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새벽, 임은정 검사에 대한 검사직무적격심사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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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새벽, 임은정 검사에 대한 검사직무적격심사에 대한 단상
  • 법률저널
  • 승인 2015.12.10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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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교수 / 변호사 / 시인

또 다시 지금, 필자는 오늘의 새벽을 맞는다. 매일, 새벽을 맞는다. 어제도 하루 종일 연구실에서 살았다. 전생에 무슨 업보인지 참으로 많은 글을 쓰고 있다. 누가 과연 내 글을 읽기나 할까 싶지만 아주 간혹 내 글을 읽고 많은 위로가 되었다며 느낌을 전해 오는 독자가 있고, 내가 저술한 책이 “다른 교재에 비해 가독성이 좋아 공부하기 쉬워요.”라고 말하는 책으로 맺어진 인연들의 격려에 힘입어 글을 쓴다. 내 마음을 토로하지 않으면 온 몸이 근질근질해져 글을 쓰는지도 모르겠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새벽이다. 어제 아침부터 밤까지 내내 잊고 있었던 새벽이다. 어제도 새벽이 있었듯 오늘도 새벽이 있고, 다시 내일도 새벽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새벽은 매일 어둠 속 나를 찾아와 빛으로 인도한다. 어둠의 시간이 긴 것 같지만, 매일 아침 새벽을 맞으며 새벽의 힘을 깨닫는다. 새벽은 참으로 위대하다. 두려움과 거짓이 난무하는 어둠속세상을 소리 없이 물리치는 새벽의 신비를 어찌 말로 다 할 수 있겠는가? 새벽은 언제나 찾아오는 것, 그러니 어둠에 머물지 말라고 내 양심에 속삭인다. 그래서일까? 체질적으로 늦잠을 자지 못한다. 아주 어려서부터 새벽 일찍 잠이 깨어 하루를 사는 편이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지금은 새벽이다.

임은정 검사가 검사직무적격심사 대상자가 되어 세상이 시끄럽다. 대한민국헌법 제106조 제1항은 “법관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파면되지 아니하며, 징계처분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직ㆍ감봉 기타 불리한 처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법관의 신분을 강하게 보장하고 있다. 그런데 법관과 비슷한 위치에 있는 검사에 대하여는 헌법에 규정이 없다. 행정부인 법무부 소속의 공무원이지만, 법관과 더불어 사법권 행사의 중심축으로 신분보장 필요성 때문에 검찰청법 제37조(신분보장)는 “검사는 탄핵이나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파면되지 아니하며, 징계처분이나 적격심사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해임ㆍ면직ㆍ정직ㆍ감봉ㆍ견책 또는 퇴직의 처분을 받지 아니한다.”고 하여 역시 신분보장을 하고 있다. 다만 법관은 징계처분에 의한 정직이나 감봉은 허용되지만 해임이나 퇴직토록 할 수 없어 강하게 보장되는데 반해, 검사는 징계처분이나 적격심사에 의해 해임이나 면직 또는 퇴직이 가능하여 그 보호 강도가 법관에 비해 약한 편이다.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범죄수사, 공소의 제기 및 그 유지에 필요한 사항과 법원에 대한 법령의 정당한 적용을 청구하는 직무를 수행할 권한이 있다(검찰청법 제4조). 단독으로 그러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단독관청인 것이다. 검사는 그러한 권한을 행사함에 있어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며 주어진 권한을 남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검사는 소속 상급자의 지휘 감독에 따르되 구체적 사건과 관련하여 상급자의 지휘ㆍ감독이 적법하거나 정당하지 않으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제7조). 2004년 검사동일체 원칙이 폐지되면서 상급자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2012년 9월 임은정 검사는 민청학련사건의 배후 조종자로 지목되어 징역형을 산 제일교회 박형규 원로목사의 재심사건에서 백지구형토록 한 내부지시와 달리 무죄를 구형하여 무죄판결을 받은 적이 있다. 그때는 임은정 검사에 대한 징계가 전혀 없었다. 검사는 범죄자에 대해 증거에 의해 유죄의 확신이 섰을 때 기소해야 한다. 따라서 당연히 처벌해 달라며 일정 형량을 구형하는 것이 옳다. 그런데 백지구형을 하는 것은 법관이 알아서 형량을 선고해 달라고 방치하는 것이어서 검사의 직무유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여태까지 관행처럼 허용되어 온 백지구형은 폐기되어야 할, 검사의 존재가치를 부정하는 검사의 비겁한 책임회피였던 것이다. 

임은정 검사는 2012년 12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재심피고인 윤길중에 대해 또 무죄를 구형하였다. 윤길중에 대한 재심대상 사건은 1962년 5ㆍ16 쿠데타 세력이 조작한 통일사회당 사건으로 반공법위반사건이었다. 박형규 목사에 대한 무죄 구형으로 한 번 데인 공판2부 부장검사는 담당 공판검사인 임은정 검사를 위 윤길중 재심사건의 공판에서 배제시키기 위해 다른 검사로 교체지시를 내렸다. 이에 대해 임은정 검사가 이의제기하였던 것이다. 

검사는 수사검사와 공판검사로 나누어져 있다. 수사검사가 수사를 직접 했기 때문에 사건 내용을 잘 알고 있지만 공판, 즉 재판과정에 출석하다 보면 다른 사건 수사를 하지 못해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공판, 즉 재판만을 전담하는 공판검사를 두고 있다. 따라서 수사검사는 사건 내용을 잘 알지 못하는 공판검사가 재판을 원활히 진행할 수 있도록 범죄 요지, 신청할 증거나 증인 등을 메모하고 구형량을 정해 공판검사에게 전달한다. 그러나 공판 과정에서의 변수, 예를 들어 범죄사실을 부인하던 피고인이 법정에서 자백을 하거나 합의서가 제출되거나 반대의 경우 등 사정변경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감안하여 구형할 수 있는 재량권이 있어 공판검사는 수사검사가 요구한 구형을 그대로 따르지 않아도 된다. 법관 또한 검사의 구형량을 참고하기는 하지만 구속되지는 않기 때문에 무죄를 선고할 수도 있고, 오히려 구형량보다 가중하여 선고할 수도 있다.

임 검사가 백지구형이 아닌 무죄 구형을 하겠다며 백지구형에 이의제기하자 당황한 공판2부 부장검사는 서면으로 행사하라고 지시하였고, 서면을 작성하던 중 공소심의위원회에서 무죄구형이 적절한지 결정하기로 했다는 얘기를 듣고 임 검사는 다시 자신의 무죄 구형 의견의 타당성을 설명하기 위해 공소심의위원회에 제출할 자료를 보완하던 중 다른 공판검사에게 재심사건이 재배당되었다고 한다. 공판검사는 원래 전담하는 형사재판부가 정해져 있다. 즉 여러 명의 공판검사 중 어떤 공판검사가 어떤 형사재판부를 전담할 것인지 업무분담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윤길중 재심사건 재판부는 임은정 검사가 전담하도록 되어 있는 형사재판부였는데, 갑자기 다른 공판검사에게 직무이전명령이 내려짐으로써 졸지에 임은정 검사는 자신의 직무를 박탈당하고 말았다. 자신의 이의제기에 대한 검찰청의 공식적인 심사, 즉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담당 공판부장이 직무에서 자신을 배제하자, 그러한 지시는 부당하다는 생각에 항명을 각오하고 법정문(검사 출입문이 따로 있다)을 잠그고 자신이 공판에 참석한다는 쪽지를 남기고 법정에 출석하여 무죄를 구형하였던 것이다. 만일 후임으로 지정된 공판검사가 자신이 지시받은 권한을 행사할 의지가 강했다면 검사 출입문이 아닌 일반인 출입문으로도 얼마든지 법정에 입장할 수 있었을 것인데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을 보면 새로 지정된 공판검사도 심정적으로 임은정 검사의 뜻이 옳다고 보았던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담당 재판부는 윤길중 재심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앞에서 언급했듯 공판검사의 구형이 있다고 하여 무죄가 아닌 사건을 법원이 무죄 선고하지는 않는다. 무죄라고 판단되었기 때문에 무죄라고 선고한 것이다. 무죄이기에 무죄라고 선고해 달라고 구형한 임은정 검사에 대해 아니나 다를까 상급자 지시 무시와 무죄 구형을 이유로 정직 4월의 징계처분을 내렸다. 임은정 검사는 징계처분무효소송을 제기하였고, 1심과 2심은 검찰의 징계처분이 부당하다며 임은정 검사의 손을 들어 주었다. 1심법원은 “직무이전명령은 서울지방검찰청 검사장의 권한인데 위임 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부장검사가 내린 직무이전명령은 위법하고, 검사는 법정의 검사 출입문을 잠그고 구형을 할 수도 있으므로 직무이전명령을 전제로 한 징계사유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상급자의 무죄구형 지시를 따르지 않는 것은 징계사유에 해당된다고 판시하였다. 종합하여 정직 4개월 처분은 과중하므로 취소하라고 판결하였다. 검찰이 이에 불복하여 항소하였으나 항소심법원은 더 나아가 “백지구형 지시도 부당하므로 무효”라고 판시하여 1심판결보다 더 검찰청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말았다. 물론 검찰은 대법원에 상고하였고, 현재 사건은 계류 중이다. 

검찰은 징계처분이 항소심에서조차 취소되자 부랴부랴 두 번째 칼자루인 검사적격심사카드를 꺼내어 임은정 검사를 압박하고 있다. 검찰은 집요하다. 검찰청법 제39조(검사 적격심사)에 의해 임명 후 7년마다 이루어지는 검사적격심사는 대법원장, 대한변호사협회장, 교육부장관, 법무부장관(민간전문가 2명, 검사 4명)이 추천하는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 검사적격심사위원회에서 직무수행능력이 현저히 떨어져 정상적인 직무수행이 어려운 검사를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골라내어 법무부장관에게 퇴직을 건의하면, 법무부장관이 대통령에게 퇴직명령을 제청하여 대통령이 퇴직명령을 내리도록 되어 있다. 물론 해당 검사는 위원회에 출석하여 진술할 기회를 보장받는다. 3분의 2 이상 의결로 결정하는데, 법무부에서 3분의 2에 해당하는 6명을 추천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법무부의 기관 위임을 받은 6명의 위원이 그 의중을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 하겠다. 

임은정 검사는 2007년 공판업무 유공으로 검찰총장상을 수상하고, 2012년 수사와 공판업무의 전문성 그리고 소신과 열정을 인정받아 법무부에서 우수여성검사로 선정되어 서울중앙지검 공판부에 배치되었다. 공판사무를 누구보다 잘 하는 검사로 뽑혀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판부에 인사발령난 것이다. 그런데 이번 부적격사유는 공판을 잘못한 것이라는 검찰청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니 아이러니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시 법무부는 임은정 검사의 우수성에 대한 보도자료를 배포하기도 하였다. 졸지에 우수여성검사에서 2000명의 검사 중 7명의 직무부적격자 심사대상자 중 한 명으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검찰이 밝힌 나머지 6명은 10억 원대의 뇌물을 받아 형사 처벌받은 김광준 부장검사와 관련된 5명, 매형 변호사에게 사건을 소개한 브로커 검사 1명이다. 형사상 처벌 대상이 아닌 순수하게 업무와 관련된 검사는 임은정 검사가 유일하다. 

임은정 검사가 항소심에서 “저는 무죄사건을 무죄라고 논고하여 징계를 받은 것입니다. 상사의 직무이전지시는 무죄를 무죄라고 말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대학에서, 사법연수원에서, 선배들로부터 제가 배운 검사는 세상에서 가장 객관적인 국가기관으로 정의에 대한 국가의지의 상징입니다. 무죄구형을 강행하기로 작심한 후 1주일, 정말 할까 봐 무섭고, 결국 하지 않을까 봐 두려워 숨쉬기도 버거웠습니다. 문을 걸어 잠그고 공판검사석에 앉아 몸이 하도 떨려서 표내지 않으려고 혼이 났었습니다. 내가 비록 여자지만 검사인데, 대장부의 기상이 없으랴, 지금 이 벼랑 끝에서 손을 놓겠다, 놓아야 한다. 놓아라, 이렇게 주문을 외우며 무죄 논고를 하였습니다. 나는 불의의 어둠을 걷어내는 용기 있는 검사,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는 따뜻한 검사, 오로지 진실만을 따라가는 공평한 검사, 스스로에게 더 엄격한 바른 검사로서 처음부터 끝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국민을 섬기고 국가에 봉사할 것을 나의 명예를 걸고 굳게 다짐합니다라는 검사선서에 따라.....상사에게 충성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충성해야 합니다. 검사는 검찰과 국가의 권력의지가 아니라 국민과 국가의 정의에 대한 의지를 표시해야 합니다. 저는 배운 대로 검사의 본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였고, 그 결과 징계를 받아 이 자리에 선 현실이 참으로 서글픕니다. 준사법기관으로, 단독관청으로서 검사가 어떠한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현명한 판단을 바랍니다.”라는 요지의 최후진술을 하였다. 필자로서는 더 이상 위 최후변론에 토를 달 수가 없다. 사법 역사의 한 페이지에 오래오래 기억될 명변론이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역사는 후일 이 사실을 기록하고, 부끄러운 처신을 부끄러운 줄 모르고 용기 있게 행한 선배 검사들을 꾸짖을 것이다.  

임 검사의 최후변론, 구구절절 옳은 말이다. 일신의 영달을 꾀하지 않고, 불의에 굴하지 않으며, 국가와 국민에 대한 신념으로 용기를 내어 행동한 젊은 법조인에게 박수를 보낸다. 검찰 권력의 무서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것이기에 두려움에 떨며 무죄 구형을 한 그대의 용기에 위로를 보낸다. 상대방 변호사가 무죄 구형은 처음 본다며 웃을 때 마음속에서 두려움이 사라졌다는 임 검사, 두려움은 스스로 만들어 내는 유령 같은 것이니 옳은 일 하면서 너무 겁내지 마시기 바랍니다. 정의는 소리 없는 깃발, 소리 없는 함성, 소리 없는 미소입니다. 권력 앞에 맹종하며 영혼 없이 움직이는 기계 같은 법기술자들 사이에서 한 줄기 빛으로 우뚝 선 그대가 존경스럽습니다. 지금의 마음 변함없기를 부탁합니다. 지금 임 검사, 당신은 대장부 중의 대장부입니다. 당신이 새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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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다 2016-05-09 14:07:04
정말 좋은글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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