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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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38)
  • 신종범
  • 승인 2015.10.16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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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소율
 

 

 

 

 

 

신종범
법무법인 The Firm 변호사
sjb629@hanmail.net
http://blog.naver.com/sjb629

프로야구 정규시즌이 끝나고 포스트시즌이 시작되었다. 가을야구에 참가한 팀의 팬들은 청명한 가을 정취에 더하여 가을 잔치까지 즐기는 분위기이다. 가을야구에 초대받지 못한 팀의 팬들은 그저 그 잔치가 부러울뿐이다. 특히, 가을야구잔치의 문턱에까지 간 팀의 팬으로서는 속이 더 쓰리다. 올해 프로야구는 10개 구단이 참가하였고, 정규시즌 5위팀까지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었다. 어느 해보다 순위 경쟁이 치열했고, 특히 포스트시즌 막차를 탈 수 있는 5위 싸움은 시즌 막바지까지 안개 속이었다. 필자는 좋아하는 팀이 시즌이 시작되기 전 최하위권으로 분류되었기에 올해 프로야구에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시범경기에서 꼴찌를 한 이 팀이 개막전부터 내리 6연승을 하더니 시즌 중 주전 선수들의 부상 등 어려움 속에서도 어찌어찌하여 기가 막히게 5할 승률을 유지하는 것이 아닌가. ‘5할 본능’의 수식어가 붙은 이 팀은 필자를 야구장으로 다시 불러들였고, 정규시즌 막판까지 희망 고문을 가하였다. 그러나, 결국 막판 2경기를 남기고 희망이 현실이 되지는 못했다. 이 팀은 ‘타이거즈’이고 최종 승률은 0.465 였다. 그리고, 포스트시즌 막차를 탄 팀의 승률은 0.486 였다. 프로야구에서 5할 승률이면 수준있는 팀인 것이다. 그러면, 변호사가 승소율이 50% 라면 어느정도 능력있는 변호사일까? 

얼마전 법률신문은 로펌의 전문성 강화에 기여하고 소비자의 선택에 도움을 주기 위해 로펌의 전문성을 평가하는 기획기사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그 첫 번째로 공정거래 사건에 관하여 로펌을 평가한 기사를 실었는데 그 기사의 내용 중 승소율과 관련한 내용이 있었다. “김앤장은 총 27건의 사건 중 11건을 전부승소해 40.7%의 승소율을 기록했다. 일부승소한 2건을 포함하면 김앤장의 승소율은 48.1%에 이른다. 율촌은 총 21건 가운데 8건을 전부승소해 38.1%의 승소율을 보였다 일부승소한 3건을 더하면 승소율 52.4%까지 치솟아 김앤장을 앞질렀다. 태평양은 17건 중 4건(23.5%)을, 화우는 10건 중 1건(10%)을, 세종은 6건 중 1건(16.7%)을, 광장은 5건 중 1건(20%)을 전부승소했다. ...(중략)... 기업들의 공세에 맞서 피고측인 공정거래위원회를 방어한 로펌 중에는 지평이 가장 왕성하게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평은 총 13건의 사건에서 공정위를 대리해 절반에 가까운 6건을 전부승소로 이끌어 46.2%의 승소율을 기록했다. ...(중략)... 특히 정부법무공단은 총 9건의 사건에서 공정위를 대리해 9건 모두를 전부승소로 이끌어 승소율 100% 라는 놀라운 수치를 기록했다.” 

이 기사를 그냥 보면 변호사로 승소율이 50% 라면 꽤 능력있는 변호사일거 같다. 국내 최대 법률사무소 승소율의 40% 대이고, 굴지의 로펌들이 승소율이 10% 대 에서 20% 대이니 말이다. 그리고 정부법무공단은 국내 대형로펌들 보다 훨씬 뛰어난 소송수행능력을 갖춘 것 으로 보인다. 승소율이 100%에 이르고 있으니 말이다. 과연 그럴까? 위 기사는 승소율 평가를 함에 있어 대상을 공정거래사건 중 ‘공정위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소송’에 한정했다. 일반 기업이나 개인을 상대로 한 민사소송은 그 대상으로 삼고 있지 않다. 행정청을 상대로 승소할 확률이 일반 기업이나 개인을 상대로 승소할 확률과 같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니 위 기사를 보고 이를 일반화하여 승소율이 50% 이상이면 능력있는 변호사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또한, 원고로 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할 확률과 피고로 이를 방어하여 이길 확률은 일반적으로 피고쪽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소송구조하에서는 원고의 주장, 입증이 먼저이고 피고는 원고의 공격방법을 보고 적절한 방어수단을 취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원고로 소송을 수행하고 얻은 결과와 피고로 소송을 수행하여 얻은 결과를 같은 기준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그리고 위 기사에서 일부승소한 건수를 더하니 승소율이 확 높아졌는데 일부승소는 다른 측면에서 보면 일부패소인데 이를 승소율 계산시 반영하는 것이 타당한지도 의문이다. 

승소율이라고 하면 수임한 사건 대비 승소한 비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주로 맡는 사건이 어떤 유형이냐에 따라 승소율에 차이가 나고 - 일반적으로는 행정사건보다 민사사건의 승소율이 높은 것 같다 - 원고를 대리하여 승소한 경우와 피고를 대리하여 승소한 경우를 똑같은 가치로 취급하기도 어렵다. 더욱이 승소율 계산에 있어 분자를 차지하게 되는 승소한 사건이 무엇인지 그 기준이 정해져 있지도 않다. 원고를 대리한 민사사건이나 행정사건에서 청구취지가 모두 인용되거나 피고를 대리하여 전부 기각이 나는 경우 또는 변호한 형사사건에서 무죄, 공소기각 등의 판결을 받게 되면 이는 전부 승소로 평가할 수 있겠지만 민사나 행정사건에서 일부인용되거나 형사사건에서 무죄 판결은 아니지만 실형 외 다른 판결이 나왔을 때는 일부승소 또는 일부패소가 될 것이다. 이 일부승소 또는 일부패소는 승소로 잡아야 하나, 패소로 잡아야 하나 아니면 그 비율에 따라 반영해야 하는가 그렇다면 그 비율은 또 어떻게 정해야 할 것인가. 10%의 일부승소(80% 패소)를 승소로 잡으면 승소율은 올라간다. 승소율이 보여주는 허상이다. 

프로야구 승률은 이기거나 지거나 명확히 계산되어 각 팀의 능력이 수치화될 수 있지만 변호사의 승소율은 반드시 그 능력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이길 것이 뻔한 쉬운 사건들만 맡으면 승소율은 높아지겠지만 능력있는 변호사가 될 수는 없다. 필자도 변호사 초기에는 패소가 두려워 어려운 사건은 꺼려하였지만 쉬운 사건만 맡으면 발전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려운 사건일수록 패소의 부담이 크지만 그로부터 얻는 것이 많다. 물론 성공하면 그에 대한 경제적 대가도 크고 말이다. 그나저나 한번도 구체적으로 계산해 본 적은 없는데 필자는 승소율이 얼마나 될런지. 그래도 전부승소만을 기준으로 했을 때 가을야구잔치를 넉넉히 즐길 수 있는 정도는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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