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반짝반짝 빛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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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반짝반짝 빛나는’
  • 안혜성 기자
  • 승인 2015.11.20 14:11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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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저널=안혜성 기자] 어느 새 한 해가 다 저물어간다. 이제 올해도 한 달 남짓 남아있을 뿐이다. 

해마다 이 시기에 기자는 각종 시험의 합격자들 중에서도 특별한 성과를 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기 위한 인터뷰 기사를 쓰느라 정신이 쏙 빠지곤 한다. 

가장 좋은 점수를 받은 수석 합격자부터 시작해서 수험생이라면 누구라도 부러워할 수밖에 없는 ‘초단기’ 합격생, 하나도 붙기 힘든 시험을 여러 개 합격한 사람까지 기자의 입장에서도 부럽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다. 

보통 기자들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이슈를 찾아다닌다. 때문에 합격자들의 인터뷰를 하는 경우도 뭔가 특별한 사연이 있는 사람을 찾게 된다. 뭔가 역경을 극복하고 성공을 이뤄낸 이야기가 나온다면 금상첨화다. 

하지만 법률저널은 조금 다르다. 기본적으로 법률저널은 수험생들을 위한 신문이다. 때문에 합격자들이 어떻게 공부를 하고 어떻게 수험생활을 보내서 그렇게 좋은 점수를 받고, 또는 이토록 빨리 합격할 수 있었는지가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래서 법률저널의 합격자 인터뷰는 수험생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재미가 없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여기에서 기자의 고민이 시작된다. 멀리서 보면 다들 비슷비슷한 것처럼 보인다. 대부분의 수험 생활은 ‘열심히 공부를 했고, 가끔은 좌절도 있었고 고민도 있었지만 결국 극복해 냈으며 합격에 이르렀다’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런데 세세하게 들여다보면 이게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한 동안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던 모래알을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한 사진을 떠올려보면 될 것 같다. 맨 눈으로 보면 모든 모래알이 다 똑같아 보이는데 전자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그 모양이며 색이며 빛이 얼마나 다양한지. 또 얼마나 ‘반짝반짝’ 빛나는지.

한 수석 합격자의 영광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공부가 부족하다는 생각에 미리 시험을 포기하고 방황하다 눈물을 쏟으며 후회했던 시간이 있고, 또 어떤 초단기 최고 득점자는 소박하게도 일주일에 한 번 남자친구와 외식으로 고기를 먹는 것을 낙으로 삼아 고된 수험생활을 이겨냈다. 한 때 후회의 눈물을 흘렸던 수석 합격자는 지금 자신과 같이 고민하고 힘들어 할 다른 수험생들에게 한정된 지면에 모두 담아내기 어려울 정도로 긴, 그럼에도 너무 절절한 진심이 담겨서 잘라내기도 어려운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고기로 스트레스를 풀었다는 초단기 최고 득점자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공무원이 되기 위한 꿈에 부풀어 있다. 

그리고 올해 기자가 인터뷰를 쓴 이들 중에 정말 특별한 사람이 있었다. 수석이나 최연소, 다관왕 같이 뭔가 특별한 성과를 낸 경우는 아니었다. 최고령 합격자였으니까. 올해 사법시험 최고령 합격자 김상선씨는 기자의 지인이다. 아주 가까운 사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꽤나 오랫동안 알아왔기에 가끔 건너건너 소식을 듣곤 했다. 오랜 꿈을 이룬 그 와의 인터뷰는 법률저널 인터뷰의 틀을 지키면서 참으로 담백하게 이뤄졌다. 

사실 이 사람이 얼마나 성실하고 얼마나 따뜻한 사람인지 전하고 싶은 마음, 정말 어려운 환경 속에서 얼마나 꿋꿋이 자신의 꿈을 지켜나갔는지 표현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모든 인터뷰 기사에 각자의 특별함을 담아내려고 노력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더 그랬다. 

그러다가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남들이 박수치는 성과를 낸 합격자들만이 아니라, 그렇다고 합격이라는 목표를 이룬 사람들만도 아니라 꿈을 이루기 위해 애쓰고 노력하는, 때로는 방황하고 고뇌하는 수험생들도 모두 반짝반짝 빛나는 특별한 사람들이라는 생각. 

올 한해, 혹은 몇 년간의 노력에 보상을 받으며 어느 때보다 행복하고 따뜻한 연말을 보내고 있을 이들에게 진심을 담은 축하를, 내년을 다짐하며 절치부심에 불타고 있을 이들에게는 뜨거운 응원을 전한다. 모든 반짝반짝 빛나는 이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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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 2016-05-14 00:54:45
힘이되는 좋은글 감사합니다

알흠답다... 2015-11-20 20:25:00
정말 좋은 글에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우리 모두 고기 먹고 힘냅시다.
이번 주말엔 저도 고기 궈먹으로 가야겠습니다^^

ㅇㅇ 2015-11-20 20:19:59
안기자님의 마음 따뜻한 기사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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