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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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43)
  • 신종범
  • 승인 2015.12.24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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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카’ 범죄의 처벌

신종범
법무법인 The Firm 변호사
sjb629@hanmail.net
http://blog.naver.com/sjb629

사무실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상담을 하고 싶다고 했다. 시간이 좀 있어 말씀해 보시라고 하니 직접 만나기를 원했다. 그런데 살고 있는 곳이 지방으로 꽤 멀었다. 괜찮다면 근처에 있는 변호사를 찾아 보라고 했지만 굳이 필자와 상담하겠다고 하여 사무실 위치를 알려 주고 약속을 잡았다. 만나본 사연인즉, 외아들이 있는데 공부를 무척 잘해서 고등학교에서 1,2등을 다퉜고 선생님이 되고자 교대를 장학금을 받고 들어갔다고 한다. 대학에서도 공부를 잘 해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을 하고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이 아들이 현행범으로 체포된 후 기소 되었다는 것이다. 공소사실은 '카메라 등 이용촬영죄' 소위 ‘몰카’ 범죄였다. 수험생활 중에 스트레스와 충동을 조절하지 못하고 지하철역 등에서 여성 치마 속 등을 찍어 왔던 것이다. 현장에서 압수된 핸드폰에 저장된 사진과 동영상은 십여장에 불과했지만 나중에 집에서 압수된 외장하드에는 백여장이 넘는 사진과 동영상이 있었다. 아들의 아버지는 형사처벌도 걱정이 되었지만 아들이 그토록 바랬던 선생님이 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몹시 불안해 하였다. 이 아들은 선생님이 될 수 있을까 ? 

이 아들이 기소가 된 이상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음과 같은 처분이 따르게 된다. 먼저, 이 아들의 행위는「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하고 있는 “성폭력범죄”에 해당하고(제2조), 같은 법 제14조에 따라 처벌받게 된다. 제14조는 “카메라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만약, 법원이 정상을 참작하여 형의 선고를 유예하는 경우에도 1년 동안 보호관찰을 받을 것을 명할 수 있고, 유죄판결(선고유예의 경우에는 제외)을 선고하는 경우에는 500시간의 범위에서 재범예방에 필요한 수강명령 또는 성폭력 치료프로그램의 이수명령을 부과할 수도 있으며, 집행유예을 명하는 경우에는 그 외 보호관찰 또는 사회봉사를 병과할 수도 있다(제16조). 

다음으로, 법원에서 무죄가 인정되지 않는 한 당연히 ‘신상정보등록대상자’가 되어(제42조) 경찰서 등에 성명, 주소, 직장, 연락처, 차량번호 등의 신상정보를 제출하여야 하고, 정면, 좌측, 우측 상반신 및 전신 컬러 촬영된 사진이 보관되며, 등록일로부터 1년마다 경찰관서에 출석하여 새로 사진을 촬영하여야 한다(제43조). 그리고 등록된 정보는 최초 등록일로부터 20년간 보존, 관리되고, 관할경찰관서의 장으로부터 반기 1회 직접 대면 확인 조사에 응하여야 한다(제45조). 또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원의 ‘공개명령’에 의하여 성명, 나이, 주소, 사진, 등록대상 성범죄 요지 등이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공개되고(「아동,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제49조), 공개명령 기간 동안 위와 같은 공개대상정보(성명, 나이, 주소, 사진, 성범죄 요지 등)가 거주하는 읍·면·동의 아동·청소년의 친권자가 있는 가구, 어린이집, 유치원, 초·중·고등학교의 장 등에게 ‘고지’된다(「아동,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제50조). 그리고, 형을 선고 받아 확정되면 형의 집행을 종료하거나 집행이 유예, 면제된 날부터 10년 동안 가정을 방문하여 아동, 청소년에게 직접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에 종사할 수 없으며 유치원, 초·중·고등학교, 학원, 어린이집, 공동주택 관리사무소, 의료기관 등을 운영하거나 그 시설에 취업 또는 사실상 노무를 제공할 수 없다(「아동,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제56조). 

결국, 이 아들은 무죄를 받지 못하는 한, 형의 집행과 함께 신상정보등록대상자가 되고 형 집행 종료 후 10년 동안은 초, 중등, 고등학교에 교원으로 임용될 수 없으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신상정보가 인터넷을 통해 공개되고 인근의 어린이가 있는 가정과 학교 등에 그 신상정보가 고지되게 될 것이다. 이 아들의 아버지에게 이와 같은 내용을 이야기 해 주었다. 아들의 아버지는 깊이 실망을 하면서도 그래도 최선을 다해 달라며 사건을 맡기고 갔다. 사건 기록을 자세히 살펴 보던 중 공소사실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외장하드의 압수 절차가 위법하였음을 발견하게 되어 이를 공판 과정에서 주장하여 그 부분에 대한 공소가 취소되었고, 현행범으로 체포될 당시 촬영된 십여장만이 공소사실로 남게 되었다. 여러 가지 정상 자료도 제출하고 피고인이 처한 사정도 호소하였다. 내심 선고유예를 기대하였지만 벌금형이 선고되었다. 다행히 신상정보 ‘공개명령’과 ‘고지명령’은 내려지지 않았다. 아들의 아버지는 아들이 교사가 될 수 없을지도 모름에도 고마워 했지만 필자는 미안한 마음이 앞섰다. 

얼마전 8개월 동안 183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500번 이상의 ‘몰카’를 촬영한 피의자가 기소유예 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피의자가 의학전문대학원생으로 밝혀지면서 법 적용의 형평성이 문제되었다. 기소가 되어 유죄 판결이 나오면 의사가 될 수 없다는 사정이 고려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앞에서 필자가 맡은 사건도 기소가 되면 교사가 될 수 없는 사정은 마찬가지였고, 동일한 범죄를 저지른 수 많은 사람들은 기소가 되어 형의 집행 뿐만 아니라 법률에 따라 신상정보등록, 취업제한 등의 많은 불이익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몰카’ 관련 범죄에 대한 다른 사건과 비교해 보았을 때 위와 같은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은 상당히 이례적이고 검찰의 기소권에 대한 신뢰를 의심케할 만하다. 다만, 헌법재판소가 경중을 가리지 않고 ‘성폭력범죄’ 모두에 대하여 20년간 신상등록정보를 보존, 관리하도록 한 규정에 대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리는 등 과잉입법의 논란이 있으므로 관련 규정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한 해가 저물어간다. 모두 한 해 고생 많으셨다. 새해에는 좀 더 밝은 세상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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