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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해군력, 복고시대로의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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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해군력, 복고시대로의 회귀
  • 신희섭
  • 승인 2015.12.0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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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고려대학교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요즘 복고가 유행이라고 한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그 중심에 있다. 가난에서 서서히 벗어나면서 사회가 무척 빨리 변화했던 1980년대에 대한 향수가 되살아나는 것이다.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시대를 동년배로 살았고 쌍문동에서 살았던 탓에 남의 일 같지 않게 드라마를 즐기고 있다. 드라마에 나오는 쌍문고등학교와 쌍문여자고등학교는 실제 그 동네에는 없었다.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은 동네에서의 퍽퍽한 가정형편들 하지만 정을 나누는 이웃들을 잘 보여주어서 과거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소품과 음악까지.

이 드라마를 아버지는 못 보겠다고 하신다. 예전생각이 나서 마음이 아프다는 것이다. 게다가 아버지는 여전히 그 동네에 살고 계신다. 요즘도 가끔 가게 되지만 큰 변화가 없이 비슷한 모습으로 쌍문동은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그 동네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과 그 동네에서 이사를 나온 사람들은 조금 감회가 다를 것이다.

과거를 기억하는 모습은 제각각이다. 지금은 먼 이야기처럼 추억으로 기억해낼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지금도 과거와 연결되어 있어 과거의 고생스러운 모습만이 더 생각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정리하자면 관조적입장과 실존적입장이 될까?

그래서 과거는 해석의 공간이다.

복고는 일상에서만 작동하지는 않는다. 국가들 사이의 정치적 공간에도 과거는 회귀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회귀 한 것이 아니라 과거를 이어 현재를 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우리가 눈을 돌려 해양력과 해군력경쟁이라는 관점에서 국제정세를 살펴보면 그렇다. 크고 작은 사건들의 경향성을 볼 때 현재는 마치 드레드노트함정들을 만들던 건함경쟁시대로 돌아가는 듯 하다.

잠깐 과거로 돌아가 보자. 영국이 1906년 처음 만들어서 다른 군함들을 완전히 구식으로 깔아뭉갠 HMS 드레드노트호는 당시 함정들은 상상하지 못했던 단일거포함을 구성했고 이는 해전의 양상을 변화시켰다. 이전의 함정들은 작은 포들을 여러 개 운영했기 때문에 사격통제력도 떨어지고 원활한 작전이 어려웠다. 반면에 드레드노트함은 기존 함포운영방식을 단일한 대구경화포를 여러개로 통합을 하여 단일한 지휘체계에서 운영함으로서 명중력을 높이고 사거리를 높임으로서 과거와는 다른 시대를 만들어냈다. 영국의 드레드노트함의 건조와 운영은 다른 국가들을 건함경쟁으로 이끌었고, 미국이 2차 대전에서 항공모함으로 전함을 격침하면서 항공모함의 시대로 변경할 때 까지 거포전함시대를 이끌었다. 건함경쟁은 국가들을 엄청난 부담으로 이끌었다. 드레드노트를 구입하여 전함경쟁에 뛰어들었던 일본이 당시 돈으로 영국에서 함포구입비로만 사용한 돈이 포 한문당 81만 엔이고 한 척에 12문의 포를 달 경우 포의 가격만 977만 엔이었다. 1907년 일본 육군전체 예산이 1억 2천만 엔을 넘어서는 정도였고 해군 예산의 경우 7천 2백만 엔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비용부담이라고 할 수 있다.

지엽적인 이야기에서 다시 돌아와서 현재의 해군력경쟁을 보면 과거 해군력증강을 외치던 시절과 많이 닮아있다. 이는 해군력에 있어서 마한(A. Mahan)이라는 인물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1889년 마한은 자신이 해군대학의 교장으로 있을 때 『해양력이 역사에 미치는 영향』이란 책을 저술했고 이 책은 당시 뿐 아니라 현재까지도 해군력을 강조하는 이들의 바이블이다.

이 책을 통해서 마한은 미국에게 해양력을 증대하기 위해서 4가지 제한을 했다. 첫 번째 미국이 해양수로를 지키기 위해서는 대양해군을 육성하라는 것이다. 두 번째로 해외에 해군지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 파나마운하를 건설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와이를 식민지로 만들 것을 권고 했다.

마한의 주장이 당시에 바로 채택되지는 않았지만 이후에 모두 실현되었다. 300만 인구의 농경국가로 시작한 미국이 1945년 이후 자유민주주의를 기치로 하여 동맹국가들을 보호하면서 국제질서를 지배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의 막강한 해군력 때문이다. 현재도 미국은 항공모함 전단을 10개 운영하고 있고 제랄드 포드호를 2016년에 인도받으면 11개의 항공모함으로 세계의 바다를 지배하고 있다.

강력한 미국의 해군력독주시대에서 다시 해군력경쟁시대로 회귀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중국의 해군이다. 1949년 장개석을 추격하여 공격할 수 있는 변변한 함정이 없었던 마오쩌뚱시대의 중국해군은 이제 지역질서를 규정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하고 있다. 등소평시대에 와서 류화칭제독이 만든 도련선 개념을 중심으로 1980년대부터 전략적으로 해군력을 증강한 중국의 최근 행보는 해군력의 새로운 경쟁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아직 미국의 해군력과 기술력에 필적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중국의 함대들이 더 많은 함정을 보유하는 것 보다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중국이 전략적으로 이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1982년 중국해군사령관인 류화칭이 세운 도련선개념은 2040년까지 태평양의 제해권을 장악하는 중국해군전략을 규정하였다. 이후 중국이 보여준 전략은 방어력의 확보와 억지력의 확보를 통해서 미해군의 접근을 저지하는 것이었다. 최근 중국은 경제력성장이라는 자신감에 기반하여 억지에서 밀어내는 전략으로 점진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다.

눈여겨 볼 것은 중국이 차근차근 마한의 전략을 자신들에게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첫 번째 중국은 대양해군으로 가고 있다. 중국인들의 숙원사업인 항공모함 보유는 중국인들의 민족주의적 자부심을 끌어내고 있다. 현재 항공모함을 두 척 더 건조중인 것으로 알려진 중국해군은 연안방어가 아닌 대양으로 가기 위해 러시아와 지속적인 군사훈련을 하고 있다. 2014년 인도양에서 그리고 2015년 봄 지중해에서의 러시아해군과 수행한 합동훈련은 대양해군으로 인정받고 싶어하는 중국의 속내를 상징적으로 드러내준다.

두 번째, 중국은 해외의 해군기지들을 늘리고 있다. 진주목걸이 전략으로 불리는 해양전략을 통해 중국은 인도양을 거쳐 아프리카와 유럽으로 갈 수 있는 지역들에 해군기지를 점진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2015년 11월 중국은 아프리카 지부티에 군사기지를 건설할 것으로 합의했다. 이것으로 중국은 아덴만을 통해 아프리카지역에서의 해군력사용을 가능하게 하였다. 2015년 봄에 중극은 파키스탄의 과다르항을 43년간 장기 임차하는 계약을 체결해서 인도양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거점을 확보했다. 또한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캄보디아의 시아누크빌, 미얀마의 시트웨, 방글라데시 치타공, 스리랑카의 콜롬보, 몰디브에 항만을 건설하여 주고 군함이 사용할 수 있게 항구이용권을 확보하였다. 이로서 중국은 미국의 해상봉쇄로를 우회하는 길을 열면서 ‘일로’ 정책으로 이 지역에 대한 경제적 접근을 병행하고 있다.

세 번째, 중국은 태국과의 크라운하 건설을 협상중이고 니카라과 운하 건설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태국과의 크라 운하는 미국의 말라카해협통제를 우회하기 위한 것이고 니카라과운하는 중남이 국가들과의 교역확대를 위해 파나마운하를 우회하기 위한 조치이다. 미국의 코앞에 중국자본이 들어오는 것은 미국의 ‘먼로 독트린’에 대한 도전인 것이다.

네 번째, 중국은 식민지를 대신하여 영토분쟁에서 영유권을 주장할 뿐 아니라 남사군도에 인공섬을 건설하고 이곳에 비행장을 만들고 있다. 중국해공군력의 확장을 위한 인공섬 건설은 미국의 제해권에 대한 강력한 도전인 것이다.

이처럼 미국을 견제하고 미국을 넘어서기 위한 중국의 미해군의 마한전략 활용은 막대한 해군력증강과 이에 따른 안보경쟁으로 1차 대전을 이끌었던 1910년대를 다시 재현해내는 듯하다. 미국의 경제와 일본의 발 빠른 대응 속에서 해군력증강의 복고시대가 열리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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