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근욱의 'Radio Bebop'(62) - 하루를 기분 좋게 시작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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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근욱의 'Radio Bebop'(62) - 하루를 기분 좋게 시작하는 방법
  • 차근욱
  • 승인 2015.10.21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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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근욱 아모르이그잼 강사

운전을 할 때에는 되도록 양보운전을 한다.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오는 운전자도 있으니까, 빨리 가려고 욕심을 내기 보다는 차라리 양보운전을 하는 편이 안전하다고 생각하거든. 뭐, 서울시내 교통상황에서 빨리 가겠다고 용을 써 봤자 빛의 속도로 순간이동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거기서 거기랄까. 그럴 바에야 살아서 집에 돌아가는 편이 백배 낫지.

요즘은 살기가 다들 각박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보복운전으로 인한 사고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리곤 한다. 하긴, 주차장 진입 중에도 주차장 입구를 가로막고 있던 오토바이 운전자가 운전 똑바로 하라며 내게 욕을 하는 세상이니 무얼 바라겠나.

그런데 얼마 전에는 그 반대의 경험을 했다. 모든 택시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간혹 마주하는 택시들은 깜빡이를 켜지 않고 차선을 바꾼다거나 갑자기 끼어드는 일명 칼치기 등을 해서 사고가 날 뻔했던 경험으로 인해, 근처에 택시가 있다면 일단 긴장하고 피하는 편인데 그 날 아침 출근길에서 나는, 나의 통념을 깨는 택시 드라이버를 만났다.

대부분의 소시민이 공감하시리라 생각하는데, 아침 출근길의 5분, 10분은 결과적 측면에서 엄청난 차이를 초래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끼어들기를 하겠다는 차가 있다면 개인적으로는 교통 흐름에 방해가 되지 않는 한 끼워주곤 한다. 아침 출근길에는 상대방도 급하기 때문에, 내가 안 비켜준다 해도 무리하게 끼어들기를 시도하기 마련이고 결국 사고의 위험만 높아질 뿐이니까. 게다가 그렇게 마음 급하게 굴어봤자, 어차피 큰 차이란 없다. 그래서 그 때에도 끼어드는 택시 한 대에게 앞자리를 양보했다. 놀란 것은 그 때였다. 택시 드라이버가 갑자기 운전석 창밖으로 왼손을 내밀어 엄지를 치켜세우고 가는 것이 아닌가.

의외의 행동에 조금은 당황했지만, 이내 웃음이 번졌다. 유쾌했다. 짜증과 답답함이 가득할 수 있는 아침 출근길 운전이 즐거워졌다. 사실 창밖으로 손을 내밀어 엄지손가락을 들어주는 행동에 그리 큰 힘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행동이 다른 이에게 얼마나 큰 힘을 주고 유쾌한 하루를 만들어 주는지에 대해서 나는 그날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1달러의 행운’이라는 것이 있다. 이것이 무엇인고 하니, 예를 들면 이런 거다. 만약에 특정도로의 통행료가 천원라고 하자. 많은 사람들이 출근길에 해당 도로를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 맨 처음에 그 도로를 이용하는 사람이 2천원을 내는 것이다. 그리곤 말한다.

 “천원은 나를 위해서, 천원은 다음 사람을 위해서 써 주세요.”

 그러면, 뒤에 오는 사람이 통행료를 내려고 할 때, 계산원이 이렇게 말할 것이다.

 “앞의 분이 이미 통행료를 냈으니까 그냥 가셔도 돼요.”

 이 이야기를 듣게 되었을 때, 천원을 벌었다며 기분이 좋아서 그냥 가는 사람도 있겠지만,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낸 돈에 기대어 그냥 가는 것을 선택하기 보다는 자신의 통행료를 지불할 것이다. 그리곤 말하겠지.

 “그럼 저도 다음 분을 위해서 천원을 낼께요.”

 이렇게 되면, 결국 모두가 천원의 통행료를 지불하는 셈이 되긴 하지만, 모두가 남을 위해 지불한 셈이 된다. 그리곤 그날 아침, 그 도로를 이용한 사람들은 모두 자신이 얻었던 행운에 대해 기뻐하고 이야기하며 기분 좋은 하루를 보내게 될 것이다. 모두가 기분이 좋은 하루를 시작한다면 그 행복감은 주변의 모두들에게 퍼져 나갈 것이고 그날 하루만 일지라도 세상은 관대함과 배려심으로 가득 차 모두가 행복해 질지도 모른다.

차창 밖으로 엄지손가락을 올린 행위는 대단한 수고가 들지 않는 행동이다. 하지만, 그러한 행동을 통해 나는 긍정적인 자아관념을 가질 수 있었고 유쾌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당연히 그날 만났던 모든 분들과 더 많이 웃음을 나눌 수 있었음은 물론이다.

일본 드라마 중에 ‘웃는 얼굴의 법칙’이라는 드라마가 있다. 웃는 미소가 근사한 ‘다케우치 유코’와 ‘아베 히로시’가 출연했던 드라마인데, 일본 전통 여관인 ‘유즈하라’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드라마였다. 특별한 몰입력을 가졌다기 보다는 대부분의 일본 드라마가 그렇듯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드라마였는데, 그 제목만은 강한 인상으로 남았다.

‘웃는 얼굴의 법칙.’ 어쩌면 생각보다 웃는 얼굴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은 보다 클지 모른다. 우리는 얼마나 웃으면서 살아가던가. 얼마나 우리는 웃으며 하루를 시작하던가. 세상사는 일이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이 대부분이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얼만 웃으면서 사람을 마주했는지를 생각해보면, 세상이 각박하다고 남의 탓만 할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점점 어른이 되어가고 세상 때가 묻어가면서 웃는 얼굴도 이해타산에 따라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이익이 되는 때에만 웃고, 득이 되는 사람 앞에서만 웃고. 적어도 어린 시절에는 그런 이해득실 없이도 친구를 사귀고 행복한 웃음을 터트릴 줄 알았었지 않나.

가장 쉽게 친구를 사귀는 비결도, 가장 쉽게 행복해지는 비결도 웃는 얼굴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그런 웃는 마음으로 이웃에게 엄지를 들어 보일 줄 아는 아량이 아닌가 싶다. 내가 보인 배려와 친절은 나에게 다시 돌아오게 마련이다. 거짓말 같아도 세상이치가 돌고 도는 것인지라, 정말 그렇다.

최근 조사결과를 보면, OECD국가들 중에서 우리 대한민국의 행복지수는 거의 바닥에 위치한다. 물론, 사회적 인프라구축이 부족해서 그러한 결과가 나왔을 수도 있고 지나치게 경쟁으로만 몰아져가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고립감과 소외감이 짙게 드리워진 탓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쩌면 이렇게 수고롭지 않은 사소한 배려가 부족해서 모두가 외로워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날의 경험을 통해, 나는 하루를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이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작더라도 주변에 웃음을 전할 수 있는 작은 배려. 어쩌면 우리 사회에는 그 소소한 행복이 부족한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하루를 기본 좋게 시작하는 쉽고도 강력한 비법을 알려주신 그 택시 드라이버에게, 나도 엄지손가락을 번쩍 들어 보여주고 싶다. 매일 아침, 웃을 일 없는 우리네 팍팍한 일상이라고 할지라도 서로를 보고 많이 웃고 서로 많이 칭찬해서 우리 모두가 좀 더 행복해졌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웃는 얼굴만으로도 세상은 놀랍게 바뀔 수 있다고 나는 믿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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