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정치권으로 간 사법시험
상태바
[기자의 눈] 정치권으로 간 사법시험
  • 이성진 기자
  • 승인 2015.10.22 20: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법률저널=이성진 기자] 1천만명이 관람한 역대 국내 영화 중 7편에나 참가해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배우 오달수 씨가 최근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성향을 묻는 질문에, 배우는 “개인적 정치 성향은 있을 수 있지만 배우로서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급격한 우회전은 승객을 좌회전시킨다’고 한 황지우의 시구를 인용했다. 현 우리사회를 잘 빗댄, 꽤 공감이 가는 인용구다.

이해관계의 득실(得失)을 따져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사회 전 영역에서 대립과 갈등이 만연하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나무랄 수는 없지만 마치 중심을 잃은 채 표류하는 난파선과 닮은꼴이다. 이에 한술 더 떠, 정치권마저 불씨를 더욱 지피고 있다. 

민주화 시대에 들어 정치권 진영논리를 두고 지금처럼 아수라장이 어디 있었을까 싶을 정도다. 특히 국정교과서 논란은 또 다시 보수, 진보를 넘어 좌, 우익으로 편을 가르게 하고 있다. 국정교과서를 두고 초기엔 찬성이 높더니 날이 갈수록 반대 여론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마치 ‘급격한 우회전은 승객을 좌회전시킨다’는 개연성을 증명이라도 하듯, 문제의 중심으로 들어갈수록 국민들의 판단이 달라지고 있는 모습이다.

국민들이야 먹고사는 일에서 득실을 따지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국민의 녹을 받는 공복자로서 올곧이 국민이익을 위해 판단을 하고 정책을 펼쳐야 한다. 국정교과서 문제가 날이 갈수록 정치권이 국민들을 일도양단하게 있다는 것은 무엇인가 잘 못 가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는 셈이다. 

이를 보다 현 법학계와 법조계로 고개를 돌려봐도 매 한가지다. 2009년 로스쿨이 출범하면서 곧바로 제정된 변호사시험이 2017년을 끝으로 사법시험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후 법학계는 로스쿨과 법과대학간, 법조계는 친로스쿨측과 친사법시험측간 극명히 나뉘었고 7년이 지난 지금도 갑론을박이다. 사법시험 폐지에 10년의 유예기간을 둔만큼 ‘급격한 우회전’은 아니라고 혹자는 말하고 이에 대해 매년 합격인원을 급격히 감소시켜 왔으므로 ‘급격한 우회전’이 맞다고 혹자는 반박한다. 후자는 그래서 일반대중을 한층 좌회전(친사법시험)시키고 있다고 한다. 또 정부가 인가과정에서 제시한 비전과 달리 법과대를 방치, 존폐위기로까지 몰고 있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로 더 얹고 있다.

현 우리 정치사회에서 좌, 우, 진보, 보수 진영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특효약은 ‘남북통일’일 것이라는 뚜렷한 가설이 가능하다. 하지만 법조인력양성제도를 두고 갈라진 진영논란은 뚜렷한 가설설정조차 어려운 과제로 보인다. 사법시험 존치를 로스쿨측이 결코 허용치 않을 것이며 그래서 친사법시험측은 영구적으로 이 문제를 사회적 이슈로 안고 갈 것은 뻔해 보여서다. 

사법시험 존치에 대한 국민여론이 예사롭지 않다. 어느 여론조사에서나 60%이상이 이를 희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승객(국민)을 좌회전(친사법시험) 시킨 데는 정치권의 급격한 입법도 문제였지만 불거지는 로스쿨 문제점들을 로스쿨들이 침묵한 채, 그들만의 카르텔을 형성하는데만 급급했던 것은 아닐까.

좀 더 일찍, 사회 비판에 귀를 열고 고칠 것은 고치고 이해시킬 것은 이해시켰어야 했지만 결과적으로 어느 것도 성공적이지 않아 보인다. ‘로스쿨은 잘 돌아가고 있는데 사실이 왜곡됐다’고 아무리 주창한들, 이미 많은 국민들을 좌회전시켰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2009년 4월 변호사시험 제정 이후 사법시험 존치 법안이 지난 20일 처음으로 국회 법사위가 논의에 들어갔다. 시작도 그랬듯, 법조인력양성제도가 다시 정치권에 맡겨졌다. 어떻게 결론이 날지 참으로 궁금하다. 어느 쪽이 이기든, 패자 쪽의 항의는 지속되겠지 라는 의문이 떠나질 않는다. 로스쿨측이 좀 더 잘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떨칠 수 없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