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개소리]우연은 없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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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개소리]우연은 없다(4)
  • 법률저널
  • 승인 2004.02.25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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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이란 노력하는 사람에게 우연이라는 다리를 놓아 주는 것이지......"라는 말을 건네고 사라진 할아버지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겨 있을 때, 공부만 하며 지나온 몇 년의 세월이 파노라마처럼 머릿속을 지나가고 있었다. 후회 없는 회상을 하기위해 무던히도 참고 열심히 살아온 피와 땀으로 맺혀진 지나온 날들이 슬프기까지 했다.


그러나 공부라는 것이 본래 마음을 인색하게 쓰거나 의욕만 앞서 자신을 쥐어 짜듯이 밀어 붙인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니다. 과도한 집착은 오히려 심적인 부담이 되어 공부가 비본질적인 왜곡(자리에 앉아 시간 때우기, 형식적인 회독수, 공부할 분량 채우기등)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해 오히려 생활이 고달파 진다. 느리지만 천천히, 급하더라도 마음의 여유를 갖고 해야 하며 합격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문득' 찾아온다는 어느 선배의 충고가 귓전에 맴돌고 있었다.
 
지금은 변호사로 또한 모학원의 유명강사로 멋있게 살아가는 H형은 수험생 시절 열심히 했음에도 잡힐 듯 말 듯 애태우던 고난의 시절을 겪을 때, 항상 마음속에서 잊지 않았던 사실은 '최선의 요령은 요령피우지 않는 것'이라는 간단한 이치였다. 그러면서 욕심 부리는 순간 반드시 패한다(욕심=필패)는 나름의 깨달음으로 그 힘들었던 과거를 지혜롭게 보냈었다는 말을 해준 기억도 이어졌다.


그런 생각들을 하고 있을 때, 누군가 자신을 흔들어 깨우는 소리에 눈을 떠보니 윤씨 아저씨가 라면 다 먹었으니 설거지를 하고, 설거지를 끝내면 아줌마 점심준비를 하는데 심부름이나 하라는 것이다. 어차피 일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터에 그릇을 챙겨 집으로 가려는데, 라면을 많이 먹은 탓인지 갑자기 화장실이 급하게 가고 싶어졌다. 새참을 먹고 일을 시작하려는 아저씨에게 휴지를 달라고 하는 곽병장........윤씨 아저씨 잘 걸렸다 싶은 표정으로 눈으로 저쪽을 가리킨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휴지는커녕 신문 쪼가리도 안보였다. 급하니까 장난하지말고 빨리 휴지를 달라는 곽병장에게 시골 밭에 무슨 휴지가 따로 있냐며 사방에 널린게 휴지니까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나뭇잎으로 처리를 하라는 것이다. 이왕이면 넓적하고 큰 것으로 하라는 자상한 아저씨.........


잘나가던 엘리트 고시생...독서실도 비데화장실 있는 곳만 골라 다니며 럭셔리하게 살던 그는 지금 나뭇잎으로 뒷처리를 하게 될 위급한 상황에 처해 있다. 하지만 여기는 고참의 침은 로얄제리이고, 군인 정신은 제정신이 아니며, 군인의 사기는 건빵에 달려있다는 군대이지 비데가 있는 사회가 아닌 것을 깨닫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바로 나뭇잎 몇 장 주워들고 나무 뒤로 달려갔다. 급한 데로 볼일을 보고 나니 손에 들린 자연산 휴지가 너무 야속했다. 그런 생각을 할 틈도 주지 않겠다는 듯, 그 앞을 스르륵 소리를 내녀 지나가는 미끈한 물체는 곽병장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하는 뱀이었다. 순간 숨이 멈추는 듯 한 공포감에 휩쌓인 그는 나뭇잎이 얼마나 고맙던지 대충 처리를 하고 뱀한테 거시기라도 물릴세라 슬그머니 그 자리를 빠져 나왔다.


과연 그 뱀은 '우연히' 볼일을 보는 곽병장 앞을 지나가게 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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