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동차! 충분히 가능한 도전이다.
상태바
[특별기고]동차! 충분히 가능한 도전이다.
  • 법률저널
  • 승인 2004.02.25 11: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순열
변호사

"야! 넌 몇 시만에 합격했냐? 난 6시인데." "와! 대단하시네요. 전 재시인데요." "전 동차인데요." "뭐 동차?" "그래도 3시 하느라 고생했어요." "전 생동차인데요." "뭐라고? 이런 고시생활의 맛도 못 보고 끝나버린 놈이군! 야, 너! 기득권 가지고 공부하느라 들 비용 아끼고, 스트레스도 안 받았으니 오늘 네가 쏴라."

연수원에 들어가면 사석에서 가끔씩 동기연수생들끼리 힘들었던 과거의 추억을 더듬어 보면서 그 동안에 걸어온 자신들의 발자취를 넋두리 하곤 합니다.  관심사 중에는 결혼을 했는지, 아니면 군대는 갔다 왔는지.  그 중에 빼놓을 수 없는 관심사는 과연 몇 번 만의 2차 시험 도전 끝에  고시생활의 종지부를 찍은 것인지가 으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공부를 하신 분들도 있고, 운 좋게도 어린 나이에 합격한 분들도 있는데, 가장 운이 좋은 사람은 공부를 늦게 시작하신 분들이나 젊은 사람 중에 생동차의 기쁨을 안고 계시는 분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결과는 처음에는 당연한 운이라고 결론을 짓습니다.  모든 시험에는 운이 필요하고, 사법시험 2차 시험은 더욱 그러하다고들 합니다. 

 

그러나 몇 몇 동차나 생동차의 결과를 얻은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동일한 방법을 구사한다고 해서 동일한 결과를 얻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자신에게도 동차의 기쁨을 누릴 운이 없다고 단정 짓지는 못할 것입니다.  주변에서 처음 2차를 응시한 분들 중에 비록 낙방하기는 했지만 한 두 과목 과락에 합격점수를 넘거나 거의 합격점수에 육박한 분들을 많이 볼 수가 있습니다.  이런 분들은 조금만 더 노련하고 체계적이었거나 운이 따랐다면 생동차의 결과를 낳을 수 있는 분들입니다.


◇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공부'

저는 98년도 군법무관임용시험 1차에 합격하고, 그 해에 동차를 하지 않으면 군법무관과는 인연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동차 합격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1차 합격자 발표가 4월에 나고, 2차 시험이 6월인 점을 감안하여  날짜를 뽑고 그 동안 만큼은 평소에 복잡하던 스케줄을 완전히 단순화시켰습니다. 

 

헌법, 형법, 민법은 1차 때 준비한 것으로 충분하다고 믿고, 2차 시험에 맞는 답안작성 훈련을 위해서 낮 타임의 시간을 이용해 학원에서 답안작성을 하고 강평을 매일 듣는 것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기로 하고, 오전과 저녁 타임에는 보통 2차 준비생들이 하던 대로 학원 강의와  예습, 복습에 주력하였습니다.  이렇게 헌·민·형 두달, 후4법 두 달이라는 준비시간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헌·민·형은 처음에 미진하던 모의고사 점수들이 점점 틀을 갖추어 가면서 안정권에 들어가고, 차츰 자신감을 얻었으며, 모범답안까지는 아니지만 기득권을 가지고 공부하던 사람들의 대열에 끼기 시작하였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후4법인 행정법, 민사소송법, 상법, 형사소송법이었습니다.  후4법은 생소한 과목이라 학원 강의를 듣고, 예습, 복습을 철저히 하기로 하였습니다.  당시에는 과목당 평균 10회 정도의 짧게 돌아가는 예비순환 덕분에 1순환을 하고도 2순환을 돌 수 있는 여지가 있어 1순환을 재미있게 마무리하였습니다.  그러나 강의를 들을 때는 알 것 같은데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놀라운 기억 상실증에 빠져 가닥을 잡지 못하였습니다.  후4법이 흔들리자 든든하던 기본3법마저도 불안해지면서 점수와 자신감이 동반 추락하였고,  노래 가사에서도 등장하는 '사랑이 외로운 건 운명을 걸기 때문이지'라는 문구가 떠오르면서 짧지만 운명을 걸었던 기간이 공허해졌습니다.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해 '아무리 완벽하게 강의를 듣고, 예습, 복습을 철저히 한들 반복을 하지 않으면 인간인 이상 잊어버리는 것이 인지상정이니, 강의 당일 당일 것만 이해해 나가기로 하자.'라고 위안만을 삼고 있다가,  당시에 사법시험 2차를 준비하던 친구에게 조언을 구하기로 하였습니다.  학원에서 모범답안을 자주 만들어 내던 친구여서 믿고 찾아 갔습니다.  저는 그 친구에게서 비장의 무기를 전수받게 되었는데, 그 무기는 바로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을 때 결정적인 힘이 되었고, 시간이 흘러 합격하긴 했지만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도 합격할 수 있게 만든 비법이 되었습니다.  친구는 저를 스터디 룸으로 데리고 가서 자신이 가지고 있던 전 과목 뼈대를 잡는 기본틀을 무조건 암기하게 만들었고, 출제가 가능한 부분에 대해 알기 쉽게 두문자를 딴 목차암기법을 전수하였습니다.  이해만 하면 된다는 저의 뒤쳐진 생각에 신선한 충격과 엄청난 자신감을 안겨주었습니다.  그 날 저녁에 집에 가서 혹시나 달아날까 두려워 날이 새는 줄을 모르고 친구로부터 전수받은 뼈대와 두문자를 보고 교과서를 다시 보면서 약간의 살을 가미했습니다. 

 

시험 결과가 궁금하시죠?  그 해 군법무관시험 2차 시험 처음 응시에 낙방은 하였지만 행정법 과락만 빼면 합격점을 넘는 점수가 나왔습니다.(물론 행정법을 빼고 6과목으로 나누었을 때입니다.)  하늘을 찌를 정도의 자신감 뒤에는 '1차 시험이 끝나고 바로 2차 시험 준비를 했더라면 좋았을텐데, 뼈대와 두문자를 암기하라는 말을 좀 더 먼저 들어서 충분히 만들었더라면 좋았을텐데.....'라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 '두문자'는 자신감을 준다

2차 시험에 엄청난 자신감을 갖게 되었지만, 그 후 두 번의 사법시험 1차 시험에 낙방하면서 다시 2차 시험과는 멀어졌습니다.  그런데 고맙게도 제40회 사법시험 직권취소의 행운을 잡아 다시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그 때는 제42회 사법시험 1차 시험에 합격한 기득권자들의 3순환 과정인 1월쯤이 되었습니다.  아련했지만 친구가 전수해 준 뼈대와 두문자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었기에 무리 없이 시작하였고, 뼈대와 출제 가능한 부분의 두문자를 하나 하나 늘려 나갔습니다.  뼈대와 두문자가 있어 놀다가 독서실에 들어와도 곧바로 몰입할 수 있었고, 자신이 공부하고 있는 주소 파악이 빨랐으며, 백지처럼 아무 생각이 나지 않을 때 뼈대와 두문자부터 천천히 생각을 하면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하였고, 그 덕분에 쉽게 슬럼프에 빠져들지는 않았습니다.  결국 저는 6개월간의 2차 시험 준비기간을 갖고, 부진정 생동차(사법시험 기준 생동차)로 합격을 하게 되었습니다. 

2차를 준비하시는 수험생 여러분, 여러분은 저보다 훨씬 훌륭하십니다.

동차, 생동차가 절대 불가능이라 생각하지 마십시오.  제가 이 글을 쓰고 싶었던 것은 충분히 승산이 있는 동차에 미필적 고의만 가지고 열심히 하다 보면 되겠지 라는 느슨함에 박차를 가하고 싶어서입니다.  부디 동차 시험에 합격 하시어 초조함과 두려움으로 처절함을 맛보는 기득권 시험에 면제를 받으십시오.  1차 시험이 끝나면 당락을 떠나 2차 시험 준비에 매진하십시오.  1차 시험 합격자 발표 후에 발표 전 낭비했던 두 달간을 후회하지 않게 하십시오.

주변에 좋은 뼈대와 두문자를 가지신 분을 삼고초려하여 꼭 전수받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지십시오.  두문자의 위력을 경험한 예를 하나 드는 것으로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제43회 사법 2차 시험에 민법문제로 '면접교섭권'이 나왔습니다. 
저는 행정법에서 만들어 놓은 것으로 '000권'으로 끝나는 부분은 모두 "개,성,행,상,내,시,방,철,취,포,효"라고 외워두고, 전과목 유사한 부분은 전부 위 두문자로 해결을 하였습니다.  개념, 성질, 행사자, 상대방, 내용, 행사시기, 행사방법, 철회여부, 취소사유와 취소여부, 포기 가능성, 행사효과.  이 정도면 면접교섭권과 관련하여 어떠한 교과서보다 자세하게 기술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실 겁니다.  이 정도 목차이면 내용은 여러분도 충분히 25점 분량으로 쓰실 수 있을 것입니다.

위와 같은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여러분도 언제든지 써 먹을 수 있는 자신만의 비법인 뼈대와 두문자를 자신의 역량이 되는 만큼 많이 만드시기 바랍니다. 

2차 시험은 이해와 암기가 동등한 비율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해한 부분을 시험장까지 가지고 갈 수 있는 수레인 뼈대와 두문자를 잘 만들어서 수험기간 내내 끌고 다니시기 바랍니다.  자신만의 흔들이지 않는 뼈대와 두문자에 살까지 붙이신다면 여러분은 고득점 합격의 영광을 맛보실 것입니다. 

끝으로, 수험생 여러분의 편안한 수험생활과 아름다운 추억이 되는 수험생활을 기원합니다. 여러분 모두 합격하시어 사회의 귀감이 되시고, 가족들에게 행복을 드리시고, 같이 했던 주변의 친구, 선·후배님들에게 합격턱으로 기분 좋은 술 한 잔 쏘시기 바랍니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