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산책 104 / 역모기지와 감정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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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평가 산책 104 / 역모기지와 감정평가
  • 이용훈
  • 승인 2015.09.11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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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감정평가사  

국내 모든 유형의 부동산 중 혜택이 가장 큰 것, 짐작하는 대로 주택이다. 취·등록세, 재산세에서 다른 유형의 부동산에 비해 낮은 요율을 적용받는다. 중개수수료도 마찬가지다. 주택에 대한 선심은 이 뿐 아니다. 재산세, 국민연금, 의료보험료의 과세표준액으로 활용되는 공시가격도 혜택을 누린다. 감정평가사에 의해 표준주택 평가액이 나오면 시가인정비율 80%를 곱해 공시하고 있다. 반면 표준지는 민낯이다. 개별주택과 개별공시지가는 표준주택과 표준지 가격에 연동되므로 단독주택에 대한 감싸기는 분명한 현실이다. 

위험은 최대한 분산시키면서 수익률은 양보할 수 없다는 고심 끝에 나온 것이 포트폴리오 이론이다. 위험과 수익률이 상쇄 관계인 것은 분명하나, 최적의 조합으로 둘 다 건지고 싶은 바람을 나무랄 수 없다. 달랑 주택 한 채가 전 재산인 노부부, 살 집은 있어야 한다. 그런데 당장 현금 확보할 곳이 없다.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집을 처분하기는 싫은 상황, 해결책은 계속 살면서 집을 조금씩 뜯어먹는 것. 주택연금, 곧 역모기지로 불리는 제도가 이것이다. 

주택금융공사 홈페이지에는 ‘집을 소유하고 있지만 소득이 부족한 어르신들이 평생 또는 일정기간 안정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도록 집을 담보로 맡기고 자기 집에 살면서 매달 국가가 보증하는 연금 제도’라고 역모기지 제도를 소개하고 있다. 가입요건은 만 60세 이상, 부부기준 1주택 원칙, 9억 원 이하 주택 소유자여야 한다. 주택이라 했으니, 아파트, 단독주택, 연립주택 등에 한정되며, 주상복합건물 중 주택비율이 절반에 못 미치는 경우, 주택면적이 일정 면적 이하인 경우 등 가입 제한 사유도 자세히 설명돼 있다. 재개발·재건축으로 인해 멸실된 경우 연금 지급 중단 및 상환 의무가 발생하나, 재건축 주택에 들어가거나 다른 주택을 구입하면 연장 가능하다. 

올해 8월 기준, 주택연금의 상황은 이렇다. 가입자의 평균연령은 72세, 평균 월지급금 98만 원, 평균 주택가격은 2억 7천 9백만 원이다. 총 가입자는 2만 6천여 명인데, 이는 60세 이상 자가 가구 수 대비 0.8% 수준이다. 2007년 515호에서 시작해 급격히 상승하는 추세이긴 하나, 전체 가입률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그리고 대부분 종신지급방식 중 정액형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8만 원 세대로 불리는 비정규직 젊은이들의 애환이 일상이니, 노부부가 100만 원 가량 수령하면 기초연금 등과 결합해 최저생계비 역할은 할 수 있다. 은행금리가 바닥을 기고 있으니 주택에서 원룸으로 갈아타며 차액을 예금해도 이자만으로는 생활비 충당이 버겁다. 그런 면에서 집 주인 행세하며, 부부가 사망할 때까지 주택을 담보로 연금을 지급받는 역모기지 제도는 최선 또는 차선이다. 

월 수령액은 가입 당시 주택 가격과 연금 수령 기간에 좌우된다. 동일한 조건에서 가입 당시 주택가격이 높을수록 수령액은 올라간다. 늦게 가입하면 수령 기간이 짧아지니 매달 흡족하게 받을 수 있다. 주택가격 예상 상승률이 높으면 한도는 늘어갈 것이다. 대출에 이자납입의무가 있는 것처럼 주택연금제도도 연금 만기 시 실 수령액 외에 이자총액까지 더해 실제 상환 의무 금액이 된다. 다만, 적용되는 이자율은 담보대출금리보다 낮다. 정리하면 고령자의 가입연령, 주택가격, 주택가격 상승률과 이자율(할인율) 등에 의해 대출한도가 결정된다. 

지급방식은 3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부부의 사망 시까지 지급받는 종신지급 방식은 뜯어먹을 수 있는 데까지 주택보유를 연장시킨다. 주택 가격이 3억 원인 경우 65세에 가입한 이는 81만 원 가량, 70세 가입자는 98만 원, 가입시점이 80세라면 150만 원 가량을 수령할 수 있다. 확정기간 방식은 수령 기간을 사전에 지정한다. 주택가격이 3억 원인 경우 70세 노인이 10년을 약정하면 160만 원, 15년 약정 시 120만 원 정도를 수령할 수 있다. 종신혼합방식은 일시불과 연금의 조합이다. 목돈인출 한도를 설정하고 나머지를 월 지급금으로 평생 받는 방식이다. 자녀 결혼자금 같이 목돈이 당장 필요한 노부부에게 안성맞춤이다. 종신지급 방식을 선택했어도 월 수령액에 변화를 줄 수 있다. 일반적인 정액형 외에 ‘증가형’, ‘감소형’, ‘전후후박형’이 마련돼 있다. 물가상승에 따른 자연스런 생활비 증가를 걱정하면 증가형을, 나이 들수록 씀씀이가 줄 것을 예상하면 감소형이 적합하다. 

주택가격에 대한 불안은 없을까. 건물은 계속 낡아지는 것이니, 주택가격 중 건물비율만큼 최종 주택가격이 하락하는 것을 감안해야 하는가의 문제다. 더구나 아파트 가격의 폭락도 목도하지 않았던가. 마곡지구와 같이 최초 아파트 수분양자가 1~2억 원씩 시세차익을 얻게 되는 곳이 현재도 간혹 있으나, 노후화된 공동주택이 가입 당시 가격대를 버텨 줄지 우려스럽긴 하다. 그러나 아파트와 연립주택은 노후화돼도 재건축 수요가 존재한다. 주식시장과 달리 주택가격의 하방경직성은 여러 논문으로 확인된 바 있다. 단독주택은 이런 걱정의 무풍지대다. 주택에서 상가로 전환하는 수요, 단독주택을 다세대, 원룸, 도시형생활주택으로 전환하는 수요가 줄어들고 있지 않은 이상 가격 하락 위험성은 상대적으로 낮다. 홍대 주변 상권 단독주택 지대는 반기별로 전경이 확 바뀐다.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로 단독주택을 꼽고 있다. 이에 더해 주택가격 총액을 모두 지급하지 않고 한도비율을 적용했으니 주택가격의 폭락과 이로 인한 상환 불이행 사태에 대한 시름은 기우일 수 있다.

가입 당시 주택가격은 한국감정원 인터넷 시세, KB국민은행 인터넷 시세, 국토교통부 고시 주택공시가격을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동주택 시세는 조사주기가 짧고 표본이 많은 점을 고려할 때 가격 대표성을 보인다. 반면, 단독주택 공시가격은 여전히 시가에 미치지 못한다. 가급적 감정평가를 통해 가입 당시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농지연금 가입자가 4000명에 육박하고 산지연금에 대한 논의도 새롭게 수면 위로 올라와 있다. 연금이 실질적인 생활비가 되지 않으면 이 모든 출발점은 사상누각이다. 가입 당시 주택과 농지, 산지의 가격을 알기 위해 감정평가를 거치려면 얼마의 수수료 부담이 있겠지만, 초고령사회를 목전에 둔 우리의 실정에 적극적으로 역모기지 제도를 활성화시키려면 미미한 부담이다. 주택담보대출로 인한 가계부채 뇌관도 냉각시킬 수 있다. 

여담이지만, 황혼기에 뜯어 먹을 집 한 채 있는 것, 요즘 같은 시대 얼마나 큰 축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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