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덕윤의 언어논리 이야기(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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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덕윤의 언어논리 이야기(15)
  • 문덕윤
  • 승인 2015.10.30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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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덕윤
베리타스 PSAT 언어논리 전임

추론이란 무엇일까?

객관식 문제는 종종 우리에게 고민스러운 상황을 연출하곤 한다. 문제를 풀면서 한 번쯤은 경험했을 것이다. 선택지에서 답이 아닌 것들을 지우다 보면 두 개가 남는다. 그리고 그 두 개는 아무리 들여다봐도 둘 다 말이 된다. 일단 한 개를 답으로 선택한다. 그런데 다시 돌아와서 들여다보니 처음 답이 아닌 것 같다. 그래서 답을 고쳤다. 채점을 해 보니 처음에 찍었던 것이 답이다. 미치겠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아, 이번에도 실수했어. 답을 바꾸는 게 아니었는데.” 그건 실수가 아니다. 그냥 독해 능력이 부족한 것이다.

 

‘추론’이라는 단어는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는 추리, 유추 등의 표현과 혼용해서 사용하는데, ‘추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말하는 사람의 관점에서 일관성 있게 생각하는 것”이다. 지문에는 시각이 주어져 있다. 그리고 정답은 정확하게 그 관점에서 이야기를 하거나, 해당 관점과 양립이 불가능한 이야기를 한다. 그럼 우리를 힘들게 하는 매력적 오답은? 매력적 오답은 상식적으로 우리가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쉽게 심정적인 공감을 하게 유도하는 것이다. 매력적 오답은 지문의 관점이 기준이 아닐 뿐, 상당한 개연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헷갈리는 것이다.

정답

매력적 오답

이성적 개연성 (논리적 일관성)

심정적 개연성 (공감)

그럼 몇 가지 추론의 패턴을 연습해 보겠다. 지금부터 보게 될 문제들은 오답의 매력도가 상당히 강하다. 이번 주에 베리타스에서 진행한 언어논리 심화강의에서도 사용한 문제들인데, 상당수의 학생들이 매력적 오답에 희생당한 문제이기도 하다.

[예제1] ⓐ ‘등 뒤’의 함축적 의미로 적절한 것은?

오늘날 일상사적 역사 이해 및 서술과 관련하여 카린 하우젠은 사례 연구를 통해 근대 이래 대중들의 행위가 장기적으로는 점점 더 구조에 종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였다. 1960년 무렵 대도시 근교의 고층 건물에 거주했던 사람들은 ‘복잡한 기술적 시설과 장치들’의 정상적 작동에 종속되어 있었으며 그것들을 조정할 수 있는 가능성은 극도로 제한되어 있었다. 그들은 복잡한 집합체 안에서 자신의 일상을 살아가고 형성하며 해석한다. 본질적인, 어쩌면 실제로 결정적인 조치는 ⓐ‘등 뒤’에서 이루어졌던 것이다. 전체주의적 지배가 대중의 일상을 철저히 종속시켰던 나치 시대에 관한 여러 일상사가들의 연구 결과도 하우젠의 관점을 뒷받침한다. 철저한 조직화와 빈틈없는 통제, 게르만 종족 공동체 이상과 반(反)유대주의의 결합, 그리고 이미지를 통한 대중 동원은 ‘사생활(私生活)의 정치화’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① 감지할 수 없는 구속성

② 검증할 수 없는 인과성

③ 예측할 수 없는 우연성

④ 저항할 수 없는 절대성

⑤ 회피할 수 없는 숙명성

정답은 ①번이다. 문제의 ‘등 뒤’는 일종의 비유다. 비유는 형태적 혹은 속성상의 유사성을 기반으로 형성된다. 두 번째 문단의 ‘구조에 종속되고 있다’, ‘복잡한 기술적 시설과 장치들의 정상적 작동에 종속되어 있었으며 그것들을 조정할 수 있는 가능성은 극도로 제한되어 있다’, ‘철저한 조직화와 빈틈없는 통제’등의 진술을 종합하건대, ‘등 뒤’는 대중들이 알아차릴 수는 없지만 그들을 철저하게 통제한다는 속성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매력적 오답은 몇 번일까? 학생들은 ④번을 많이 선택했다. 왜 ④번은 매력적이었을까? ‘등 뒤’ 다음에 이어지는 나치 시대, 전체주의 등의 표현 때문이다. 감성적으로 굉장히 강력한 이미지가 등장하니 쉽게 ‘저항할 수 없는 절대성’으로 연상이 일어난 것이다. 그런데 지문을 잘 읽어보자. ‘등 뒤’는 카린 하우젠의 연구 사례로서 고층건물의 작동에 대한 설명에 등장한 표현이다. 반면에 나치 시대에 대한 연구는 카린 하우젠이 한 것이 아니라 다른 일상사가들의 연구가 첨가된 것이다. 따라서 이 문제의 문맥에서는 정답을 구성하기 위해 ‘등 뒤’의 다음 문장에서 접근하면 안 된다. 따라서 ④번은 적절한 추론이 될 수 없다. 지문의 구조를 잘 읽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연습을 한 번 더 해보자. 같은 패턴의 문제이니, 집중해서 잘 풀어보길 바란다.

[예제2] 다음 중 ㉠에발트의 가설로 설명할 수 있는 현상이 아닌 것은?

2000년대의 인플루엔자는 종이호랑이로 밝혀졌다. 2005년 유엔은 조류독감(H5N1)으로 500만~1억 5천 만 명이 사망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실제 사망자는 300명이 채 안 된다. 진화생물학자 ㉠에발트에 따르면, 일반적인 환경에서는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는 독성이 약한 쪽이 더 많이 자연선택된다. 숙주가 돌아다니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도록 약한 증상을 유발하는 쪽이 숙주를 죽이는 것보다 더 성공적으로 자신을 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류는 점점 효율적으로 병원균에 대응하고 있다. 의사의 무기는 점점 좋아지고 있다. SARS의 전체 유전자 배열을 해독해 그 취약점을 연구하기 시작하는 데는 3주밖에 걸리지 않았다.

① 현대인들은 200종 이상의 감기에 시달리면서도 출퇴근을 할 수 있다.

② 2009년 멕시코에서 시작된 돼지독감(H1N1)으로 인한 사망자도 1천~1만 명당 사망자는 한 명꼴이다.

③ HIV 바이러스를 이해하는 데는 10년이 넘게 걸렸지만, 2009년 돼지 독감백신을 제조하는 데 걸린 시간은 수개월에 불과했다.

④ 1990년대 후반에는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슈퍼 박테리아가 주목을 받았지만 그로 인한 사망자는 인류에 위협적이지 않다.

⑤ 1918년 H1N1 독감(스페인 독감)이 약 5천만 명을 죽인 이유는 제1차 세계대전이 참호전이어서 병사들이 죽어가면서도 옆의 병사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지문에서 에발트의 가설은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독성이 약한 병원체가 그렇지 않은 병원체보다 번성한다.”이다. 병원체의 독성과 자연선택의 방향을 논하는 것이다. 물론 지문에는 ‘게다가’로 이어지는 바이러스에 대한 인류의 대응이 나온다. 하지만 이건 첨가이다. 따라서 에발트의 가설 이외에 별도로 첨가된 문맥으로 보아야 한다. 정답은 ③번이다. 조류독감으로 인한 사망자의 숫자가 크지 않은 것에 대한 설명이 될 수는 있지만, 에발트의 예측과는 무관하다. 에발트는 의사의 무기가 점점 좋아진다고 예측하지 않았다. 그 외에 다른 선택지들은 모두 에발트의 가설과 관련한 서술을 하고 있다.

① 독성이 약한 병원체(감기)가 번성한 사례이다.

② 독성이 강한 돼지독감은 많이 퍼지지 않았다.

④ 독성이 강한 슈퍼 박테리아는 많이 퍼지지 않았다.

⑤ 스페인 독감은 독성이 강한 바이러스인데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퍼졌다. 따라서 에발트의 주장과 부합한다.

마지막으로 추론을 위한 한 가지 패턴을 더 살펴보자. 때로는 지문에 제시된 속성을 적용할 필요가 없어질 때가 있다. 바로 선택지가 지문이 규정한 범주 바깥의 내용을 언급할 때이다. 범주 자체가 어긋나 있기 때문에 굳이 검토할 실익이 없는 것이다. 다음 예제는 범주를 활용한 대표적인 패턴이다.

[예제3] 위 글에 제시된 역법에 관한 관념이 가장 잘 드러난 진술은?

동아시아의 전통 사회에서 달력에 관한 일은 천체의 운행을 관측하고 계산하는 분야였던 ‘역법(曆法)’에 속했으며, 역법은 천명(天命)을 받은 최고 통치자 곧 군주(君主)의 통치 행위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었다. 즉, 군주는 자신에게 명을 내려 준 하늘의 뜻을 천체의 운행을 통해 헤아리고자 했는데, 역법은 하늘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는 수단이자 상징이었다. 동시에 군주는 정확한 역법을 제정하여 달력을 통해 하늘의 뜻을 일반 백성들에게까지 전달함으로써 천명을 실천하고자 했다. 나아가 군주는 더 좋은 역법, 다시 말해 하늘의 뜻에 더 잘 부합하는 역법을 만들어 자신의 권위를 높이고 통치의 정당성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고자 했던 것이다.

역법에서 해와 달의 운행뿐만 아니라 행성의 움직임까지 중요하게 고려했던 것은 역법에 대한 동아시아인들의 이러한 독특한 관념 속에서 이해할 수 있다. 날짜를 정하는 일은 태양력일 경우에는 해의 운행, 태음력일 경우에는 달의 운행에 대한 지식만이 필요할 뿐이다. 태음태양력일 경우에도 해와 달의 운행만을 고려하면 충분하며, 행성의 운행은 달력의 제작과는 직접 관계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아시아인들은 일찍부터 행성의 운행에 주목했으며, 그 결과 늦게 잡아도 한(漢)나라 때부터는 당시에 알려져 있었던 모든 행성 곧 오행성의 운행을 정확하게 관측하고 계산하는 일도 역법에 포함시키게 되었다.

동아시아의 달력은 이러한 역법의 산물이었으므로, 날짜를 알려 주는 것 이상의 역할을 했다. 예컨대 태양력을 통해서는 황도 위에 있는 해의 위치만을 알 수 있는 데 비해, 동아시아의 달력을 통해서는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또한 날짜를 월일(月日)이 아닌 연월일(年月日)로 표시할 수도 있게 되었다. 이때 해[年]를 표시하는 것과 직접 관련이 있어서 흔히 세성(歲星)이라고 불렸던 목성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미 기원전부터 세성의 운행 주기가 약 12년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동아시아인들은 12년을 주기로 하는 ‘세성기년법(歲星紀年法)’을 사용했는데, 이는 마치 12등분으로 구획된 시계를 보고 시간을 알아내는 것처럼 하늘에서 목성이 머무는 위치를 이용하여 해를 아는 방법이었다.

① 하늘에 관한 일을 맡고 있는 이들이 임금의 명을 받아 하늘의 변화를 살펴 계절의 순서를 바르게 정하자, 이내 음양의 조화가 이루어지고 백성들은 편안한 생활을 누리게 되었다.

② 오행성의 움직임은 서로 같지 않으며, 때로 거꾸로 움직이는 것도 있는데, 별이나 별자리는 움직이지 않는 하늘의 날줄과 같고, 오행성은 부지런히 움직이는 하늘의 씨줄과 같은 것이다.

③ 천운은 삼십 년이 되면 작게 변하고, 백 년이 되면 조금 크게 변하며, 오백 년이 되면 아주 크게 변하는데, 이와 같은 큰 변화를 세 번 거치면 자연의 변화가 모두 마무리되는 것이다.

④ 해와 달과 오행성은 하늘에서 운행하지만 그 가운데 있는 북극성은 굳건하여 움직이지 않으니, 북극성이 밝은 빛을 잃는 것은 임금의 다스림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⑤ 나라마다 대(臺)를 쌓아서 사람들로 하여금 그 위에 올라 하늘의 변화를 관측하게 하였는데, 그 관측대의 모양이 위는 네모나고 아래는 둥글었으니 이는 곧 하늘과 땅의 형상을 본뜬 것이다.

정답은 ①번이다. 지문에서 ‘역법’(중심 개념)에 대한 동아시아인들의 입장은 군주의 통치행위이다. ①번은 역법에 관한 관념이 가장 잘 드러난 진술이다. 하늘의 변화를 살펴 계절의 순서를 바르게 정하는 것은 정확한 역법을 제정하는 것이다. 역법을 통해 음양의 조화를 이루고 백성들이 편안한 생활을 누리게 하는 것은 하늘의 뜻에 부합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군주는 권위를 높이고 통치의 정당성을 지닐 수 있다.

그렇다면 매력적 오답은 몇 번일까? ④번이다. 임금의 통치행위를 반영한 것으로 보이는 북극성에 설득되기 쉽다. 여기서 다시 지문으로 올라가 첫 번째 문장을 잘 읽어보자. 역법은 천체의 운행을 관측하고 계산하는 분야이다. 그런데 북극성은? 북극성은 굳건하여 움직이지 않는다. 따라서 이는 천문의 영역에는 들어가지만, 역법의 영역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 문제에서 이를 명확하게 드러내기 위해서 ‘해와 달과 오행성’이 하늘에서 운행한다고 명시적으로 대비시킨 부분을 눈여겨보자. 문제는 절대 에둘러서 넘어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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