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근욱의 'Radio Bebop'(65) - 겨울의 김치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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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근욱의 'Radio Bebop'(65) - 겨울의 김치찌개
  • 차근욱
  • 승인 2015.11.11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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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근욱 아모르이그잼 강사

11월이 되면 유난히 김치찌개가 먹고 싶어진다. 마치 무슨 봉인이라도 풀린 것처럼, 갑자기 김치찌개만 생각나는 것이다. 하지만 조미료가 듬뿍 들어간 김치찌개는 싫다. 내가 먹고 싶은 김치찌개는 김치자체의 맛으로 어우러진, 칼칼하고 깊은 맛의 김치찌개다. 김치는 좀 물러도 괜찮지만 돼지고기는 쫄깃하게 그 식감을 유지한 채로 있는 것이 좋다. 그래서 돼지고기를 넣게 되면 맨 마지막에 넣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방이 약간 붙어있는 고기가 당연히 조금 더 풍미가 있지만, 그 지방이 흐물거리기 시작한다면 곤란하니까.

대학생시절에는 참치김치찌개를 안주삼아 친구들과 밤새 술을 마시곤 했다. ‘밤새’라고는 해도, 나는 술을 잘 못하니까 너댓잔이 전부다. 솔직히 어쩌면 밤새 김치찌개를 먹었다고 하는 편이 옳을지도 모르겠다. 친구들끼리 한 녀석의 하숙집에 놀러가서 김치랑 라면스프를 넣고 캔 속에 들은 참치를 넣은채로 그냥 끓였다. 당시에는 돈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참치캔을 몇 개나 살 수 있느냐가 그날의 김치찌개가 얼마나 고급인가를 좌우하곤 했었다. 이런 참치캔에 대한 집착은 주점에 가서도 마찬가지였는데, 주점에 갈 때면 제일 큰 참치캔을 2개정도 사서 겉옷 속에 숨켜들어가곤 했다. 무슨 나쁜 짓도 아니었는데, 그 순간엔 그렇게 심장이 두근거리곤 했었다. 아마 내가 담이 작은 탓이겠지.

김치찌개를 소형가스렌지 위에 냄비채 올려서 끓여먹을 수 있게 해 주는 주점을 골라 가서 김치찌개가 담긴 냄비가 나오면, 주인 아저씨 몰래 참치캔을 따 넣는 것이다. 김치 밑에 침치는 숨기고. 그리곤 기다린다.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그 순간까지.

어떻게 보면 대학생 시절에만 할 수 있었던 궁상일지도 모르지만, 그 역시 재미있었던 추억이다. 지금은 찬장에 참치캔을 쌓아 놓고도 먹지 않는 것이 문제지만.

김치찌개를 끓이기 위한 맛의 비법은 누가 뭐래도 ‘김치’이다. 약간 신김치만이 진정한 김치찌개의 맛을 만들어 준다. 그냥 맛있는 생김치는 김치찌개로는 어울리지 않으니까. 그런 점에서 보면 김치찌개란 참 고맙다. 반찬으로 김치를 먹다가 좀 쉬었다 싶으면 찌개로 끓여 그 맛을 또 즐길 수가 있으니. 특히, 흔히들 버리는 배추심지는 김치찌개 국물맛을 우려내는 데에는 꼭 필요한 부분이니, 김치찌개는 김치의 어느 한 부분도 버리지 않고 쓸 수있게 해 주는 미덕이 있다.

묵은지와 신김치는 혼동하시는 분들이 간혹 계시지만, 엄연히 그 성격이 다르다. 묵은지는 1년 이상을 서서히 숙성시킨 김치를 말하는 것으로, 단지 오래된 것만으로는 묵은지라 부르지 않는다. 저온에서 시어지지 않은 상태로 숙성되어야 묵은지로서 김치 맛을 간직할 수 있기 때문에 그냥 시어버려 시간이 지나 군내가 나기 시작한 김치와는 다르다. 반면에 신김치는 단기간에 맛이 변한 김치를 말한다. 그렇기에 묵은지로 만든 김치찌개가 더 깊은 맛이 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김치찌개에는 참치를 넣기도 하지만 역시 돼지고기가 들어가야 제격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찌그러진 냄비에 끓이면 더 그 맛이 살아난달까. 김치찌개에 삼겹살을 넣는 분들도 계시지만, 개인적으로 삼겹살을 김치찌개에 넣는 것은 좀 아깝다. 삼겹살은 역시 삼겹살 그 자체로 구워먹어야 제격이니까.

김치찌개에 넣는 돼지고기로는 앞다리살이나 목살정도가 좋다. 적당히 탄탄한 육질에 지방이 그리 많지도 않으면서 쫄깃하니까. 게다가 값도 저렴하니 그야말로 일석이조랄까. 고기를 썰 때는 깍뚝썰기보다는 조금은 길게 써는 것이 좋다. 지방과 살코기의 비율이 어느정도는 균형을 이루어야 하니까. 고기는 찌개를 끓이기 전에 미리 매운양념에 쟁여두었다가 나중에 볶는 편을 선호한다. 미리 만들어 놓은 매운양념이 있으면 좋은데, 이렇게 양념에 쟁여 놓았던 고기를 찌개에 넣기 전에 먼저 양파와 파를 고기와 함께 후라이판에 넣고 볶는다. 적당히 볶았다 싶으면 불을 끄고 찌개가 끓을 때까지 잠시 놓아둔다. 양념에 고기를 미리 쟁여두면 맛이 어느정도 배어들어가서 심심하지 않아 좋다.

김치찌개는 물이 팔팔끓는 상태에서 김치를 듬성듬성 썰어 넣는다. 음... 이건 꼭 김치찌개를 끓이는 비법이라기보다는 나의 냄비요리 습관일지도 모르겠다. 라면도 그렇고 된장찌개도 그렇고. 요리의 맛은 물과 불과 시간이 좌우하는 것이니까. 건더기는 물이 끓은 다음에.

그래서 물이 끓기 전에는 김치를 넣지 않는데, 김치국물과 배추심지는 미리 넣는다. 배추심지는 맛을 내기 위함도 있지만, 미리 끓이지 않으면 좀 질길 수 있으니까 처음부터 끓이고 있다. 다른 분들은 뭐 그런 것까지 먹느냐며 버리라고도 하지만, 엄연히 배추의 일부분이기도 하고 김치찌개에 넣어 그렇게 먹으면 나름 맛있다. 게다가 왠지 비타민과 미네랄이 듬뿍 들어있을 것만 같아서 배추심지를 포기하란 사실 쉽지 않다.

김치찌개를 끓일때 조미료가 약간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조미료가 너무 들어간 찌개는 몸에도 나쁘고 맛도 너무 느끼해지지만 너무 조미료가 들어가지 않은 찌개는 또 좀 너무 개성이 강한 맛이 될 수 있으니까. 뭐, 그런 생각에 ‘착한가게’가 되기 위해 써서는 안된다는 조미료를 아주 약간은 넣고 있다. 결국 ‘착한가게’를 노리기엔 나의 주방이 너무 세속적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아주 조금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친했던 고교 친구들이 모여 우리 집에서 어묵을 끓여 먹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 땐 정말 요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때 였어서 맛있게 만들기 위해선 쇠고기맛 조미료를 듬뿍 넣어야 하는 줄로만 알았다. 그래서 겁도 없이 밥 숟가락으로 몇 번이나 조미료를 퍼서 그 작은 오뎅냄비에 넣었고, 결과는 이상하다를 연발하며 끝내 수습할 수 없는 맛의 어묵탕을 친구들과 끓여 먹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역시 한참 잘먹을 때라 결국 하나도 남기지 않고 먹었다. 국물은 조금 남겼지만.

조미료가 꼭 해롭기만 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정말 소량을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잘못하면 고혈압이나 손발저림같은 혈액순환장애가 생길지도 모르니까. 특히 나이가 들수록 조미료의 양은 조심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맛보다야 건강이 훨씬 중요하니까.

그런 까닭에 조미료를 사기는 사지만, 얼마 많이 쓰지는 않아서 새로 산 조미료를 뜯어 한번 쓰고 다시 조미료를 쓸 무렵이 되면 시간이 흘러 유통기한이 지난다거나 모두 굳어 돌떵이가 되어버리는 일이 다반사여서 조금 고민했었는데, 최근들어 스틱형 조미료가 나온 것을 알게 되었다. 처음 마트에서 이 스틱형 조미료를 발견하고 얼마나 기뻤었는지! 그야말로 ‘고민해결’이었다.

물이 바글바글 끓기 시작하면 적당히 썰은 김치를 넣는다. 그리고 김치를 넣고 나서 찌개가 다시 바글바글 끓기 시작하면 그 때 바로 미리 볶아 놓았던 돼지고기를 넣는다. 참치의 경우에는 김치를 넣고 그냥 한꺼번에 넣지만, 돼지고기는 쫄깃한 식감이 좋아 나중에 넣고 적당히 끓이는 편이다. 고기는 한번에 먹을 분량만을 넣는데, 찌개의 분량이 제법 많은 편이라면 고기만 우선 전부 건져서 먹고 다시 남은 찌개를 끓일 때 고기를 다시 볶아 넣는다. 그래야 흐물거리는 고기를 피할 수 있으니까.

11월이 되니 다시금 김치찌개를 찾게되고 대학시절의 그 술자리가 생각난다. 그 때 그 친구들은 모두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 이제는 다들 나름의 꿈을 이루었을지. 김치찌개의 의미란 어쩌면 그렇게 참치캔 하나만으로도 행복했던 시절에 대한 기억인지도 모르겠다.

그건 그렇고, 브아걸의 미료씨가 최근 성형 6기를 맞이해 너무 예뻐진 탓에 브아걸을 탈퇴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한다. 그런가 해서 인터넷을 찾아 보니 정말 그럴 법 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미료씨! 스스로 6기라고 말하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그래서 결론은, 우리 식탁에 조미료는 조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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