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안심번호, 청와대 관계자에 대한 수사 개시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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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안심번호, 청와대 관계자에 대한 수사 개시의 필요성
  • 오시영
  • 승인 2015.10.02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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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교수 / 변호사 / 시인

검찰은 “청와대 관계자”에 대하여 국가공무원법 제65조 위반 여부에 대한 수사를 개시하여야 한다. 이름도 애매모호한, 정치적 가면을 쓴 “청와대 관계자”가 지난 9월 30일 청와대 경내에서 여야 대표가 합의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대한 정치적 견해를 공개적으로 피력하며 정치적 행위를 하였기 때문이다. 대한민국헌법 제7조 제2항은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을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하고 있다. 국가공무원법 제65조(정치 운동의 금지) 제1항과 제2항은 공무원의 정당 가입이나 정치단체의 결성에 관여하거나 가입할 수 없도록 하는 한편 선거에서 특정 정당 또는 특정인을 지지 또는 반대하기 위한 일정한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한편 국가공무원복무규정 제27조는 국가공무원법 제65조의 정치적 행위의 하나로 “정당의 조직, 정당의 확장, 그 밖에 그 목적 달성을 위한 것”이라고 하여 “정당의 목적 달성을 위한 행위”를 정치적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정당의 궁극적 목적은 정권 취득을 통해 달성되기에 어떠한 선거제도를 도입할 것이냐는 각 정당의 사활이 걸린 고도의 청치적 행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여ㆍ야 대표가 각 정당의 국회의원 후보를 선출함에 있어 국민들에게 “국민들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는 안심번호를 주민등록번호 대신 부여”하여 국민들로 하여금 직접 후보를 뽑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자는 데에 전격합의하였다. 그런데 이에 대하여 청와대 관계자라는 고위 공무원이 기자회견을 자청하여 이에 대해 반박하면서 정치적 관여를 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가 내세운 안심번호 불가 5대 사유는 첫째, 역선택으로 인한 민심 왜곡, 둘째, 전화응답률이 낮아 조직선거 가능, 셋째, 국가예산이 들어가는 세금공천, 넷째, 전화 여론조사와 현장 투표의 차이, 다섯째, 당내 의견수렴 절차 부족 이었다. 첫째사유인 역선택으로 인한 민심왜곡은 반대 정당을 지지하는 국민이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 후보를 지지하는 대신 만만한(낙선할 것으로 예상되는 약한 경쟁력의) 반대당 후보를 지지함으로써 본선에서 유리한 지위를 차지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여야가 같은 조건이기 때문에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누군가를 지지하는 국민은 자신이 지지하는 그 누군가가 후보로 선출되어 본선에 나가기를 희망할 것이기 때문에 마음이 몹시 바쁘다. 그런데 한가하게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당내에서 후보로 선출될 것인지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상대당의 만만한 본선 후보를 고르는 역선택을 한다는 것은 일인 이표제가 되지 않는 한 공감하기 힘든 억지 논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둘째사유인 전화응답률이 낮아 조직선거가 가능하다는 것 역시 타당하지 않다. 왜냐하면 안심번호가 부여되면 누가 누구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투표자 자체를 알 수 없어 조직선거 자체가 불가능하고, 응답하지 않은 안심투표 번호 부여자는 그 자체로 선거에 대한 관심이 없기 때문에 별문제가 되지 않으며, 여태까지의 모든 여론 조사가 그러한 응답률에 의해 산출된 여론조사결과를 발표해 왔는데, 유독 이 경우만 되지 않는다는 것은 앞으로 어떠한 여론조사도 하지 말자는 궤변이나 다를 바 없다. 셋째사유인 국가예산이 들어가는 세금공천이라는 주장 역시 타당하지 않기는 마찬가지이다. 현재 모든 공직선거는 선거공영제로 국가가 그 비용을 부담하게 되어 있고, 정당에 대한 일정한 국가지원을 보장하고 있다. 따라서 본선에서만 선거비용을 지원하여 예선과정에서의 불법과 타락을 방치하는 것보다는 후보경선과정에서부터 국가가 선거공영제에 의한 합법적 지원을 보장하는 것이 보다 타당하고 진일보한 제도적 개선이라고 보지 못할 바 없기 때문이다. 

넷째사유인 전화 여론조사와 현장 투표의 차이 역시, 그러한 차이 때문에 더욱 더 안심번호 국민공천제가 절실하다고 하겠다. 국민 여론과 동떨어진 집안잔치만으로는 국민 여론을 제대로 반영한 국회의원을 선출할 수 없기 때문에 보다 많은 국민이 참가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하는 것이야말로 보다 더 민주적 절차에 부합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여러 면에서 선진국 모델로 삼고 있는 미국의 경우 공화당과 민주당 공히 100% 오픈 프라이머리경선체제로  후보를 뽑고 있는 것이 그 전형적 경우라고 할 것이다. 다섯째사유인 당내 의견수렴 절차 부족을 문제로 삼은 것이야말로 “청와대 관계자의 위법행위의 전형적인 정치적 행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 비서로 전형적인 공무원이라고 할 것인데, 이러한 공무원이 “새누리당의 당내 의견수렴절차 부족”을 거론하는 것이야말로 “정당에 대한 개입행위”로 정치적 행위의 전형적 행위라고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어찌하여 헌법상, 국가공무원법상 정치적 중립의무가 있는 청와대 공무원이 “새누리당의 당내 의견수렴 부족이라는 당내 정치적 행위”를 언급하며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채택해서는 안 된다는 부정적 견해를 공공연히 밝힐 수 있는 것인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안심번호는 투표에 참여하는 참가자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게 “특별한 목적의 일시적 번호”를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일반 국민들도 많이 이용하고 있는 제도이다. 또한 이 제도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각 정당에 권유한 제도이고, 5대5 여야 동수로 구성된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도 도입하기로 한 제도이다. 뿐만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 역시 지난 2012년 새누리당 대통령후보경선과정에서 이 안심번호제도를 통한 투표를 통해 대통령 후보로 당선되었던 제도이다. 그리고 대통령선거과정에서도 정치제도에 대한 정책공약 중의 하나로 “국회의원 후보 선출에 있어 여야 동시 국민참여 경선 법제화”를 내놓고 국민으로부터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모든 게 뒤죽박죽이다. 어떻게 한 입으로 이렇게 두 말을 쉽게 하는지, 그러면서 계속하여 자기 자신은 “원칙주의자”라고 자기 최면을 걸 수 있는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많은 정치평론가들은 이러한 청와대 관계자의 안심번호를 활용한 국민공천제에 대한 명시적 반대에 대하여 위와 같은 다섯가지 이유는 핑계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새누리당 내 세력이 열세인 친박계에 대한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서의 공천권 보장 및 청와대가 의중에 두고 있는 후보에 대한 전략공천을 위한 의도된 반발이라는 데에 의견의 일치를 보이고 있는듯하다. 그렇게 함으로써 비박계가 당권을 장악하고 있는 새누리당 당내의 역학구도를 깸으로써 당내 친박계를 다수 확보하고, 나아가 박근혜 대통령 퇴임 후를 보장받으려는 장기적 포석이 깔려 있다는 분석 또한 대부분 일치하고 있다. 참으로 비극적인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주의의 가장 큰 가치는 국민의 올바른 정치참여에 의한 국회의원을 선출하고, 그들에 의해 대의민주주의가 정착하는 것이라 하겠다. 그런데 선순환구조로 나아가던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삼권분립의 기본체제가 박근혜 정부에 들어와 상당히 후퇴하고 있는 현상을 부정할 수 없게 되었다. 가장 최근의 일이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대한 임기 전 사퇴현상이었고, 이제 김무성 대표체제에 대한 “청와대 관계자라는 유령”에 의한 흔들기 서곡이 시작되었다는 사실이다. 어찌 보면 미래권력을 꿈꾸는 자와 퇴임후보장을 꿈꾸는 현재권력자의 치열한 전쟁이 시작된 느낌이기도 하다.

만일 이번에도 김무성 당대표가 꼬리내리기를 한다면 어찌 보면 그의 정치생명은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할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한번쯤은 더 참는 것이 현재권력과 다투기에 힘이 부치는 김무성 대표가 선택할 방법일지도 모른다. 현대정치사를 보면 2인자를 결코 용납하지 않았던 박정희 대통령은 가장 믿었던 심복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에게 총격 시해를 당하였다. 역시 2인자를 용납하지 않으려 했던 전두환 대통령은 그래도 2인자격이었던 노태우 대통령에게 정권을 순조롭게 이양하였고, 현재까지도 노후를 평화롭게 보내고 있다. 노태우 대통령도 김영삼 대통령을 싫어했지만, 치열한 당내 노선 투쟁을 통해 김영삼 대통령은 정권을 잡았고, 결국 노태우 대통령과 전두환 대통령을 구속하는 용단을 보였다. 정치적 보복이라기보다는 12ㆍ12사태와 5ㆍ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역사적 심판의 성격이 짙지만 어찌 되었던 당내 투쟁을 통해 정권을 쟁취한 김영삼 대통령은 군부내 사조직이었던 하나회를 척결하고 두 전직 대통령을 형사처벌하는 결기를 보였다. 나중에 사면되었지만 말이다. 이회창 전 대통령 후보 역시 김영삼 대통령의 방해 속에서도 당내 투쟁을 통해 대통령선거에 두 번이나 출마하였지만 아이엠에프사태에 대한 새누리당(당시 당명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적 심판과 노무현 대통령의 출현으로 인해 대통령의 꿈을 이루지 못하였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후보단일화를 도모하였던 정몽준 후보는 마지막에 그의 입장을 바꿈으로써 정치적 생명을 상실하게 되었고, 결국 차기 대선후보군에서 밀려나고 말았다. 2007년 이명박 대통령에게 당내 경선에서 패했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권토중래하여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그 덕분에 많은 비리의혹을 받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후에 보호(?)받는 넌센스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집권 하반기로 접어든 박근혜 대통령이 벌써 자신의 퇴임 후를 걱정하며 친박계를 의회 내에 다수 확보하려는 처연한 정치개입을 하고 있는 현상을 보면서 김무성 대표의 다음 행보가 기대반 우려반이다. 

이번 안심번호에 대한 청와대와의 각 세우기 사건을 계기로 김무성 대표는 정몽준 의원의 길을 걸을 것인지, 아니면 김영삼 후보나 이회창 후보 또는 박근혜 후보의 길을 걸을 것인지가 결정날 것이다. 정치는 무섭고 모질고 냉정한 것이라, 한 번 실기하면 영원히 낙마하게 된다. 하지만 한 발 잘못 내딛게 되면 정치적 극형(?)에 처해질 수도 있다. 모든 것은 은인자중한 가운데, 정중동 가운데, 냉철한 판단 후 실천의 길로 나서야 한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여태까지의 정치행태를 볼 때 물러서면 더 이상의 기회는 주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강한 예감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건 그렇고, 청와대 관계자에 대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한 수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안심번호 도입에 대한 여야 대표의 합의가 “새누리당 내의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합당하지 않으니 당내 의견수렴을 해야 한다는 것이야말로 정당행위에 명시적으로 개입하는 것이고, 이는 대한민국헌법 제7조 제2항, 국가공무원법 제65조(정치 운동의 금지) 제1항과 제2항, 국가공무원복무규정 제27조가 금지한 공무원의 정당 목적 달성을 위한 정치적 행위를 한 것으로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친박계 서청원 의원을 비롯하여 윤상현 의원 및 김태호 의원 등이 나서서 안심번호에 의한 국민공천제에 대해 집단반발하고 나섰다. 마치 잘 짜여진 한 편의 드라마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치적 논쟁은 필요하다. 민주주의국가이기 때문이다(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청와대가 공개적으로 나서지만 않으면 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박근혜 대통령이 국내 정치에 대해 다급증을 내보이기 시작하였다. 아마도 이는 자신의 임기가 짧아지는데 비해 국내정치가 자신이 의도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고 하여 청와대가 이렇게 대놓고 노골적으로, 아니 공개적으로 나설 일은 아니다. 정무특보는 왜 있는 것인가? 대통령이 청와대 관계자라는 이름으로 나서는 현상은 민주주의 정치의 비극이다. 많은 국민들이 정치적 비극 앞에서 허탈한 희극적 쓴웃음을 짓지 않게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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