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지 않으면 꿈을 이룰 수 있음을 증명하다”
[법률저널=안혜성 기자] 모든 사람이 같은 길을 걷는 것은 아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학에 가고, 대학을 졸업하면 취업을 하고 취업을 하면 결혼을 하고 그 후에는 아이를 낳아 키우고.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수순을 밟아가며 살아가고 있지만 사실은 일반적인 경로를 벗어나 자기만의 길을 걷는 이들도 많다. 이처럼 큰 관점에서 바라본 인생의 길 뿐 아니라 보다 세세하게 들여다보면 어떤 직업을 선택하는 것,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길도 다양하다. 물론 법조인이 되는 길도 그렇다.
누군가는 자신의 의지로 여러 가지 일들을 하고 혹은 여러 곳을 떠돌다가 갑자기 법조인이 될 꿈을 꾸게 될 수도 있고 처음부터 법조인을 꿈꿨더라도 뜻대로 되지 않는 환경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먼 길을 돌아가야 하는 사람도 있다.
여기 남들과 같은 길을 걸어오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꿈을 향해 걷기를 포기하지 않고 결국 목적지에 도착한 사람이 있다. 바로 금년 제57회 사법시험에서 최로령으로 합격한 김상선(41세, 남)씨.
김상선씨는 1993년 수도공고를 졸업한 후 동국대학교 법학과에 진학, 2002년에 졸업을 했다. 그는 2003년에 2차시험에 실패한 후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사법시험 준비를 중단하고 법률사무소에 취업을 했다. 다시 공부를 시작한 것은 2009년 말경.
간략히 요약해서 봐도 굴곡이 적지 않은 수험기간을 보냈을 것이 짐작이 된다. 하지만 그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꾸준한 노력과 끊임없는 도전 끝에 올 사법시험에서 최종합격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험난한 과정을 겪은 만큼 감회가 남다를 김씨에게 합격 소감을 물었다. 그는 “매우 기쁩니다. 특히 기뻐하시는 어머니를 볼 수 있어서 더욱 기뻤습니다”라고 담담히 대답했다. 짧고 간결한 소감이 마음에 더욱 와 닿는 느낌이다.
합격에 이르기까지 누구보다 많은 마음의 담금질을 했을 김씨가 생각하는 합격을 위한 마음의 자세는 무엇일까. 그는 ‘자신에 대한 믿음’을 꼽았다.
수험생활을 하다보면 모의고사 성적이 저조한 경우도 있고 분명히 자신이 보던 책인데 모르는 이론이 나오는 경우 등 자신의 실력을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 생기곤 한다. 이런 순간에 흔들리지 말고 자신을 믿고 공부를 해나가야 한다는 것.
그는 “특히 시험에 더 쉽게 마음이 흔들리는데 이 때 마음을 다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험장에서도 ‘나는 그 동안 정말 열심히 준비해 왔다. 나는 할 수 있다’고 마인드컨트롤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험기간 중 가장 힘들었던 순간으로는 “시험에 떨어졌을 때”라고 말했다.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한 대답이다. 수험생에게 불합격이라는 결과보다 더 힘든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
김씨는 “2011년과 2012년에 근소한 차이로 1차에서 떨어진 후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었다”며 “당시 공부하기 싫다는 생각에 빠진 채 빈둥거리곤 했는데 알고 지내는 많은 후배들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부끄럽다는 생각에 다시 공부에 열중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합격의 비결에 대해서는 ‘기본서를 반복해서 공부하고 최근의 경향을 반영해 판례에 보다 중점을 두고 공부했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는 먼저 1차시험의 경우 ‘자신의 약점을 찾아 보완하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느 정도 공부가 돼 있는 수험생의 경우 무작정 다른 사람들이 좋은 방법이라고 하는 것을 따르기보다 자기 자신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것. 김씨는 최근에 봤던 시험지를 꺼내보고 어디서 주로 틀리는지, 어떤 실수를 하는지 분석하고 대처방법을 찾는 방법을 권했다. 그는 “2011년과 2012년 근소한 차이로 연거푸 떨어진 후 시험지를 봤더니 지문을 잘못 읽는 실수가 많은 것을 발견하고 문제를 끊어 읽는 방법으로 보완했고 2013년, 2015년 1차시험에 무난히 합격할 수 있었다”고 약점을 발견하고 극복한 경험을 소개했다.
현 시점에서의 공부 방법에 관해서는 자신에게 맞는 진도표를 작성하고 그 진도에 맞춰 공부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그는 이 시기에 공부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마인드 컨트롤이라고 전했다. 특히 지금 공부하고 있는 수험생들의 경우 ‘혹시 이번이 마지막 기회가 아닐까’하는 생각에 마음을 잡는 것이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하며 스스로를 믿는 자신감을 잃지 말 것을 당부했다.
마무리 일주일 공부 방법으로는 과목별로 방법을 달리할 것을 권했다. 김씨는 “민법의 경우 기본서를 바탕으로 하는 이론 중심으로, 형법과 헌법은 판례 중심으로 정리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2차 공부의 경우 “직접 답안을 써 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씨의 경우 3순환까지는 모의고사를 꼭 보려고 했고 오전과 오후를 나눠 새벽과 오전에는 모의고사 진도에 맞춰 이를 예습, 복습하는 형태로 공부하고 오후에는 모의고사 진도와 무관하게 공부하는 방식으로 각 순환별로 2~3회독을 하려고 노력했다.
단권화는 학원 강의를 들으면서 했다. 본인이 직접 다른 자료를 구해 정리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한데 따른 것이다.
마무리 한 달 전략은 중요하다고 표시한 부분을 중점적으로 반복해 보는 방식을 택했다. 특히 실제 시험에서는 판례가 중요하다는 주위의 조언에 따라 판례의 키포인트 단어들을 외우려고 노력했다.
김씨의 경우 특별히 전략과목을 정하지는 않았다. 한 과목이라도 점수가 낮게 나오면 이를 메우기 어렵다고 생각했기에 모든 과목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그런 그를 가장 괴롭혔던 과목은 형법이었다. 그는 2014년 2차시험에서 형법에 과락점을 받았다. 문제를 잘못 이해하고 다른 논점을 쓰는 등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문제를 자주 읽어봤는데도 올해 형법 1문에서 같은 실수를 하고 말았다. 2002년에 30점을 맞았던 형소법도 본능적으로 어렵게 느껴지는 과목이었다. 때문에 수험기간 중 가장 신경을 썼다. 기본서에 학원자료를 참고해 정리하며 꼼꼼히 공부한 결과 이후에는 무난한 점수를 얻을 수 있었다.
김씨의 답안작성 노하우는 “점수에 비례해 논점을 적는 것”이었다. 그는 “예를 들어 15점짜리 문제의 경우 논점이 3~5개는 된다고 보고 작성한 가답안이 이에 모자라면 빠진 것이 무엇인지 다시 찾아봤다”고 설명했다.
꾸준하고 집중력 있는 공부를 위해 스트레스와 체력관리도 매우 중요하다. 김씨는 어떤 방법으로 수험기간 동안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유지했을까 궁금했다.
김씨에게 있어서 수험 스트레스는 풀어내야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맞서서 극복해야 하는 것이었다. 수험기간 동안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필연적이고 대개의 수험 스트레스가 밀리는 진도, 공부량의 부족 등에 기인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결국 ‘참고 공부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것. 가끔 독서실 옥상에 올라 찬바람을 쐬거나 산책을 하기도 했지만 거의 대부분은 자리에 꾹 눌러 앉아 공부를 하면서 견뎠다.
체력관리는 높은 언덕 위에 위치한 고시원 방을 오가는 것으로 대체했다. 처음에는 방안에서 팔굽혀 펴기라도 하려고 했지만 다음날 피곤하고 졸음이 오는 부작용이 있었다. 그래서 별도의 운동은 하지 않고 식사 후에 산책삼아 방에 다녀오곤 했다.
이처럼 성실과 끈기로 우직하게 수험생활을 달려온 김씨가 꿈꾸는 법조인은 그의 수험생활과도 비슷한 모습이다. 그는 “법률서비스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좀 더 쉽고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며 “이를 위해 성실하고 친절한 법조인이 되도록 할 것”이라는 포부를 나타냈다.
남다른 수험기간을 보낸 만큼 사법시험 존치 여부에 대한 생각도 뚜렷했다. 김씨는 “평등한 사회를 위해 학력에 관계없이 법조인이 될 수 있는 사법시험을 존치하는 것이 올바르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로스쿨 측에서는 사법시험을 통해 구현하지 못하는 것을 로스쿨 교육을 통해 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을 하지만 로스쿨 제도를 통해 그동안 무엇을 보여주었는지, 사법시험 폐지를 통해 달성하려는 바가 무엇인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불안과 초조함을 견뎌내며 법조인의 꿈을 이루기 위해 오늘도 책과 씨름을 하고 있을 수험생들에게 김씨는 “현재 심리적이나 육체적으로 무척이나 힘든 상태일 것”이라며 “조금만 더 참고 열심히 준비하면 조만간 합격의 영광과 더불어 웃을 수 있는 날이 있을 것”이라고 진심을 담은 응원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합격 소감만큼이나 간결한, 그러나 뜨거운 감사의 인사를 남겼다. “우선 어머니와 형에게 감사하고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또한 수험기간 중 자료를 정리하여 주고 조언을 해준 후배 광철이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지면을 통해서나마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