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근욱의 'Radio Bebop'(56) - 비오는 날의 밀크티와 최선을 다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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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근욱의 'Radio Bebop'(56) - 비오는 날의 밀크티와 최선을 다한다는 것
  • 차근욱
  • 승인 2015.08.26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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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근욱 아모르이그잼 강사

이렇게 비가 오는 날엔 가끔 군것질이 생각나곤 해. 어렸을 때는 학교가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떡볶이며 오뎅이며 만두며 먹는게 그렇게 맛있었는데, 이젠 그 맛이 나질 않아 좀 아쉬워. 비가 오는 날에는 다들 김치전이 최고라고들 하는데 나는 반반이야. 맞는다는 생각도 반,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반. 물론 김치에 파에 오징어랑 새우살, 조금 여유가 있을 때 넣어 먹는 굴까지 들어간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 하지만 혼자서 덩그라니 그런 김치전을 눈 앞에 두고 있으면 그건 또 무슨 청승일까 싶기도 해.

나이가 들어 이렇게 어려서 기억하던 맛을 잃어버린다는 나쁜 면도 있지만 반면에 좋은 면도 있어. 예를 들어서 조금 더 진득하니 기다릴 수 있게 된달까? 아직 상상도 못할지 모르겠지만, 나이가 든다는 것은 인내심이 생긴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지. 그래서 조금은 더 침착하게 기다릴 수 있게 되기도 해. 물론 그 과정에서 깨지고 치이는 일도 있겠지만, 그래도 지나고 나니 그럭저럭 견딜만 했던 것 같아. 세상 일이 그래. 그 때에는 정말 큰 일이고 전부인 것 같은 일들도 지나가기 마련이고 시간이 지나고 나면 결국 또 살아가게 되니까.

집에서 창밖에 내리를 비를 보면서 밀크티를 만들어 마셨어. 얼그레이에 우유를 넣고 꿀을 타 마시면 그럭저럭 근사한 밀크티가 되거든. 이렇게 비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최선’이라는 말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네. 사람들은 흔히들 ‘최선을 다했다’라는 말들을 쉽게 하지. 하지만 ‘최선’이라는 말은 쉽게 할 수 있는 말은 아니야. 최선이라는 말은 스스로를 정말로 하얗게 불태웠을 때만이 할 수 있는 말이 아닌가 싶거든. 적당히 노력하고 나서 최선을 다했다고 한다면 난 부끄러울 것 같아. 변명밖엔 되지 않을테니까.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후회를 남기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해. 세상을 살아가면서 후회를 남기지 않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지 늘 생각하곤 하지. 그러기 위해서는 오늘의 순간 순간들을 깨어있어야 해.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아간다면 살아가는 대로 생각하게 될 테니까.

목표를 향해서 노력한다는 것은 근사한 일이야. 인생의 가장 큰 문제는 목표 없이 살아가기 때문이니까. 물론 목표가 지나치게 현실성이 없다거나 가치가 없다면 무의미할지도 몰라. 하지만 자신이 정말 원하는 목표가 있다면 잠시동안은 그 목표만을 위해서 살아봤으면 해. 그렇지만 조심할 것은, 우리 인생은 영원하지 않다는 거야. 가끔은 자신에게 맞지 않는 목표도 있기 때문에 자신에게 무의미하다는 판단이 든다면 목표를 수정하는 용기도 필요하지. 자신의 인생에 맞는 목표가 아닌데도 고집을 부리는 건 소중한 인생을 낭비하는 일이 될지도 모르거든. 각자 사람은 자신이 타고난 재능이 있어. 그 재능을 살릴 수 있는 목표를 찾는 것도 어쩌면 축복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빌 게이츠가 최고의 군인이 되겠다며 고집을 부렸다면 세상은 지금과는 다른 모습일테니까.

목표를 향해 갈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완급을 조절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 사람은 기계가 아니니까, 24시간 내내 한 가지 모습만으로 살아갈 수는 없거든. 가끔은 자고 쉬는 것도 목표를 향해서 노력하는 모습이 될 수 있는거야. 노력은 여러 가지 모습을 하고 있는거거든. 그러니까 너무 스스로를 몰아붙이지만은 않았으면 좋겠어. 열심히 할 때는 정해놓은 마감시간까지 최선을 다하고, 그 시간동안 그 날의 과제를 달성했다면 내일을 위해서 쉬어주는 것도 중요하니까.

돌아보면 지금보다 조금 더 어릴 때는 당장의 일 밖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아. 그래서 당장 무언가 뜻대로 되지 않으면 낙심하기도 하고 실패했다며 자책하기도 했지. 그런데 조금씩 나이가 들어가니까, 조금 더 멀리 볼 수 있게 돼. 조금 더 기다릴 수도 있게 되었지. 그러니까 너무 조급하게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해. 방향이 올바르다면, 조금씩 수정해 가면서 목표를 향해 나아가면 되는거니까.

비가 오는 날이면 여러 가지 생각이 들기도 해.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건 좋은데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하거든. 그런 날에는 조금은 왁자지껄한 곳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활력을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조금 북적이는 중국 음식점에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짜장면 탕수육 셋트는 홀에서 현금으로 계산하면 싸고 맛있게 먹을 수 있어서 기분도 좋고, 뭔가 눅눅한 공기이긴 하지만 어린 시절에 먹던 그 중국 음식같은 생각이 들어 조금 그립기도 하거든. 사람들도 적당히 왁자지껄하면 활력도 있어 좋고.

물론 누군가는 커피숍에서 근사하게 차 한잔을 마시며 비 내리는 창 밖을 보는게 더 좋다고 말할지도 모르겠어. 창 밖에 내리는 비를 보는건 나도 좋아. 그런데 내가 좀 구식이잖아. 그래서 차 값이 있다면 아마도 탕수육을 먹으러 가는게 더 좋은가봐. 네가 그랬던 것처럼.

목표가 가까워졌다면 이제 더욱 더 집중해야 할 때라는 의미가 되기도 하지. 하루 하루를 소중해 보내는 것은 맞지만, 하루 하루에 일희일비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동안 열심히 노력해 왔다면 하루나 이틀 때문에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지는 않아. 우직하게 걸어온 길이 목표로 가는 길을 만들어 줄테니 너무 불안해 하지는 말아.

한 가지 목표에만 집중해서 전념할 수 있다면 좋겠지. 하지만 어쩔 수 없이 환경이 그렇지 못할 때도 있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말이야. 그런 경우라면 자신이 가고 있는 길에 당연히 의심이 들기도 해. 하지만 그래도 스스로를 믿을 수 있으면 좋겠어. 무의미한 것 같지만 매일의 작은 노력들이 결국에는 큰 걸음으로 힘이 되어줄테니까 말이야. 그러니까, 지금 비록 힘이 들어도 마지막까지 힘을 내어 우직하게 노력해 주었으면 해. 시간이 지난다는 건 참 신기해. 예전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이 일어나기도 하거든. 인간사 새옹지마라고들 하잖아. 알 수가 없는 것 같아. 지금 눈 앞의 일이 조금 버겁다고 느껴진다고 해서 너무 힘들어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지금까지 노력한 시간은 분명 큰 의미로 다가올테니까.

새로운 출발점에 선다는 것은 조금 더 노련해졌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고 다시금 기회를 얻었다는 의미일 수도 있어. 처음엔 두렵고 떨릴 수도 있겠지. 잘 할 수 있을지 자신에게 믿음이 가지 않을 수도 있어. 하지만 세상 만사 모두 그렇듯이 하다보면 잘하게 되리라고 나는 생각해. 가끔은 시간이 필요한 일들이 있기 마련이니까. 처음에는 모든 것이 낮설기만 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인생을 잘 헤쳐나왔잖아? 그러니 그 내공으로 한 발짝씩 앞으로 나아가면 되는거야.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빠른 때라는 말, 맞는 말 같아. 그러니까 지금도 늦지 않았어. 새로 시작하기에 지금만큼 좋은 때도 없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힘내. 잘 해낼 수 있을거라고 나는 믿고 있으니까. 그렇게 뜻도 이루고 부자도 되고 행복해 지면 되는거야.

비가 오는 날에는 맨발로 걷는게 좋아. 가까운 공원이라도 있다면 돌로 만든 오솔 길을 걷고 싶어. 우산을 쓰고 맨발로 걷는 거지. 조금은 차갑지만 찰박찰박한 그 촉감이 참 좋거든. 산다는 건 그렇게 소소한 일들이 모여 행복을 만드는 거잖아. 난 그렇게 작은 여유를 갖는게 좋아. 어떨 때는 그런 여유조차 사치스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렇게 작은 여유가 마음으로 미소짓게 해 주니까.

최선을 다한다는 말은, 시간이 지난 뒤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해. 행복을 향해 나아가는 네가 정말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어. 주어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되는거니까, 너무 부담은 갖지 말고. 대신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도 잊지는 말아줘. 최선이란, 결국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필요한 거니까.

20년 전의 자신에게 쓰는 편지란게 좀 바보같지만, 힘을 내자. 행운을 빌어. 너는 아직 미완성이지만, 충분히 해 낼 수 있으니까. 이봐, 차근욱! 20년이 지난 뒤, 다시 만나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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