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과욕초화(過慾招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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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과욕초화(過慾招禍)
  • 조기열
  • 승인 2015.10.16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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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열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
 
“재판장님, 저는 최소한 700만 원은 받아야 합니다.”

얼마 전 법정에서 교통사고 피해자인 원고가 매우 억울하다며 피고 보험회사에서 반드시 700만 원 이상을 받아야 한다고 강한 어조로 말하였습니다.

이 사건은 원고가 편도 3차로 시내 도로에서 2차로로 직진 진행 중이었는데 가해자가 3차로에서 2차로로 급하게 끼어들면서 차로를 변경하다가 일어난 비교적 가벼운 접촉 사고였습니다. 가해자는 자신이 가입한 보험을 통하여 처리해 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였고, 이후 원고는 가해자가 가입한 보험회사에서 연락을 받았는데 피해 배상은 걱정하지 말라고 하였답니다. 며칠 후 보험회사 직원이 찾아와 700만 원에 합의하자고 하였는데, 허리가 아프다면서 입원한 원고는 그 돈으로는 합의할 수 없다고 하면서 3,000만 원을 요구하였고, 이를 과도한 요구라고 여긴 보험회사는 더는 연락이 없었습니다. 결국, 원고는 법원에 3,000만 원의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그런데 법원에서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액을 정하기 위해 신체감정을 해 보니 신체감정 의사에게서 특별한 후유장해가 없다는 결과가 왔습니다. 사고 당시에는 허리가 일시적으로 조금 아팠을 수도 있으나 현재는 아픈 곳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여기에다가 교통사고 피해배상액을 정할 때는 추가로 고려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과실상계’라는 것입니다. 즉 불법행위로 손해의 발생이나 확대에 피해자의 부주의가 가담된 경우 이를 참작하여 가해자의 책임을 제한하고 배상액을 감경하는 제도입니다. 일반적으로 교통사고는 어느 한쪽 상대방의 일방적인 잘못으로만 일어나는 경우는 드뭅니다. 일견 보기에는 한쪽 상대방이 전적으로 잘못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조금 더 자세히 들어가 보면 양쪽의 과실이 경합되어 일어난 사고로 보아야 할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어느 한쪽이 조금 더 잘못하거나 조금 덜 잘못하였다는 정도의 차이만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사건에서도 3차로에서 2차로로 급하게 끼어들면서 차로를 변경한 가해자에게 과실이 많겠지만, 끼어들기가 금지되지 아니한 장소였으므로 피해자인 원고에게도 전방주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과실이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신체감정 결과에 원고의 과실까지 참작하게 되면 손해배상액이 200만 원 이하로 정해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게 되었습니다. 그 때문에 원고가 법정에서 위와 같은 말을 하게 된 것입니다.

원고는 이미 소 제기 전에 피고 보험회사가 700만 원을 지급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으므로 최소한 그 금액은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보험회사는 이제 700만 원을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그 이유는 어디까지나 소가 제기되기 전에 신체감정 등의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신속하게 사건을 마무리하기 위해서 제시한 하나의 제안일 뿐이었다는 것입니다. 신체감정 결과가 나온 만큼 그에 따라 정해지는 금액만을 지급할 수 있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과욕초화(過慾招禍)’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나친 욕심은 화를 부른다는 말입니다. 적정한 선에서 만족할 줄 모르고 지나친 배상을 요구하다 이제는 오히려 처음에 받을 수 있었던 배상액 정도도 받지 못하고 일부 소송비용까지 부담하여야 할 상황이 된 것입니다. 다시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모르지만 이미 재판으로 진행되었으므로, 피고 보험회사가 양보하지 않는다면 7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할 수는 없습니다. 이런 상황이 자주 발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나마 이런 경우는 다행입니다. 경우에 따라 피해자에 대해 신체감정을 해 보니 피해자가 배상받아야 할 금액보다 많은 치료비와 손해배상 선급금이 지급되었다는 이유로, 오히려 과하게 지급된 돈을 반환받아야 한다면서 보험회사가 부당이득반환의 소를 반소로 제기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경미한 교통사고에서 피해자가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금액으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소 제기를 결정할 때는 그 손해배상금이 예상 밖의 적은 금액으로 정해지거나 오히려 이미 받은 돈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여야 할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는 점을 한 번쯤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욕심에 한계가 없으면 반드시 후회하게 된다고 합니다. 이 사건도 비슷한 경우라고 생각됩니다. 자신의 100% 만족만을 고집하지 아니하고 상대방에게 조금 양보하고 적당히 만족했다면 이와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홈페이지 소통광장 법원칼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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