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이상동 시인의 겨울바다와 거짓 배고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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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이상동 시인의 겨울바다와 거짓 배고픔
  • 오시영
  • 승인 2016.01.08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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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교수 / 변호사 / 시인

월간지 “시”에 발표된 이상동 시인의 “겨울바다”는 이렇다. “한 방울의 눈물이/ 모여 바다를 이룬다./ 네가 한 방울의 눈물이었듯/ 나도 하나의 눈물이었기에/ 우리는 바다가 그리운 거다./ 차지 않은 달이/ 산을 넘어/ 바다로 건너 온 것도/ 시인의 젖은 눈가에/ 바다가 보이는 것도/ 본시 사랑은 눈물이었기 때문인 거다./ 어쩌면 내가/ 그렇게 바다를 찾는 것은/ 그리운 네 하나의 눈물 때문인지도 모른다.” (전문, 2015. 12.). 바닷가에서 어린 시절을 지낸 필자의 가슴에 이상동 시인의 “겨울바다”가 와 닿는다. 이 세상의 모든 거대한 것들은 근본은 현미경으로도 제대로 알아 볼 수 없는 작은 소립자들의 결합체 다름 아니다. 아주 작은 것들이 모여 큰 것을 이루는 진리, 거기에 바다가 있다. 한 방울의 물, 한 방울의 눈물이 모여 바다를 이루고, 한 모금의 숨, 한 모금의 한숨이 모여 대기의 공기를 이룬다. 한 사람 한 사람 사람이 모여 국민을 이루고, 국가를 이룬다. 국가 없는 한 사람은 가능해도, 한 사람 없는 국가는 존재할 수가 없다. 한 사람은 그래서 위대하고 위대하다.   

북한이 4차 핵실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공식발표하였다. 핵폭탄이 터질 때까지 최고의 정보기관이라고 자화자찬을 마다하지 않는 대한민국 국정원은 그러한 사실의 징후를 전혀 예측하지 못하였다고 한다. 물론 경찰이나 군 역시 깜깜이었기는 마찬가지이다. 미국도 중국도 모르고 있었던 것은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북한은 “조선노동당의 전략적 결심에 따라 첫 수소탄 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 우리의 기술에 100% 의거한 시험을 통하여 새롭게 개발된 소형화된 수소탄이 위력을 과학적으로 해명하였다.”고 공개하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부랴부랴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열어 뒷북을 쳤다. 그 전부터 사용해 왔던 “상응하는 대가를 치루게 하겠다.”라고 공언하였다. 핵실험 하루 전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을 거론했던 청와대로서는 머쓱해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었다. 

모든 것은 의지의 문제이다. 동일한 상황에서 싸움을 할 것인지 아니면 화해를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의지의 문제이다. 달포 전 오바마 미국대통령이 한 등산대원과 함께 단 둘이 알라스카를 등반하던 다큐 프로를 한 티비 채널을 통해 보았을 때 두 사람이 등산 중 나누던 대화가 문득 떠오른다. 어떤 사람이 당신처럼 성공할 수 있느냐고 묻는 등산대원의 질문에 오바마 대통령은 망설임 없이 “끈기 있는 사람이 마지막에 성공”한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딸들에게도 어렸을 때부터 “끈기”를 가르쳐 왔다는 대답을 덧붙였다. 우리 옛말에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말이었다. 맞는 말이라는 생각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떠한 목표를 정하고, 차근차근 계획을 세우고, 도전에 도전을 하면, 언젠가는 성공하게 된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아는 상식이다. 끈기가 바로 의지이다. 

북한의 “소형화된 수소탄의 위력을 과학적으로 해명”했다는 저 발표가 진실이라면 북한의 핵무기보유는 현실화되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군다나 수소폭탄의 소형화에 성공하였다면 그 위력은 공포 수준의 무기보유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군 수뇌부의 의지에 따라 전쟁이 가능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의미하기도 한다. 가장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수소폭탄을 보유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대화 이외의 방법으로는 그들의 전쟁 의지를 꺾을 수 없게 되었다는 의미로도 느껴져 온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통해 미국을 가격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던 북한의 제3차 핵실험까지는 미사일 발사에 따르는 준비과정이 복잡하여 그 위협을 사전에 억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기에 그들의 호언장담이 허언이라고 치부할 수 있었지만, 이제 소형화된 수소폭탄의 현실적 이용이 가능하게 되었다면 상황은 완전 180도로 달라지기 때문에 위험성은 더욱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남북 간의 긴장은 더욱 고조될 것이다. 어찌 보면 미국이 대한민국까지 함께 포기하지 않는다면 북한을 공격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고 할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게 된다면 대한민국도 함께 전쟁의 도가니로 빠져들어 가고 함께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이 핵정책을 포기하지 않고 이 지경에 이른 것은 이명박ㆍ박근혜 보수정권의 책임이 크다. 남북 간의 긴장완화상태를 통해 그들의 전쟁 의지를 퇴색시켜 평화공존의 길로 나설 수 있도록 정책방향을 유도했어야 하는데, 대화의 단절 및 긴장관계의 고조를 통해 북한의 자연붕괴를 유도하는 만연작전을 쓴 것이 오히려 북한의 핵개발의지를 강화한 하나의 단초가 되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고 하겠다.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대화의 장으로 북한을 나오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물론 유엔을 비롯한 국제적 여론전 필요성도 중요하지만, 이 상태에서 북한을 더욱 옥죄고 대결구도로 몰아가면 “구석에 몰린 쥐가 고양이 무는 격”의 어떠한 도발을 감행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솟구치는 분노로 치자면 그들을 당장 어떻게 해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겠지만, 그렇게 해봤자 보복운전처럼 서로 상처만 입는 결과가 나올 것이기에 서로 자중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이럴 때일수록 강경론자를 멀리 하고 온건론자들의 발언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북한은 온건론자로 알려진 김양건 같은 이가 교통사고로 죽고, 우리 쪽 역시 강경론자들이 득세하고 있는 상황에서 필자의 말이 누구에게 먹힐지 모르겠지만, 이럴 때일수록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대처하는 차분함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참으로 세상이 골치 아프다. 이 모든 골치아픔의 한 가운데에는 “탐욕”이 버티고 있다. 필자의 연구실 내 책상 건너편 서가에는 “거짓 배고픔에 속지 않기”라는 커다란 메모가 붙어 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저 메모를 읽는다. 2미터도 되지 않는 가까운 거리 내 눈높이에 내가 써 붙여 놓은 저 글귀는 항시 나의 스승이 된다. 배고프지 않는데 거짓 배고픔에 속지 말라는 내 자신에 대한 경구이다. 저 경구를 접할 때마다 나는 내 마음을 비운다. 욕심을 버린다. 탐심을 버린다. 버리고 또 버리고, 그리고 남은 게 있는지 둘러보고 또 버리려 애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큰 탐욕 중의 하나가 “선거구 획정문제”이다. 여야가 한두 석 적게 얻으면 된다고 마음을 비우면 선거구 획정이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한두 석 더 얻겠다는 의도 속에는 자신들이 국회의원 과반수 이상을 얻어 국회를 독식하겠다는 탐욕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서로 살아가겠다는 상생의 정신이 바탕에 있다면 선거구 획정을 못할 이유가 없다. 선거구 획정을 자신의 유불리에 따라 결정하려 하니 대국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과반수 국회를 장악하여 혼자 독식하겠다는 탐욕이 자리잡고 있음의 반증이다.

또 하나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이 무상보육대상을 5세까지 확대함에 따른 누리예산책정문제이다. 5세까지 무상보육공약을 내세워 당선된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다. 그렇다면 정부 예산으로 교육감들에게 무상보육교육을 실행할 수 있도록 보장해 주면 된다. 그런데 지난 교육감선거에서 진보적 생각을 가지고 있는 교육감들이 다수 당선되다 보니, 그들에게 정부 예산을 배정하여 그들의 책임 하에 5세까지 무상보육교육이 실시되면 그들의 치적으로 돌아가 학부모들의 여론이 진보교육감들에게 우호적이 될 것을 두려워한 “박근혜 대통령의 순간적 판단 미스”가 상황을 이렇게 악화시켜 버린 것이다. 그래서 “정부 예산을 배정 못하겠으니 교육감들이 자체적으로 예산편성”을 하라고 말을 꺼내버린 것이 사단이 되어 버린 것이다. 말은 주워 담지 못하는 것이라 한 번 안 주겠다고 뱉어 놓았으니 이를 다시 주겠다고 번복하면 잘못을 두 번 시인하는 꼴이 되어버리니 중앙 정부가 고집에 고집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 

급기야는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나서서 해명이라며 한 말이 모두 거짓에 근거를 두고 한 것이어서 꺼져가는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어 버린 격이 되었다. 이럴 때 황우여 교육부총리가 강단이 있다면 ‘이렇게 하면 안 되니 원칙으로 돌아가 정부에서 예산을 배정해야 맞습니다’라고 조언을 해야 하는데, 눈치가 팔단이라 그렇게 하지도 못하고 엉거주춤하고 있는 사이에 국민들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고 있는 것이다. 교육감들이 대통령 공약사항이니 대통령이 예산을 주지 않으면 시행할 수 없다며 누리예산을 아예 책정조차 하지 않은 채 지방의회를 통과하고 말았으니, 새우 싸움에 고래 등터진다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교육감)”과의 싸움에 애꿎은 젊은 부모들만 애간장을 태우고 있는 것이다. 그 속에는 박근혜 정부의 옹졸함, 진보교육감들이 칭찬받는 누리예산책정 절대불가라는 탐심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 멋지게 예산을 배정해 주면서 “내가 공약한 대로 5세 아이들에게 무상보육교육을 실시합니다.”라고 박근혜 대통령이 자랑을 했더라면 모든 공이 자기에게 돌아가 젊은 부모들의 지지를 열렬히 받을 수 있었을 것인데, 그 순간의 판단 미스로 거짓말을 해버림으로써 모든 욕을 뒤집어쓰고 있으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결국 거짓 배고픔에 스스로 놀아난 결과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여야 간에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이 쉬운 해고를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는 노동관련법 개정의 지지부진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가 어렵다고 엄살을 부리며 노동관련법 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900억불 이상의 경상수지 흑자를 얻고, 세계적 신용평가기간들로부터 특A평가를 받은 게 며칠 전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국민은 선뜻 정부의 저러한 엄살에 동의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근로자들의 비정규직화를 높이고, 해고를 쉽게 하면 기업이 좋은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런데 그러한 기업가들이 모인 자리에서 그러한 노동법개정이 지연되고 있는 것에 대해 불만을 털어놓으면 그들이야 박수를 칠 것이고, 그러한 박수를 분위기 좋다고 자화자찬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면, 국민들은 오히려 심정이 불편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해고당할 처지에 놓인 노동자들 앞에 나가서 상황의 어려움과 법개정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이해를 구해도 시원찮을 판에 저렇게 염장을 놓고 있으니 찬성하기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일외교장관회담을 통해 성급하게 군 위안부 문제를 졸속으로 합의하면서 최종적ㆍ불가역적 언급 금지라는 합의, 주한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이전 협력이라는 합의, 국민들의 생각 속에 껌값 정도로 치부되는 배상금 아니라는 조건이 붙어 있는 10억 엔의 기부금 합의가 국민의 속을 확 뒤집어엎어 놓은 것이다. 아베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화를 통해 사과한다고 언급했지만, 공식석상에서 사과한 것도 아니고, 어떻게 전화로 미안하다고 사과한 것을 대국민적 사과라고 할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을 뿐만 아니라, 900억 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한 대한민국의 경제력을 무시해도 너무 무시한 10억 엔의 배상금 아닌 적선에 화가 날 대로 나 버린 것이다. 일본 소프트뱅크 야구팀이 이대호 선수에게 제시한 연봉이 5억 엔 이상이니, 한 야구선수의 2년분 연봉도 되지 않는 적은 돈을 정식 등록된 위안부 238명을 위한 위로사업기금으로 인정하고 한일외교장관회담을 막 내린 정부의 합의에 국민들이 자존심 상해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합의 속에 군 위안부문제를 해결했다는 외교적 업적을 상찬하기 위한 탐심이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일이기도 하다.

이상동 시인은 겨울바다에서 말한다. 네가 한 방울의 눈물이었듯 나도 하나의 눈물이었기에 우리는 바다가 그리운 거다라고. 바다는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 너와 나를 가르지 않고 하나로 통일시킨다. 거짓 배고픔에 속지 않으면, 탐심을 버리면 남북 간의 갈등도, 선거구 획정 문제도, 노동자와 기업가를 동시에 보호할 수 있는 노동관련법 개정도, 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신원을 풀어주는 일도 모두 모두 가능하다. 그 마음에 “시인의 젖은 눈가에 바다가 보이는 것도 본시 사랑은 눈물이었기 때문인 거다.”라는 이상동 시인의 “모든 존재에 대한 사랑”이 있으면 되는 거다. 그대 가슴에 진정 사랑이 있는가? 그럼 아파해야지, 화낼 것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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