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어느 법무사의 25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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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어느 법무사의 25시
  • 엄덕수
  • 승인 2015.07.24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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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덕수 법무사
(법학박사, 사단법인 한국성년후견지원본부 부이사장)

주차장에 파킹하고 3층 법무사 사무실에 올라가면 거의 오전 9시다. 금요일 아침에는 법무사도 직원들과 같이 사무실 청소를 한다. 도시락을 사와서 직원들과 점심을 같이 먹고, 수요일만 함께 외식을 한다. 수십 건의 각종 소송사건은 모두 ‘전자소송’으로 진행된다. 까다롭고 난해하거나 상대방에 변호사가 붙은 사건은 본직인 내가 직접 맡아 하고, 단순한 사건은 사시 2차를 여러 번 응시했던 아들 엄 실장이 담당한다. 법대를 졸업한 사무장은 15년째 근속 중이고 주로 등기사건을 맡는다. ICT에서 전업해 온 여직원도 3년째 법률사무에 열중이다. 직원들 급여나 사무실 임대료는 제때에 지급된다. 

나는 작년 12월 임기 2년의 대한법무사협회 법무사연수원 교수로 위촉받았다. 맡은 과목은 ‘사무소 운영기법’이다. 금년 초에 강의 교재를 대폭 보완 집필했다. 매 분기별로 법원과 검찰청 간부로 퇴직한 후 집행관 임기를 마치신 분 약 60명씩을 대상으로 강의하는데, 나는 ‘법무사 성공경영학’이라고 부른다. 사업자등록을 한 전문직은 CEO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부장판사나 법원장 출신 변호사가 여직원 한 명만 데리고 일하거나, 법원 검찰청 고위 간부출신 법무사가 직원도 없이 나홀로 또는 배우자와 단 둘이 운영하기도 한다. 홍보나 마케팅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최근 3년간 연간 2,500명씩 변호사가 배출됐다고 한다. 공급과잉 측면에서 법무사는 게임이 안 된다. 로펌이 등기시장에 뛰어들었지만, 능력 있는 법무사는 송무(訟務)시장에서 재미를 본다. 

대법관 출신의 어느 변호사가 “나이 들어서는 변호사보다 법무사가 부럽다”고 한 얘기는 유명하다. 법정에서 한참을 기다리다가 아들 또래 법관에게 힐책을 받기보다는, 자기 사무실에 앉아서 소송서류만 작성해 주는 ‘서류 변호사’(solicitor), 즉 법무사가 마음 편하고 좋다는 뜻이다. 수임 단가는 낮지만, 박리다매로 변호사보다 수임 건수가 훨씬 많다. 대한변협 법제이사 출신 어느 변호사는 최근에 “하루 종일 사무실에 있어도 찾아오는 사람 하나 구경을 못 한다”고 털어 놓았다. 이에 비하여 ‘문턱 없는 법률가’인 법무사 사무실에는 수시로 많은 사람이 드나든다. 고법 수석부장 출신인 로펌 변호사도 ‘괴롭히는 의뢰인’ 때문에 힘들어 했다. 그러나 법무사는 그런 고통이 적다. 

나는 법원행시 합격 후 법원과 헌법재판소에 근무하다가 법무사가 됐다. 퇴직 당시에는 국가기관 소속감이 사라져 불안했지만, 법무사 개업 후 시간이 지날수록 자유와 창의가 넘치는 법무사 전문직의 매력을 실감하곤 한다. 중요 의뢰인과는 오전에 상담을 많이 한다. 지갑을 열어 착수금을 입금해 주면 쌓인 피로가 일시에 사라진다. 법률상담의 마력이다. 돈을 받으면 속히 사건을 법원에 접수시켜야 한다. 저녁시간이나 주말에 나는 곧잘 도서관 노트북실에 나가서 소송서류를 작성하기도 하고, 논문이나 칼럼을 쓰기도 한다. 시간을 조절하여 오후 시간에는 소송법 등 각종 학회에 나가 법률지식을 재충전하기도 하고, 상공회, 문화원 등 여러 지역 활동에 참가하여 인맥을 쌓고 고객층을 넓히기도 한다. 공무원 시절에는 엄두 내기 어려웠던 자유 전문직생활이다. 

사회공헌 활동도 보람을 더해 준다. 국민권익위원회와 구청, 상공회의소 등에 출장 상담 또는 인터넷 상담을 한다. 수험생은 응시를 통하여, 법률가는 상담을 하면서 배우고 공부한다. 상담자 중에는 간혹 찾아와 의뢰인이 되기도 한다. 2013년 7월 성년후견 제도가 시행됐다. 나는 발달장애인이나 치매어르신의 신상보호 등 의사결정 지원 활동에 관심이 크다. 각종 토론에 참여하기도 하고 지방에 순회 강의도 다닌다. 전문직은 시간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매력을 지닌 ‘법무사 전문직’, 부동산경기 침체 등 여러 시련 속에서도 ‘법무사 강소(强小)기업’의 성공경영학을 나는 실천해 보이고 싶다. 힘든 수험생 시절, 그러나 여러분 앞에도 변호사를 능가하는 ‘성공 법무사’의 미래 모습이 곧 다가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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