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방문기]바다를 건너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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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방문기]바다를 건너며....
  • 법률저널
  • 승인 2004.03.23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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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진석
제45회 사법시험 수석합격

예전에 짐 캐리가 주연한 ‘The Truman Show'라는 영화가 있다. 영화 속 주인공인 Truman Burbank는 자기 자신은 물에 대한 공포증이 있는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생각하나, 그는 24시간 생방송되는 드라마 속의 주인공이다. 결국 이 사실을 알게 된 Truman은 진정한 자유를 찾아 바깥 세상으로 나가게 된다. 필자가 인천공항에서 처음으로 바다를 건너며 문뜩 떠올린 첫 번째 생각이다. 필자의 고향이 지방인지라 비행기는 수도 없이 타보았지만, 이렇게 바다를 건너는 것은 처음이다. 바다를 건넌다는 것은 또 다른 세상을 의미하고, 그것은 자유 이면에 내재된 궁금증과 흥분을 향해 날아가는 것이기에, 잠시나마 Truman을 떠올렸나보다.

인천공항에서 함께 일본을 견학할 장승수씨와 이재명씨를 11시 30분에 만나서 출국수속절차를 밟았다. 모두들 처음 해보는 것인지라 약간씩 덤벙대기도 했으나, 그러한 부산함 자체가 여행을 즐거움인 것이다. 또한 필자는 이미 우리사회의 공인이 되버린 장승수씨와 함께 여행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즐거웠다. 우리의 첫 번째 일본방문은 일본의 Legal mind 주식회사의 초청에 의해 이루어졌다. 사법고시 합격이 가져다 준 부산물이다.

앞으로의 일정은 3박4일간에 걸쳐 이루어진다. 물론 첫째날과 넷째날은 가고, 오는데 할애되는 시간이기 때문에 우리는 2일간의 일정만 소화를 하면 된다. 또한 공식일정은 둘째날에 잡혀있으므로 셋째날은 하루종일 관광을 즐길 수 있다.

이번에는 필자의 방문기로 여러분의 힘든 수험생활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지만 내년에는 여러분이 주인공이 되어 더 좋은 방문기를 연재해 주시기 바라며 짧지만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던 이번 여행을 감상하고자 합니다.


신주꾸에서의 첫날밤....

인천국제공항에서 나리따(成田) 공항까지는 약 2시간 정도 걸린다. 2시간을 비행기속에서 견딘다는 것은 만만치 않았다. 첫 이국여행의 설레임이 충만한데도 말이다. 우리가 탄 비행기는 JAL952편이었고, 이륙과 함께 20여분 후에는 간단한 기내식이 나왔다. 음식은 차게 식었으나, 일본인 고유의 품성이 젖어있는 도시락이었다. 도시락 내부는 정돈이 잘 되어있어 젓가락을 가지고 휘젓기가 정말 미안할 정도였다. 일본인은 그 도식락은 천천히, 조금씩 음미하면서 식사를 하였으나, 우리 일행은 미안한 감정이 언제 생겼나 싶게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성전(成田)에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들은 말은 ‘하이’와 ‘구다사이‘이고, 일본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도 ‘하이’와 ‘구다사이‘이고, 마지막까지 들은 말도 ‘하이’와 ‘구다사이‘이다. ’하이‘는 우리말로 ’예‘이고, ’구다사이‘는 ’~주세요‘라는 의미인데, 일본어와 아무 상관이 없는 필자이기에 다른 말은 들리지 않고, 이 말만 들려서 인가? 여튼 일본인 누군가가 필자에게 말을 할때에는 다른소리는 들리지 않고, 이 말만 들렸다. 여행 전날 여자친구가 일본어를 잘 해서 여러 가지 말을 가르쳐 주었으나, 정작 기억이 나는 것은 내 귀에 익은 ’하이‘와 ’구다사이‘였다.

나리따 공항에서 우리를 마중 나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대신에 신주꾸에서 우리를 안내해 주실 유정태 사장님과 만나기로 했다. 유사장님은 일본어를 전공하시고, 일본에 유학을 오셔서 석사과정을 마친 후 지금은 LEC 국제부 한국담당 겸 한국 LEC지사장을 맡고 계신다. 본인은 스스로를 파키스탄 사람처럼 생겼다고 비하하나, 필자가 보기에는 수려한 외모와 세련된 매너, 원어민을 능가할 정도의 일본어실력을 갖추고 계셨다.

우리가 머물 숙소(신주꾸니시구찌에 위치한 도요꼬인호텔)까지는 나리따 공항에서 차로 1시간이 채 되지 않는 거리였으나, 러시아워로 인해 40분이 더 걸렸다. 룸은 2개를 빌렸고, 1개는 1인실, 나머지는 2인실이었다. 나이순으로 돌아가면서, 1인실에 머물기로 하였으나, 첫날을 제외하고는 장승수씨가 독방에서 지냈다. 목에서 기침이 연신 나왔기 때문이었다(놀라운 사실은 장승수씨의 기침 때문에 약국에 갔는데, 기침에 명약인 ‘용각산’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것도 아닌데, 원래 용각산이 외국제품인가?...). 짐을 대충 푼 후에 우리는 저녁식사를 위해 신주꾸 번화가로 다시 나왔다. 일본에서 가지는 첫 번째 저녁식사는 SUSI(초밥)였다. 한국에서도 회전초밥집이 있지만 일본의 그것과는 가격면이나, 시설면에서 별반 차이가 없었으나, 메뉴의 다양함은 한국보다 훨씬 뛰어났다.

저녁식사 후 유사장님과 헤어지고 난 후 우리 일행은 신주꾸 시내를 걸어다니면서,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놀라운 점으로 첫째는 인간의 성(性)을 상품화한 곳이 정말 많이 있었고, 남성(男性)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그리고 이러한 광고간판이 시내중심부에 보란듯이 걸려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호객행위를 하는 이(일명 ‘삐끼’)들이 일본인 뿐만 아니라, 한국인부터 시작해서, 동남아시아인, 심지어는 흑인까지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손님들의 몸에 절대로 손을 대지는 않았고, 말만 걸뿐이었다. 셋째는 신주꾸 근처에는 코리안타운이 있어, 정말 많은 한국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들리는 말의 50%이상이 한국말이었다.

숙소로 돌아온 우리는 한국에서 준비해온 소주를 마셨다. 장승수씨와 이재명씨 그리고 필자까지 어느 부분에 있어서 공통점이 많아서, 이야기는 잘 통했고, 가장 좋았던 것 중의 하나는 세명 다 담배를 즐겨 핀다는 것이었다. 일본여행에서 얻은 수확중의 하나는 이들과의 대화였다. 3박하는 동안 우리는 거의 새벽까지 얘기를 했다. 특히 재명이 형은 재치있는 말투로 항상 유쾌하게 이야기를 했고, 승수형은 우리가 ‘장교수님’로 칭할만큼 다방면에 있어서 많은 지식을 가지고 계셨다. 첫날밤은 승수형의 지식보다는 재명이형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루를 정리하였다. 시간이 아쉬웠지만 내일의 일정을 위해 오늘의 이야기를 내일로 미룬 채 잠지리에 들었다. 바깥에서 번쩍이는 네온사인이 내 눈을 귀찮게 했으나, 편하게 잠이 들었다.


둘째날 - LEC, 최고재판소 견학

아침 7시가 약간 넘어 일어났다. 한 3시간을 잤을까? 새벽 내내 이야기를 하다가 잠깐 벽에 기대서 졸다가 일어난 것처럼 몸이 무거웠다. 샤워를 한 후 우리는 택시를 타고, 지하철역까지 갔다. 교통비까지 LEC에서 부담해주셔서 정말 다행이었다. 일본의 택시의 기본요금은 무려 660엔(약 7000원 정도)이었고, 지하철 요금 또한 만만치가 않았다. 또한 지하철은 매우 복잡하게 얽혀져 있고, 환승역에서도 다시 요금을 부과하거나, 또는 각 라인마다 요금도 천차만별이어서 일본생활이 10년이 넘은 유사장님도 꼼꼼히 체크를 하실 정도였다. 어제 한시간 남짓 탄 공항 리무진 버스요금도 무려 3000엔(약33000원으로 우리 인천공항의 경우 5000원에서 7000원정도)이나 하였다. 그리고 일본의 고령화 사회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바로 ‘택시’가 아닌가 싶다. 필자가 이번 여행을 계기로 택시를 많이 탔으나, 택시기사는 최소한 연세가 모두 50대 이상인 것 같았고, 절반 이상이 60대였다. 그리고 일본의 택시는 왼쪽 뒷문(차량의 좌측통행)이 자동으로 열리고 닫혔다. 각설하고 우리일행은 지하철을 타고 약 30분 지나자 첫 목적지인 LEC 주식회사가 나왔다.


일본의 고시문화

LEC는 동경타워에서 그리멀지 않은 곳인 ATAGO GREEN HILLS의 17층과 18층에 위치하고 있었다. 1인 주주로 구성된 주식회사였으나, 그 규모는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방대했다. 1년 순이익은 우리나라 대기업 못지 않은 수준이었고, 각 학원은 동경시내에는 9곳, 일본 전국에 40여 곳의 지사가 있었다. 본사의 직원 수는 1000여명에 다다르고, 일본변호사뿐만 아니라, 외국변호사까지 고용되어 일하고 있으며, 사법고시뿐만 아니라 일본에 존재하는 모든 국가시험을 대비한 강좌가 다 있었다. LEC에서 反町 부회장을 만나려고 기다리는 동안 사법고시 합격자 축하연 사진이 걸려있었는데, 놀랍게도 일본 수상이 방문하여 축하해 주는 사진이었다. 우리나라의 사법고시는 3차 시험이 형식적이나, 일본의 경우에는 100명이 넘게 불합격하기 때문에 면접에 대한 공부도 매우 치열하다고 한다. 그리고 인상적인 것은 사법고시 성적과 연수원 성적에 그렇게 연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주지하다시피 사법고시 성적과 연수원 성적을 토대로 판, 검사에 진출하게 되고, 성적이 나쁘면 변호사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그러나 일본은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진로를 선택할 수 있는 시스템과 관행이 있다고 한다. 또한 일본은 올해 4월부터 law school을 시작한다고 한다.

이런저런 대화를 마친 후 우리가 미리 준비한 선물(구운김 - 일본사람들은 구운김을 매우 좋아한다고 함)드리고, 빌딩을 빠져나와 10분을 걸어 LEC학원(실제로 강의가 이루어지는 곳)에 도착하였다. 규모도 상당했지만, 시설 역시 수준급이었다. 인상적인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시청각실이었는데, 학원에서 비디오 테이프를 받아 각자 자기 자리에서 비디오를 볼 수 있는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었다. 개인적으로 보는 것이라 이해가 안되는 부분은 몇 번이고 반복해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러나 1년 수강료만 100만엔이나 한다고 한다. 그 외에 별도 비용이 한 10%정도 든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일본은 우리보다 많은 수의 합격자를 배출하고 있고, 그 연령은 평균 만29세 정도이나, 점점 연소화되어 간다고 한다. 또한 우리와 실정이 비슷한 것은 몇몇 개의 대학에서 합격생의 다수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특이한 점은 매년 합격생의 90%이상이 LEC회원이라고 한다. 또한 LEC에서는 사법고시 뿐만 아니라 모든 국가고시와 자격증 시험까지 강좌를 하는데, 국가의 중요기관이나, 기업 등에는 LEC 출신의 구성원이 적지 않게 포진해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고시학원이라기 보다는 인재양성소라고 할까? 나리따 공항에서도 LEC출신의 직원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 고시문화와의 공통점은 문화를 이끌어가는 그 구성원인 ‘수험생’에게 있었다. 안경과 두꺼운 외투, 무거운 가방은 우리의 수험생과 별반 다른 것이 없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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