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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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10)
  • 박준연
  • 승인 2015.12.04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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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

미국 로스쿨 진학을 고민한다면 

얼마 전 미국 로스쿨 진학에 관심이 있다는 일본 로스쿨 재학생들에게 나를 소개하면서 함께 일하는 파트너 변호사는 “미국 생활이나 유학 경험 없이 미국 로스쿨에 진학하여 성공한 드문 사례”라고 소개하였다. 바꾸어 말하면, 미국 로스쿨 유학을 통해 입학 당초의 계획을 이루는 경우가 그만큼 드물다는 이야기도 되겠다. 

로스쿨 졸업 후 종종 미국 로스쿨에 진학하는 것이 좋겠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이 연재를 시작하고 가끔 받는 이메일에도 같은 질문이 많다. 다른 유학도 그렇겠지만 로스쿨 진학은 어려운 선택이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로스쿨이 전문대학원이어서이다. S.J.D. 혹은 J.S.D.로 불리는 법학 분야 학자 양성 프로그램을 제외하면, 로스쿨은 전문 직업인, 즉 변호사를 양성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미국 로스쿨 진학을 고려하는 경우, 졸업 후 미국 변호사로서 어떠한 진로를 선택할 것인가를 미리 계획할 필요가 있다. 

관련하여 또 많이 받는 질문이 한국에서 대학 교육까지 마치고 미국 로스쿨에 진학하는 경우 유학생으로서 어떤 제약을 받는가 하는 것이다. 물론 제일 중요한 질문은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로 일하는 것이 내가 진정 하고 싶은 일인가 하는 질문이겠지만, 그렇다는 전제 하에 미국 로스쿨 유학에는 큰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비용-편익을 꼼꼼하게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법이 사회에서 독립해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사회 전반에 대한 이해 없이 법학을 공부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제약이다. 물론 언어의 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졸업 후의 진로에도 제약이 따른다. 한국 출신의 로스쿨 졸업생이 미국인 졸업생에 비해 미국 로펌 취업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업무의 성격에 따라서는 한국 출신의 로펌 변호사가 우리말 및 문화에 대한 이해를 살려 더 뛰어난 업무 수행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나는 현재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본사를 두고 전 세계에 사무소가 있는 로펌의 도쿄 사무소에서 일하고 있다. 미국 경쟁법, 해외부패방지법 등의 분야와 관련하여 미국, 일본 및 한국 기업이 주된 클라이언트이다. 업무와 관련하여 접촉하는 클라이언트의 사내 법무팀 구성원 대부분이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하지만,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법무팀이 아닌 임직원들과 업무를 진행하는 경우도 있고, 문서를 검토해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외국어 능력과 함께 문화에 대한 이해능력은 중요하게 평가받는다. 다만 이러한 국제적 업무는 ‘빅로(biglaw)’라고 불리는 대형 로펌이 아니면 담당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대형 로펌의 경우 취업시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유학생의 진로가 그만큼 제한되는 것이다. 

로스쿨 졸업 후 미국에서 취업하는 경우 회사가 비자 스폰서를 해주기 꺼려한다는 이야기도 듣는다. 내 경험상 비자 문제도 대형 로펌의 경우 아주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미국에서 일하던 로펌의 경우, 졸업후 일정기간 체류하면서 일할 자격을 주는 OPT 프로그램 만료가 가까워지자 곧바로 H1B 비자 신청 수속에 들어간다. 물론 H1B 비자도 추첨(lottery)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내 경우는 운좋게 이 과정도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2008-09년의 미국발 세계 경기 침체는 로펌 고용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경기가 회복하면서 로펌 변호사 채용도 어느 정도 회복세에 있다고 하지만, 통계상으로나 체감하는 바로나 2008년 이전 수준으로 변호사 채용이 돌아가지 않았고, 또 그렇게 되지도 않을 것이다. 예전에 1년차 어소시에이트 변호사가 담당했던 업무 중 많은 부분이 컴퓨터로 처리되거나 외주화된 것을 비롯해 법률 시장 자체의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어김없이 얘기를 이렇게 끝맺는다. 아무리 제약이 많아도, 잘하는 사람은 다 잘하더라. 결국 이 선택은 네가 하는 거다. 통계에 의존하기에 나의 선택은 너무나 무겁고 중요하지 않은가.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후배들의 건투를 바란다.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 수석 합격한 재원이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로펌 중의 하나인 ‘Latham & Watkins’ 로펌의 도쿄 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l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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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onK 2015-12-06 08:49:49
정말로 글을 잘쓰시네요 ㅎㅎ 혹시 책은 쓰실생각이 없으신지요? 솔직히 박준연변호사님처럼 한국 토종출신으로 미국대형로펌에서 변호사로 일하시는 분은 거의 없는듯해서요. 책으로 나오면 정말 많은 후배들이 도움을 받을것같네요. 글 정말 재미있게 잘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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