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근욱의 'Radio Bebop' (54) - For what is a 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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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근욱의 'Radio Bebop' (54) - For what is a man
  • 차근욱
  • 승인 2015.08.12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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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근욱 아모르이그잼 강사

가장 좋아하는 노래 중의 하나는 “My Way”이다. 언젠가 한번, 운전을 하며 무심히도 ‘My Way’를 듣다가

For what is a man, what has he got
If not himself then he has naught
To say the things he truly feels
And not the words of one who kneels
the record shows I took the blows
and did it my way.

라며 시내트라 아저씨께서 열창하시는 부분에서 ‘총 맞은 것처럼’ 가슴이 흔들렸던 적이 있었다. ‘남자란 무엇입니까, 그 자신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 가사가 그렇게 울림이 클 줄을, 그 전에는 알지 못했던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열심히 살지 않는 사람은 없겠지만, ‘그 자신’이어야 한다는 가사가, 문득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사람이 살아가다보면, 스스로의 인생을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생기기 마련이다. 주마등이 스치는 위기를 겪는다거나, 홀로 자신을 마주하는 지독히도 깊은 밤처럼. 얼마 전에 아꼈던 제자의 사고사 소식을 들었다. 27살이었는데, 그만 오토바이 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 유쾌했고, 재기발랄했고, 웃는 모습이 근사했던, 아까운 목숨이었다. 그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돌처럼 굳어버린 채로 문득 ‘My Way’의 구절을 떠올렸다. 무엇이 그 친구를 그렇게 질주하게 만들었었을까. 조금은 더 기회가 있었을 텐데, 그 친구와는 그만 ‘내일’을 더 이상 말할 수 없게 되었다. 하고 싶은 일도 많았던 친구고, 그만큼의 능력도 있던 친구였기에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학생들과 상담하다보면 학생들은 미래에 대한 나름의 계획을 이야기 한다. 그 계획 안에는 결혼을 해서 아이를 기르고 늙어가는 자신들의 시간이 있다. 하지만, 이미 떠나버린 친구에게는, 그런 계획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웃는 얼굴의 사진만이 존재할 뿐이다. 그저 얼음처럼 얼어버린 미소의 기억이 남을 뿐.

남자로서 살아간다는 것, 혹은 여자로서 이 시대를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가혹한 일일지 모른다. 끝없는 경쟁만이 강요되지만 더 이상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시대, 3포와 4포를 지나며 가장 사치스런 꿈은 평범한 가정을 일구고 살아가는 것이 되어버렸다.

죽음은, 아주 멀리 유리된 것이 아니라 언제나 곁에서 그림자처럼 존재한다는 것을, 지난 세월을 살아오면서 우리는 배우기 마련이다.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스스로에게 거짓되지 않게 살아가기 위해서 지난 많은 시간을 고민해 왔지만 항상 부족했고 항상 부끄러웠다. 자신으로, 자신답게 살아간다는 것. 그것은 어쩌면 후회없이 살아간다는 다른 이름일지 모른다. 아니, 후회없이 살아간다고 하지만 후회없는 인생이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네 인생은 서럽고 외롭고 애달픈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우리는 사랑을 꿈꾼다. 사랑만이 우리를 구원할 수 있을 테니까.

먼저 떠나버린 제자를 생각하면서, 이미 내가 지나왔던 길에서 그만 멈추어 버린 제자의 고민들이 안타까웠다. 그 친구는 사랑을 찾았었을까. 후회없이 사랑하고 후회없이 살아갔을까.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밤 길을 한없이 걸었다. 나의 지난 날을 생각했고, 제자의 지나왔을 날을 떠올렸다.

나는, 강해지고 싶었다. 수컷으로서 강해지고 싶었고, 정신적으로 성숙하고 싶었다. 자신의 밑천이 드러날 때마다, 초라한 스스로와 마주할 때 마다, 나는 부서지고 일어서기를 반복했다. 편한 길을 선택하기보다는 내가 강해질 수 있는 길을 선택하고자 했고, 내 자신을 시험할 수 있는 길을 선택해 왔다. 현실과 타협하지 않으려 고집도 부렸고, 없는 재주로 인해 절망도 했었다. 성장한다는 것. 어른이 된다는 것은 그렇게 흔들리고 깨지면서 가능한 것이니까.

시간의 강을 건너고 나니, 열심을 다해 부딪치다보면 언젠가 세상도 푸근히 볼 수 있는 날이 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난날의 그 순간들은 내게 가혹했지만, 지나고 나니 그 또한 과정이었다. 그 아픔이 없었다면, 오늘의 나는 없었을 테니까.

어른이 된다는 것, 청춘의 방황을 건넌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마치 별빛만을 의지한 채로 사막을 건너듯이.

혼자서 사막을 건넌다는 것은 고독한 일이다. 젊은 날, 자신을 하나씩 알아가고 자신의 길을 찾아 스스로의 행복을 발견해 사랑하는 방법을 배워가는 모든 과정은 쉽지 않다. 자신이 잃어버린 것의 가치를 뒤늦게 알게 되었을 때의 상실과 슬픔을 우리는 안다. 가장 귀한 순간 가장 귀한 존재가 곁에 있었는데도, 아직은 인생을 몰랐기에 그 귀중함 또한 알지 못했기에, 우리는 상념에 젖곤 하니까. 사랑은 아프고 이별은 슬프니까.

우연히 길을 가다 요양병원을 볼 때, 언젠가 요양병원이 낯설어 지지 않을 자신의 미래를 생각하게 될 때가 있다. 그 때의 나는, 어떤 인생을 추억하면서 어떤 인생의 의미를 찾을까. 그때에도 난 세상을 푸근하게 볼 수 있을까.

젊은 날의 도전은 힘들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젊음으로 인해 방황은 힘이 들고 아프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폭풍우를 감내하지 않고서는 어떤 누구도 바다를 건널 수 없다. 그렇게 소년은 뱃사람이 되어간다.

예전에 무척 힘이 들던 시절, 존경하는 선배님 한 분이 그런 말씀을 해 주셨다. 힘을 내라고. 인생은 알 수 없는 거라고. 이제는 내가 받았던 그 말을 학생들에게 들려주곤 한다. 힘을 내라고. 인생은 알 수 없는 거라고.

지금 답답하고 지금 막막해도, 지금이 전부가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시간이 해결해주는 문제도, 인생에는 있는 거라고. 이미 떠나버린 제자에게 마지막으로 보냈던 문자는, ‘세상에 너를 보여주라’라는 말이었다. 그 말이 무겁지는 않았을지, 내 그 말이 혹시 부담이 되지는 않았는지,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나는, 서러웠다. 그 마음을 내가 살펴주지 못한 것은 아니었는지. 내게 조금 더 위로를 받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었는지. 이제는 시간이 해결해 주리라는 말을 해 줄 수 없게 되었지만, 그래도 이 말을 해본다. 비록 허공에서 흩어질지라도, 분명 누군가에는 의미로 닿을지 모르니까.

그 자신이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난 늘 자신에게 그렇게 말해왔다. 하지만, 내가 살아가는 인생은 결국, 나 자신일 수밖에는 없지 않을까. 단지 내가 진심으로 살아간다면. 삶이란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것이라 하더라도, 그렇게 진심으로 자신을 채워간다면 그 시간은 분명 의미가 있지 않을까.

우리는 많은 의미를 떠나보내거나 잃어버리며 살아간다. 그 상실이 가끔은 견딜 수 없는 것일 때도 있고, 어떤 때는 자신도 모르게 잊어지지 않는 때도 있다. 그러나 그 공허는 너무나 또렷하게 남는다. 마치 지문처럼.

오늘 하루를 살아가는 청춘들께서, 언제나 자신을 좀 더 소중히 아끼고 사랑하시기를. 그래서 이 사막을, 언젠가는 끝날 이 사막을 무사히 건너시기를 소망한다.

故 권오준 군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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