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섭의 정치학-정치학답안을 만드는 것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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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의 정치학-정치학답안을 만드는 것에 대해
  • 신희섭
  • 승인 2015.10.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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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섭 정치학 박사
고려대학교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 

이번 시간에는 정치학 1순환 강의에서 학생들 답안을 직접 채점하면서 느낀 바를 적는다. 실제로 모의고사를 실시하고 모의고사 채점에 대한 강평을 적은 것을 옮겨 적는다. 10월에 공부를 하는 수강생들이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 정치학주제를 정리하여 답안으로 옮겨 적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답안을 작성할 때 문제가 될 부분에 대한 간단한 가이드로 삼으면 좋겠다. 있는 그대로 조언을 하기 위해 채점평에 썼던 글을 그대로 옮긴다.

“정치학공부하고 답안 만드는데 노고가 많습니다. 1회 모의고사를 본 답안 중 1/4을 채점했습니다. 채점을 하는 내내 얼마나 열심히 글을 만들고자 했을까와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를 느꼈습니다. 그리고 예상보다 잘 쓴 답안도 많아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제 막 입문하여 답안지까지 만드는 방법을 배우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학부에서 전공을 하는 학생들 답안지를 내는 것 보다 더 좋은 답안을 만들었거나 답안을 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시험이 단지 누가 더 잘 이해하는지를 테스트 하는 것이고 1차 시험처럼 지식의 정확성을 묻는 다면 공부는 크게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정치학은 5급 공채 시험과목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과제인 ‘판단력’을 묻고 있기에 답안으로 여러분의 판단력을 전달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닙니다. 어렵지만 글을 통해 본인의 생각을 전달하라는 정치학 과목의 사명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답안이라는 글을 만드는 방식과 전략이 필요하겠죠. 여러분이 답안을 만든 것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열의는 있지만 아직은 방법을 잘 모른다는 것입니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이것을 전달하겠다는 의지는 잘 보이지만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 전달이 되어야 (채점자와) ‘대화’가 되는지는 아직 잘 모르는 것이죠. 모르는 것이 당연합니다. 배운 적이 없으니. 지식의 상아탑인 대학에서도 글을 만드는 법을 잘 가르치지 않으니 당연한 결과겠죠.

중요한 것은 지난 번 첫 번째 답안을 만들었고 오늘 두 번째 답안을 만들면서 점차 답안을 만드는 세계로 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답안쓰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았으니 이제 좌절하고 본인을 자책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답안을 만들 것인지를 배우면 되겠죠. 그것도 정확하게 배워야 합니다. 출제와 채점을 하는 학자들의 기준으로 답안 쓰는 법을 배워야 여러분의 공부에 대한 노력이 보상을 가져오는 법입니다. 주변에서 공부를 해도 점수가 낮아서 공부를 안한 사람과 별 차이가 없다고 하는 이야기들이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실제로 글쓰기를 그렇게 노력했는지, 채점자들에게 어필할 노력과 전략은 있는 지로 질문해보면 다릅니다. 잘못된 노력으로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온 것을 ‘노력-->보상’의 공식이 깨진 것으로 오해하면 안됩니다. 매년 많은 학생들이 답안으로서 글쓰기를 배우고 70점대를 넘어서는 답안을 만들고 있습니다. 5급 공채와 국립외교원에서도 각각 십 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정치학 고득점으로 합격을 합니다. 그러니 좌절하는 주변의 논리에 휘둘리지 말고 본인이 채점자와 대화할 수 있는 방법에 좀 더 많은 에너지를 쓰기 바랍니다.

답안을 보면서 몇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다음 시험에서는 이 부분을 개선하면 지금 만든 답안보다 더 나은 답안을 만들 것입니다.

첫 번째는 분석을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답안에 한일관계가 나빠진 ‘원인’을 설명(explanation)하라고 하는데 한일관계가 나빠져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기술(description)하면 곤란합니다. 분석은 개념을 통해서 설명하는 것입니다. 반드시 정치학이 사용하는 개념이 아니더라도 분석할 수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경제가 유사한 상황에서 일본의 경제가 나쁘고 통화를 증대하여 한국 수출품의 타격을 가져오고 있어서 한일관계가 나쁘다”라는 설명보다는 “한일관계 악화원인은 일본의 무리한 ‘통화량증대’로 볼 수 있다. 실제 일본의 아베정부는 통화량을 최근 00 %증대하였고 이로 인해 일본엔화가치가 하락하면서 한국수출상품에 타격을 주고 있다.”와 같이 ‘통화량증대’라는 요인이 명확히 서술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나중에 정책방안을 제시할 때 ‘통화량 증대’를 줄이는 방안으로 어떤 정책을 제시할지가 나올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두괄식입니다. 두괄식은 자신이 정확히 설명하고자 하는 것을 요약해내는 능력입니다. 따라서 두괄식은 글 전체의 방향과 함께 정확한 자신의 의도를 보여줄 수 있습니다. 두괄식을 하면 불필요한 문장의 수를 줄이며 구체적인 자신의 입장을 드러내서 채점자에게 정확히 어필할 수 있습니다. 두괄식을 잘하기 위해서는 이론의 핵심이 되는 개념을 가지고 요약하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세 번째는 분석틀로 설명하려는 노력이 이번 답안에서 잘 보였다는 점입니다. 분석수준이나 정치, 경제, 사회영역과 같은 분석영역기법을 통해서 체계적인 논리를 만드는 것이 잘 보입니다. 이것은 건축가가 건축하는 자세와 유사합니다. 즉 설계도를 만드는 것이죠. 설계도가 있고 내용이 되는 답안의 살붙이기가 있어야 합니다. 아직 살붙이는 부분(이론과 사례)이 약한 것은 문제가 아닙니다. 더 준비하여 점차 구체화하면 됩니다. 하지만 논리적 틀이 없는 것은 금방 해결되지 않습니다. 틀리거나 논리가 빈약해도 논리적인 틀을 만들려는 노력을 하다보면 시행착오 이후에 본인논리가 잘 정리될 것입니다, 내년 시험 때까지 연습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있습니다.

네 번째는 본인언어로 설명하면서 본인이 무엇을 말하는지 명확하지 않은 부분은 공부가 안된 부분이라는 점입니다. 이런 부분은 다음에 다시 쓰라고 해도 똑같이 씁니다. 여기를 찾아서 개선하는 것이 공부가 나갈 방향입니다. 항상 자신이 알고 있는 것만을 반복하는 것은 자칫하면 자기기만이 됩니다. 시험이 어디서 나오고 어떤 방향으로 질문할지 모르는데 자신이 그 내용을 정확히 아는지 모른지도 확인하지 않고 시험장에 갈수는 없습니다.

다섯 번째는 지시성과 관련됩니다. 지시성은 구체화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왈츠의 분석수준으로 쓰라고 하면 “1. 인간 2. 국가 3. 국제체계”로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1. 인간적 요인 : 지도자의 특성 2. 국가적 요인 : 경제상황의 악화와 민족주의”와 같이 구체적으로 내가 서술하는 내용이 무엇인지를 목차로 만들어서 정확히 전달하려는 것입니다. 이것은 글을 만드는 노력이자 나의 생각을 정리하고 구체화하는 노력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잘 만들면 노력에 상응하는 보상이 따르는 것입니다.

여섯 번째이자 마지막은 정치학은 통치자를 육성하기 위한 학문이라는 점입니다. 리더는 폭넓게 보아야 하고 균형있게 보아야 합니다. 다양한 방향의 가능성에 귀를 기울이고 한 쪽으로 편향되게 치우치면 안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주장들을 모두 들어보아야 합니다. 정치학이 여러 가지 방향에서 다양한 시각을 가지라고 요구하는 이유입니다. 지금 혹시 여러분이 한국정치의 문제점을 보면서 현실정치인들을 힐난하고 이 사람들이 준비가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그 기준으로 여러분을 보세요. 여러분도 잠재된 한국사회의 리더들입니다.

행정관료가 된 여러분이 부족하게 배우고 균형 감각이 없다고 하면 정치인들이 만든 정책이 실제로 집행되고 구체화될 때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볼 것이고 상처를 받게 될 것입니다. 단지 이것을 시험공부이후 문제라고 치부할 수 없는 것은 정치학을 공부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여러분의 리더십이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민주주의를 이해하고 정치사상을 이해하고 국제관계를 이해해야 다른 사람들이 편해지겠죠. 그러니 정치학이 관심을 가진 어려워 보이는 문제들을 해결하고 배워가면서 여러분의 관료로서의 리더십을 키운다고 생각하면 그것이 여러분이 이 어려운 시험과정을 극복해가는 에너지가 될 것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정치가 던져주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을 여러분이 리더로 성장하는 한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좋겠군요.

한 가지 이야기로 이야기를 마무리 할까 합니다. 출제를 하시는 교수님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요즘 수험생들이 글을 너무 암기식으로 만든다는 지적을 듣곤 합니다. 여러 가지 수험의 제약 때문에 내용 몇 가지만 암기해서 시험장에서 우선 늘어놓고 보는 수험생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좀 더 좋은 점수를 받고 그래서 시험을 안전하게 끝내고자 한다면 이런 방식의 글쓰기는 위험합니다. 정치학이 원하는 것은 본인의 언어로 된 본인의 주장입니다. 힘들겠지만 지금 이런 방법을 하나씩 배워가면서 균형감있게 글을 만드는 훈련을 하고 있는 것, 그것이 앞서 가는 공부입니다.

step by step!! 조금씩 가지만 잘 갈 수 있습니다. 힘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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