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당황하는 국정원, 차분하게 행동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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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당황하는 국정원, 차분하게 행동하기를
  • 오시영
  • 승인 2015.07.24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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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 / 변호사 / 시인

사람은 당황하면 실수를 하게 마련이다. 대표적 사례가 팝아티스트 낸시랭과 보수 논객 미디어워치 변희재 대표 사이에서 3년 전에 있었던 소위 3분 토론이 아닐까 싶다. 낸시랭의 첫 마디가 “변희재? 그러면은 연예인이세요?”라는 질문 앞에 헛웃음을 치고 만 변희재 대표, 당황스럽게 소리 내어 웃는 순간 변희재 대표는 그 토론에서 기울기 시작했다. 토론할수록 진지해지려는 변희재 대표를 향해 갈수록 가벼움으로 그 진지함을 무력하게 만들어 버리는 낸시랭의 대응은 계산되지 않는 고도의 토론기술이었다. “뭐하시는 분이냐?”는 되물음과 “피디도 잘 모르시던데요.” 하는 부분에서 변희재 대표의 정체성은 와르르 무너졌고, 자신을 진지하게 소개하며 뭐하는 사람이라고 밝히면서 이어진 그 이후의 진지함이 오히려 우스꽝스러운 몸짓이 되고 말았었다.

논객(?)은 자기 함정에 빠지기 쉽다. 평론가들도 자기 함정에 빠지기 쉽다. 남의 작품을 평론하기 위해서는 상상해야 한다. 작가의 심리를 읽어야 하고, 작가의 의도를 읽어야 한다. 작가가 그 동안 살아온 삶의 여정을 읽어야 하고, 무의식의 세계를 읽어야 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작가가 보이고, 작가의 작품이 보이고, 작가의 세계가 보인다. 문제는 평론가나 논객이 작가를 제대로 읽어내는 능력이 있는가 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론가가 작가를 포섭할 수 있는 넓은 세계를 가져야 한다. 그런데 위 3분 토론에서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낸시랭의 세계를 변희재 대표는 알지 못했고, 오직 자신의 논리에 갇혀 낸시랭을 읽고 표현하려 하니 도저히 잡히지 않는 신기루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 전에 있었던 진중권 교수와의 사망유희라는 이름이 붙었던 끝장토론에서는 상당히 좋은 호평을 받았던 변희재 대표가 낸시랭과의 대화에서 속수무책이었던 것은 갇힘과 자유로움의 차이에서 빚어진 결과였다고 할 것이다. 자칭 유명한(?) 논객이 자신의 논리로 이해되지 않는 상대방과의 토론에서 자기 논리의 함정에 빠지는 순간 너무나 계산되지 않는 대응 앞에 머쓱해져버린 것이다. 낸시랭이 자기 친구(나경원, 전여옥 등)를 건드렸다고 말하는 변희재 대표를 향해 “술도 한잔씩 하세요?”라고 되물으며 “술도 같이 한 잔 안 하면서 무슨 친구에요?” 라고 반문하는 낸시랭은 변희재 대표와는 완전 다른 영혼의 소유자라고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은 당황하면 실수하기 마련이다. 기관도 마찬가지이다. 국정원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해킹이 가능한 RCS(원격제어시스템)를 이탈리아 해킹팀으로부터 구입한 것이 드러나서 국민에 대한 불법사찰에 사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국민적 의혹이 불붙듯 일어나자 어찌할 줄 몰라하고 있다. 이탈리아 해킹팀으로부터 20개의 라이센스를 구매했다 한다. 동시에 20명을 해킹할 수 있다. 만일 10분 간격으로 해킹 대상자를 바꾼다면 한 시간에 하나의 라이센스로 6명, 20개의 라이센스로 120명을 해킹할 수 있다. 10분이면 해킹대상자의 모든 자료를 다운받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10분으로 계산해 보았다. 하루 스물네 시간이면 2,880명이, 한 달이면 86,400명이 된다. 한 달 단위로 순환하여 감시한다고 하면 86,400명을 매달 한 번씩 10분간 정기적으로 해킹할 수 있게 된다. 저 숫자면 현 정부에 비판적 견해를 드러내는 사람뿐만 아니라 자기 쪽 사람들까지 모두 커버될 수 있는 엄청난 숫자이다. 물론 저 숫자는 단순계산된 숫자이다. 저렇게 많은 숫자를 대상으로 삼을 리도 없고, 삼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계산상으로는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해킹 대상자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전제가 20명의 요원씩 하루 몇 교대가 이루어지는 강행군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랬는지 안 그랬는지 필자는 알지 못한다. 다만 계산상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국정원이 관음증 환자가 되어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국민의 비밀을 들여다보고 싶어 어쩔 줄 모른 상태라면 그건 분명 관음증 환자상태이다. 참 나쁜 취미이다. 스마트폰을 꺼놓아도 카메라기능을 작동시킬 수 있다고 한다. 실재 JTBC뉴스에서 시연이 되었으니 되는 것은 틀림없다. 카메라기능이 작동되는 순간, 잠자리에서의 부부생활에서부터 그 사람의 화장실생활,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떤 사람과 어떤 대화를 하며, 혼자 있을 때 어떻게 하고 있는지 모든 것이 해킹자에게 그대로 재연된다니 이 어찌 감당할 수 있겠는가? 새로운 사업을 꿈꾸는 사람이 계획을 세우고 있는 모든 정보가 해킹당해 그것이 상대기업에게 전달될 수도 있고, 모든 정보가 유출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물론 모든 것이 가상이지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국민 모두가 동물원 원숭이가 되어 버리는 것은 아닌지 두렵다. 400기가에 달하는 자료가 이탈리아 해킹팀에서 유출되어 대한민국 언론기관을 비롯해 수많은 분석자들이 그 자료를 들여다보고 있다. 물론 그 중 우리나라에 관한 자료는 아주 적을지 모르지만,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는 자료들도 상당수 있을 것이다.

국정원이 당황하고 있다. 이병호 국정원장이 모든 자료를 공개하겠다고 한다. 직원 일동의 명의로 긴급성명을 발표하였다. 담당 임모 과장이 번개탄을 피워 차안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사태가 발생했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로그 파일을 비롯해 관련자료 30여 가지를 제출해 달라고 요구하였다. 진상규명을 위해 필요하니 자료를 제출해 달라는 것이다.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을 비롯해 몇몇 여당의원들이 국정원에서 들은 이야기라며 국정원을 대변하며 방패막이를 자청하고 나왔다. 안철수 의원의 자료제출 요구에 대해 국가기밀을 그렇게 공개하라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새누리당 의원들의 반격이 집요하다. RCS 구매를 중개한 나나테크 허손구 공동대표가 외국으로 긴급히 출국하였다. 범죄자의 도피성해외출국이 아닌지 모르겠다. 경찰이 공개한, 임 모 과장이 탔던 빨간 색 마티즈의 번호판이 녹색인지 흰색인지를 놓고, 검은 색 범퍼 가이드가 있니 없니를 놓고, 차량 천장에 안테나가 있니 없니를 놓고 차량이 뒤바뀌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현재 상황으로 봐서는 다른 차량을 오인한 것으로 보이는데, 경찰이 이는 바로 잡으면 될 일이다. 다른 차인 것 같다고, 다시 찾아보자고 하면 된다.   

일련의 사태를 놓고 볼 때 정신이 어지럽다. 진실이 무엇인지, 제대로 밝혀지기나 할 것인지 잘 모르겠다. 유야무야될 공산이 커 보인다. 하지만 몇 가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그러한 해킹시스템을 구입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없다고 본다. 국가안보를 위해 당연히 구입해서 사용해야 한다. 사이버국제전이 벌어지고 있는 최첨단과학시대에 국가안보를 위해 당연히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국정원이 잘못한 것은, 그런 계약을 할 때 어떻게 국정원 이름으로 버젓이 계약할 수 있느냐이다. 그런 물품의 배달장소를 어떻게 국정원 우편함으로 하여, 우리가 이런 해킹자료를 구입하였소 하고 만천하에 공개할 수 있느냐라는 것이다. 보안이 가장 뛰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기관이 국정원이지만, 의외로 그런 자만감이 자신을 스스로 무방비하게 방임하는 것은 아닌지 업무처리를 놓고 뒤돌아 볼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리고 관련규정에 의해 그런 장비를 구입할 경우 국회정보위원회 등 보고기관에 제대로 보고를 해야 하는데, 이런 절차를 밟지 않음으로써 구입 사실을 은폐하려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사전에 제대로 보고를 하였더라면 상황이 이렇게 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둘째, 민간인에 대한 해킹을 할 수도 있다. 다만 해킹 대상자가 국정원 수사권한 내 범죄인 국가보안법 등의 위반자혐의가 있고 법원에서 영장 발부가 적법하게 되었다면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그런 적법절차를 밟지 않은 무분별한 사찰이 있었다는 의심을 받고 있기 때문에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셋째, 국정원 직원 일동의 이름으로 집단성명서를 발표한 것이 공무원의 집단행동을 금지하고 있는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전교조 교사나 행정공무원들의 집단행동에 대하여 엄하게 책임을 묻고 있는 것에 비춰 볼 때 국정원 직원들의 집단성명 발표도 공무원의 중립의무 내지 집단행동금지의무를 위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향하는 예전의 원훈은 어디로 가고, 이렇게 국가비밀정보기관이 공개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것인지, 이것도 당황한 집단이 아니면 보일 수 없는 해괴한 행동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넷째,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 등은 도대체 국정원 어느 직원으로부터 위와 같은 자료를 제공받느냐라는 점이다. 20여 년 간 국정원에 근무한 전력이 있는 이철우 의원이기에 국정원 내 상당한 인맥이 형성되어 있는 것은 당연지사이겠지만, 국정원 내부의 시시콜콜한 것까지 정보를 제공받는다는 것은 보안을 생명으로 하는 국정원으로서는 해서는 아니 될 일이다. 그러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내부 직원이 누구인지 밝혀야 할 일이다. 그렇게 사사로이 모든 정보를 제공해 준다면 다른 경우에도 국가 명운에 관계되는 중요정보조차 유출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지 않는가 말이다. 다섯째, 자살한 임 모 과장의 자살원인을 밝히고, 그가 지운 정보가 어떤 내용인지, 민간인불법해킹이 없었다면, 오로지 대북활동에 관련된 사항만이었다면 왜 그 내용을 지웠는지 등도 밝혀져야 한다. 그의 죽음이 헛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여섯째, 진짜 민간인 불법해킹이 있었는가 여부이다. 가장 핵심사항이다.  

국가정보원이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이러한 현실은 국가적 비극이다. 국정원이 국가안보를 위해 북한 당국의 중앙 서버를 해킹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적대국의 정보를 빼내기 위해 모든 역량을 기울일 수 있으면 이 또한 얼마나 좋겠는가? 간첩행위자들에 대해 해킹을 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렇지만 단지 정치적 견해를 달리 한다는 이유로, 정부에 비판적이라는 이유로 자국 내 정치인을, 기업가를, 노동운동가를, 시민운동가를, 민변 변호사를, 세월호 유가족을 해킹하여 사생활을 모두 거머쥐고 있다면 이건 정말 민주주의국가가 아니다. 국정원은 대통령의 직속기관이다. 사태가 발생하고 열흘이 지났는데도 국정원의 직속상관이자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은 한 마디 언급이 없다. 어떤 칼럼니스트는 박근혜 대통령의 침묵은 사태의 심각성을 자인하는 행위 모형이라고 글을 쓰기조차 했다. 불리한 상황에 대해서는 결코 입을 열지 않는 박근혜 대통령의 그간 행동 패턴을 평가한 말이다. 

국민들은 진짜 자유로운 공기를 마시고 싶어 한다. 죄가 되지 않는 한 자신의 사생활이 보호되기를 원한다. 아니 죄가 되는 행위라고 할지라도 적법절차에 의한 영장이 집행되기 전까지는 보호받고 싶어 한다. 만일 의심받고 있는 국정원의 민간인 불법 해킹과 도감청이 사실이라면 정말 슬프다. 아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렇다면, 국민적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 합당한 자료를 공개하여 국민적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계속해서 국가안보, 국가비밀이라는 휘장 뒤에 숨어 모든 것을 감추려고 하면 엄청난 국민적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진심으로 국정원이 그러한 위법행위를 하지 않았기를 바란다. 그러려면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 의혹이 해소되고 국민의 얼굴에 미소를 다시 되찾아 주어야 한다. 국정원이 어느 길을 선택할지 두고 볼일이다. 국정원이 당황하지 않기를 바란다. 당황하여 또 어떤 실수를 범할지 겁이 난다. 국민이 국정원을 믿을 수 있도록 차분하게 상황에 대처하기를 바란다.

숲속 오솔길을 걸으며 맑은 공기를 마시고 자유롭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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