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근욱의 "Radio Bebop" (51) - ‘사주’보단 ‘관상’, ‘관상’보단 ‘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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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근욱의 "Radio Bebop" (51) - ‘사주’보단 ‘관상’, ‘관상’보단 ‘심상’
  • 차근욱
  • 승인 2015.07.22 14:01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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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근욱 아모르이그잼 강사

예전에 어떤 교양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우리나라의 무속산업에 대해서 취재한 적이 있었다. 철학관이나 무속인 분들의 사무실(?)을 지날 때면 설마 저런 곳에 누가 갈까? 싶었는데, 프로그램에서 조사한 시장의 규모는 생각보다 굉장했다. 아마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문화가 아닌가 싶었는데, 정말로 무언가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믿음이 어떻게 저토록 열렬할 수 있는지 좀 신기한 기분까지 들었다. 부적으로 몇 백만원을 쓰고, 굿을 한다고 몇 천만원을 쓰고.

너무 정없게 들릴지는 몰라도, 개인적으로는 솔직히 그런 것 안 믿는다. 하지만 호기심은 늘 많았기에, 궁금하기는 했었다. 한동안 지하철에서 ‘도를 아십니까’며 포교하시는 분들도 많이 만날 수 있었는데, ‘도에 관심이 있으시냐’고 물으면 대체로 ‘돈에 관심이 있습니다’라고 대답해 상대방 분이 당황하시는 동안 내 갈길을 가는 패턴이었다.

대부분의 분들이 교육받고 나오는 대사는 이렇다. ‘얼굴이 특히 빛나시는 것을 보니 조상님께서 특별히 아끼시는 후손이신데, 지금 뭔가 막히셨네요’라며 말을 붙이시곤 했는데, 그럴 때 면, ‘당연한 이야기가 아닌가! 나는 유달리 하얀 피부를 가진데다 햇볕도 그리 잘 쬐지 못한 상태에서 베이비로션을 바르고 길을 걷고 있으니 얼굴이 빛날 수 밖에’라는 생각을 했었다.

나중에는 포교하시는 분들의 말씀에 거절하기도 귀찮아서 그런 분들이 말을 붙이면 전력질주로 그 자리를 피하기도 했었는데, 한 번만은 우연히 시간이 좀 비길래 ‘도를 아십니까’의 포교담당자를 따라간 일이 있었다. 진짜 따라가는 사람도 있구나, 라고 생각하셨다면, 예, 그렇습니다. 이런 사람도 있어요.

물론, 모르는 사람을 따라가서는 안된다고 어려서부터 어머님께서는 내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신신당부하셨지만, 뭐 당시만해도 전역한지 얼마되지않아 어디가서 납치당하거나 맞지는 않으리라는 근거없는 자신감에 아무 생각없이 따라간 것이었다.

우선 가던 길을 막고 말을 붙이는 분이 처음 보는 사람이기는 했는데, 또래 학생 정도로 보여 그리 나쁜 사람은 아니겠다 싶어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조상이 아끼는 후손이라서 뒤에 자신한테는 우리 조상님이 지켜주고 계신 것이 보인다길래 참 애쓴다 싶었거든 ‘사람 수에 따라서 수당이 나오겠지? 아니면 저런 민망한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잖아’, 라는 생각을 하면서. 일단 시간도 좀 있었고, 학생시절인지라 심심하기도 했었고, 평소에 포교시스템이 어떻게 되는 것인지 궁금하기도 했었고. 그리고 뭔가 이상한 짓을 하면 때려줘야지,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까. 이야기의 요지는 내가 후손들 중에서도 굉장한 복을 받고 태어났는데 조상님께 제사를 지내지 않아 큰 위기를 앞두고 있으니 제사를 지내라는 것이었다. 제사는 자신들이 당장 준비한 곳에 가면 되니 같이 가자는 이야기.

이 분은 자신의 이야기가 신빙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하는 신기한 생각에 이동하는 지역의 지형지물을 기억해 가면서 얼래벌래 따라갔다. 따라간 곳은 한양대 근처였는데, 허름한 하숙집 비슷한 곳으로 안내하더니 안경을 끼신 마른 분께 소개를 했다. 아마 이 분이 이론적 포교를 담당하시는 분이시려니, 하고 생각했는데 그 분께서는 동양철학이 어쩌구 도덕경에 보면 어쩌구 한참 이야기를 하는데, 조금 틀린 부분이나 기억을 못하고 계신 부분이 있어서 살짝 살짝 힌트를 드리며 이야기를 진행해가시도록 좀 도와드렸다. 아마 모범생은 아니었나보다 싶기도 했고 내용을 기억 못하는 것을 보니 좀 안쓰럽기도 했고.

앞뒤가 안맞는 이야기를 매우 논리적이라면서 눈물겹게 설명하시던 그 분께서는 제사를 지내려면 돈을 내야 한다고 해서 천원을 주었더니 마음과 성의를 다해야 한다고 해서 천원을 더 주었다. 내 앞에 있던 분은 나를 물끄러미 보시더니 포기하셨는지 그냥 가셨고, 이번에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방으로 안내하더니 가벼운 과자 등으로 차려놓은 제사상 앞에서 제를 지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여러 사람들과 같이 방 안에 들어가 맨 뒷 줄 맨 구석에 섰다. 이윽코 제가 시작되었는데, 방에 계신 분들께서는 모두 심성이 고우신 분들이었는지, 시키는 대로 절도 하고 앉아도 계셨는데, 난 그냥 멀뚱 멀뚱 구석에 서 있었다. 난생 처음 보는 곳에서 절을 하고 싶지도 않았고, 혹시 절을 하는 동안에 몽둥이로 내리친다거나 주사를 찌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거든. 내가 그 곳에 간 것은 탐구정신인 것이었으니까, 시키는대로 하기는 싫었다. 그런 나를 보면서 답답하다는 듯이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잔소리를 늘어 놓는 분도 계셨지만, 예비군 훈련장에 가보신 분은 아시리라. 어디 예비역 병장이 그리 말을 잘 듣던가. 잔소리를 해도 그냥 멀뚱 멀뚱 있으니 참견을 하시던 분도 지쳐서 가셨고, 이윽코 제사는 끝이 났다. 뭔가 납치를 하려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까? 라며 내심 조금은 기대했지만, 생각보다는 좀 시시하게 끝이 나 버렸다. 에이, 몸 좀 푸나 했는데!

제사가 끝나고는 음복을 하자고 해서 과자를 좀 같이 먹으면서 다른 분들은 어떻게 오게 되셨는지 물어봤는데, 대부분의 분들은 딱히 할 일이 없어서 왔다는 정도였다. 착하다고 해야 할지, 외롭다고 해야 할지. 뭐, 적어도 2천원 어치는 더 먹었겠다 싶어서 일어나려 했더니 우리 민족의 비밀에 대해서 이야기를 듣고 가라고 해서, 배도 부르니 이만 가보겠다고 하고 나오는데, 다음 주에 다시 포교당에 찾아오지 않으면 처음에 나를 데리고 온 사람이 내 대신 흉사를 당할 수 있다며 꼭 오라고 해서, 예수님도 세상의 죄를 대신 짊어 주시고 부활하셨으니 너무 걱정은 마시라고 하며 나왔다.

사실, 조상님의 은덕이니 흉사니 하는 것이 모두 복을 바라는 마음에서 출발한 욕심이 아닌가 싶긴한데, 이 또한 삶 자체의 불안함을 이용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특히 무속인을 찾는 사람들을 보면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나이가 드는 탓인지 요즘에 와서는 조금 이해를 할 수 있을 듯 한 생각도 든다. 엄마 아빠가 다 알아서 해주던 때야 세상에 무서울 것이 없었겠지만, 어른이 되고 나서는 어디 그런가. 세상살이라는 것이 언제 어떻게 한방에 훅! 날아갈지 모르는 판인데. 그러다보니, 자신의 불안과 고민을 어떻게든 위로받고 싶은 마음에 무당도 찾고 굿도 하겠지. 서양에서야 그럴 때면 심리 상담사나 정신과 의사를 찾지만, 우리나라는 그 역할을 전통적으로 점집에서 무속인들이 담당해 왔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무속인이나 그런 철학관을 보는 시선이 조금은 너그러워졌다. 물론, 터무니 없는 복채를 받거나 마음이 약해진 사람을 속여 돈을 얻어낼 생각을 한다면 나쁜사람임은 당연한 일이지만.

살아가다보면 어찌해야할지 알 수가 없을 때가 있다. 그럴때면 누구에게라도 좀 객관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어지는 것이 사람 마음이다. 그런 차원에서라면 적당히 경험많고 현명한 무속인을 알고 있다면 그것도 참 복이다 싶다. 복채도 한 만원에서 2만원 정도로 인생상담을 많이 해주며 나이가 든 양심적이고 착한 무속인이시라면, 어설픈 심리상담사보단 나을테니. 하지만 그런 무속인을 모르신다면, 스스로의 마음을 한번 돌아보심은 어떠실까 싶다. 옛 말에 ‘사주보단 관상, 관상보단 심상’이란 말이 있다. 사주와 관상은 통계학이므로 뭐, 그럴 수도 있고 안 그럴 수도 있지만, 마음이란 그야말로 매우 개인적이고 주관적이면서 운명을 바꾸는 힘을 지니고 있어 바르게 살면 복을 받기 마련이니까.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는 세상 만사는 내 마음이 의미 짓기에 따라 달라진다는 말이다. 태어난 일시나 얼굴생김이야 바꿀 수가 없지만, 마음은 한번 돌리면 세상이 바뀌는 법이니 마음을 다잡는 것이 자신의 운명을 바꾸는 가장 효과적인 일이 아닌가 싶다.

공직면접고사가 한참 다가오고 있는 시절이다. 그럴 때면 다들 불안한 마음에 힘들어들 하지만, 그럴수록 스스로의 마음을 돌아보면 어떨까. 착한 마음으로 주변을 돕고 진실한 마음으로 스스로를 돌아보며 난 어떻게 살았는지 생각도 해 보고. 뭐, 옛말에도 그랬으니까. ‘사주보단 관상, 관상보단 심상’이라고.

그러니 면접을 앞두신 여러분! 너무 불안해 하시지 마세요. 무속인을 찾거나 부적을 찾기보다는 착하게 살면서 웃어봅시다. 웃으면 복이 온다잖아요. 그리고 착한 마음은 얼굴에 다 나타나는 법이니, 걱정하지 마세요. 열심히 바르게 살아오셨다면 분명 좋은 소식이 들려올테니. 그리고 말이죠, 면접 앞두고 무속인을 찾을 바에는, 차라리 나랑 노시는 것은 어떠실런지?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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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마임 2015-07-24 21:50:15
http://otwojob.com/talent/view.php?idx=9458
관상 정확하게 보는 곳

ss 2015-07-22 18:33:17
글 재밌어요 ㅎ

김마임 2015-07-24 21:50:15
http://otwojob.com/talent/view.php?idx=9458
관상 정확하게 보는 곳

ss 2015-07-22 18:33:17
글 재밌어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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