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시험 수석 합격수기] “수많은 시련도 ‘고유한 의미’ 지니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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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시험 수석 합격수기] “수많은 시련도 ‘고유한 의미’ 지니고 있어”
  • 천재필
  • 승인 2015.12.03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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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필·제57회 사법시험 수석·중앙대부속고 卒·한양대 법학과 4학년

1. 들어가며

많고 많은 합격수기를 수없이 찾아보던 제가, 이제는 합격수기를 쓰고 있다니 잘 믿기질 않습니다. 제가 쓰는 이 글은 합격했던 여러 가지 길 중 하나였을 뿐입니다. 설령 자신이 생각하는 모범적이고 이상적인수험생활을 보내지 못했다하더라도, 그래서 자책이 심하여도, 합격할 수 있구나 라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부디 이 글이 여러분께 아주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2. 첫 1차 시험(2011.2∼2012.2)

진로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다가, 사법시험에 도전을 꼭 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겨 2011년 2월 초, 이 공부를 처음으로 시작 했습니다. 동네 독서실에서 플레이디스크를 들으며 교과서의 민법총칙 부분에 줄 치던 게 생각납니다. 법대에 진학한지는 꽤 되었지만, 그동안 법조인을 꿈꾸지 않았고, 진지한 자세로 법을 제대로 공부하지 못했기에 배우는 모든 게 새로웠습니다.

기본강의는 김동진, 신호진, 김현석 강사의 전년도 강의를 플레이디스크로 수강하였습니다. 신림동 실강 일정보다 한달 가량 단축했는데, 그 단축한 시간을 민법1회독+기출풀이로 보냈습니다. 의지를 가지고 시작했으나 방대한 강의량에, 헌법과 형법은 복습을 거의 하지 않고 강의만(이해가 안가는 부분은 다시 돌려서)들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법리를 이해하고 그것을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여겼기 때문에, 설령 그 이해가 어설프고 미흡하다해도 가능한 한 이해를 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국제법은 이종훈 강사의 기본강의를 수강했습니다. 여름에는 김동진, 이용배, 김현석 강사의 판례강의를 실강으로 수강하였습니다. 진모기간, 민법은 김동진 강사의 진모 모의고사반을 수강하며 문제만 풀었습니다. 형법은 이해가 잘 되지 않아 이용배 강사의 플레이디스크를 구입하여 기본강의를 다시 들었습니다. 남들은 형법 진모를 하는데, 나는 이해가 안가 기본강의를 다시 수강하는 하게 되어 초조하고 마음이 괴로웠습니다만, 그것이 제가 내릴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습니다. 헌법은 선동주 강사의 진모를 수강했습니다. 마무리 강의까지, 주로 학원 강의를 수강하며 학원커리큘럼에 따라 공부했습니다. 헌법의 정리가 특히 어려웠는데, 선동주 강사께서 기본강의헌법 책 정리를 잘해주셔서 많은 도움이 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1차 수험기간 중간 중간에 여러 가지 공부에 관한 고민들이 늘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주로 어떤 강의를 들을지, 어떤 방식이 나은 것인지 등에 관한 고민이었던 것 같습니다.

2012년, 1차 시험에 합격하였고, 2차 시험응시의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사법시험 2차가 어떤 것인지는,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3. 초시∼3시까지(2012.3∼2014.6)

(1) 예비순환
2차 시험이 어떠한 것인지에 대한 정보가 많이 부족하여, 2차에 대한 맛보기를 하는 과정이었습니다. 강의를 들었지만, 그 방대한 양의 책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답안지는 어떻게 쓰는 것인지 등에 대한 감이 전혀 없었습니다. 2차 시험이란 것에 압도되었고, 혼자서 여러 가지 시도를 하는 기간이었습니다. 그렇게 어영부영 초시 기간이 지나갔고, 민법만 간신히 과락을 넘기고 6법은 과락이었습니다.

(2) 1순환
예비순환을 충실히 보내지 못했고, 재시에는 꼭 붙어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굉장히 급했습니다. 7법 모두 학원 강의를 수강(동영상 또는 실강)하였으나, 1회독도 안된 상태에서 기본서를 완벽히 정리해보려고도 하는 등 여러 가지의 시행착오를 겪기 시작했습니다. 강사들의 강의를 완벽히 이해하고 싶다는 마음에, 어떤 과목은 동영상 강의를 수강하면서, 강의 1타임(약3시간30분)을 이해가 안가는 부분을 돌려들으면서 9시간 넘게 소모한 적도 있습니다. 책을 스스로 읽고 스스로 그 텍스트 안에서 이해하고(또는 이해했다고 믿고) 과감하게 다음 진도를 따라가는 모습이 필요한데, 그렇게 하질 못했습니다. 자기의 공부습관이나 공부능력을 믿고 우직하게 정진하는 모습을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어떤 분들은 학원수강 없이도 공부 열심히 잘하는데, 이상하게 저는 굉장히 불안해하고 자신감 없어했습니다. 공부에 집중을 굉장히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신림동 생활을 청산하고 한양대학교 사법시험반에 입반하였으나,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한달여 만에 다시 신림동으로 돌아왔습니다. 후4법이 끝나갈 무렵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미 왔다갔다 우왕좌왕 하느라 놓쳐버린 수많은 강의와, 눈처럼 불어난 공부해야할 것들로 인해 마음이 무거웠었습니다. 답안지 작성도 하는 둥 마는 둥 규칙적이지 못했고, 작성 횟수도 굉장히 적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결론적으로, 2차에 대한 감을 여전히 잡지 못했습니다. 이미 방법론상의 고민을 어느 정도 끝내고 하루하루 열심히 공부하는 동료들이 너무나도 부러웠습니다.

(3) 2순환
2순환부터 정말 열심히 하면 된다는 합격수기 또는 댓글들을 읽으며 공부에 대한 각오를 새롭게 다졌습니다. 그러나 저는 각 과목마다, gs수업을 들을까, sw수업을 들을까, 아니면 답안작성반을 들어갈까 심각하게 고민을 하였습니다. 어떤 강좌를 수강할지에 대한 지나친 고민으로 인해 며칠씩 진도가 늦어질 때가 많았고, 수업에 등록했다가 환불하고 다른 강좌에 들어가는 등 공부에 저만의 중심이 없었습니다. 겨우 뒤늦게 강의를 수강하고, 해당부분을 복습하는 형식으로 공부를 했던 것 같습니다. 꾸준한 답안작성이라는 목표는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끝까지 가져갈 책은 무엇인지에 대해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계속해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독서실 자리에 앉아있는 와중에도 학원 강의표를 수시로 들여다보며 어떻게 할까? 나 어떻게 하지? 하며 우왕좌왕했습니다. 

겨우겨우 간신히 공부를 끌고 가다가, 결국 2순환 마지막 과목이었던 민법이 끝나갈 무렵인 2월 말쯤, 절대로 이번시험(재시)에 붙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공부를 손에서 놓아버렸습니다. 포기를 한 채로 시험 날짜만 기다리는 심정은, 말할 수 없이 괴로웠습니다. 방황하며 여기저기 돌아다녔고, 많이 울었습니다.

(4) 3순환∼시험
포기를 했기 때문에, 3순환 과정이 없습니다. 친구와 자습스터디를 하고자 했으나 흐지부지 되었고 마음치유 또는 종교와 관련된 책들을 종종 읽었습니다. 2차 시험 응시는 했습니다. 자괴감과 부모님에 대한 죄송함에 나를 부숴버리고 싶었습니다. 이 시험에서 철저하게 패배했습니다. 그러나 다시 도전한 이유는, 나는 방법론상의 고민 등으로 인해 절대공부량을 확보하지 못하는 등 제대로 공부해보지 못했고, 이 공부를 집중해서 할 수 있다면, 합격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제대로 해보지도 않은 채, 제대로 싸워보지도 않은 채 도전을 멈추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습니다.

(5) 두 번째 1차 준비
열심히 한 재시생과는 달리, 저는 이미 많은 시간을 쉬었던 터라 8월초중순쯤 부터 독서실을 다니며 공부를 어느 정도 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2차를 겪고 난 후 다시 1차 공부를 다시 하니 이해가 더 잘되는 면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에게 있어서 공부하기 쉬운 때란 있을 수 없고, 그때그때 공부할때마다의 어려움이 나타났습니다. 더욱 세세하고 치밀하게 준비하려 하다 보니 봐야할 책들이 늘어났었습니다. 두꺼운 책(기본서등)은 참고용으로의 역할을 하였고, 문제와 그에 대한 해설 위주로 된 수험서를 주로 보았습니다. 

이때에는 1차 시험을 처음 준비할 때와는 달리, 연도별 기출문제를 시간을 재서 풀어봤습니다. 진도별로 기출문제를 풀 때에는 맞았던 문제들인데 틀린 문제도 있었습니다. 맞았지만 잘 모르거나 와 닿지 않는 지문들은 따로 별표표시를 하였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기출문제는 그것이 설령 내가 맞은 문제라도 이해하고 맞은 문제가 아니라면 다른 방식으로 출제되었을 때엔 틀릴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시간을 재고 실전처럼 연도별로 기출문제를 푸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또한 최신판례를 중요하게 여기고 공부했습니다. 친족상속법은 이태섭 강사의 강의를 동영상으로 수강하며 공부했는데, 이해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헌민형에 공부를 치중하다보니, 국제법에 투자할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국제법은 기출문제 위주로만 대비를 했는데, 어렵게 출제되어 많이 당황했습니다.

2014년 1차 시험에 좋은 점수로 합격 할 수 있었는데, 문제위주로 접근하려 한 것이 저에게 주효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3시는 재시 때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정말 제대로 준비해보고 싶었습니다. 3시 기간을 잘 보낼 수 있다고 희망을 품었었습니다. 그러나  삶은, 저의 기대와 다르게 전개되었습니다.  
            
(6) 1차 시험 후 3시 까지
학교에 복학하여 4학년1학기를 다녔고, 한양대학교 사법시험반에 다시 입반했습니다. 이 시기만큼은 정말 새롭게, 새로운 마음으로 도전하고 싶었으나, 생각지도 못한 너무 힘든 일이 1차 시험 후 2주 정도 후에 갑작스럽게 생겨서 다시 고통의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희망은 사라져버렸습니다. 공부에 집중할 수가 없었습니다. 재시와 마찬가지로 2차 시험에 응시는 했으나, 이 또한 이미 결과가 정해진 싸움이었습니다. 점수도 처참했습니다.
 
4. 4시 기간(2014.7∼2015.6)

(1) 1순환
3시 기간마저 제대로 보내지 못했고, 이제 나에겐 마지막 기회밖에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림동으로 거처를 옮겨 이종훈, 황의영, 김영환, 류준세 강사의 강의를 실강으로 수강했습니다. 단권화민사소송법(이종훈저)과 민사소송법(김홍엽저), 민사소송법판례백선(김상수저)을 주로 보았습니다. 상법은 상법신강(김혁붕), 상법판례백선(법문사)을 주로 보았습니다. 형소는 형사소송법강의(김영환저), 최종정리형소(정주형저), 판례분석형사소송법(신동운저, 기본서 볼때 잘 모르는 판례번호 적어두었다가 찾아보는 용도)등을 보았고, 행정법은 엑기스(정선균저)와 워크북(류준세저), 사례행정법연구(법우사)를 주로 보았습니다. 형법은 이용배 강사의 강의(동영상)를 들었고, 형법의 맥을 주로 보았던 것 같습니다. 헌법 때는 헌법워크북(차강진저)과 헌법사례연습(정회철·김유향저)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하였고, 결론이 나지 않아 멘탈이 붕괴되었었습니다. 두 책을 다 보기엔 버겁고 비효율적이고 정리가 되지 않고, 그렇다고 한 책만 보자니 다른 책이 가진 장점을 버리는 것이어서 선뜻 선택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결국 작년도 차강진 강사의 강의(동영상)를 선택하여 반 정도 들었고, 헌법사례연습을 4/5정도 보았습니다. 300은 외우려고 하였으나 잘 외워지지 않았습니다. 민법은 윤동환 강사의 강의를 실강으로 수강하였고 민법의 맥을 보았고, 민법판례 250선(김준호저)를 참고했습니다. 위에 쓰여진 모든 책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은 것이 아니라(그럴 시간도 없습니다), 한권을 주로 보되, 교수저 등은 모르는 부분을 찾아보는 식으로 발췌독을 주로 하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또한 위에 열거한 책들 이외에도 사례집, 채점평 등 여러 책을 책장에 꽃아 놓고 모르거나 궁금한 부분을 찾아보았습니다.

여러 책을 참고하여 볼 경우, 잘 모르는 부분의 이해는 조금 더 되는 측면이 있지만, '기본서 정리 및 한 기본서 반복해서보기'가 힘들고, 여러 책을 통해 이해한 것을 집약하여 한 곳에 정리해 두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2) 2순환
첫 과목인 민소법은 이종훈 강사의 사례집강의를 수강했습니다. 민소법 시작하면서 혼란이 찾아왔습니다. 강의는 좋았는데, 1순환 때 이책 저책 섞어서 보다보니 저 혼자 정리가 잘 되지 않아 뒤죽박죽이었습니다. 공부 방향을 정확히 잡지 못해 멘탈이 붕괴되어 약 3~4일간 쉬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상법 때는 신강을 읽고, 황의영 강사의 모의고사반을 수강했습니다. 답안작성은 꾸준히 하지 못했습니다. 상법이 끝날 때 쯤, 다시 고시반으로 거취를 옮기기로 결정했습니다. 2순환 둘째과목까지 거치면서, 공부를 혼자서 효율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고, 우왕좌왕 방황의 모습이 재연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앞으로 남은기간 동안 더더욱 압박감이 심해질텐데, 과연 제가 철저히 혼자서 견뎌낼 수 있을지 의문이었습니다. 이대로 계속 가다가는 또다시 필패할 것이라는 생각이 엄습했습니다.

형소법부터는 고시반에서 공부했습니다. 정주형 강사의 강의를 조금 듣다가, 혼자 사례집(정웅석·백승민저)과 최종정리형소 등을 보며 공부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2순환 행정법 초반에 공부를 하다가, 상한 물을 마셔서 노로바이러스에 걸렸습니다. 단순한 장염으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며칠간 배가 찢어질듯이 아파 7일간 공부하지 못했고, 쉬었습니다. 공부를 해야하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아 기분도 매우 좋지 않았고, 속상했습니다. 형법은 이재상 강사의 문제를 풀면서(모의고사만) 이인규 강사의 기출사례집과 캡슐을 주로 보았고, 이재상 강사의 기출해설 등을 참고했습니다. 헌법은 김유향 강사의 강의를 들으며 300과 헌법사례연습을 주로 보았습니다. 2순환 민법은 고민하다가 박승수 강사의 강의를 초중반쯤 듣다가 말았습니다. 민법의 방대한 양 때문에 어떻게 정리할지 혼란이 많았고, 굉장히 찝찝하고 불안스럽게 보냈습니다. 

(3) 3순환
이창한 강사의 모의고사를 풀면서 핵심정리 민소(이창한저)를 보았고, 이종훈 강사의 사례집과 기본서를 많이 참고했습니다. 민소 3순환이 끝난 후에도, 이종훈 강사의 3순환 모의고사를 계속하여 참고하였습니다. 상법 때 교재에 대한 고민이 다시 찾아왔습니다. 완벽하게 대비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서, 이 수험서에는 없는 부분 또는 다른 부분을 다른 수험서에서 찾게 되었을 때, 과연 학설·판례 등의 서술을 어떻게 할 것이며 무엇을 중점적으로 봐야하나 하는 등의 생각들이 있었습니다. 모의고사는 황의영 강사의 3순환 동영상 강의를 신청해 문제만 출력하여 보았습니다. 이시기의 멘붕의 영향으로 답안지 작성에 소홀했습니다. 형소 때는 최종정리형소와 사례집(정웅석·백승민저) 위주로 보았습니다. 행정법은 사례행정법연구, 엑기스, 사례집(김기홍저) 등을 보았습니다. 헌법은 300과 사례연습책, 형법은 캡슐과 기출해설(이인규) 등을 보았습니다. 민법은 윤동환 강사의 모의고사를 풀면서, 박승수 강사의 모의고사도 구해서 간략히 훑어봤습니다. 

(4) 4순환∼시험전까지
이종훈 강사의 민소 마무리강의(동영상)를 수강했고, 류준세 강사의 행정법 최신판례 강의(동영상)도 일정부분 수강했습니다. 고시반에서 3순환이 끝난 후 약 한 달 정도의 시간이 남았습니다. 어떻게 보냈는지 자세한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 나름대로의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이 무너지고를 반복, 반복 하면서 꾸역꾸역 공부를 하려고 했습니다. 오전시간에 하는 자습스터디에 참여하여 그 시간에는 헌민형을 공부하기도 했습니다. 스터디 시간에 민법은 기출사례(윤동환), 형법은 캡슐과 기출사례(이인규), 헌법은 300을 주로 보았던 것 같습니다. 오후시간에는 후사법을 공부하고 기본삼법의 모자란 부분도 공부하려 했습니다. 주변에 좋은 고시반 동료분들 덕분에 공부를 포기하지 않고 시험 보는 날까지 버틸 수 있었습니다. 이시기는 계획대로 공부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도 끝까지 공부를 손에서 놓지 않고 포기를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5) 시험4일간
룸메이트와 같이 사투를 벌였습니다. 전날 새벽4∼5시까지 공부를 하고 방으로 돌아와 약 2시간 정도 잔 후, 일어나 고려대학교로 이동하여 시험을 쳤습니다. 학교 고시반으로 돌아오면 오후 4시반∼5시정도 되었고, 도착하자마자 바로 저녁을 먹은 후 잠을 조금 잔 뒤 오후 8시반∼9시반정도부터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전날 2과목을 모두 다 보면 물론 가장 좋겠지만, 지금까지 공부한 것들이 자신에게 쌓여 있기 때문에 시간과 체력과 정신이 허락하는 곳까지 최대한 보려고 노력을 하면 그것으로 할 일은 다 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그랬고, 공부하다가 너무 피곤해서 잠깐씩 잠들기도 했습니다. 특히 셋째 날 시험까지 치고 온 후 민법 한과목만을 앞두고, 체력 소진이 극심하여 공부하는 와중에 수시로 잠을 잤습니다. 시험 기간 동안 저는, 저를 위해 하늘에 기도해주고 있는 분이 있다는 것을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돕고 있고, 저를 따뜻하게 응원해주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5. 기타
 
(1) 교재, 강의 및 저의 공부스타일
어느 교재를 볼지, 어느 강의를 들을지 말지 정말 굉장히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지나친 고민은 공부시간을 잡아먹고, 최소한의 공부량 마저 채우지 못하게 했습니다. 저는 지나친 고민의 길을 걸었으나, 다른 분도 이러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전혀 생각지 않습니다. 자신이 보고 있는 책, 자신이 듣는 강의에 어느 정도 만족한다면, 그대로 우직하게 밀고 나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공부를 할 때 의문점이 있으면 이것저것 찾아보는 스타일입니다. 보통 주기본서를 선택하여 매 순환마다 회독을 올려가는 공부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저는 성격상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정한 책을 읽다가 이해가 잘 안되면 다른 책들을 많이 참고하였고, 그 참고한 책이 다음순환엔 주로 본 책이 된 적도 있습니다. 모의고사는 한 강사의 것만 참고하지는 않고 다른 강사의 것도 참고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저는 이렇게 여러 가지 책을 참고하지만, 정리는 잘 못하는 스타일입니다. 설령 저처럼 보기 좋게 정리를 잘 못하더라도, 공부한 내용이 자신 안에 있다는 생각을 갖고 지나치게 불안해하지 마셨으면 좋겠습니다.

(2) 기본삼법을 후사법 기간에도 보았는지
잘 안될 때도 있었지만, 저는 일단은 보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개인차가 있으므로, 각자의 공부 상황에 맞게 조절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다만 당일 날 봐야하는 기본삼법 진도를 설정해두셨다면, 일단 그것을 먼저하고 후사법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후사법의 진도에 치이게 되면, 기본삼법을 볼 시간을 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3) 음식 및 운동
먹는 양이 늘어나서 배가 자주 고팠습니다. 간식이나 야식 등을 자주 먹은 편입니다. 살도 많이 쪘습니다. 비타민 등 영양보조제를 먹었습니다.
특별한 운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밥을 먹고 배가 너무 부른 느낌이 들면 가볍게 주변을 한 바퀴 산책했습니다.

(4) 스트레스 해소
좋은 동료들과 이야기를 하며 풀었습니다. 동료들과 공부를 포함한 여러 가지에 대해 툭 터놓고 이야기를 하고 나면, 마음이 훨씬 가벼워진 느낌이었습니다.
스트릿댄스 보는 것을 좋아하여 팝핀, 왁킹, 힙합 등의 동영상을 많이 찾아보았습니다. 댄서들의 음악과 하나 된 춤동작을 보면 굉장히 기분이 좋았습니다.

(5) 술과 담배
술을 마시고도 다음날 공부를 잘 하시는 분들도 있을 수 있으나, 저는 술을 마시면 다음날 공부에 지장이 있는 경우가 많아 2014년 11월 중순정도부터 2015년 2차 시험이 끝날 때까지 단 한 방울의 술도 마시지 않았습니다. 담배도 동시에 끊었고, 단 한 개비도 피지 않았습니다. 저 혼자만의 약속으로는 무너질 수 있어서, 윤동환 강사께 ‘술, 담배를 다시 한번 이라도 한다면, 차라리 시험에 떨어지겠다’고 문자를 보낸 적이 있습니다. 이렇게 선생님과 약속을 하고 나니 훨씬 의지가 강해졌습니다.
술·담배를 위 기간 동안 전혀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약속을 지켜냈다는 뿌듯함, 그리고 약속을 지켰으니 붙을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작용했습니다.
  
(6) 답안지 작성부분 및 글씨
알고 있는 것과 그것을 현출하고 사안에 적용하는 것은 다르므로 답안지 쓰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학원순환일정에 따라 답안을 꾸준히 작성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시되, 힘들다면 격일로, 또는 조금 더 긴 기간을 두고 쓰는 것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특히 3순환에는 2시간 시험이 있고 공부해야할 양도 더욱 많아지므로 자신의 체력상태를 점검하면서 답안지 작성을 유연하게 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답안지 작성할 때는, 실전처럼 열심히 써보는 게 더욱 도움이 됩니다.

답안지는 그것을 읽는 사람이 ‘이 수험생이 이해하고 썼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학설이든 판례든 그러한 결론을 지지하는 논거가 간략하게라도 꼭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무 근거도 없이 설득하려하는 것은 설득력이 매우 약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도입부분에는 ‘문제점’ 이라고 썼습니다. 논점의 정리 등이 있지만, 저에게는 문제점이라고 쓰는 것이 가장 편했습니다. 편한 것을 고르시되, 이 부분에 대해서 너무 많은 고민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각 소문항 별로 사안(의)해결 이라는 목차를 잡아 간단한 논거와 답 또는 답만 간략히 적시했습니다. 결론부분을 따로 적시해야 채점교수님이 채점하시기에 편하고, 사안(의)해결 부분에 따로 배점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학설은 논거 제시하며 콤팩트하게 쓰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사례문제는 사례를 ‘푸는’ 것, 즉 ‘적용’이 핵심이므로, 당해문제에서 왜 그런 결론이 나온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합니다(물론 많은 설명이 필요치 않은 이른바 전형적인 문제들도 있습니다). 그 설명은, 사례에 나온 키워드들을 활용하여, 사안이 이러이러하므로 내가 지지하는 학설 또는 판례의 논거에 따를 때 이러이러한 결론이 나온다고 쓰는 등의 방식을 갖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 과정에서 내가 따르지 않는 학설에 대한 비판 논거도 가미될 수 있습니다.

100점 문제에서, 문제를 파악하고 어떻게 써야할지 구상하는 시간은 평균적으로 약20분정도를 기준으로 했습니다. 구상하는 시간이 오래 걸릴수록, 답안지를 끝맺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실제 시험에서는 구상하는 시간이 20분을 넘어 더욱 오래 걸리기도 했습니다.

문제를 읽고 난 후, 목차는 세분화하여 잡지 않았습니다. 논점, 키워드, 결론 위주로 문제지 등에 간략하게 적고, 답안작성을 시작했습니다.   

답안작성을 할 때, 학설, 판례, 검토, 사안의 경우를 세부 목차화 하지 않고 단순히 번호를 붙여 쓰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저의 글씨는 알아보기 어렵습니다. 글씨가 정말 안 좋아 지적도 많이 당했습니다. 펜은 제트스트림1.0(뚜껑있는 것)을 쓰다가,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에너겔0.7(뚜껑있는 것)로 바꿨습니다. 들여쓰기를 확실히 하고, 글씨를 조금 더 크게 쓰는 등의 가독성을 높이기 위한 각자의 방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6. 마치며

치열했던 수험생활의 기억이 벌써 많이 희미해져, 두서없이 적은 글입니다. 각자의 성격과 공부방법이 다른 만큼, 참고사항 정도로만 여겨주시면 좋겠습니다.

제게 수많은 시련이 있었지만 그것을 겪어야 했던 그 고유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던 만큼, 혹시 이글을 읽으시는 여러분께서 그런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시다면 그것 또한 그 의미가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자신의 기대에 부합하지 못하는 자기 자신을 너무 미워하지 마세요. 4시 2순환 민법이 끝나갈 때쯤 저는, 제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방식대로 공부하지 않고 여전히 이리저리 갈팡질팡하는 제 자신을 혐오하는 마음에 고통이 극으로 치달았다가, 그러한 제 자신을 다그치기만 했지 단 한 번도 따뜻하게 대해주지 못한 저를 발견하고는 많이 울었었습니다. 미안하다...미안하다...하며 뜨겁게 울며 저를 다독였던 기억이 납니다.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었어요. 삶은, 자기의 마음과 달리 때때론 우리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우리를 이끌어 갑니다.

수험기간 동안 고통 한가운데서 치열하게 살고, 치열하게 공부하시되, 자기가 원하지 않는 일들이 설령 일어났다 하더라도 그것이 ‘궁극의 관점에서는’ 나를 위한 최상, 최선의 것 이라는 굳은 믿음을 지니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자신의 삶을 이해해주며 보내시길, 그리하여 결국엔 합격을 꼭 인생에 초대하셔서, 지금 겪고 계신 그 처절한 고통을 넘어설 수 있기를 진심으로,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7. 감사함

저의 삶에 모든 빛깔을 보여주시고, 다양한 소중한 인연으로 나타나시며, 모든 것을 가능케 하시는 ‘전체’에 감사함을 전합니다. 저를 도와준 모든 존재에게 감사합니다. 저의 고유한 특성과 저의 장점을, 모든 존재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경감시키는 데에 바치고 싶습니다. 때로는 강철보다 강하고 차가운 모습으로, 때로는 햇살보다 따뜻한 모습으로 그때그때 적절히 응하며, 언어로는 다 설명될 수 없는 바로 그곳에서 저는 두 눈 부릅뜨고 일하겠습니다. 저를 늘 가르쳐주시는 자비와 사랑이시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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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생 2017-05-20 16:09:55
너무 멋진 합격수기입니다. 리스펙트합니다, 천재필 형님.

이동신 2016-06-03 13:22:33
자랑스러운 하늘의 뜻을 타고난 분 소신을 가지고 법조인으로서 훌륭한 인재가 되시길 빕니다. 축하드립니다..

최민 2016-05-14 20:53:56
마인드라이프 집중력강화 EMDR책갈피 써보세요.

ㅂㅉ 2016-01-04 12:45:38
합격수기읽다가 진짜운적은 처음같네요! 법조인으로서 역할 잘 해내시길 기원합니다

ㅁㄴㅇㄹ 2015-12-31 00:44:31
그러한 제 자신을 다그치기만 했지 단 한 번도 따뜻하게 대해주지 못한 저를 발견하고는 많이 울었었습니다. 미안하다...미안하다...하며 뜨겁게 울며 저를 다독였던 기억이 납니다.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었어요. 삶은, 자기의 마음과 달리 때때론 우리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우리를 이끌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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