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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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42)
  • 신종범
  • 승인 2015.12.11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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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재판 이야기
 

신종범
법무법인 The Firm 변호사
sjb629@hanmail.net
http://blog.naver.com/sjb629

A 대위는 총소리를 무서워 하는 B 이병을 교육시킨다는 목적으로 사격장에서 B 이병을 옆에 세워 두고 소총에 수십발의 공포탄을 장전하고 사격하여 B 이병의 고막을 손상케 하였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되었다. 사건을 심리한 법원은 심리를 종결하고 평의에 들어 갔는데 3명의 재판관 중 2명은 유죄를 인정하였지만 재판장은 무죄를 주장하였다. 결국 다수 의견대로 유죄로 인정하고 형을 선고하기로 하였는데 법정에 들어간 재판장은 피고인 A 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같은 부대에 근무 중인 甲과 乙은 함께 휴가를 나와 술을 마시던 중 옆에 있던 丙과 시비가 붙어 싸움을 하여 丙에게 상해를 입혔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되었다. 법원은 甲과 乙에게 각 벌금 500만원을 선고하였고 상소는 없었다. 그런데 검찰로부터 갑은 500만원을 납부하라는 통지를 받았는데 을은 100만원을 납부하라는 통지를 받았다. 

위 두 사례 모두 정상적이지 않다. 첫번째 사례는 재판장이 어떻게 합의를 어기고 다른 내용으로 선고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지만 실제 군사법원에서 있었던 일이다. 군사법원의 재판관은 법을 전혀 공부하지 않은 사람도 될 수 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현행 군사법원법에 의하면 군사법원의 재판관은 군법무관인 군판사 외 관할관(군사법원에 대한 지휘, 감독권을 갖고 있는 장성급 지휘관)이 임명한 일반 장교인 심판관이 있다. 보통군사법원은 군판사 2명과 심판관 1명으로 재판부를 구성하여 재판을 하는데 첫번째 사례에서 군판사는 법리적으로 검토하여 유죄로 판단하였고 심판관은 A 대위의 행위를 군기확립을 위한 것으로 정당하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심판관이 재판장으로서 합의를 어기고 자신의 판단대로 무죄를 선고한 것에 있었다. 민간법원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심판관은 법적 절차는 잘 모르겠고 군판사들이 자신 보다 계급이 낮음에도 자신의 의견에 따르지 않자 임의대로 선고하였다고 짐작된다. A는 항소심에 이르러 유죄가 인정되었다. 

두번째 사례는 법원에서 甲, 乙에게 똑같은 벌금형을 선고하고 상소도 없었는데 어떻게 乙의 벌금액이 5분의1로 감액되었는지 의아하지만 이 또한 군사법원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현행 군사법원법에 의하면 법원에서 선고한 형이 또 다른 절차를 거쳐 감형될 수 있기 때문이다. ‘관할관확인조치권’이 바로 그것인데 이는 군사법원에서 징역이나 벌금형이 선고된 피고인에 대하여 관할관이 형을 감경할 수 있는 제도이다. 두번째 사례에서 군사법원은 범죄사실과 양형조건 등을 참작하여 甲, 乙에게 동일한 형을 선고하였지만 관할관은 乙의 벌금액만 5분의1로 감액하여 준 것인데 이것이 사법정의와 형평에 부합하는지 의문일 뿐만 아니라 甲으로서도 무척 억울할 것 같다. 

우리 헌법은 특별법원으로서 군사법원을 둘 수 있도록 하고 있고, 군사법원의 조직, 권한 및 재판관의 자격을 법률로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군사법원법이 마련되어 있다. 군사법원법에 따른 군사재판이 민간재판과 다른 가장 큰 특수성이라고 한다면 위 각 사례에서 밝힌 ‘심판관제도’와 ‘관할관확인조치권’이라 할 수 있다. ‘심판관제도’는 일종의 참심제와 비슷하게 군사재판에 군을 잘 이해하는 사람을 참여시켜 군의 특수성을 반영한 재판이 가능하게 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재판관인 군판사도 그 신분은 군인으로서 군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고 할 수 없고, 군사재판을 함에 있어 지휘관 의견서 등을 통하여 그 의견을 반영하고 있는 이상 반드시 ‘심판관제도’를 두어야 군사재판에 군의 특수성을 반영할 수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법 문외한인 ‘심판관’이 재판장으로 재판을 진행함으로써 사법절차상 피고인의 권리 등이 훼손되는 등 사법질서가 훼손될 우려가 더 크다고 할 수 있고 극히 이례적인 사건이지만 위 사례와 같은 어처구니 없는 일도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한편, 원칙적으로는 심판관이 선임 재판관으로 재판장으로서 재판을 진행하여야 하지만 현재 거의 대부분의 군사법원에서 주심 군판사가 사실상 재판장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았을 때도 군사재판에 있어 심판관 제도는 형해화 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관할관확인조치권’은 군사법원의 관할관인 지휘관에게 법원에서 선고된 피고인의 형을 감경할 수 있도록 한 것인데 지휘관에게 은사권을 부여한 것 외 다른 납득할 만한 근거를 찾기 어렵다. 또한, 대통령의 사면권도 법률의 규정에 따라 엄격한 요건하에 행하여 지는데 ‘관할관확인조치권’은 감경할 수 있는 하한도 없는 등 관할관에게 부여된 재량이 너무 크고, 감경사유는 이미 법원에서 양형을 할 때 참작한 사유와 동일하며, 사례에서와 같이 합리적 이유 없이 피고인간 양형의 차별을 가져 오는 등 여러 문제점이 있다. 일부 군사법원에서는 관할관이 형을 감경할 것을 감안하여 높은 형을 선고하는 폐단도 나타나고 있다. 

얼마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원칙적으로 심판관 제도는 폐지하고, 관할관의 확인조치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군사법원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군사적 전문지식과 경험이 필요한 사건’의 경우에 지휘관이 심판관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일부 제한을 했지만 ‘관할관 감경권’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일부 개선된 내용이 반영되어 다행스럽긴 하지만 군사재판의 공정성과 독립성에 늘 의문을 제기할 수 밖에 없었던‘심판관 제도’와 ‘관할관확인조치권’이 여전히 존치되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군사법개혁은 아직도 미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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