했다는 사실에서 많은 국민들은 그러한 해명에 신뢰를 보내지 못하고 있다. 담화 내용의 기본 요지는 경제와 안보가 어렵다, 이를 해결하려면 국회에서 정부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4대 개혁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달라, 중국을 비롯한 미국 등 우방국가들이 나서서 북한 핵실험에 대한 대북제재를 강화해 달라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정부는 최선을 다 하고 있는데, 국회가 발목을 잡아 정부가 일을 못하고 있으니 국민이 나서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해 달라, 북한이 핵실험을 하며 안보를 위협하니 중국이 나서달라 정도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담화 도중 국회를 비판할 때는 단상을 손바닥으로 두드리기도 하였고, 국회 법안 지연을 언급할 때는 “에휴~”하고 한숨을 내쉬기도 하였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는 현장에서 자신의 분을 삭이지 못해 손바닥으로 단상을 두드리는 대통령의 무례를 보는 것은 기분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손바닥이나 회초리 등으로 책상이나 단상을 두드리는 것은 상대방을 나무라는 방법 중에서 가장 크고 무례한 방법이다. 선생님도 학생 앞에서 함부로 해서는 안 될 행동이고, 부모님도 자녀 앞에서 함부로 해서는 안 될 행동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는 현장에서 전국 아니 전세계적으로 송출되는 티비방송 도중 열을 내어 국회를 비난하면서 손바닥으로 단상을 치는 것은 국회 아니 국민이 안중에 없다는 최고의 무례한 행동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얼마나 국민을 가벼이 여기고 국회를 우습게보았으면 부모가 어린 아이 나무라듯 꾸중의 말을 하면서 단상을 손바닥으로 탁탁 칠 수 있는지 어안이 벙벙하다. 그리고 기자들과의 질의 응답 도중 “에휴~”라고 한숨을 내쉬었는데, 이러한 행동 또한 비난대상인 국회에 대한 경멸의 뜻을 내보이는 무례한 행동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에휴, 국회 하는 짓거리를 좀 봐요,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요.”는 비아냥의 뜻이 저 한숨 속에 스며들어 있는 것이다. 설사 마음속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더라도 대국민담화와 국민을 대표한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에 위와 같은 행동을 보이는 것은 국민에 대한 모독이고 모욕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어느 기자도 대통령의 무례한 행동에 대하여 지적하며 이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는 현실이 더 비극적이고 슬픈 현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오히려 이를 단호한 대통령의 의지로 이해하거나 안타까운 마음의 표현이라고 반대로 해석하고 있다는 것이 청와대에 세뇌되어 버린 기자들의 현주소가 아닌가 싶어 안타까울 뿐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담화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속에서 읽히는 기본 생각은 모두 남이 잘못해서 국가안보나 경제가 잘못 되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는 점이다. 모든 정책결정권과 집행권을 가지고 있는 박 대통령과 정부의 잘못에 대한 반성은 눈을 씻고 볼래야 볼 수가 없고, 모조리 국회 탓이고, 야당 탓이고, 반대자들의 탓만 있다. 우리나라 경제상황의 심각성을 언급하면서 월남패망문제를 거론한 것은 아무리 해도 너무한다는 비유법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5세 이하 어린이들에 대한 보육예산문제라든지, 북핵실험으로 인한 남북경색과 긴장 고조에 대한 해법이나, 통계조사 이래 최대수치라는 9.2%에 달하는 청년실업문제라든지 등에 대해 정부가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적극적, 긍정적 방안 제시는 별로 없고, 대부분 국회 탓, 북한 탓, 반대하는 이들 탓으로 돌리며 모든 책임을 남에게 전가하고 있으니 이 역시 잘못 되어도 한참 잘못 되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서고 있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돌풍이 예사롭지 않다. 초기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독주가 예상되던 것과 달리 이번 주 여론조사 발표는 샌더스가 앞서기 시작한 것으로 나오고 있다. 특히 첫 번째 예비선거가 치러지는 아이오와 주와 뉴햄프셔 주에서 오차 범위를 훨씬 벗어난 샌더스의 질주가 시작되었다. 지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후보 경선에서도 아이오와 주와 뉴햄프셔 주에서 뒤쳐진 클린턴이 결국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던 악몽이 재현되는 것이 아닌가 싶어 클린턴 선거캠프가 초긴장상태에 내몰리고 있다고 한다. 자칭 민주적 사회주의자라고, 미국에서 거의 금기시되어 있는 사회주의자라는 자기 선언에도 불구하고 풀뿌리 민주정치의 근간을 이루는 소액기부자들이 샌더스 선거캠프에 선거자금을 자진 기부하고 있다고 한다. 주로 대기업들로부터 뭉텅뭉텅 큰 돈의 선거자금을 모으는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달리 샌더스 상원의원은 소액기부자들, 결국 민주주의에서 다수표를 행사할 수 있는 거미군단의 소액기부자들의 기부로 클린턴 선거캠프와 거의 맞먹는 선거자금을 모금하고 있다니 이번에도 무슨 이변이 일어나는 것은 아닌지 귀추가 주목된다.

샌더스는 주장한다, 미국 최고 부유층 15명이 하위 40% 국민보다 더 많은 재산을 가진 현재의 미국경제체제는 잘못되었다고, 왜 일주일에 40시간 열심히 근로한 근로자들이 가난하게  살아야 되느냐고, 그런 사회가 공정한 민주주의 사회라고 할 수 있느냐고 주장한다. 샌더스는 주장한다, 월스트리트 금융가의 사기꾼들을 몰아내야 한다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반면 극소수가 엄청난 부와 권력을 소유하는 현실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샌더스는 주장한다. 정의는 복잡한 게 아니라, 소득과 부가 불공평하고, 감당하기 어려운 대학등록금이 문제이고, 약자인 여성을 차별하고, 이산화탄소를 무분별하게 배출하여 지구온난화를 가져오는 경제정책이 잘못되었고, 국제분쟁을 전쟁으로만 해결하려는 극단주의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시정하는 것이 정의라고 주장한다. 샌더스는 몇 해 전 민주당과 공화당이 합의한 부자상속세감면정책의 부당성을 지적하기 위하여 8시간 반이 넘는 긴 시간 동안 국회에서 쉬지 않고 반대의견을 피력하여 법안 지연을 가져옴으로써 전국적으로, 아니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았던 전력이 있다. 

미국의 대표적 NGO 퍼블릭 시티즌의 마그리트 랑네스 부회장은 “버니 샌더스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진보 진영뿐만 아니라 정치에 전혀 관심 없다는 사람들, 정치인은 하나도 신뢰하지 않는다는 사람들조차 그를 참으로 좋아한다.”고 샌더스를 평했다. 그가 최초 무소속으로 출마하여 당선된 벌링턴 시장재직 시 프랜차이즈 대형마트의 시내 입점을 막고 시민으로 구성된 소비자 협동조합을 만들어 소상인들의 상권을 보호하는 한편 시장 직속으로 예술위원회를 설치해 시민들이 예술ㆍ문화 행사를 무료로 관람할 수 있도록 획기적인 조치를 취하는 등 시민, 서민의 편에서 정책을 수립해 왔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에 관한 책 “버니 샌더스의 정치혁명”에서 그는 스스로를 “사회주의자면 어때?”라고 밝히고 있다. 선거운동이 그저 표를 얻고 당선되는 일 이상의 의미 있는 일이라는 점을 유권자에게 끊임없이 이해시켜, 정치가 곧 시민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빠르고 직접적인 길임을 자각시키는 방법으로 미국민의 마음을 얻고 있다. 미국의 한 노인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사회주의가 무엇인지 모른다, 다만 샌더스는 도로정비 하는 일만큼은 제대로 하더라. 지난 해 4월 30일, “더 이상은 안 됩니다. 우리에게 정치 혁명이 필요합니다.”라고 외치며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경선에 출마한 미국 동북부의 작은 주 버몬트 출신의 무소속 상원의원 버니 샌더스, 출마 직전 클린턴 지지율이 61.6%일 때 버니 샌더스 지지율은 불과 8.7%였다. 그렇지만 지난 주 아이오와 주와 뉴햄프셔 주의 코커스(당원대회)를 앞두고 조사된 여론조사에서 아이오와 주 44% 대 49%, 뉴햄프셔 주 39% 대 53%로 밝혀짐에 따라 버니 샌더스가 이러한 역전된 국민의 지지를 계속 이어갈 것인지가 주목되고 있다. 

이에 반해 미 공화당은 여전히 트럼트가 대세이다. 여성차별, 막말 시비, 한국안보에 대한 무지, 무슬림에 대한 종교적 편견, 멕시코인들에 대한 모욕적 차별 등 말로 할 수 없는 부정적 상식파괴에 골몰하고 있는 그가 공화당 후보 중 가장 많은 지지를 받고 있음은 상대적으로 아이러니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돌출된 언행과 상식이 상대적으로 버니 샌더스의 침착함과 정치철학의 깊이를 돋보이게 하고, 그 여파가 클린턴 전 국민장관의 정치적 몰락으로 연결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버니 샌더스는 부의 왜곡된 분배현상에 분노하고 있다. 소수의 가진 자들에게 쏠린 부의 편재화가 지나치다는 점을 강조하고, 성실하게 노력하고 열심히 일하는 근로자들의 가난이 해결되어야 한다고, 그 일을 정치가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의 그러한 가치 주장이 미국민의 지지를 오이오와 주와 뉴햄프셔 주처럼 계속하여 받을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하나의 꿈으로 그치고 말지는 앞으로 1년 동안 치러질 미국 대통령 예비선거와 본선거의 진행과정의 결과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버니 샌더스의 등장은 어찌 보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철학을 가장 잘 승계하는 후계자가 될지도 모른다. 빌 클린턴 대통령의 뒤를 이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후임 대통령이 되었고, 다시 그 자리를 빌 클린턴 대통령의 부인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대를 이을 것인지, 아니면 버니 샌더스가 이을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만일 버니 샌더스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되고,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우리나라 정치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은 분명하다. 우선 미국 매파의 파상공세가 많이 가라앉을 것이고, 남북 간의 긴장도 대립구도에서 조금은 대화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다. 세계의 분쟁도 무력분쟁보다는 협상과 타협으로 나갈 가능성이 보다 더 높다고 하겠다. 대기업 편중의 경제정책도 소시민 생활향상의 분배정책과 복지정책에 보다 많은 집중이 이루어질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모른다. 

야당이 사분오열되고 있다. 호남을 지역기반으로 둔 동교동계가 더불어민주당을 집단탈당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안철수 신당이 국민의 당이라는 이름으로 창당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히려 이질적 세력이 당내에서 화학적 융합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모래알처럼 머들거리기만 한 것보다는 오히려 갈라서서 제각기 각자도생의 길을 걷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다. 다만 수도권에서 1여다야가 됨으로써 여당인 새누리당이 어부지리를 취할 공산이 커졌지만, 그것도 시대의 흐름이고 국민의 뜻이라면 어찌할 수가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 아직 대한민국은 미국처럼 버니 샌더스의 열풍이 일기에는 시기상조이니, 더 곪아 터질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면 기다려야 하는 것도 국민의 운명이다. 

그렇지만 그러한 기다림의 시간이 길다고 할지라도 오늘 당장, 대국민담화 현장에서 대통령이 단상을 손바닥으로 탁탁 치는 무례함, “에휴~” 하며 상대방을 같잖다는 표정으로 무시하는 행태만은 없어졌으면 한다. 왜냐하면 그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각에서 업무를 잘못 처리하거나 정책을 잘못 수립한 부하 장관을 꾸짖거나 나무라면서 단상을 탁탁 칠 수는 있다. 그건 수직관계의 명령자와 복종자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국민담화현장에서 하늘같은 국민을 향해, 자신을 뽑아준 유권자 국민 앞에서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를 나무라며 할 수 있는 행동은 아니라 하겠다. 그런 무례한 행동에 무감각한 언론이, 기자가 나는 오히려 더 무섭다. 

대한민국은 잘 되어야 한다. 우리 모두가 사랑하는 우리나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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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포산인 2016-02-01 05:39:33
좋은 글 잘읽었습니다
버니 같은 정치인이 우리에게도 있다면
합니다

산촌인 2016-01-16 14:14:27
좋은글 읽고 갑니다 박근혜는 자기가 머리가 좋테요 완전 어이상실 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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