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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귀인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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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귀인이 나타났다!
  • 신희섭
  • 승인 2015.12.24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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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고려대학교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귀인이 옵니다.” 점집의 단골멘트다. 그런데, 한국정치에 귀인이 나타났다. 내년 봄 총선에 새로운 정치를 가지고 한국정치에 귀인이 온다고 한다.

안철수 의원이 한국정치에 새로운 정치 지형을 만들어가겠다고 한다. 몇일 새에 그는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였고 신당창당을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정치에 여러 가지 지각변동이 일어 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첫 번째로 1996년 이후 20년 만에 제 3 당 그것도 20석 이상의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는 제 3 당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치학이론대로면 정당체계에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두 번째로 1997년의 김대중-김종필로 상징화되는 정당‘연합’의 패턴에서 정당‘해체’라는 전혀 다른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 상시적 지지자가 적은 야당은 선거 때마다 지지를 모으기 위해 ‘우산정당’이라는 비판도 감내하면서 정당연합책을 모색해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연합책 대신에 탈당과 신당창당이라는 새로운 카드를 들이밀고 있다. 2008년 총선에서 한나라당내에서 특이한 작명인 친박연대가 만들어진 것과 유사하게 정당이 나누어지고 있다.

현재 한국정치구도라면 안철수 의원은 한국정치에 귀인이 될 것이다. 야당분열로 인해 집권당인 새누리당에게 귀인이 되겠지라는 예상은 단견적이다. 야당은 내홍을 감내하고 이 위기 상황을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따라 정통야당으로서의 선명성을 가질 수도 있다. 그리고 진보정당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명확히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새누리당도 중도보수적인 안철수의원의 신당과의 경쟁으로 자신의 정치입장을 명확하게 재조명하게 하도록 압박을 받을 것이다.

개별 정당을 넘어 정당체계차원에서도 한국정치에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 1996년 자민당이후 교섭단체를 만들 수 있는 정당의 부재는 한국정당체계를 양당제구조로 만들었다. 한국과 같이 빠른 변화와 다양한 사회적 가치가 공존하고 충돌하는 상황에서 양당제는 답이 아닐 수도 있다. 만약 더 많은 정당수가 더 많은 유권자들의 지지를 담아낸다는 명제가 타당하다면 정당체계는 다당제로 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좀 더 거시적으로 보아 기성정당에 의지하지 않고 새로운 인물이 정권을 장악한다면 이것역시 한국정치의 일대 파란을 가져올 것이다. 2011년 박원순 후보의 서울시장 당선을 우습게 만드는 극적인 사건이 될 것이다. 또한 인물위주의 한국정치와 허약한 정당제도정치를 방증하게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안철수 의원을 지지하거나 지지하지 않거나와 관계없이 위의 시나리오는 4월에 전개될 한국정치에는 전령이 될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 전령은 한국정치의 새봄을 알릴 수 있을까?

먼저 창당과 신장을 계획하는 분들에게는 미안하다. 하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지금의 신당으로 새로운 정치의 전령이 오지는 않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안철수 의원을 만나본 적도 없고 개인 안철수에 대해서 가진 정보는 제한되어 있고 사적인 감정은 없다. 그리고 과거에 본인이 보여준 정치적 의지 부족을 한국정치개혁을 위한 양보라고 생각하고 백의종군의 자세라고 생각할 마음도 있다. 무엇인가를 의욕적으로 하려는 사람의 의지를 초장부터 의심하고 부정적 잣대로만 바라보는 것은 얼마 없는 한국정치 개혁의 기회를 아깝게 날리는 것이다. 그래서 실제 새로운 정치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존중하고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입장에서 이 사안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이렇게 해야 개인적 감정과 가치판단을 배제하고 새로운 한국정치의 희망에 대한 객관적 분석이 가능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객관적으로 새로운 정치와 혁신정치는 창당을 통해서 가능할까? 안철수 의원의 뜻이 하늘에 닿을 만큼 충심으로 원한다고 해도 쉽지 않을 것이다.

현재 정치의 변화가능성은 ‘개인’차원이 아니라 ‘구조’차원에서 보아야한다. 얼마나 많은 지도자들이 새로운 정치의 희망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고 자신의 국가와 공동체를 위한 비전을 실현시키려고 노력했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노력들이 왜 빛을 보지 못하고 명멸해갔는지의 원인은 명확하다. 한국정치의 구조적 힘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럼 구조적 힘이란 무엇인가?

구조적 힘이란 한국정치를 이끌어가는 이념과 가치 그리고 유권자의 구성과 지지를 포함하는 것이다. 어려운 이야기니 조금 쉽게 풀어가 보자. 모든 개념이 그렇듯이 ‘새로운 정치’ 혹은 ‘혁신 정치’도 그 반대가 무엇인지를 통해서 실체가 명확해진다. 어릴 적 두꺼비 집 놀이의 기억을 빌리면 ‘새로운’ 정치의 반대는 ‘헌’ 정치이다. 헌집대신 새집을 준다고 했으니 말이다. 그럼 ‘새’정치는 ‘헌’ 정치의 어떤 부분을 척결하고 무엇을 새로 구축한다는 것인가? 그동안 안철수 의원에게서 나온 혁신안의 주장대로면 헌 정치는 ‘부정부패’의 정치이고 ‘낡은 진보’의 정치이다.

학창시절 공부를 잘했던 안철수 의원답게 이 주장은 정치학으로 보면 모범답안이다. 부정부패를 고치고 과거의 진보정치를 고치는 것은 ‘헌’정치를 고치는 것이다. 그렇지만 ‘새’정치의 실체는 아니다. 무엇이 나쁜가와 무엇을 새로 만드는 것은 다른 것이다.

이 지점이 중요하다. 새정치를 위해서는 무엇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 한국정치현실에서는 무엇을 새로 만들어달라는 지지가 끊임없이 있어왔다. 오죽하면 1960년 4월에 민주주의를 학습한지 12년 만에 그리고 전쟁을 휴전한지 7년 만에 “못살겠다”고 민주주의를 요구했겠는가? 잘못된 것에 대한 요구는 1970년대 유신시절에서도 1980년 광주에서도 그리고 1987년의 전국 도심의 거리에서도 볼 수 있었다. 잘못된 것을 고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는 2000년의 낙천낙선운동에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도 그리고 2012년 대통령선거를 전후로 한 안철수 바람으로도 있어왔다. 그만큼 “헌정치 말고 새정치”에 대한 수요는 일상적으로 그리고 광범위하게 존재한다.

그렇다면 이 수요를 받아 줄 공급측은 이들 요구를 메워줄 수 있는가? 핵심은 이 부분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공급측이 새로운 수요를 이끌고 나가려면 매우 선명하고 알기 쉬운 방향성 즉 비전이 제시가 되어야 한다. 가정집으로 비유하면 집구석에만 갇혀 있어서 어디 콧바람이라도 쐬게 여행가자고 조르는 가족들에게 “자 여기로 가자”고 쿨하게 제안할 것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과거에 어떤 여행지가 나빴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보다 어디를 가고 싶은 것이다. 문제는 요구하는 그 어디라는 것이 모호한 것이다. 비용도 적게 들고 럭셔리해서 폼도 나고 맛있는 것도 많고 편한데 볼 것도 많은 곳. 이곳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면 이런 곳은 있는가? 당연히 없다. 그러니 중요한 기준에 맞추어서 가장 근사한 곳으로 여행지를 잡아야 한다. 그래야 하다못해 집구석에서도 대접을 받을 수 있다. 볼 것이 많든지 아니면 먹을 게 많이 있든지 그도 아니면 그저 세월걱정 없이 푹 쉬다 올 수 있든지. 뭐가 되었든 리더라면 지향점을 이야기하고 설득을 하고 공을 들여야 한다.

그런데 한국정치에서 새로운 지향점으로 잡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진보-보수가 아닌 단순하면서 대립각을 만들어 우리와 상대방을 가를 수 있는 또 다른 가치 기준에 무엇이 있는가? 새정치는 구호이지 지향점이 아니다. 그렇다고 지금 민주당내에 불만이 많은 호남인사들을 중심으로 세를 규합하는 것은 다시 1987년의 지역주의 정당체계로 복귀하는 것이다. 또한 제 3 당이 되어 건설하고 싶은 세계가 이쪽 저쪽에서 밀려난 사람들의 피난처는 아닐 것이다. 물론 총선이 목적이 아니라 대통령이 되어 새로운 정국을 구성하자는 전략적 구상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새로운 것이 무엇인지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단지 권력만 장악할 뿐 새정치의 명분은 없게 될 것이다.

4월의 귀인이 되려면 좀 더 명확한 비전마련이 필요하다. 한국정치를 답답하게 보는 사람이자 정치변화가 필요하다고 공감하는 일인으로 4월 귀인이 봄과 함께 새로운 메시지를 기대한다. 하지만 끝까지 고개를 치켜드는 현실주의의 기운을 어찌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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