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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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의 미국 로스쿨, 로펌 생활기(5)
  • 박준연
  • 승인 2015.10.30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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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연 미국변호사

변호사라는 직업에 대하여 

영어로 변호사라는 직업은 전문직(profession)으로 분류된다. 전문직에 종사하기 위해서는 전문 교육과 자격증 취득이 필요하다. 전문직 종사자는 영리 추구를 위해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그 서비스는 최소한의 중립성과 공정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리 길지 않은 로펌 생활이지만 운좋게도 좋은 선배들을 많이 만나왔고, 그 과정에서 변호사라는 직업에 어떻게 임해야할 것인지를 생각해볼 기회도 많이 있었다. 이전 뉴욕에서 일할 때는 주로 2∼3년 경력의 어소시에이트 선배들과 일했다. 두번째 직업이지만 미국에서 일하는 것도 처음이고 변호사로 일하는 것도 처음이었기 때문에 모르는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함께 일했던 선배 변호사들한테 사내 이메일 쓰는 법 같은 남들이 보면 지나치게 시시콜콜한 부분부터 지적을 받아가며 배웠다. 내가 그 연차가 되면서 내 업무가 바쁠 때 후배한테 하나하나 피드백을 해주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실감하면서 새삼스럽게 고마운 마음이 들곤 한다.

회사를 옮겨 도쿄로 오면서 고객 기업의 법무 담당 부서와 직접 일하는 빈도도, 동료 어소시에이트뿐만 아니라 파트너 변호사들과 함께 일하는 빈도도 잦아졌다. 파트너 변호사들이 일하는 것을 보면서 고객을 어떻게 대할지, 업무에 어떻게 임할지 배울 기회가 많았다. 그 중에서도 C 변호사는 많은 의미에서 장래에 저런 변호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선배이다. 

뉴욕 출신의 그녀는 미국 연방검사로 오래 일하면서 조직 범죄나 부패 사건 등을 담당한 후 로펌 생활을 시작했다. 그녀를 처음 만난 것은 회사를 옮길 때 ‘립스틱 빌딩’으로 알려진 건물에 위치한 우리 회사의 뉴욕 오피스에서 한 면접에서였다. 회의실에서 파트너 둘과 면접을 하는 도중에 그녀가 회의실로 들어오자 두 파트너 변호사들은 벌떡 일어났다. 그걸 보고 나도 일순 긴장을 많이 했는데 실제로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그녀는 화려한 경력에도 불구하고 서글서글하고 농담을 즐겨했다.

회사를 옮기고 그녀와 카르텔과 미국 해외부패방지법(FCPA) 관련 안건 업무를 함께 하게 되었다. 미국 정부의 조사나 소송이 시작되면 효과적인 업무 대리를 위해 고객 기업의 업무 담당자들을 만나 사실 관계를 조사하게 된다. 로펌 변호사의 입장에서는 일상적으로 하는 일이지만, 조사를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특히 미국 법절차가 생소한 사람 입장에서는 아무리 내부 회의라고 해도 겁이나고 긴장되기 마련이다. C변호사는 언제나 모임 시작 전에 와서 음료수를 챙기고 잡담으로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노력한다. 그녀나 그녀의 후배인 파트너 변호사들과 일하면서 나는 이게 너무 당연하다고 여겼고 나도 회의 시작 전에는 자연스럽게 그렇게 행동했다. 다른 로펌이 진행하는 비슷한 조사에 참가해보고서야 훨씬 사무적으로 조사에 임하는 변호사들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조사가 시작되면 그녀는 언제나 설명을 이렇게 시작한다. 회사를 대리하는 우리 로펌 팀의 임무는 회사는 물론이고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해 온 직원들을 지켜주는 것이라고. 많은 경우 조사 대상인 개인들은 그녀의 진심을 이해하고 차츰 마음을 열게 된다. 그리하여 보다 완전한 사실관계와 법적 분석에 기반하여 고객을 보다 효과적으로 대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내가 작은 규모의 회의를 주도하게 되면서 나도 모르게 C변호사의 설명이나 태도를 따라하게 되었다.  

변호사에 대한 경칭은 언어에 따라 다양하다. 뉴욕주 바 시험에 합격하고 로스쿨 교수님이 내 이름에 에스콰이어(Esquire) 경칭을 붙인 편지를 처음 보내주셨을 때, 도쿄로 와서 선생(先生)이라는 경칭을 처음 들었을 때의 긴장을 기억한다. 그리고 그러한 경칭을 붙여 나를 불러주는 것은 법률 지식과 진지한 태도를 바탕으로 고객을 돕는 변호사라는 직업에 대한 존경의 표현이라고, 그러한 역할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겠다고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 박준연 미국변호사는...
2002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2003년 제37회 외무고시 수석 합격한 재원이다. 3년간 외무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미국 최상위권 로스쿨인 NYU 로스쿨 JD 과정에 입학하여 2009년 NYU 로스쿨을 졸업했다. 2010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 ‘Kelley Drye & Warren LLP’ 뉴욕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로펌 중의 하나인 ‘Latham & Watkins’ 로펌의 도쿄 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다. 필자 이메일: Junyeon.Park@l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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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해요 2015-10-30 23:45:33
변호사라는 전문직에 대한 커다란 동기를 부여해 주는 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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