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근욱의 'Radio Bebop'(73) - 결국은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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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근욱의 'Radio Bebop'(73) - 결국은 마음
  • 차근욱
  • 승인 2016.01.06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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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근욱 아모르이그잼 강사

Happy New year! 다시 새해가 밝았다. ‘정말 시간은 잘만 가는구나.’ 새해를 맞이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날이 갈수록 시간이 빨리간다. 마술에 걸린 것처럼 묘하게도, 정신없이.

새해가 되면 많은 분들이 새로운 계획들과 다짐들을 세워본다. 나 역시 다를 바 없는데, 돌아보니 자신의 생활과 괴리가 있는 계획과 다짐은 작심삼일로 끝나지 않았나 싶었다. 항상 필요에 의해서 발전하는 것이 인간사 아니던가. 결국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 자신에게 절실한 것이 계획이 되고 다짐이 될 때 마지막까지 성취를 얻을 수 있는 법이다. 그래서 신년계획이란, 그냥 막연하게 ‘무언가를 했으면 좋겠다’, ‘무엇이 되고 싶다’는 바램보다는 자신이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는지를 먼저 생각하고 작성하는 것이 먼저다. 그래서 새해를 맞이하며 그런 취지에서 새해 목표를 세워보기로 했다.

먼저 책상 앞에 앉아, ‘나는 2016년을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 보았다. 생각해보니 역시 ‘건강하고 힘차게’ 살고 싶었다. 그럼 어떻게 하면 건강하고 힘차게 살 수 있을 것인가? 가장 먼저, ‘일단 잠을 잘 자야 한다. 잠을 후회없이 자야 인생이 행복해진다’, 까지 생각이 이어졌다.

그래서 새해의 첫 번째 목표는 ‘되도록 빨리 자고 푹 자서 일찍 일어나자’가 되었다. 마음같아서는 10시에 잠들어서 아침 5시면 개운하게 일어나는 생활을 끝없는 물레방아처럼 실천하고자, 밤 10시가 되면 신데렐라처럼 어디선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뛰쳐나와 꼭 잠자리에 들고 싶지만 어디 세상 일이 그러하던가. 일에 쫓기다보면 12시를 넘기는 경우가 태반인 것을. 그래서 상황에 따라 최대한 빨리 자되 푹 자자, 라고 생각했다.

두 번째로는 자기 전에는 내일의 일정을 확인하고 오늘의 하루를 정리하자, 로 정했다. 플래닝을 한동안 제대로 하지 못했다. 원고 마감에 쫓기다보니 원고를 쓰는 일 외에는 죄책감이 들어 아무것도 하지 못한 탓이다. 하지만 플래닝에 소홀해 지다보니 밀려드는 일정에 그저 끌려만 다녀 충분한 준비를 하지 못하고 일정을 소화한다는 느낌이 들었고, 결국 스스로가 불만스러워졌다. 스스로의 인생에 통제력을 가질 때 불안하지 않는 법이다. 그래서 무조건 잠들기 전에는 메모지에 아주 잠깐 한 두 줄을 적을지라도 플래닝을 하고 하루를 반성하기로 했다.

세 번째로는 아침에 일어나서 1시간 동안은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읽기로 했다. 항상 원고에 쫓기니 나오지도 않는 글을 써 내겠다며 빈 모니터만 째려보며 시간을 보낸다. 결과는 나오지 않는데 시간만 가니 답답할 노릇이다. 왜 그럴까를 생각해 보았더니, 요즘 새롭게 즐거운 독서를 했던 기억이 없다. 정말 내가 읽고 싶은 책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보며 재미있어 한 적이 있던가. 그저 필요에 의해 책 더미 속에서 요점정리를 한다며 머리를 싸매고는 있었지만, 독서다운 독서를 하지는 못했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접하지도 못하는데, 인생에 무슨 자극이 있고 아이디어가 샘솟겠는가. 점점 말라갈 뿐이지. 그래서 어떤 종류의 책이든, 내가 보고 싶은 책이라면 하루에 1시간 정도는 과감하게 써버리기로 했다. 스탑워치를 켜놓고 셀폰은 꺼놓은 채로 느긋하게 그 시간을 즐기는 거다. 마치 치즈케익을 모서리부터 잘라 먹듯이.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새벽시간, 스탠드를 켜 놓고 그 고요한 달콤함을 마음껏 누린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설레었다. 그래서 1년 동안 몇 권을 읽어내겠다는 식의 결과주의 말고, 그냥 한 페이지라도 내 가슴이 붙잡는다면 한 달 내내 읽고 읽고 또 읽자는 생각을 했다.

네 번째로는 1시간의 독서가 끝나면 무조건 운동을 하기로 했다. 전에는 시간을 통으로 준비해서 운동다운 운동을 하겠다는 욕심에 정작 운동을 못하는 날이 늘어나기도 했지만, 새해에는 플랭크를 1분만 하는 것도 좋으니 짧더라도 무조건 운동을 하기로 했다. 상쾌한 하루를 위해 내가 해서 즐거운 운동을 딱 즐거운 만큼만. 더 하고 싶으면 더 하는 것이고 더 할 수 없다면 주어진 시간 만큼만 즐거운 대로 충분히 즐기자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하기 싫으면 안하기로 했다. 게으름을 피우고 싶으면 게으름 잔뜩 부려야지 하고. 꼭 운동해야 한다는 강박 따위는 버리기로 했다. 누가 뭐래도 내가 즐겁자고 하는거니까. 대신 기왕에 한다면 짧은 시간에도 최대한 성과가 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성해야지, 라는 욕심을 내었다. 그래서 어떤 운동을 어떻게 할지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노라니 그 또한 신나는 일이었다. 먼저 시작은 복근과 허리운동부터 시작해서 등 운동으로 전신을 깨운 뒤, 스쿼트를 매일 해야지. 그 외의 부위는 요일별로 프로그램을 넣자 라고 까지 정하니 벌써부터 몸이 근질거렸다. 마무리는 누가 뭐래도 캐틀벨 스윙으로 깔끔하게 정리하는게 좋겠어 라면서.

마지막 다섯 번째는 건강한 음식을 가려서 먹자로 정했다. 아침은 늘 그랬듯 바나나에 우유, 그리고 요거트. 점심과 저녁은 어쩔 수 없이 관계자분들과 외식을 하는 일이 많으니 되도록 소식...할 수 있도록 노오력 해야지, 싶었다. 그런데 일을 하다보면 허기가 져서 소식이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노력은 해 봐야지. 만약 점심이나 저녁을 내가 준비한 것으로 먹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 버섯과 곤약을 중심으로 도시락이라도 싸면 좋겠다고 상상해 보았다. 지금처럼 맛동산을 먹어대다보면 어느새 미쉐린과 같은 배동산의 소유자가 될 날도 머지 않았겠다 싶었거든. 하지만 버섯과 곤약을 중심으로 먹는다고 해도 맛없는 요리는 싫다. 버섯과 곤약은 잘만 요리하면 충분히 맛있는 식재료이니까.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 두 가지가 가장 맛있는 요리는 어묵탕이 아니던가! 그럼 이제 주식이 어묵탕이 되는건가, 싶으니 조금 섬뜩해졌다. 1년 내내 어묵탕만 먹고 살아야 하는건 싫다. 가끔은 자장면도 먹고 싶은게 인생이니까.

그래서 일단, 새해의 목표는 이렇게 5가지. 뭐 더 많이 잡아봤자 기억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실천은 더더욱 어려울테니 이 정도가 좋다. 그런데 내가 즐거울만한 것들로 목표를 삼으니 글을 쓰는 내내 즐거웠을 뿐만 아니라 올 한해가 기대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외국어를 꼭 마스터해야 한다거나 몸짱이 되어야 한다거나 하는 목표를 잡아 놓으면 왠지 주눅이 들면서 무리한 계획에 혹사당하는 생활이 두려울지도 모르지만, 하고 싶은 일로만 목표로 잡으니 나름 행복했다. 결국 세상만사 마음이 움직여야 행동도 나타나기 마련이니까.

나는 직업상 꼭 읽어야 하는 책도 있고 읽고 싶은 책도 있기 마련이지만 마음이 가질 않으면 굳이 보려고 하지 않는다. 마음이 가는 날에야 금방 금방 책장이 넘어가지만 전혀 마음이 가질 않는 날이라면 도무지 책장이 넘어가지 않고 괴로울 뿐이니까. 그래서 느낀 것이 마음이 전부라는 나름의 깨우침이었다. 물론, 문제는 해야 할 일이 있을 때, 늘 마음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는 않는다는 현실이 문제이긴 하지만.

하고 싶은 마음 없이는 힘만 들고 결실이 없다는 것은 누구나 체험적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무언가 마주할 때에는 항상 스스로의 마음을 먼저 돌아본다. 내가 정말 이 일을 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진심으로 그 일을 하고 싶은건지. 마음챙김이 되고 호기심이 있을 때 행동과 결과도 속전속결이 가능하니까. 하지만 끝내 마음이 가질 않는다 해도 또 마감이 다가오면 마음이 급해져 행동도 나오기 마련이니 또 어찌어찌 넘어가긴 한다. 위태위태하지만 참으로 감사한 일. 하하하.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가장 힘들었던 때가 바로 내가 내 마음을 알 수 없었을 때가 아닌가 싶다. 원고를 쓰고 싶지 않다거나 책을 보고 싶지 않다거나. 그런데 딱히 무언가를 하고 싶은 것도 아닌, 알 수 없는 상태. 바로 그 때가 가장 안타까웠다. 속절없이 시간은 흘러가는데 기껏 하는 일이 관심도 없는 영화를 보거나 인터넷 뉴스나 검색하는 정도였다. 이것은 여유가 아니라 명확한 낭비다. 그래서 올 한 해는 즐거운 것을 하되, 낭비를 하지 않는 인생을 살기로 했다. 매 순간 내 마음을 살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아내어 그 순간에 충실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 충족감으로 후회없이, 보람차게 살기로 했다. 신년계획이란, 무언가를 해내겠다는 목표지향적인 태도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스스로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었다.

소소하지만 스스로가 만족할 수 있고 보람을 느낄 수 있고 앞으로 조금씩 나아갈 수 있는 인생. 요즘은 아이들까지도 금수저와 흙수저를 구분한다고는 하지만, 인생에 위너가 따로 있고 루저가 따로 있던가. 계급을 나누는 시각 자체가 얼마나 얄팍한 시선이던가. 얼마나 여유있는 생활인가도 중요하겠지만, 주어진 현실에 최선을 다해 꾸준히 개척하며 조금씩 나아가는 과정에서 얼마나 즐거울 수 있는지도 중요한 것 아니던가. 결국 인생은 행복한 사람과 행복하지 않은 사람으로 나뉘어지는 것은 아닌지. 불행한 금수저보다 행복한 흙수저가 더 후회없는 인생인 것이야 당연한 일이 아닐까. 물질만능과 성과위주의 경쟁사회를 사는 우리에게 결국 중요한 것은 마음이 아니었을지. 고단한 현실에서 사탕발림을 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가혹한 현실이라도 마음만은 다시 돌아볼 때에 길이 보이지 않을까 곰곰이 생각이 미쳤던 새해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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