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덕윤의 언어논리 이야기(11)
상태바
문덕윤의 언어논리 이야기(11)
  • 문덕윤
  • 승인 2015.08.21 12: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덕윤
베리타스 PSAT 언어논리 전임

논증의 방법2 : 연역일까, 귀납일까?

안녕하세요. 문덕윤입니다. 요즘 기본강의하러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꼬박꼬박 베리타스에 가고 있습니다. 더운 여름에도 공부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는 여러분들을 보고 있으면 참 기분이 좋습니다. 제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매일 꾸준히 사고 훈련을 하는 것은 논리적 사고방식을 체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처음에는 익숙한 습관이 아닌 방식으로 체계를 세워보자는 훈련이 낯설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구조독해는 “글쓴이가 생각을 표현하는 바로 그 방식”입니다. 논증적 글쓰기의 기본 원리에 해당하는 내용이기도 하므로, 저와 함께 한 장 한 장 벽돌을 쌓는 작업부터 차근차근 해나가면 좋겠습니다. 자, 그럼 오늘의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논증방식은 합리적 사고를 언어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약속입니다. 그래서 지문을 읽으면서 출제자가 어떤 식으로 사고를 전개하고 있는지, 이 논증의 종류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은 지문을 효율적으로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물론 상당수의 문제들은 연역적인 형식규칙을 사용해서 타당성을 검토하라는 것인지, 귀납적으로 논증 구조에 대한 판단을 하라는 것인지가 뚜렷이 보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고난이도 문제들은 판단의 1단계인 “연역일까, 귀납일까”부터 판단하라고 요구할 때가 있습니다. 오늘 같이 보게 될 문제가 대표적인 사례인데요. 체계적으로 사고 훈련을 할 때 유용한 소재입니다. 같이 한 번 풀어보겠습니다.

[예제] 다음 글의 내용이 참일 때, 반드시 참인 것만을 <보기>에서 모두 고르면? (2014 언어논리)

이번에 우리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사건에 대해 조사해 보았습니다. 화재의 최초 발생 장소는 A지역으로 추정됩니다. 화재의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견이 존재합니다.

첫째, 화재의 원인을 새로 도입한 기계 M의 오작동으로 보는 견해가 존재합니다. 만약 기계 M의 오작동이 화재의 원인이라면 기존에 같은 기계를 도입했던 X공장과 Y공장에서 이미 화재가 났을 것입니다. 확인 결과 이미 X공장에서 화재가 났었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둘째, 방화로 인한 화재의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만약 화재의 원인이 방화일 경우 감시카메라에 수상한 사람이 찍히고 방범용 비상벨이 작동했을 것입니다. 또한 방범용 비상벨이 작동했다면 당시 근무 중이던 경비원 갑이 B지역과 C지역 어느 곳으로도 화재가 확대되지 않도록 막았을 것입니다. B지역으로 화재가 확대되지는 않았고, 감시카메라에서 수상한 사람을 포착하여 조사 중에 있습니다.

셋째, 화재의 원인이 시설 노후화로 인한 누전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화재의 원인이 누전이라면 기기관리자 을 또는 시설관리자 병에게 화재의 책임이 있을 것입니다. 만약 을에게 책임이 있다면 정에게는 책임이 없습니다.

 

<보 기>

 

 

 

ㄱ.이번 화재 전에 Y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어도 기계 M의 오작동이 화재의 원인은 아닐 수 있다.

ㄴ.병에게 책임이 없다면, 정에게도 책임이 없다.

ㄷ.C지역으로 화재가 확대되었다면, 방화는 이번 화재의 원인이 아니다.

ㄹ.정에게 이번 화재의 책임이 있다면, 시설 노후화로 인한 누전이 이번 화재의 원인이다.

① ㄱ, ㄷ

② ㄱ, ㄹ

③ ㄴ, ㄹ

④ ㄱ, ㄴ, ㄷ

⑤ ㄴ, ㄷ, ㄹ

1. 발문 분석

발문은 출제자의 의도가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난 문장입니다. 그래서 발문을 통해 생각의 방향을 잡으면 수월하게문제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다음 글의 내용이 참일 때, 반드시 참인 것만을 <보기>에서 모두 고르면?”라고 했습니다. 글쓴이 머릿속에는 “다음 글(전제) : 참 - <보기>(결론의 후보) : 반드시 참”이라는 생각의 틀이 들어가 있습니다. 어디서 많이 본 구성이죠? 논리적 함축입니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여러분에게 연역적 사고를 요구하는 겁니다. 비록 지문은 화재의 원인 분석을 다루고 있지만, 귀납적 구성이 언제나 연역적 형식에 배타적이지는 않습니다. 이 지문은 형식적 타당성을 검토할 수 있는 문장을 구사하고 있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런 발문을 제시할 수 있는 겁니다.

자, 이제 방향이 잡혔으니 지문 분석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아래 지문 분석을 바로 보지 마시고, 지문을 직접 명제화한 다음에 맞춰보시면 좋겠습니다.

2. 지문 분석

화재의 원인

1

M의 오작동→X∧Y

X

2

방화→감시카메라∧비상벨

비상벨→ ~B∧~C

B∨C→~비상벨

~B

감시카메라

3

누전→을∨병

을→~정

지문에서 형식적 타당성의 검토가 가능한 명제들을 추려낸 겁니다. 어때요. 많이 맞추셨나요? 정답을 맞추셨다면 여러분은 상당한 수준으로 연역논리에 숙달한 겁니다.

3. <보기> 분석

ㄱ.이번 화재 전에 Y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어도 기계 M의 오작동이 화재의 원인은 아닐 수 있다. (O)

:Y에서도 화재가 발생했다면 X∧Y는 참이다.

진리표 사용

M의 오작동

X∧Y

M 오작동→X∧Y

F

T

T

T

T

T

그런데 X∧Y가 참이라고 해도 M은 전건이므로 참 거짓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 따라서 M의 오작동이 화재의 원인이 아닐 수 있다.

ㄴ.병에게 책임이 없다면, 정에게도 책임이 없다.(X)

: ~병→~정

병과 정 사이의 논리적 관계가 성립되지 않으므로 위 조건문은 참이 될 수 없다.

ㄷ.C지역으로 화재가 확대되었다면, 방화는 이번 화재의 원인이 아니다. (O)

: B∨C→~비상벨

C지역으로 화재가 확대되었다면 비상벨이 울리지 않았다.

감시카메라(T), 비상벨(F) 이므로 감시카메라∧비상벨은 F이다.

방화→감시카메라∧비상벨

~(감시카메라∧비상벨)→~방화

따라서 방화는 이번 사건의 원인이 아니다.

ㄹ.정에게 이번 화재의 책임이 있다면, 시설 노후화로 인한 누전이 이번 화재의 원인이다. (X)

: 정→~을

따라서 을에게는 책임이 없음(~을)이 성립한다. 그러나 이것으로부터 누전이 원인인지 여부에 대한 결론을 도출할 수 없다.

4. 정답의 도출 : 정답은 ①번이다.

자, 잘 따라오셨나요? 재미있는 문제였습니다. 연역논리가 추구하는 형식적 타당성은 내용에 관계없이 보편타당한 진술을 골라낼 때, 꽤나 유용한 도구입니다. 형식 규칙을 사용하여 생각하는 데 능숙해지면, 언어 지문을 다루는 속도 자체가 빨라집니다.

특히 선택지의 일관성을 판별할 때 연역규칙을 사용하여 판단할 때가 있는데, 잘 연습해두면 고득점에 유리한 발판을 만들 수 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최근에 비중이 늘어난 문제 유형을 하나 다루어 보겠습니다. 바로 논리학적 개념을 소재로 지문을 구성하고, 이를 독해하여 정답을 도출하라고 요구하는 문제들입니다. 실질적으로는 독해 문항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논리적 개념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 있다면 훨씬 잘 맞출 수 있는 문제들입니다. 2011년 PSAT 이후 꾸준히 일정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문제들이고, 앞으로도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생각되는 유형이므로, 다음 시간에 체계적으로 읽기 전략을 세워 보도록 하겠습니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