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가맹사업 거래, 보다 공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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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가맹사업 거래, 보다 공정하게
  • 김현
  • 승인 2015.11.13 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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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변호사 (대한변협 변호사연수원장,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우리나라에는 20만개 이상의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있다. 특히 1997-98년 외환위기 이후 다수의 실직자가 창업을 하면서 가맹본부와 가맹계약을 체결했고 그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단독 명의로 창업을 하기는 불안하므로 일단 유명한 브랜드를 가진 프랜차이즈의 우산에 의지해 비교적 안전하게 자영업을 시작해 보려는 작은 꿈인 경우가 많다. 우리의 이웃인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을 각별히 보호할 필요가 있다. 2002년에 가맹사업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이 제정됐다. 가맹본부는 가맹점사업자(가맹점주)로 하여금 자기의 상표·상호·간판을 사용해 일정한 품질기준에 따라 물건이나 용역을 판매하게 하고, 경영과 영업활동에 대한 지원·교육과 통제를 한다. 가맹점주는 대가로 가맹본부에 가맹금과 매출이익의 일부를 지급한다. 

가맹점주는 기본적으론 독립적인 상인이지만 가맹본부로부터 상당한 정도의 통제와 지휘를 받는데, 이는 가맹본부의 브랜드 가치와 노하우를 보호하기 위해 불가피한 것이 보통이다. 대표적 통제 유형으로는 영업시간 (예컨대 24시간 영업) 통제, 통일된 브랜드의 사용, 가맹계약 해지나 영업폐지의 제한 (예컨대 위약금 조항) 등이다. 많이 문제된 사례는 지역의 특성상 야간에 영업하면 손실이 발생하는 점포이거나, 가맹점주가 질병이나 부상으로 영업단축이 필요한데도 가맹본부가 24시간 영업을 강요한 경우다. 가맹사업법은 가맹본부의 부당한 영업시간 구속행위를 금지하나, 현실은 법규정의 불명확성 때문에 (즉 어떤 정도의 구속행위가 부당한지) 가맹점주의 보호에 불충분하다. 가맹사업법이 시행된 지 10년이 되었어도 충분한 판례가 축적되어 있지 않고, ‘을’의 입장인 영세 가맹점주는 설혹 불만이 있어도 가맹본부와 소송을 벌이면서까지 주장을 관철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가맹사업법은 동종의 가맹점주들이 사업자단체(협의체)를 구성해 가맹계약의 변경 등에 관해 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한다. 사업자단체는 노동조합과 같은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가맹점주들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협의체 활동을 주도하는 가맹점주에 대한 가맹본부의 가맹계약 해지, 갱신거부나 부당한 압박이 있는 경우, 가맹점주가 소송을 통해 어떻게 가맹본부의 조치의 부당성을 입증하고 자신의 손해액을 입증할 것인지가 문제될 수 있다. 

올해 들어 가맹사업법 시행령이 개정되었다. 그간 가맹본부는 가맹점 운영과 관련된 형사처벌, 정당한 사유 없이 7일 이상의 영업 중단 등의 경우에만 가맹계약을 즉시 해지할 수 있었던 것을, 가맹점주가 영업활동 중 법령위반으로 본부의 이미지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경우에도 가맹본부가 계약을 즉시 해지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이미지 훼손’이 추상적인 개념이므로, 우월한 지위에 있는 가맹본부의 임의의 판단으로 해지할 여지가 많아져 이른바 “갑질”을 부추기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최근에 크게 보도되었던 모 우유회사의 대리점에 물건 떠넘기기 같은 건만 보아도 가맹본부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행위가 장기간 묵인되다가 급기야 국민적 반감을 일으키고 기업 이미지에 실추를 가져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무 법률가들이 가맹사업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기울이고, 행정관청의 유권해석, 법원 판례의 축적을 통해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간에 보다 균형 있는 거래관계가 조성되기를 기대한다. 그래야만 가맹점을 찾는 소비자들도 보다 나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나아가 고의로 이루어진 불법행위에 대해 조속히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해야 가맹본부의 ‘갑질’을 막을 수 있고 계약관계에서의 실질적 형평이 이루어 질 것이다. 그리고 법원이 원고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상당인과관계를 보다 넓게 해석함으로써 적극적으로 영세 가맹점주의 억울한 피해를 구제할 필요가 있다. 또 피고가 잘못한 것은 맞으나 원고의 손해액을 입증하기 힘들 때는 정신적 손해배상인 위자료를 대폭 인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선진국일수록 정신적 손해배상 금액이 고액이라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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