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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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8)
  • 박준연
  • 승인 2015.11.20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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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
 

5년차 변호사의 시간관리: 바쁠 때와 한가할 때

읽은지 오래되어 이제는 출처도 찾기 어렵지만, 한 비즈니스 저널에서 변호사나 회계사, 투자은행 직원 등 업무 시간을 단위로 고객에게 비용을 청구하는 전문직은 업무 시간이 길어도 짧아도 우울할 수 밖에 없다는 요지의 글을 읽었다. 부연설명을 하자면, 대부분의 경우 어소시에이트 변호사의 기본급은 업무시간과는 무관하지만 다른 한편 업무시간은 평가와 연말 보너스 금액 결정의 주요한 요인이다. 업무시간이 너무 길면 피로가 누적되고, 반대로 업무시간이 너무 짧아도 내가 회사에 제대로 기여를 하고 있는지 걱정스럽다. 회사에서 목표로 제시한 업무시간을 채우지 못하는 것도 걱정이지만 신참 변호사에게 다양한 업무를 경험하는 것은 직무 연수(on-the-job training)의 의미도 있다. 그런 이유로 많은 로펌에서는 1,2년차 변호사들이 다양한 업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업무를 배정하는 일을 담당하는 파트너 변호사를 지정하기도 한다.

그럼 왜 시간관리인가? 일이 꾸준하게 있어서 거기에 맞춰 생활을 계획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실제로는 아주 바쁘거나 한가하거나 해서 업무 흐름이 불규칙한 경우가 많다. 나도 그렇고 주변에서 많이들 하는 이야기가 바쁠 때는 너무 바쁘고 한가할 땐 너무 한가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바쁠 때는 여러 업무를 동시에 처리하고, 한가할 때는 또 한가할 때대로 시간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바쁠 때 내가 가장 유의하는 점은 우선순위를 정하여 업무를 처리하되 내 시간 제약 때문에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려난 업무에 대해서는 일을 부탁한 상대방에게 상황 설명과 함께 언제쯤에는 일을 시작할 수 있을지 설명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연차가 올라갈수록 후배 변호사나 패러리걸 등에게 맡기고(delegation)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문제는 내 경우 미국 오피스의 변호사들과 주로 일하기 때문에 업무 연락이 밤 시간에 집중된다는 것이다. 여러 안건이 바쁘게 돌아갈 때는 아침에 50-60통의 이메일이 와 있는 경우도 많다.

물론 이 중에는 회사 전체나 그룹 이메일도 있고 전부에 내가 답을 해줘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이메일 전부를 검토하여 답해줘야 하는 이메일과 그럴 필요가 없는 이메일, 답해줘야 하는 이메일 중에도 오전 시간 중, 그러니까 미국 시간으로 그날 밤 안으로 답해줘야 하는 이메일을 분류하는 데에만 해도 꽤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생긴 생활습관이 별 일이 없으면 아침 6시 전에 일어나서 이메일을 분류한 다음 운동을 하고 출근해서 급히 답장을 해줘야 하는 연락부터 자세히 검토하는 것이다. 몇 시간 내에 처리할 수 있는 업무는 그렇게 관리하지만, 그 이상 시간이 걸리는 업무는 1-2주일 내로 처리해야 할 업무와 그 이상 시간을 요하는 업무로 구분하여 목록을 만든다. 데이비드 알렌(David Allen)의 시간 관리 방법(Getting Things Done)에서 힌트를 얻었다.

내 자신도 잘 하지 못해서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이 바쁘지 않을 때의 시간관리이다. 뉴욕에서 일하던 시절 한달 정도 많이 바쁘던 안건이 서면 제출로 마무리된 날 오후, 함께 일했던 선배가 내 방으로 찾아왔다. “짐싸. 술마시러 가자.” 그리고 둘이서 회사 근처 바 The Junction에서 대낮부터 맥주를 마셨다. 그렇게 한가지 안건이 마무리되고 나면 바로 다른 안건에 투입되는 경우도 있지만 얼마간 한가한 경우도 있다. 평소에 처리하지 못했던 개인적인 일을 하고도 시간이 남는다면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업무 분야의 최신 동향을 공부하거나, 좀더 나아가 업무 분야에 대한 글을 써서 회사 웹사이트나 그 외의 매체를 통해 발표할 수 있다. 기회가 있다면 공익 변호(pro bono) 안건을 맡아 일하는 방법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소소하더라도 업무와는 무관한 취미 생활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주변의 선배들을 보면 시간 관리에도 여러 타입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는데, 나는 최근 뉴욕에서 도쿄로 옮겨오면서 생활과 업무 패턴이 변한 탓도 있고 해서 아직까지 나에게 맞는 시간 관리 방법을 모색 중이다.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 수석 합격한 재원이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로펌 중의 하나인 ‘Latham & Watkins’ 로펌의 도쿄 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l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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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n 2015-11-21 22:07:40
블로그 링크 타고 왔어요! 저는 이 분야 사람은 아니지만고개가 끄덕여 지는 부분들이 있네요 ^^ 글이 좋아서 그런지 술술 읽혀서 여덟 편을 순식간에 다 봤네요. 잘 봤습니다. 또 보러 올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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