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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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33)
  • 신종범
  • 승인 2015.08.07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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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일병과 국가유공자

 

 

 

 

 

 

신종범 법무법인 더 펌(The Firm) 변호사

sjb629@hanmail.net
http://blog.naver.com/sjb629

 

 

상병으로 추서되었지만 우리는 윤일병으로 기억한다. 윤일병은 군내 가혹행위와 인권유린 피해의 상징이 되었다. 윤일병이 선임들의 지속적인 구타와 가혹행위로 사망한 사건이 알려진 후 온 국민은 윤일병에게 가하여진 야만적 행위에 분노했고, 그러한 야만적 행위를 방치한 군을 질책했다. 군 지휘부는 관련자들을 엄중 문책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병영문화를 혁신하겠다고 하면서 윤일병을 순직 처리하고 상병으로 추서했다. 그렇다면, 순직으로 인정된 윤일병은 국가유공자가 되었을까? 

윤일병 사건으로 여론이 들끓던 즈음 지인의 소개로 갑이 필자를 찾아왔다. 갑의 아들 A 이병이 영내에서 자살을 하였는데 사건을 맡아 처리해 달라고 하였다. 갑의 이야기로는 A가 집안 문제나 이성 문제 등 개인적 문제로 자살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갑 등 유족과 함께 부대를 방문하여 조사 중인 헌병대에 의문사항을 전달하는 등 수사 초기부터 개입하여 사건을 파악해갔다. 그 과정에서 A가 선임병들로부터 잦은 질책과 따돌림을 당하여 인성검사결과 자살 징후가 식별되었음에도 부대에서 전혀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고, 더욱이 사망일을 즈음하여서는 계속되는 주, 야간 훈련 동안 A에게 적절한 휴식이 보장되지 않은채 오히려 오해를 받아 선임병들과 간부들에게 이유없이 질책을 당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와 같은 부대내 부조리가 원인이 되어 A이병이 자살하였으므로 A이병이 순직으로 처리되여야 함을 주장하는 의견서를 군에 제출하였고, 결국 순직으로 인정받았다. 그후 국가보훈처에 A이병의 국가유공자등록 신청을 하였다. A이병은 국가유공자로 등록되었을까? 

얼마전 윤일병이 국가유공자로 등록되지 못하고 한 등급 낮은 ‘보훈보상대상자’로 등록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러면서 신청서가 조작되었다는 의혹도 보도되었다. 신청서가 조작되었다면 이는 범죄행위로 철저히 진실을 규명하여 관련자는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윤일병이 국가유공자로 등록되지 못한 것을 신청서 조작 때문으로 단정하기는 무리가 있다. 현행 법령상 윤일병이 국가유공자로 등록되기 어려운 점이 있기 때문이다. 

군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사망의 원인을 밝히기 위한 수사과정을 거쳐 전·공사상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통하여 사망구분을 하게 된다. 사망은 전사, 순직, 일반사망으로 구분하는데 2012년 이후에는 자해 행위로 인한 사망의 경우에도 직무수행 등과 관련되면 순직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따라 위 A이병의 경우에도 순직으로 인정되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군에서 순직으로 인정받으면 모두 국가유공자로 되는 것일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국가유공자가 되려면 군에서의 순직 인정과는 별도로 국가보훈처에 국가유공자등록신청을 하여 국가유공자등록결정을 받아야 한다. 군에서 순직으로 인정받은 자라면 국가유공자 중 ‘순직군경’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되는데 군에서의 순직 인정 요건과 국가유공자의 ‘순직군경’ 요건이 일치하지 않아 군에서 순직으로 인정받았더라도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다. 특히, 2012. 7. 1. '국가유공자 등 예우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보훈보상대상자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각 시행되어 보훈대상을 ‘국가유공자’와 ‘보훈보상대상자’로 명확히 구분하게 되면서 예전에는 ‘국가유공자’로 등록되었던 순직자가 그 보다 예우가 덜한 (보상금의 경우 국가유공자의 70%) ‘보훈보상대상자’로 등록될 수 있게 되었다. 즉, 예전에는 ‘교육훈련 또는 직무수행 중 사망한 자’이면 국가유공자법상 ‘순직군경’에 해당하여 국가유공자로 등록되었지만, 지금은 ‘국가의 수호·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 중 사망한 자’만이 국가유공자법상 ‘순직군경’에 해당하게 되고, 그 밖에 ‘국가의 수호·안전보장 또는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 중 사망한 사람’은 보훈보상대상자법상 ‘재해사망군경’에 해당하게 되어 보훈보상대상자로 등록되게 된다. 이에 의하면, 단순 훈련 중 사고, 구타에 의한 사망, 군내 부조리로 자살한 경우 등은 국가유공자가 아닌 보훈보상대상자에 해당하게 될 뿐이다. 

결국, 현행의 보훈관계법령에 의하면, 윤일병의 경우도, A의 경우도 군에서는 순직으로 인정받았지만 국가유공자가 아닌 보훈보상대상자로 등록될 가능성이 크고, 윤일병의 경우에는 신청서 조작과 무관하게 보훈보상대상자로 지정된 것으로 보인다. 보훈관계법률은 국가유공자의 요건을 강화하고 보훈보상대상자를 신설하면서 그 입법취지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보훈(報勳)대상 중 국민으로부터 존경과 예우를 받아야 할 사람은 국가유공자로, 단순히 보상이 필요한 사람은 보훈보상대상자로 구분하여 예우 및 지원을 함으로써, 보훈의 정체성(正體性) 강화를 도모하고...” 이러한 입법취지에 공감이 가는 측면도 있지만 예전에는 국가유공자로 등록될 수 있어 ‘존경과 예우의 대상’이 될 수 있던 사람들이 이제는 ‘단순히 보상이 필요한 사람’으로 전락하게 된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군에서 가족을 잃고 어렵게 순직으로 인정받아 이제는 국가유공자가 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저 보상대상자에 해당할 뿐이라면 유족이 갖는 그 상실감은 어디서 보상 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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