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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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범 변호사의 법정이야기(32)
  • 신종범
  • 승인 2015.07.24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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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쉽니다.

 

 

 

 

 


신종범 법무법인 더 펌(The Firm) 변호사

sjb629@hanmail.net
http://blog.naver.com/sjb629

 

 

지난 주 초등학생인 딸아이가 여름 방학을 했다. 창 밖을 통해 한강변을 보니 집 앞 야외 수영장도 문을 열었다. 메르스 때문에 한동안 야외 활동을 하지 않아 모르고 지냈는데 벌써여름 한가운데 와 있다. 받아보는 신문에서는 시원하게 여름을 보낼 수 있는 장소를 소개하고, 친절하게 그곳까지 신문을 배달하여 주겠다고 한다. 사무실에 와 보니 직원들의 휴가일정이 공지되어 있다. 라디오에서는 빠르고 신나는 여름 노래가 흘러나온다. 올해도 여지없이 찾아온 휴가철이다. 여름을 좋아해서 뜨거운 태양과 시원한 바다를 노래하는 여름 노래가 좋고, 다른 계절보다 여름에 간 여행이 기억에 많이 남아 있다. 이맘때가 되면 일이 잘 손에 잡히지 않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은 필자 뿐만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의 절실한 분쟁을 맡아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 변호사가 휴가철이라고 한가롭게 이를 즐기기란 좀 눈치 보이는 일이다. 의뢰인들은 변호사가 자기 사건에 집중해서 빨리 해결하기를 바라는데 며칠을 휴가 간다고 하면 그닥 좋아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떤 분들은 소장이 접수되면 바로 재판이 열리고 또 바로 선고가 이루어진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다. 이런 분들에게 변호사가 며칠 동안 자리를 비운다는 것은 불안한 일이고, 신뢰를 저버리는 일이 될 수 있다. 더욱이 이미 재판기일이 지정되어 있다면 휴가는 언감생심이다. 변호사가 휴가철이라 휴가 가야 한다고 기일변경신청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다행히 변호사가 떳떳히(?) 휴가를 갈 수 있는 길을 법원이 마련해 두고 있으니 참 고마운 일이다. 

다음 주 월요일부터 법원이 휴정기(休廷期)에 들어간다. 서울중앙지방법원, 가정법원, 행정법원이 7.27. ~ 8.7.까지 2주간, 서울고등법원이 7.27. ~ 8.14.까지 3주간 재판을 열지 않는다. 필자도 각 법원이 휴정기간으로 삼고 있는 위 기간 동안 재판기일이 잡혀 있지 않다. 일정표를 보니 그 기간동안 여백이 많다. 가압류 등 신청사건이나 영장실질심사 사건 등을 수임하지 않는 한 휴정기 동안 법원에 갈 일은 없을 것이다. 아직도 법정에 들어설 때면 찾아오는 중압감에서도, 변론을 완벽하게 하여야 한다는 강박감에서도 한동안은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 불볕 날씨에 넥타이, 양복 차림으로 무거운 서류 봉투를 들고 땀 뻘뻘 흘려가며 법원에 가야하는 수고로움도 한동안은 없을 것이다. 법원에서 휴정기를 시행한 것은 2006년부터라고 한다. 그 전까지는 재판부마다 휴정기간이 달라 소송당사자는 물론 변호사 등 소송에 관여하는 관계자들이 제 때 휴가를 가지 못하는 불편이 있었다. 이러한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휴가철에 맞춰 일정기간 법원이 전체적으로 법정을 열지 않는 휴정기(休庭期)가 도입되었고, 휴가철에 법원 전체적으로 법정이 열리지 않자 소송당사자는 물론 법관, 공판검사, 변호사 등 소송관계자들이 자연스럽게 휴가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휴정기 동안에는 대부분의 민사, 가사, 행정재판의 변론과 불구속형사사건의 공판이 열리지 않는다. 소송당사자와 그 대리인 또는 변호인인 변호사는 휴정기 동안 재판 걱정없이 휴가를 갈 수 있는 것이다. 다만, 긴급을 요하는 가압류, 가처분 등 신청사건과 피고인이 구속된 형사사건의 심리, 영장실질심사, 체포 및 구속적부심 등을 위한 재판은 평소와 같이 진행된다. 사건 접수나 배당 등 법원 업무도 정상적으로 이루어진다. 휴정기간이 일반인들의 휴가기간보다 긴 2주부터 3주 정도이지만 그 기간동안 판사나 변호사들이 휴가를 온전히 즐기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판사들은 며칠만 쉬고, 나머지 기간은 이른바 ‘깡치사건’(어렵고 복잡해 시간을 많이 요하는 사건을 뜻하는 법조계 은어)이나 오랫동안 결론을 못 내리고 있는 ‘장기미제사건’을 검토하는데 사용한다고 한다. 이 때문에 휴정기 이후 굵직한 사건이나 오랫동안 묵혀 있던 사건들의 선고가 많이 나오기도 한다. 변호사도 휴정기간 전부를 휴가로 보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변호사에게도 ‘깡치사건’이 있고, ‘장기미제사건’도 있다. 거기다 그동안 소원했던 사람들과의 만남도 만들어야 한다. 그래도 다음 주부터 시작되는 휴정기에 여느 때와 달리 마음이 한결 여유롭다. 휴정기 이후에 연이어 있을 재판 준비도 해야겠지만 휴정기 동안 며칠만은 온전히 ‘휴(休)’할 생각이다. 벌써 1년의 반을 열심히 달려오지 않았던가. ‘휴~’하고 숨 한 번 크게 쉬고, 잠시 쉬어야 또 다시 달릴 힘이 생길 것 같다. 

휴가철이라 다음 주 많은 가게들 앞에는 ‘가게 쉽니다’라는 문구가 붙어 있겠지만 휴정기라 하더라도 법원 정문에 ‘재판 쉽니다’라고 쓰여 있지는 않을 것이다. 치열한 전투도 쉬어 갈 때가 있는데 우리네 분쟁도 잠시 쉬어간다고 하여 나쁠 것이 없다. 여러분들도 붙잡고 있는 공부나 일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좀 쉬어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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