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40)
상태바
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40)
  • 신종범
  • 승인 2015.11.13 10: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배우자가 상관(上官)이라면?
 

 

 

 

신종범
법무법인 The Firm 변호사
sjb629@hanmail.net
http://blog.naver.com/sjb629

일요일 저녁에 하는 TV 예능 방송 중에 '진짜사나이'란 프로그램이 있다. 연예인들이 군 부대에 들어가 현역 군인들과 함께 실제 이루어지는 훈련을 그대로 소화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젊은 남자 연예인들부터 중년, 외국인, 그리고 여자 연예인들까지 각기 다른 배경, 성격, 그리고 직업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이 출연하고 있는데 어떤 이는 실제 군인보다도 더 군인다운 행동을 보여주어 시청자들을 놀라게 하고, 어떤 이는 전혀 군대하고는 어울리지 않는 엉뚱한 모습을 보여주어 실소를 머금게 하기도 한다. 처음에 부대에 들어가서는 출연자들 각자가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만 결국은 모두 군에 적응해가는 과정을 지켜 보며 시청자들은 재미와 때로는 감동까지 느끼게 된다. 그리고 매번 이들을 군인으로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 있다. '악마소대장' 등으로 불리우며 이들을 혹독하게 훈련시키는 지휘관 등 상관이다. 이들이 없다면 ‘진짜사나이’의 출연자들을 비롯한 일반인들이 군대에 들어가 전쟁을 준비하는 군인으로 변화될 수는 없을 것이다. 군은 그 어떤 조직보다 위계질서가 명확하며 상관의 명령에 절대 복종할 것이 존립 근거가 된다. 군에 도저히 적응할 거 같지 않던 사람들도 상관의 명령에 따라 어려운 훈련 과정을 거치며 점점 군인이 되어 가는 모습을 '진짜사나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위계질서와 명령에의 절대 복종이 없다면 전쟁에서 승리할 수도 없다. 

위계질서를 통한 군기 확립을 위하여 군형법은 상관에 대한 범죄행위를 매우 엄하게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고 실제 그 처벌도 엄하게 이루어진다. 필자도 군에서 검찰관으로 복무할 당시 전역을 보름 남겨둔 병장이 행정보급관의 지시에 불만을 표시하며 군복을 벗어던진 행위 등에 대하여 군형법상 상관면전모욕죄 등을 적용하여 구속시킨 기억이 있다. 군형법은 '항명죄' 뿐만 아니라 똑같은 살인, 상해, 폭행, 모욕 행위라도 그 대상이 상관이라면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처벌하고, 그 형량도 형법상의 그것보다 2배 이상으로 매우 무겁게 규정되어 있다. 이는 군이라는 특수한 조직의 특성을 반영한 것으로 이를 통하여 위계질서를 지키고 군 기강을 확립할 수 있는 하나의 효과적인 수단이 된다. 그런데 얼마전 이러한 대상관범죄와 관련한 흥미로운 사건에 대한 판결이 있었다. 

A상병(22세)은 현역으로 복무하던 중 2014년 허리디스크 치료를 위해 국군병원에 입원했다가 간호장교인 B중위(23세. 여)를 만났다. 서로 호감을 느낀 두 사람은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그러나 다투는 일이 조금씩 생기게 되었는데 급기야 2015년 2월 경 A상병은 B중위와 데이트를 하다가 B중위가 병원 환자들에게 너무 친절하다는 이유로 B의 뺨을 수차례 때렸다. 이후에도 A상병은 B중위와 데이트 도중 수 회에 거쳐 B의 뺨, 목 부위, 팔 등을 때렸고, B가 이별을 통보하자 “헤어지면 가족, 동기 모두 죽이겠다”, “너는 쓰레기다” 등 협박과 욕설을 하기도 했다. 결국 A상병은 상관상해, 상관폭행, 상박협박 및 상관모욕죄로 기소되었다. 제1심 군사법원은 범죄 혐의는 모두 인정되지만 재판 계속 중 A와 B가 혼인신고를 해 부부가 되었고, B가 선처를 호소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A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인 고등군사법원은 제1심을 취소하고 A에게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였다. A가 B를 상관으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하면서 범행을 뉘우치지 않은 점, B와 사귄다는 이유로 B의 동료 간호장교들에게도 반말을 하는 등 볼손한 태도를 보인 점, 군형법이 상관에 대한 범죄를 엄히 처벌하는 이유가 상관의 외적명예 외에도 군 조직의 위계질서와 지휘체계를 보호하기 위한 것인 점 등을 고려하였다는 것이 양형 이유였다. A상병의 아이를 임신 중이었던 배우자이자 피해자인 B중위가 간절하게 선처를 호소하였지만 소용이 없었다. A상병은 상고하였지만 상고심인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하면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군형법이 규정한 상관에 대한 폭행, 협박, 상해, 모욕죄는 모두 상관의 신체, 명예 등의 개인적 법익뿐만 아니라 군 조직의 위계질서를 보호법익으로 한다”, “여기서의 ‘상관’에는 명령복종관계가 없는 상위 계급자와 상위 서열자도 포함되고, 상관이 반드시 직무수행 중일 것을 요하지 않는다” 

이 사례에서 비록 병사와 장교라는 계급이 존재하지만 A상병이 B중위에 대하여 폭행 등을 한 것은 연인관계에서 소위 데이트폭력에 해당한다. 군형법이 적용되지 않았다면 B가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는 이상 A가 위와 같이 처벌을 받을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군사법원, 대법원이 모두 A에게 군형법상 상관폭행죄 등 대상관범죄가 인정된다고 하였다. 그 이유는 대법원이 그 이유에서 밝힌 대로 군형법상 대상관범죄가 성립함에 상관이 반드시 직무수행 중일 것을 요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견해라면 군대 내인지 여부, 군복을 착용하고 있는지 여부 등 관계 없이 사석에서 이루어진 행위에 대하여도 군형법을 적용할 수가 있다. 그런데 위 사례에서도 A와 B가 나중에 혼인을 했지만 만약 부부군인이 부부싸움을 한 경우라면 어떨까? 요즘 여군이 늘어나면서 부부군인이 많이 늘어나고 있고, 그들 중 배우자 한쪽은 거의 대부분 상위 계급자이거나 상위 서열자이다. 이들 부부군인이 부부싸움을 하면서 서로 폭행을 행사하거나 욕설을 했을 경우 판례에 따른다면 하위 계급자 또는 하위 서열자인 배우자는 군형법상 상관폭행죄나 상관모욕죄가 적용되고 다른 배우자는 일반 형법이 적용되게 되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미국 군형법인 UCMJ(Uniform Code of Military Justice)는 상관에 대한 폭행죄에 대하여는 상관이 직무수행 중인 경우에 한하여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군 조직의 위계질서를 위하여 상관에 대한 범죄의 가중처벌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순수한 사생활 영역에서까지 그러한 보호의 필요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배우자가 군에서는 상관이지만 가정에서는 아내이자 남편일 뿐이다. 군형법의 개정이나 합리적인 해석이 필요해 보인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