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답안을 일관되게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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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답안을 일관되게 만들기
  • 신희섭
  • 승인 2015.10.16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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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고려대학교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이번 시간에는 정치학답안을 구성하는 것과 관련된 조언을 몇 가지 추가하고자 한다. 정치학 1순환강의를 하면서 직접 채점을 하였는데 그 부분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있는 그대로의 강평이 좋을 듯하여 강평에 올린 글을 부분적으로 편집하여 구성한다.

모의고사는 자유주의의 문제점과 그에 대한 개선방안이라는 주제로 시험을 보았다. 한국의 자유주의가 가지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단점이 무엇인지와 이 부분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였다. 이런 문제가 나오면 기대하는 부분은 자유주의의 이론적 내용과 함께 한국정치에서의 현실적으로 제기되는 문제가 어떤 부분인지에 대한 것이다. 그리고 나서 자유주의의 대안이 되는 공화주의의 논리적 해결방안이 필요하다. 특히 이 문제는 공화주의를 직접 해결방안으로 묻고 있기 때문에 공화주의의 이론적 자원을 가지고 구체적으로 어떤 해법이 있는지를 설명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가장 기대되는 부분은 무엇일까? 출제자가 의도한 질문이 무엇인지를 먼저 제시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은 문제제기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문제제기라고 하여 core question이라고 한다. 문제를 만든 동기가 되겠다.

이런 취지를 감안하고 아래의 강평의 내용을 참고하면 좋겠다.

“이번 답안을 채점해 보니 어려운 주제인데 예상한 것보다 답안지를 잘 쓰고 있더군요. 정치사상이 가장 난해한 분야인데 열심히 글을 만드는 것을 보니 정치학 답안을 만들던 수험기간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시험준비를 하면서 무엇인가를 써서 설명은 해야겠고 개념은 혼란스럽고 논리적인 틀은 잘 안만들어지고 주변에서는 문제제기를 하라고 하는데 어떻게 행할지는 모르겠고. 긴 터널을 건너는데 끝이 보이지 않는 막막함이 있었습니다. 여러분들의 지금 공부와 글쓰기도 이런 제 경험과 유사하지 않을까 합니다.

우리는 지금 사상을 지나 국제정치학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분야는 정치학 전체공부의 1/3정도에 해당하는 비중으로 출제되고 있습니다. 거의 매년 빠짐없이 출제되는 것으로 보아 국제정치가 최근 정치학의 점수 차이를 가져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만큼 투자를 해도 과하지 않을 것입니다. 게다가 문제의 난이도도 높아져서 중범위 수준의 문제에 대해 대처할 수 있게 준비가 되어야 합니다. 2016년 시험에도 국제정치학 분야의 출제가 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특히 미일관계의 개선과 중국의 해양력 확장이라는 관점에서 동북아시아 문제는 너무나도 중요한 주제이기에 이 부분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요구됩니다.

정치사상과 국제정치학 분야를 넘어서면 민주주의와 비교정치 제도가 남습니다. 민주주의에서 민주주의의 원리와 대의민주주의 보완이론을 공부하고 이것을 구체화시키는 제도정치를 다루면 정치학 전체에 걸친 공부는 마무리 됩니다. 국제정치까지 하고 나면 큰 능선은 이제 민주주의 하나 남게 됩니다. 그만큼 열심히 달려가고 있는 것입니다.

2회 답안을 보면서 여러분의 글쓰기에 대해 몇 가지 조언을 하려고 합니다. 첫 번째, 서론의 문제제기 부분을 구체화하고 명확하게 어떤 개념으로 설명할 것인지를 다듬어야 합니다. 자유주의의 문제점과 공화주의적 해결책이라는 일반론에서 자유주의의 어떤 부분이 문제가 되며 공화주의 중에서 어떤 자원으로 설명할 것인지를 더 구체화하면 구체화할수록 좋습니다. 이것은 사회문제를 더 명확한 기준으로 본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소극적자유와 경제적자유의 관점으로 왜곡된 한국자유주의의 문제점을 공화주의는 공공선과 비지배성이라는 자원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는가?”와 같이 문제제기를 구체화할 수 있습니다.

문제제기는 구체적일수록 좋습니다. 많은 답안들이 그저 질문에 나온 문제제기를 동어반복 하듯이 서술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문제제기는 정확히 출제의도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도 있지만 정작 본인의 글이 어느 방향으로 갈 것인지를 설명 못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구체적인 문제제기 즉 어떤 부분을 강조하면서 글을 구성할 것인지는 채점자와 본인 자신에게 지도를 하나 선물하는 것입니다. 이 지도를 따라 글을 읽어 가면 본인의 논리를 정확히 제시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지적할 부분은 글의 논리가 끝까지 연결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실제 답안의 설명에 있어서 논리가 끝까지 연결되어야 합니다. 공공선이 개인주의와 이기주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공공선 그 자체로 되지 않습니다. 즉 공공선이 필요하다고 공공선이 만들어지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 공공선이 중요하다는 점을 사람들이 배우고 공감해야 바뀝니다. 그런 점에서 다음과 같은 논리적 연결이 필요합니다. ‘공공선 --> 교육 ---> 이기주의의 약화’가 논리적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위의 논리적 연결은 중간 논리가 정책방안의 구체화를 하게 해줍니다. 만약 “공공선이 이기주의를 완화한다”고 설명했다면 다음 문장에는 “공공선이 중요하다는 점을 교육함으로서 지나친 사적인 이익의 탐닉을 줄일 수 있다.”라는 문장이 있어야 합니다. 이런 논리는 신로마공화주의의 ‘비지배적 자유’에도 해당됩니다. 비지배적자유가 경제문제를 해결하고 양극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려면 비지배적자유를 관철할 수 있는 방안으로 법을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법치주의를 통해서 비지배자유를 구체화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제도정치 즉 정당이 공화주의를 반영함으로서 가능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중간 고리가 있어서 설명이 현실적이고 완전하게 완성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세 번째는 양극화나 투표율저하가 왜 문제인지를 설명해야 합니다. 양극화가 정치적으로 문제가 되는 이유를 설명하지 않으면서 양극화 문제라고 하면 논리적인 설득력이 없게 됩니다. 양극화는 사회구성원들을 분리시키고 사회적 갈등비용을 강화하게 합니다. 사회가 갈라지게 되니 정치는 이 부분을 수습해야 합니다. 투표율하락도 저대표성의 문제가 제기되어야 정치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다문화주의는 특정 구성원의 배제라는 문제가 되어야 정치적으로 의미 있게 됩니다. 정치학은 정치적 의미를 규정하는 학문입니다. 이슈들에서 정치적 의미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여기서 정치적 의미라는 것은 정치적갈등이 야기되는 부분을 말합니다.

네 번째 논리적인 흐름과 관련됩니다. 만약 한국사회의 자유주의에서 비롯된 문제점을 3가지 이야기 했다면 공화주의의 자원을 잘 추려서 이 3가지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지와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를 설명해야 합니다. 이것이 설명되지 않으면 논리는 완결되지 않습니다. 1순환에서는 이런 논리적 구성 즉 coherence(글의 일관성)를 구축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후에 이론을 세련화하고 구체적인 사례를 배워서 이 논리구조에 집어넣어야 하기 때문에 지금 이 훈련을 하면서 문제의 수를 늘리는 것이 좋습니다. 이론이야 점차 공부하고 이해하면서 몇 가지 암기하면 되지만 논리 틀은 몇 일만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실제로 답안지에서 가장 약한 부분은 이 일관성을 갖추는 것입니다. 대부분이 질문에 답하는 것에 관심이 맞추어져 있다보니 전체 본인의 논리는 신경을 못 쓰는 경우가 많이 있었습니다. 논리적인 구성이 정치학에서는 자신의 주장에 힘을 보태는 중요한 부분입니다. 이 부분에 대한 연습이 필요합니다.

이 부분들을 개선해가면 다음 답안을 만들 때는 조금 더 성장한 글을 만들 수 있습니다. 조금 더 힘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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